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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69화. 최초의 신은 강가에서 태어났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33자

오프라인 책장
“최초로 대답한 사람은 내가 아니다.” 바위섬의 전달인 헤른이 남긴 말 때문에 소금뜰 사람들은 밤새 잠을 설쳤다. 윤재하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두 개의 문장이 계속 부딪혔다. 첫 번째 발화는 '들리면 대답해 줘'. 첫 회신은 '기다려, 내가 간다'. 그런데 최초의 신이 보냈다는 편지는 '왜 대답하지 않았는지 물어다오'라고 했다. “대답했는데 전달하지 못했으니 대답하지 않았다고 쓴 걸까요?” 릴리가 물었다. “가능성은 있지만 추측입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편지의 발신자와 회신 작성자가 같은 존재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어요.” 재하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어젯밤 잠이 부족했다. 소금뜰의 작은 여관 주인은 조용한 방을 내주었지만 재하는 방 한쪽에 놓인 낡은 우편함이 계속 눈에 밟혔다. 우편함 입구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었다. 보내는 편지와 돌려받는 편지를 구분하는 구조였다. “오늘은 먼저 뭘 합니까?” “유물 앞에서 신탁받지 말고 아침부터 먹죠.” 미라가 대답했다. 재하는 식탁에 앉았다. 음식을 씹으며 그는 자신의 신격과는 무관한 사람이 조금씩 그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일을 생각했다. 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언제나 많았지만, 누군가가 신에게 밥을 먹으라고 권하는 순간도 필요했다. 아침 식사 뒤 토렌은 마을의 오래된 수로 작업 기록을 가져왔다. 실제 홍수가 일어났던 시기와 나무판의 제작 시기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물 높이가 새겨진 기둥과 수로 복구 비용 장부에서 같은 계절의 재난을 가리키는 흔적이 발견됐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계약의 재료가 아닌 구조의 기록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옛말에는 ‘답한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구절도 있습니다.” 토렌이 말했다. “죽었다는 뜻입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는 뜻이라는 사람도 있어요. 노래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아라는 토렌의 말을 기록했다. 무진 분지에서처럼 서로 다른 전승을 하나의 결론으로 묶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기록마다 누가 보았고 누가 들었는지 구분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온 노래는 나중에 만들어졌을 수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기억을 보존한 방식에는 의미가 있었다. 오후에는 바위섬에 관한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헤른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빠르게 퍼져 있었다. 어떤 사람은 죽은 자의 영혼이라고 믿었고, 다른 사람은 오래된 기록 장치가 남긴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재하는 어느 쪽도 섣불리 택하지 않았다. “저는 형체가 한 말을 들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 사람이 누군지까지 증명한 건 아닙니다.” “왜 이렇게 어렵게 말하세요?” 이다가 물었다. “잘못 알려서 나중에 여러분이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되는 게 싫어서요.” 이다는 잠시 그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처음 신전을 방문했을 때는 신이라면 명쾌한 답을 해 줄 거라고 기대했었다. 지금은 '모른다'는 답을 듣는 편이 안심되는 순간도 생겼다. 회의장 한쪽에 원시 수신권 조합의 대리인이 나타났다. 그는 검은 외투에 은빛 끈을 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며 경계했다. 대리인은 자신을 마티르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합이 원시 우편로의 유지 비용을 오래 부담해 왔다고 주장했다. “첫 회신을 전달하는 데에도 비용이 듭니다. 누구든 그 사실을 부정하실 수는 없겠지요.”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셨다면 자료를 보여 주세요.” 세리아가 말했다. 마티르는 준비된 문서를 내밀었다. 오래된 수로 유지비, 우편 회선 수리비, 검문소 경비비. 실물 비용이 발생한 흔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 비용을 누가 지불하기로 약속했는지, 첫 발화자의 기도를 담보로 잡는 데 동의한 사람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저희도 실제 비용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재하가 말했다. “대신 그게 다른 사람의 말을 소유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마티르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공짜로 회신을 받아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응답에 드는 일과 마음대로 매긴 빚을 구분하자는 말입니다.” 한 주민이 끼어들었다. “그렇다고 비용을 아무도 내지 않으면 우편로가 망가지잖아요.” 재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실제 유지비를 공개하고 운영 방법을 정해야죠. 우편로를 쓰고 싶은 사람들이 어떤 방식에 동의하는지 들어 볼 수 있고요.” 회의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소금뜰 사람들은 조합이 우편로를 유지한 사실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 대가로 마을의 역사와 기도를 소유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반대했다. 마티르는 공개 운영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채권 청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논쟁하는 동안 누리에게서 소식이 왔다. 헤른의 보존 기록과 오래된 수로 지도의 시간차를 비교하자 한 구간이 새로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첫 발화 직후 17분간 회신 절차 공백] [판정실에서 요청 접수 후 실제 회신 발송까지: 17분] [기록된 재난 구호 임계 시간: 약 12분] “다섯 분 늦었네요.” 릴리가 속삭였다. “기록이 맞다면 그렇습니다.” 세리아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 짧은 시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무도 선뜻 말하지 못했다. 구조 신호를 듣고 움직였다면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류를 만들고 신격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지나갔다. 누군가의 도움 요청이 분류원의 첫 채권이 되는 동안, 강 건너 사람들은 물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재하는 처음으로 화가 났다. 그렇다고 화가 진실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는 토렌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오래된 구조 장치가 있는지 물었다. 토렌은 마을회관 뒤편의 창고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닳아 빠진 긴 쇠갈고리와 밧줄 고리가 있었다. 누군가 사람을 끌어올릴 때 쓰던 물건이었다. 갈고리 손잡이에는 손톱만 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먼저 건너간 이에게.’ “누가 만든 겁니까?” 재하가 물었다. “모릅니다. 마을에서는 구조를 마친 뒤 감사의 뜻으로 만든 기념품이라고 전해요.” 고리 아래에는 이름도 날짜도 없었다. 대신 작은 그림이 하나 있었다. 물살 속에서 팔을 뻗는 사람. 그 위에는 후대에 덧칠한 듯한 둥근 빛무리가 있었다. “첫 번째 신이 이 사람입니까?” 릴리가 물었다. 세리아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기록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구하러 간 사람은 있었어요.” 재하가 말했다. “그 사실만큼은 여러 기록이 비슷하게 가리키네요.” 그날 오후, 마을의 어른 하나가 작은 이야기를 더 보탰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신이 처음 태어난 곳은 하늘이 아니라 강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구조하러 간 이름 없는 사람에게 고마워하며 작은 돌을 쌓아 놓았다고 했다. 그 돌무더기가 나중에 신전처럼 변했다는 이야기였다. “그걸 사실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어른이 먼저 덧붙였다. “제가 직접 본 건 돌무더기의 흔적뿐이니까요.” 재하는 웃었다. 이제 이 마을에서는 모두가 검증의 원칙을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 원칙이 신을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오히려 더 큰 힘이 된다고 느꼈다.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재하는 마티르가 내민 비용 명세서를 다시 읽었다. 조합이 우편로의 수리 비용 일부를 부담해 왔다는 기록은 실제로 존재했다. 그것을 전부 거짓으로 몰아붙이면 논쟁은 쉬워지겠지만, 그렇게 얻은 승리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정당한 노동과 부당한 소유권 주장을 함께 묶어 버리면 피해자는 또 생긴다. “혹시 조합이 실제로 필요한 일을 해 온 것도 맞습니까?” 그가 세리아에게 물었다. “일부 자료가 그것을 뒷받침합니다. 유지 보수 비용과 주민의 발화 소유권은 다른 문제죠.” 재하는 비용표를 세 개로 나눴다. 누가 봐도 필요했던 수로 수리, 용도를 확인해야 하는 행정 운영비, 첫 발화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계산한 항목. 마지막 줄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주민의 후손이 낼 기도까지 추정해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본 이다는 종이를 꾹 누르며 말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우리 아이들이 무슨 약속을 했다는 거죠?” “안 했죠.” 재하가 대답했다. “바로 그 부분을 이의 제기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느 주민은 조합을 없애면 우편로를 유지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걱정했다. 마을에 힘센 사람이 많지 않았고, 오래된 기계를 만질 기술자도 드물었다. 미라는 그 우려가 현실적이라고 했다. 장치를 고치는 데 필요한 부품과 지식은 여전히 누군가가 갖고 있었다. “운영 주체를 바꾸더라도 사람이랑 기술이 남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수리 비용을 공개하고, 보관을 누가 맡을지 따로 정해야겠네요.” 이다가 말했다. 재하는 그 대화를 듣고 메모했다. 어쩌면 자신이 바랐던 변화는 조합을 멋지게 무찌르는 장면이 아니라, 사람들이 앞으로 우편로를 어떻게 운영할지 직접 말하는 장면이었는지도 몰랐다. 카르도는 회의가 끝난 뒤 재하에게 다가왔다. 전쟁신은 자신의 신전에 기도한 병사들이 전장에서 서로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던 일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들이 누군가를 구했다는 사실과 어떤 신을 믿었는지는 각각 소중하지만 서로를 소유할 수 있는 이유는 아니었다. “내가 저들을 지킨 줄만 알았는데, 서로가 서로를 지킨 시간도 많았지.” 재하는 그 고백을 더 이상 크게 만들지 않았다. 전쟁신이 자기 말을 할 수 있도록 잠시 옆에 서 있었다. 회의장 바깥에서 한 아이가 재하를 불렀다. 토렌에게 수업받는 학생이었다. 아이는 나무종을 품에 안고 물었다. “신님. 그때 건너간 사람이 정말 신이었어요?” “아직 몰라.” “그 사람이 신이 아니면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 재하는 무릎을 굽혔다. “그럴 필요는 없지. 누군가 널 도와주면, 그 사람이 신이 아니어도 고마울 수 있잖아.” 아이는 잠시 생각했다. “그럼 신이면 더 고마워해야 하나요?” “그건 네가 정하는 거야.” 아이는 밝게 웃고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재하는 일어나 소금뜰의 바람을 마셨다. 누가 신인지 밝혀지는 날이 와도 그 사람이 한 행동 자체의 의미는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해 질 무렵, 이다는 재하를 강가로 데려갔다. 물가에는 작은 돌무더기가 있었다. 오래된 돌 몇 개 위에 새 돌이 계속 쌓여 있었다. 신전이라기보다는 길가의 이정표 같았다. 돌 사이에는 아이가 남긴 작은 목각 인형도 있었다. “여기서 사람들은 무엇을 합니까?” “어떤 사람은 고맙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름을 적어요. 어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가요. 누가 확인하거나 점수로 세지는 않아요.” 재하는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자신은 처음 신이 되었을 때 신도 수 0명이라는 숫자에 겁을 먹었다. 그때 누군가 돌무더기를 보여 줬다면 어땠을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굳이 숫자로 세지 않는 장소에서 그는 더 빨리 신이란 무엇인지 배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검문소의 종이 울렸다. 마티르가 제출한 긴급 심리 요청이었다. [원시 수신권 조합 청구] [첫 회신 작성자에 관한 진술 증거 발견] [증거 열람 조건: 후계 신격의 책임 승계 동의] “또 동의부터 하라고요?” 재하가 물었다. 세리아는 서류를 읽었다. 청구인은 최초 회신 작성자의 이름을 안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을 보여 주기 전에 누군가가 오래된 채무의 후계자라는 데 서명하라는 요구였다.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책임 범위를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릴리가 물었다. “순서가 뒤집혀 있습니다.” 세리아가 대답했다. 재하는 한숨을 쉬었다. 이름을 찾기 위해 빚을 먼저 인정하라는 방식은 너무 익숙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미 진실을 알려 줄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전승, 헤른의 기록, 오르다의 반송실을 떠올렸다.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마티르는 고개를 들었다. “이름을 영영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재하는 잠시 망설였다. 최초의 신의 정체는 누구보다 알고 싶었다. 하지만 자기 신도의 미래나 다른 사람의 말까지 담보로 잡히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찾겠습니다.” 그때 마을회관 안에서 오래된 종이 한 번 울렸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종이었다. 누리의 표시창에 미약한 신호가 나타났다. [원본 회신 작성자에 관한 별도 진술 접수] [발신지: 무진 분지 하심의 우편국] 재하가 눈을 크게 떴다. 소금뜰의 답을 찾으러 온 사이, 무진 분지에서 전혀 다른 증언이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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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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