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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7화
PAYLUA ORIGINAL · 제7화

7화. 전쟁신의 보호는 독점 상품입니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05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들의 믿음이 담보로 팔리고 있다는 말은, 윤재하에게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신전으로 돌아오자마자 에반을 붙잡았다. “설명해 봐요.” 에반은 오래된 제단에 앉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장난부터 쳤을 악마가 이날은 유난히 조용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를 잡지? 천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신앙을 담보로 잡는다고요?” “큰 신전이 앞으로 모일 신앙 포인트를 예측해. 그걸 근거로 미리 기적을 빌려 오거나 군대를 움직이는 거야. 신도가 기도하지 않으면? 계약을 통해 기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지.” 재하가 믿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 “그래서 억지로 봉헌하게 만들고, 나중에는 그 사람 자체를 계약으로 묶는 겁니까?” “대개는 법률적으로 훨씬 예쁘게 꾸미지.” “어떤 법률인데요?” “기꺼이 자발적으로 복종한다는 조항.” 에반은 그 말을 하면서도 재하를 보지 않았다. 재하는 어제부터 남아 있던 의문을 입 밖에 냈다. “당신은 왜 이런 걸 그렇게 잘 알아요?” “광고주가 중요 고객이었거든.” “카르도요?” “카르도뿐 아니라 열두 관리신. 한때 그들이 쓰는 신앙 계약 전환 문구를 내가 설계했어.” 신전 안에 정적이 흘렀다. 릴리는 제단에 올려 놓은 물통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동생 노아는 어제보다 훨씬 밝아진 얼굴로 구석에서 나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럼 우리를 괴롭힌 계약도 에반 씨가 만든 거예요?” 릴리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에반은 부정하지 않았다. “일부는.” 재하가 한숨을 쉬었다. “왜 처음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너희가 내 말을 믿어 줄 것 같지 않았어.” “이제는 더 어렵죠.” “알아.” 에반은 수첩 한 권을 꺼냈다. 그가 늘 광고 문구를 적던 수첩이었다. 뒤쪽 몇 장에는 복잡한 표가 있었다. 사람의 자발적 기도, 의무 봉헌, 사제에게 귀속되는 수수료, 관리신에게 배정되는 몫이 작은 숫자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내가 만든 공식이야. 고통받는 사람의 요청을 신앙 상품으로 바꾸는 공식.” 재하는 수첩을 넘겼다. “처음부터 사람들을 착취하려고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신전이 빈곤한 마을에 도움을 주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믿었어. 신앙을 미리 담보로 기적을 끌어오면 가뭄 때 식량을 보낼 수 있으니까.” “그럼 어디서 틀어졌습니까?” “기적의 선불이 가능해지자 신들이 미래의 신앙을 너무 많이 썼어. 빚을 갚으려면 더 많은 헌납이 필요했고, 헌납을 거두려면 더 많은 공포가 필요했지.” 릴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는 병이 나면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했군요.” 에반은 시선을 떨궜다. “그런 문구의 원형도 내가 썼어.” 재하는 그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누군가의 불안과 가난을 돈으로 바꾸는 문장을 만들어 팔았다니. 하지만 에반이 숨지 않고 말한다는 사실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그런 문구를 없애는 일을 도와주세요.” 에반이 고개를 들었다. “날 계속 데리고 가겠다고?”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요. 어디에 함정이 있는지.” “내가 또 거짓말할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죠. 그러면 제가 확인해야겠고요.” 재하는 수첩을 돌려주었다. “다만 다시는 릴리의 이야기를 묻지도 않고 광고에 쓰지 마세요.” 에반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 “알았어, 신님. 계약서 쓰자고 하면 화낼 거지?” “상호 동의한 계약은 괜찮습니다.” “정말 지독하게 일관적이네.” *** 다섯째 날 아침, 붉은 신전은 마을 곳곳에 새 공지를 붙였다. [무상의 신전 관련 기도 접수 전면 금지] [해당 신격의 보호를 선택한 사람은 카르도 신전의 무사 귀환 기도에서 제외됨] 브렌은 공지를 읽다 종이를 벽에서 떼어 냈다. 그는 토마스의 편지를 안주머니에 넣은 채 재하를 찾아왔다. “내 아들이 아직 살아 있다면 전쟁신의 보호가 필요한 게 아닐까 걱정되오.” 재하는 바로 답할 수 없었다. 토마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군사 신앙이 실제로 병사들을 지키는 사례도 분명 있었다. 카르도 신전의 모든 기적이 사기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걱정되시겠죠.” “나 때문에 그 아이가 다칠까 봐….” “어떤 신을 믿든 토마스 씨를 찾는 일은 계속하겠습니다.” 브렌의 주름진 손이 떨렸다. “당신 신도가 아니어도?” “네.” 브렌은 그 말에 더 이상 고개를 들지 못했다. 릴리는 떠나간 두 농부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두고 간 작업 장갑을 접어 선반 위에 올려 두었다. 눈치가 보이는지 한참 손을 움직이지 못하더니 재하에게 말했다. “저분들이 다시 와도 되는 거죠?” “그럼요.”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할 필요도 없고요?” “무슨 잘못을 했다고요? 가족 걱정을 한 건데.” 릴리는 그 말을 듣고 문밖을 바라봤다. 선택이 자유롭다는 건 떠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자유가 때로 서운했다. 자신도 동생을 지키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해 보자 서운함이 가라앉았다. 그때 카르도 신전 측 사제가 신전 앞에 와서 얇은 종이를 나눠 주었다. 붉은 인장이 찍힌 문서에는 ‘타 신격 관계 철회 신청서’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여기에 서명하시면 전쟁신의 보호를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사제는 마지막 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본인은 이전 신앙 관계를 자발적으로 포기합니다.] 재하는 한참 문장을 바라봤다. ‘자발적’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하지만 종이 위에는 ‘서명하지 않으면 가족의 무사 귀환 기도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도 함께 적혀 있었다. 선택의 형태를 갖췄다고 모든 선택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제에게 물었다. “서명하지 않으면 군대에 있는 가족의 보호가 끊기는 이유가 뭡니까?” “관리신과의 독점 신앙 관계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럼 여러 신에게 감사하는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신앙은 분산될 수 없다.” “정말요? 어제는 도란 아저씨가 수로를 고친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고 저에게도 감사하셨는데.” 사제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인간끼리의 감사와 신앙을 혼동하지 마라.” 재하는 더 따지고 싶었지만 멈췄다. 지금은 누군가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말해 놓고 사람들 앞에서 그 선택을 문제 삼을 수 없었다. 사제가 떠난 뒤 에반이 작은 글씨를 덧붙인 새 안내문을 붙였다. [타 신전을 다시 선택해도 여기에서 물을 길어 갈 수 있습니다.] [수로는 어느 신전의 신도에게도 잠기지 않습니다.] 릴리는 그 문장을 읽고 자기 손으로 장갑을 문 가까이에 놓았다. 돌아오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찾을 수 있도록. 마을에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무상의 신전을 믿으면 군인의 기도가 취소된다’는 말은 가난한 집뿐 아니라 군인 가족에게도 두려운 협박이었다. 어제까지 수로 공사에 참여했던 농부 둘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돌아갔다. 등록 신도 수가 줄어들었다. [등록 신도: 15명] [신앙 포인트: 27] “감소했네요.” 재하가 말했다. 에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남은 신도 수를 보고도 안도하는 듯 보였다. 강제로 붙잡으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숫자를 재하가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반은 빈 종이를 펼쳐 두고 한참 고민했다. 반대편 신전이 사람들의 가족을 볼모로 내거는 동안, 이쪽에서는 물을 무료로 준다고만 말하는 게 과연 옳은지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재하. 사람들을 지키려면 너도 뭔가 보장을 해야 해.” “예를 들면요?” “네 신도가 된 사람은 전쟁에서 반드시 돌아오게 해 주겠다고 선언해.” “그건 못 합니다.” “알아. 네가 그런 기적을 못 쓰는 것도 알아. 그런데 저쪽은 그렇게 말하고 사람들을 붙잡고 있잖아.” 재하는 에반이 펼친 종이를 덮었다. “사람들은 가족 때문에 불안한 겁니다. 저도 똑같이 불안한 말을 팔면 결국 저쪽과 달라지지 않아요.” “그럼 질 수도 있어.” “지금도 지고 있잖아요.” 재하가 빈 신전 마당을 바라봤다. “그래도 어떤 사람은 돌아오겠죠. 다른 신을 믿었다고 미워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우리 이야기도 들어 볼 겁니다.” 에반은 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신앙을 모으는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자신이 가장 먼저 떠올린 방법은 협박을 더 큰 약속으로 덮는 것이었다. 인간들이 협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서도, 정작 그가 택한 도구는 다르지 않았다. “좋아. 그럼 내가 맡을 일은 분명하네.” “뭔데요?” “이 신전에서는 무엇을 보장할 수 없는지 정확하게 알리는 것.” “이제 정말 적응하고 있네요.” 에반이 피식 웃었다. “내 경력에서 가장 낮은 성과를 내는 직장이야.” 재하는 벽에 걸린 신도 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이름이 없더라도, 물이 필요하면 오라고 전해 주세요.” 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신전의 공지에 놀란 사람들이 신전 앞을 멀리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도 그들의 뒷모습에 돌을 던지지 않았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길도 막지 않았다. 재하는 그것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 그때 신전 밖으로 갑자기 함성이 들려왔다. 남쪽 수로를 따라 군인 수십 명이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마차 세 대가 있었고, 덮개 아래에는 곡물 자루들이 쌓여 있었다. 신전 측 관리자는 전시 보급을 이유로 마을의 식량을 징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에도 가져갔잖아요!” 농민들이 소리쳤다.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군량을 우선 확보해야 합니다.” 재하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섰다. “징발할 양을 정한 근거가 있습니까?” 관리자는 차갑게 답했다. “전쟁신이 정하신 양이다.” “농민들 먹을 분량은요?” “전승을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 “그 말은 할 때마다 편하겠어요.” 관리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재하는 곡물 자루 하나를 들어 보려 했다. 너무 무거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도란이 거들었다. 둘이 들어 마차에서 내려 놓자 자루 아래의 인장이 드러났다. [제17보급대 공급분] [선수령 완료] 재하는 숨을 삼켰다. 토마스가 소속됐던 부대였다. “이 자루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습니까?” 마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긴장한 손길이 고삐를 더 꽉 쥐었다. 세리아가 도착해 자루의 인장을 확인했다. “제17보급대는 두 달 전에 보급선이 끊겼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곡물을 계속 보내고 있네요.” “이상합니다.” 그때 마차 마지막 칸에서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베르만 심판관이었다. 그는 재하를 향해 웃었다. “물길에 이어 식량까지 간섭하는군. 제법 신다운 욕심이야.” “욕심이라면 사람들이 굶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말로 전쟁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럴 수도 있죠. 그래도 장부는 보여 주시겠습니까?” 베르만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서류 중독자 같으니.” “생전에 그렇게 많이 들었던 말은 아닌데.” 베르만이 손짓하자 병사 하나가 검을 뽑았다. 그의 발치에서 진한 붉은 불꽃이 일었다. 진짜 신성의 힘이었다. 재하는 뒤로 한 발 물러났다. 눈앞에 안내창이 떠올랐다. [상대 전력: 관리신 직속 기사] [현재 신앙 포인트: 27] [직접 기적 사용 시 전력 차이 극심] ‘이것도 유료 옵션이구나.’ 검이 하늘로 치켜올려지는 순간, 마부가 말을 몰아 달아나려 했다. 마차 하나가 비탈 아래로 미끄러졌다. 곡물 자루가 도로로 굴러 떨어지고, 그 뒤에 서 있던 아이가 미처 피하지 못했다. “노아!” 릴리의 비명 소리가 울렸다. 재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아이를 향해 몸을 던졌다. 신격의 위엄도, 효율적인 전투 계획도 없었다. 그저 열이 펄펄 끓던 밤에 작은 손을 쥐었던 기억만 있었다. 충격이 어깨를 때렸다. 그의 위로 무거운 곡물 자루가 떨어졌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통증이 번졌다. “재하 신님!” 그의 시야가 흔들렸다. 안내창의 수치가 기울어지며 붉게 변했다. [육체 손상 감지] [신격 유지 포인트 자동 사용 권고] 재하는 이를 악물었다. “안 써.” [권고 거부 시 육체형 현신 붕괴 위험] “그럼 무거운 것부터 치워 줘….”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이 흐려졌다. 무너지는 마차 아래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검을 내리지도 못한 채 멈춰 선 카르도의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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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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