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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6화
PAYLUA ORIGINAL · 제66화

66화. 마흔일곱 걸음의 답장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42자

오프라인 책장
바위섬에 불빛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윤재하가 먼저 한 일은 배를 구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배를 구하자고 말했다가 미라에게 혼난 것이었다. “물이 거의 없는데 무슨 배를 띄워요?” “그럼 걸어가면 되겠네요.” “얕아 보이는 진흙이 제일 위험합니다. 강바닥은 오래전에 소금이 쌓여 꺼진 구간이 많아요.” 결국 그는 입을 다물었다. 신이 된 이후 배운 가장 값진 기술은 입을 다무는 타이밍이었다. 천계에는 아주 오랜 시간 살아온 신들이 많았지만, 현장에선 미라의 손가락 하나가 더 무서울 때가 있었다. 아침에 마을회관으로 모인 사람은 여덟 명이었다. 이다와 토렌, 재하, 릴리, 미라, 세리아, 카르도 휘하의 기술병 두 명. 실제로 바위섬에 들어갈 사람은 세 명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마을 주민회가 소금뜰 외부인들에게 허락한 것은 조사이지 구조물을 가져오거나 뜯어내는 일이 아니었다. 이다가 땅에 지도를 펼쳤다. 먼 옛날에는 마을과 바위섬 사이에 다리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홍수 뒤 강의 방향이 바뀌며 다리가 무너졌고, 남은 기초는 대부분 진흙 속에 잠겼다. 지금도 밤마다 불빛이 보인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가까이 가 본 사람은 드물었다. “정말 사람이 없는 건 확실해요?” 재하가 물었다. “확실하다고는 못 하겠어요.” 이다가 답했다. “최근에 저쪽으로 간 사람이 없다는 건 알지만, 외부에서 누가 들어왔는지는 모르죠.” 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구분해서 말하는 게 중요합니다.” 토렌은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노래를 낮게 흥얼거렸다. ‘들리면 대답해 줘, 여기 있다, 건너오지 마, 내가 갈게.’ 재하는 마지막 구절에서 멈췄다. “건너오지 말라고요?” “예전부터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럼 구조를 요청한 사람이 오지 말라고도 한 건가요?” “모릅니다. 둘 이상의 사람이 주고받던 말이 하나의 노래로 합쳐졌을 수도 있죠.” 재하는 수첩에 그 말을 적었다. 한 문장만 떼어 내면 원래 뜻을 정반대로 읽을 수도 있다. 첫 번째 발화가 기도로 분류된 것만큼이나, 그 뒤의 답변이 무엇이었는지도 중요했다. 미라는 긴 밧줄 두 개와 허리끈, 얇은 나무판을 준비했다. 카르도의 기술병들은 땅에 장대를 찔러 안전한 구간을 찾았다. 한 걸음 전진할 때마다 지면의 강도를 확인하고, 위험하면 빨간 표식을 꽂았다. 재하는 자원해서 밧줄을 잡았지만 미라는 그에게 제일 안전한 출발 지점을 맡겼다. “저는 아무래도 크게 도움이 안 되는군요.” “모든 사람이 저쪽으로 가야 도움 되는 게 아닙니다.” 재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처음 신격을 얻었을 때 그는 어디서든 자신이 가장 빛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누가 안전하게 돌아오는지가 먼저였다. 바위섬까지 통로가 확보됐을 때 태양은 중천에 있었다. 미라와 이다, 기술병 하나가 밧줄을 잡고 들어갔다. 재하는 반대편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머나먼 모험처럼 느껴졌던 장소가 실제로는 마을회관 창문에서 보이는 거리였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마흔일곱 걸음을 건너지 못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회신이 천 년 동안 멈춰 있었다니. 섬 한가운데에는 작은 석실이 있었다. 벽은 절반쯤 무너졌고 지붕 위로 소금 결정이 자라 있었다. 입구에는 글씨 대신 사람의 손바닥 크기만 한 빈 홈이 있었다. 이다가 손을 대려 하자 미라가 멈췄다. “먼저 구조를 봅시다. 발판이 약해요.” 그들은 석실의 외벽부터 살폈다. 바닥에는 기계의 잔해가 아니라 밧줄 고리가 널려 있었다. 줄을 던지고 끌어당기던 장치였을 것이다. 오래된 물자루와 나무 보관함도 있었다. 신앙 의식을 치르는 제단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실용적인 물건들이었다. 기술병은 보관함에서 반쯤 부러진 종을 꺼냈다. 종 안쪽에는 간단한 기호가 있었다. [한 번: 들음] [두 번: 지금은 건너갈 수 없음] [세 번: 기다려 달라] 재하는 원격 통신으로 문장을 읽고 잠시 말을 잃었다. 어젯밤 보였던 불빛은 세 번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지금도 '기다려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세 번 깜박였다고 반드시 같은 뜻일까요?” 세리아가 물었다. “그건 확인해 봐야죠.” 재하가 답했다. 이다는 석실 안에서 낡은 나무판을 발견했다. 판 한가운데에는 이름 하나가 적혀 있었다. ‘헤른.’ 토렌은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했다. 마을 전승의 어느 부분에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판 아래에는 작은 직책명이 있었다. ‘맞은편을 지키는 사람.’ 재하는 이 이름을 원시 분류원의 목록과 비교해 달라고 누리에게 요청했다. 누리는 여러 오래된 장부를 대조한 뒤 짧게 답했다. [동일 발음의 인명: 14건] [첫 발화 관련 확정 일치: 없음] [관련 직책 기록: 답장 전달인] 사람 하나를 신이라고 선언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제대로 확인하려면 꽤 많은 자료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석실 옆에는 뜻밖의 물건이 하나 더 있었다. 작은 바퀴 네 개가 달린 낡은 나무 수레였다. 물가에서 물자를 운반하던 수레였겠지만 바퀴의 한쪽이 깨져 있었고 손잡이는 거의 썩어 있었다. 기술병이 손을 뻗자 미라가 만지지 말라고 했다. 물건 하나를 움직이면서 돌벽 전체가 무너질 수 있었다. “여기서 사람들이 실제로 일했군요.” 이다가 말했다. “제단이었다면 곡식이나 공물이 남았을 텐데요.” 재하가 원격 통신으로 대답했다. “그런 것도 별도로 있었을 수 있습니다.” 세리아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다만 지금 확인한 물건은 생활과 구조 작업에 가깝습니다.” 기술병은 수레 옆에서 신발 한 짝을 발견했다. 오래된 가죽이 소금에 굳어 돌처럼 딱딱했다. 신발의 크기는 작은 편이었다. 누가 신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재하는 첫 발화의 아이를 떠올렸다. 그는 신발을 가져오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남긴 마지막 물건일지도 몰랐다. 미라는 안전 점검을 계속하면서 석실의 출구 방향을 기록했다. 강 건너에서 오는 사람에게 보이도록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라, 바위섬에서 마을 쪽을 바라보도록 창이 나 있었다. 구조 요청을 듣고 다른 쪽으로 신호를 보내는 데 적합했다. 종은 단순히 신성 의식을 알리는 물건이 아니라 시야가 막힌 강에서 소통하기 위한 도구였을 것이다. “왜 종을 썼을까요?” 이다가 물었다. “바람이 강하면 목소리만으로는 잘 안 들리니까요.” 미라가 답했다. “빛은 밤에만 선명하고요. 낮에는 소리, 밤에는 불빛을 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하는 창밖을 보았다. 강이 범람하던 시절에도 저 석실에는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종을 치고 손짓하고, 건너편에서 응답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제1판정실은 그 짧고 절박한 일을 ‘초월적 수신자에게 귀속되는 최초의 기도’라고 적었다. 한 번 이름을 붙인 뒤에는 수많은 사람이 그 이름 때문에 비용을 내야 했다. 기술병은 석실 문턱의 안쪽에서 표식을 발견했다. 누군가 날카로운 돌로 직접 새긴 흔적이었다. '먼저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답할 것.' 다른 판정 규칙과 달리 이 문장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들었으면 답하라. 못 들었으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라. 그 이상 복잡한 규칙은 필요 없었다. 미라는 문구가 새겨진 돌의 위치를 도면에 표시했다. 돌을 뜯어낼 이유는 없었다. “아마 이게 이곳의 진짜 근무 규정이었을 겁니다.” 재하가 말했다. “근무 규정치고는 마음에 드네요.” 미라가 답했다. 바위섬에서 돌아온 뒤 재하는 그 문장을 마을회관에서 낭독하지 않았다. 먼저 이다와 토렌에게 공개해도 되는지 물었다. 주민들은 그것이 특정인의 사적인 내용이 아니라 공동 안전 규칙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복제할 때는 돌의 실제 위치와 판독 불확실성도 함께 적기로 했다. 회관으로 돌아와 바위섬의 기록을 정리할 때 또 하나의 논의가 있었다. 옛 구조 도구들의 위치를 마을 사람에게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다는 누구나 역사를 볼 권리가 있다고 했지만, 토렌은 어린아이들이 위험한 섬으로 건너가려 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우선 마을 학교에서 안전한 그림 자료로 설명하고 현장 좌표는 보관하기로 했다. 재하는 그 결정에 동의했다. 비밀을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막으려는 조치라는 점과, 나중에 공개 기준을 다시 심의할 수 있다는 점을 기록에 남겼다. 미라는 바위섬에서 돌아온 기술병들에게 손을 씻고 장비를 말리라고 했다. 소금이 묻은 밧줄은 다음 작업에서 갑자기 끊어질 수 있었다. 재하는 내일 더 큰 모험을 떠나는 것보다 오늘 쓴 밧줄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배웠다. 카르도의 병사들도 이 작업만큼은 전쟁 훈련보다 까다롭다고 투덜거렸다. 재하는 그들에게 따뜻한 차를 가져다주었다. 누군가를 지키는 일에는 영웅의 칭호보다 마른 장갑이 더 도움이 될 때가 있었다. 저녁에는 노아가 손바닥만 한 나무종을 만들었다. 아이는 그것을 목에 걸고 마당을 걸어 다녔다. 종소리는 작았지만 멀리 있는 친구가 들을 수 있었다. 노아가 한 번 울리자 토렌의 학생들이 손을 흔들었다. 재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위대한 신성 도구의 원형이 어쩌면 아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서로 확인하는 작은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릴리는 아이에게 조심하라고 말했다. 노아는 대답했다. “알아요. 들리면 답하는 거잖아요.” 그 단순한 말이 고대 기록의 무거운 논쟁보다 훨씬 선명하게 들렸다. 정오가 지나기 전에 위험 신호가 울렸다. 바위섬 남쪽의 마른 강바닥에 물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소금층 아래 갇혀 있던 물이 틈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미라는 즉시 철수하라고 했다. 이다는 나무판을 두고 나오기 아쉬워했지만 기록물은 원위치에 두기로 했다. 재하가 필요하면 다시 오자고 말했다.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이다가 물었다. “지금 욕심내다가 아무도 못 돌아오는 것보다는 낫죠.” 세 명이 돌아오는 동안 바닥이 몇 차례 흔들렸다. 재하는 밧줄을 단단히 잡았다. 강한 권능을 사용하면 안전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자신이 모르는 지반을 마음대로 건드리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대신 기술병과 박자를 맞춰 밧줄을 당겼다. 마지막 사람이 돌아오고 몇 분 뒤 섬으로 이어지던 흙길이 일부 내려앉았다. 관찰하던 아이들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토렌은 아이들을 마을 쪽으로 물렸다.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재하는 겨우 숨을 내쉬었다. “자, 이걸로 오늘의 기적은 철수 성공입니다.” 미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판단과 준비의 결과죠.” “그럼 제가 기적이라는 단어를 너무 싸게 썼군요.” 그들은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했다. 바위섬에서 가져온 것은 없었다. 대신 지형 도면과 종의 기호를 기록했고, 나무판의 이름은 주민회가 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비공개로 했다. 재하는 ‘헤른’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이 곧 최초의 신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그날 밤, 마을의 낡은 종이 스스로 세 번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다는 집 밖으로 달려나왔다. 불빛이 다시 바위섬에 켜졌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섬 남쪽으로 작은 빛들이 줄지어 있었다. 마치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기다리는 길을 표시하듯. “누가 저렇게 신호를 보내는 거죠?” 릴리가 속삭였다. “사람일 수도 있겠죠.” 재하가 말했다. “아니면 오래된 장치일 수도 있고요.” 누리가 기록 장치의 신호를 분석했다. 빛은 우연한 반사가 아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신호를 만드는 힘은 신성 에너지가 아니었다. 오래된 우편망의 수동 진동 장치와 유사했다. 그러는 동안 검은 인장의 외부 회선에서 새 통지가 날아왔다. [원시 분류 기록 000001의 현장 증거 추가] [채권자 주장: 회신 지연으로 발생한 누적 이자 청구] [청구 대상: 최초 회신 작성자의 후계 신격] 재하는 자신을 가리키는 줄 알았다가 멈췄다. 편지를 쓴 사람이 최초의 신이라면 그의 후계 신격은 누군가 다른 존재일 수 있다. 후계라는 말도 누가 정했는지 따져야 했다. 카르도가 통지를 읽고 낮게 욕설을 뱉었다. “어느 쪽이든 저자들은 전쟁을 걸려고 하는군.” “기도를 받았다며 이자를 달라는 전쟁이라.” 재하는 손을 털었다. 그에게는 질문 하나가 남아 있었다. “애초에 편지가 전달되지 않았는데 누가 빚을 졌다는 거죠?” 그때 바위섬에서 네 번째 불빛이 켜졌다. 마을의 오래된 노래에는 없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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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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