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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5화
PAYLUA ORIGINAL · 제65화

65화. 지도에서 지워진 소금뜰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08자

오프라인 책장
지도에서 지워진 마을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유령이 사는 것은 아니다. 소금뜰 동쪽의 작은 마을에는 사람들이 살았다. 빵을 굽는 집에서 연기가 올랐고, 아이들은 낮은 돌담에 올라가 빨래를 피해서 뛰어다녔다. 다만 천계의 공식 지도에서 마을의 위치가 지워져 있었고, 외부로 나가는 길목에는 어떤 안내판도 없었다. 윤재하는 이다의 뒤를 따라 낮은 비탈을 올랐다. 발밑에는 소금기가 섞인 흰 먼지가 깔려 있었다. 나무는 거의 없었지만 작은 식수 저장소가 두 곳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물을 오랫동안 나누어 마셨다고 했다. “여기는 왜 지워졌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한때 제1판정실 관리 대상이었는데, 분류원이 폐쇄되면서 지도 갱신에서도 빠졌대요.” 이다가 대답했다. “마을은 원래 이곳에 있었어요. 우리가 없어졌던 게 아닙니다.” 릴리는 아이들이 다니는 작은 학교를 발견했다. 낡은 판자로 만든 교실이었고 지붕에는 빗물을 모으는 홈이 있었다. 선생은 학생들을 모아 오늘의 수업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은?” “들리면 대답해 줘!”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선생은 책상 위의 작은 종을 울렸다. “두 번째 질문은?” “못 들었으면 다시 물어봐!” 그다음에는 서로 짝을 지어 상대방이 한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놀이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일부러 말을 바꿔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은 틀린 답을 한 아이를 혼내지 않았다. 대신 상대방이 무엇을 말했는지 다시 확인하는 방법을 보여 주었다. 재하는 교실 뒤에 서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첫 번째 기도라 불린 문장이 마을에서는 대답을 확인하는 공부의 첫 문장이었다. 말 하나가 다른 뜻으로 쓰이는 일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뜻을 결정할 권리를 누가 가져왔는지였다. 수업이 끝나자 선생은 자신을 토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마을에 전해 오는 이야기의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상징이라고 했다. 오래전 어느 비 오는 밤에 건너편 둑이 무너졌고, 사람들이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름을 부르며 살아 있는지 확인했다는 이야기였다. “기도가 아니라 구조 신호였군요.” 릴리가 말했다. 토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에게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누가 다른 의미로 기억한다면 그 이유도 들어 봐야겠죠.” 세리아가 자료의 출처를 물었다. 마을에는 당시를 직접 본 사람이 없었다. 대신 수로 작업 기록과 아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노래, 마을회관의 나무 기둥에 새겨진 물 높이 표시가 남아 있었다. 각각의 기록은 정확도가 달랐다. 세리아는 그것들을 따로 조사하기로 했다. 이다는 재하를 동쪽 끝에 있는 오래된 둑으로 안내했다. 돌로 쌓은 둑이 두 갈래 물길을 나누고 있었다. 한쪽은 마른 소금밭으로 이어졌고, 다른 쪽은 지하 수로로 사라졌다. 수로의 수문에는 낡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누가 부르거든 먼저 살아 있는지 확인할 것] “예전 수문 관리 규칙이네요.” 미라가 말했다. “홍수 경보를 전달할 때는 생존 확인이 먼저니까.” “그 규칙이 기도가 됐다니.” 재하가 중얼거렸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에요.” 세리아가 짚었다. “첫 기록과 동일한 문장이지만 당시의 목소리와 연결되는 근거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마을회관에서 주민회의가 열렸다. 이다는 조사팀이 모든 기록을 가져갈 권한은 없으며, 공개를 원하지 않는 가족의 문서는 보여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심과 무진 분지에서 배운 원칙이었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갈등이 생겼다. 마을 외부에서 조사팀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 일주일치 식수 공급을 판매하겠다는 상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소금뜰이 폐쇄 구역이므로 정상 요금 대신 위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물을 정기적으로 배달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다가 말했다. “장부에는 이 마을의 사용료가 발생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상인이 대꾸했다. 그가 펼친 서류에는 놀랍게도 마을 주민들의 이름이 아닌 ‘미분류 발화 공동재산’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 주민들이 남긴 말의 가치를 담보로 물 공급 계약을 설정한 것이다. “저 장부의 채무는 누구와 맺은 겁니까?” 재하가 물었다. “제1판정실의 승인 아래 진행됐습니다.” “그 판정실이 언제 폐쇄됐는지 아세요?” 상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답을 몰랐기 때문이다. 서류는 자신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근거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이다는 주민회 기록을 가져왔다. 마을은 지난 십 년 동안 자체 수로를 수리해 왔고, 물 배달 계약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 세리아가 서류를 대조하자 상인의 계약서는 원시 분류원의 부속 장부에서 자동 생성된 것으로 보였다. 주민의 서명이 없었다. “이런 계약이 어디까지 퍼져 있습니까?” “저도 몰라요.” 상인이 작게 말했다. “저는 그냥 이곳에 납품하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재하는 상인을 체포하거나 벌주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실제로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오늘 물을 빌미로 마을 사람들에게 돈을 청구할 근거는 없어 보였다. 회의에서는 또 하나의 오래된 관습이 드러났다. 소금뜰 사람들은 장마 전날 서로의 집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첫 번째는 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번째는 도움이 필요한지 묻기 위해, 세 번째는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알리기 위해서였다. 재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신기해했다. 이 세계의 여러 신전은 종을 울려 모두가 같은 시간에 기도하도록 만들었는데, 소금뜰은 문을 두드려 각자의 대답을 기다렸다. 같은 종소리가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질 수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는데 답을 하지 않으면요?” 이다가 말했다. “위험이 의심되면 이웃과 상의해서 안전을 확인하죠. 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고 빚을 만들거나 죄를 묻지는 않아요.” 한 노인은 그 관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세 번째 문 두드림이 없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도움 요청을 듣고도 일부러 모른 척할까 봐 걱정됐다. 또 다른 주민은 침묵할 권리와 위험에 처한 사람을 확인할 책임이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회의는 단순한 찬반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재하는 예전에 릴리의 동생 노아가 아팠을 때를 떠올렸다. 아이는 열 때문에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말할 수 없었다. 그때 누가 ‘말하지 않으니 도와주지 않겠다’고 했다면 끔찍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대로 아이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었다. 돌봄과 소유 사이에는 구분할 수 있는 선이 있었다. “응급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와 그 사람의 평생을 묶는 계약은 다르죠.” 그가 말했다. 이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그걸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해마다 규칙을 다시 읽어요. 언제든 고칠 수 있게요.” 토렌은 마을 학교의 오래된 출석 장부를 가져왔다. 학생 수가 몇 명인지 확인하려는 게 아니었다. 해마다 홍수 대비 교육을 위해 누가 어떤 집을 확인했는지 남긴 기록이었다. 이름 옆에는 ‘응답’, ‘부재’, ‘추후 확인’ 같은 표시가 있었다. 신앙의 유무나 소망의 내용을 적는 칸은 없었다. 그 장부의 가장 오래된 부분에는 그림만 그려져 있었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경로를 알 수 있게 수문과 우물을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다. 한 줄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반복됐다. 구출을 기다리던 아이와 건너가던 사람을 기억한 그림일지도 몰랐다. “이걸 누구에게 배웠습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토렌은 한참 생각했다. “할아버지께 들었습니다. 그분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지 않았어요. 젊을 때 무진 분지 쪽 우편배달부에게 배웠다고 하셨죠.” 아라가 눈을 크게 떴다. “무진 분지요?” “그쪽의 오래된 우편 방식과 닮았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떨어져 있는 두 마을 사이에 오래전부터 길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재하는 무진 분지의 열두 번째 종을 떠올렸다. 말하지 않을 권리를 남겨 놓은 받침대. 소금뜰의 세 번째 문 두드림. 모두 누군가가 응답하지 않는 것을 자동으로 동의라고 해석하지 않기 위한 장치였다. 그들은 두 규칙의 연결 가능성을 따로 기록했다. 전승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같은 설계자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서로가 다른 길에서 같은 실수를 피하려 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사람들은 신이 개입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서로의 안전을 위한 규칙을 만들었다. 회의가 끝난 뒤 이다는 학교 아이들이 사용하는 낡은 종이를 가져왔다. 거기에는 오늘 새로 배우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대답을 듣고 나면 상대가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다시 물어보자.' 토렌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규칙을 외우게 하기보다 직접 친구의 말을 들어 보게 했다.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서로 다른 답을 인정했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보며 조금 부끄러워했다. 재하는 피식 웃었다. 그건 원시 분류원의 천 년 된 규칙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그날 오후 주민들은 수로의 수문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외부 상인에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미라는 오래된 돌벽에 금이 간 곳을 찾았고, 릴리는 작업하는 사람들이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도왔다. 재하는 모래주머니를 옮겼다. 신성 포인트를 쓰지 않고도 세상에는 할 일이 많았다. 아이들 중 한 명이 재하에게 물었다. “신님이시면 비 오게 해 줄 수 있어요?” “여기 비가 오면 좋겠니?” “너무 많이 오면 둑이 무너져요.” “그럼 안 되겠네.” “딱 알맞게만 내려 주세요.” 재하는 웃었다. “그건 내가 지금 약속하면 안 되는 일이야. 대신 둑을 고치는 건 도울 수 있어.” 아이는 잠깐 실망한 표정이었다가 모래주머니를 붙잡았다. 신의 대답보다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더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느낀 것 같았다. 저녁 무렵 토렌은 오래된 교실 창고에서 나무판 하나를 찾아냈다. 판에는 그림 세 개가 새겨져 있었다. 강물, 두 사람, 그리고 손을 뻗은 그림자. 손을 뻗은 그림자 위에는 후대에 누군가 그린 듯한 빛의 테두리가 있었다. “마을에서는 이걸 '첫 회신'이라고 부릅니다.” 토렌이 말했다. “신의 그림인가요?” 릴리가 물었다. “그런 이야기로 알려졌죠. 하지만 그림을 그린 사람의 이름은 몰라요.” 세리아는 나무판의 한 모서리가 검게 닳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래 그림이 더 있었던 자리였다. 미라가 판을 비스듬히 기울이자 희미한 글씨가 드러났다. ‘대답은 저쪽에서 왔다.’ 재하는 창밖의 강 건너편을 바라봤다. 그곳은 절벽 아래 작은 바위섬이었다. 물은 거의 말랐지만 바위에는 긴 홈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밤새 로프를 걸어 사람을 건너게 했을 법한 자리였다. “저곳에 갈 수 있습니까?” 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다리의 절반이 무너졌어요. 게다가 일몰 뒤에는 땅이 미끄러워요.” 재하는 따라나서겠다는 말을 삼켰다. 지금 필요한 건 용감한 돌진이 아니라 안전한 접근 방법이었다. 미라는 날이 밝은 뒤 인원을 줄여 조사하자고 했다. 토렌은 옛 수로 지도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날 밤, 마을에는 낮은 노래가 퍼졌다. 아이들은 '들리면 대답해 줘'를 부르고 어른들은 '여기 있다'고 화답했다. 신에게 바치는 찬송은 아니었다. 어두운 날 서로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는 전통이었다. 재하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최초의 신이 보낸 편지를 다시 펼쳤다. '나를 믿지 말고, 내가 왜 대답하지 않았는지 물어다오.' 이제 그 문장은 그를 책망하는 말처럼 들렸다. 남겨진 목소리에 대답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 그 대답을 가로막았다. 한밤중, 누리가 소금뜰의 옛 수로 지도와 원시 분류원 기록을 대조했다. [원시 분류 기록 000001의 발신 위치: 강 건너 바위섬] [최초 회신 발송 위치: 현재 조사 구역] [두 위치 사이 회신 전달 거리: 불과 47걸음] “겨우 마흔일곱 걸음?” 재하가 놀랐다. 누리가 답했다. “현장 지도 기준입니다. 당시 강폭과 지형이 달랐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재하는 강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 짧은 거리에서 최초의 답장은 왜 건너가지 못했을까. 멀리 바위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작은 불빛이 하나 켜졌다. 이다는 등불을 들고 문 밖으로 달려나왔다. “저기엔 사람이 살지 않아요.” 불빛은 세 번 깜박이고 꺼졌다. 마치 누군가가 먼 옛날의 구조 신호를 다시 보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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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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