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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4화
PAYLUA ORIGINAL · 제64화

64화. 최초의 신이 인간이었다는 소문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04자

오프라인 책장
“최초의 신에게 신격이 없었다고요?” 윤재하의 질문을 받은 오르다는 대답 대신 낡은 출근 기록부를 보여 주었다. [업무 시작: 미기록] [업무 종료: 미기록] [직책: 회신 담당] [신격: 없음] [후대 등록 직위: 최초의 신] 신이라는 이름은 나중에 붙었다. 처음부터 하늘 위에 앉아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보낸 말을 읽고 답을 적던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재하는 그 사실에 묘한 친근감을 느꼈다. 전직 회사원인 그 역시 매일 누군가의 요청서를 받아 처리하던 사람 아니었던가. “그분도 업무 과중으로 신이 된 겁니까?” “그렇게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르다가 답했다. 세리아는 이 기록의 진정성과 시대를 단정하지 않았다. ‘신격 없음’은 처음부터 힘이 없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당시의 분류 체계가 달랐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 차이를 확인하려면 원시 분류원이 설립되기 전의 생활 기록과 대조해야 했다. 그러나 현장 체류 시간은 길어지지 못했다. 외부 열람 시도가 중지된 뒤, 소금뜰 검문소에 새로운 통지가 도착했다. [현장 보전 허가 종료 예정: 일몰] [후속 조사는 지역 보관권자 동의 필요] 재하는 문서를 보며 실망을 숨기지 못했다. 오르다도 그들을 더 오래 붙잡지 않았다. 낡은 기록실의 관리자에게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내보낼 의무가 있었다. “돌아가십시오. 첫 번째 기록은 여기에 둬야 합니다.” “여기서 누군가 또 열람을 시도하면요?” “저도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잖아요.” 오르다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웃음이 섞였다. 재하는 그 말이 어느 기적보다 귀하게 들렸다. 검문소 밖으로 나오자 카르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신은 붉은 갑옷 위에 거친 외투를 걸쳤다. 그의 병사들은 검문소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고, 소금뜰 진입로를 막지 않았다. “너희가 제1판정실의 종을 울렸다더군.” “우리가 울린 건 아닙니다.” 재하가 말했다. “천계에서는 그렇게 듣고 있다.” “그럼 누가 어떻게 울렸는지 먼저 확인해야겠네요.” 카르도는 그 대답에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내가 전쟁의 신인데 요즘은 네 탓에 확인서만 들고 다닌다.” “전쟁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그건 맞다.” 카르도는 천계에서 내려온 경고문을 건넸다. 소금뜰에서 획득한 정보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신앙 체계를 혼란시킬 경우, 기존 공급망 일부를 재심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표현은 엄숙했지만 목적은 분명했다. 입을 다물라는 뜻이었다. “내 신전의 의료 공급도 걸려 있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직접적인 중단 명령은 아직 없다. 하지만 위험을 알리는 것만으로 공급 담당자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 릴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재하의 신전은 이미 수많은 사람과 공동 공급 계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기적 포인트로 해결되는 세상이 아니었다. 약을 운반할 마차, 수로를 고칠 도구, 밤새 환자를 돌볼 사람이 필요했다. 막연한 불안만으로도 그 일들이 흔들릴 수 있었다. “그럼 사실로 확인된 범위만 알립시다.” 재하가 말했다. 카르도가 물었다. “너는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두려워할 수 있죠. 그래서 두려워할 이유를 정확히 말해야죠.” 그날 저녁 신전에는 공개 설명회가 열렸다. 릴리는 치료소의 재고와 공급 일정부터 설명했다. 당장 끊기는 약은 없으며, 일부 공급 계약이 재검토될 수 있지만 대체 경로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라는 소금뜰의 위험한 건물 상태와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구분했다. 세리아는 최초의 신 기록이 법적 결론이 아니라 검증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록보다 소문에 빨리 반응했다. 누군가가 ‘최초의 신은 인간이었다’는 말을 듣고는, 지금의 신들이 모두 가짜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다른 사람은 신에게 기도한 일이 죄가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일부는 재하가 자기 신도를 버리려 한다고 오해했다. “제 말을 듣고 주십시오.” 재하가 나섰다. “우리가 확인한 건 오래된 기록 하나에 ‘신격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오늘 여러분의 믿음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노인이 손을 들었다. “그럼 우리가 카르도 신에게 바친 기도는 어떻게 됩니까?” 카르도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네가 내게 도움을 요청한 일은 내가 기억한다. 군이 실제로 했던 일도 기록이 있다. 다만 네가 그러지 않은 날까지 내 것으로 적었다면 그건 바로잡아야겠지.” 재하는 그를 바라봤다. 전쟁신이 자기 신앙을 설명하면서도 남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자네, 많이 변했군.” 에반이 속삭였다. “누가 들으면 네가 내 인생 상담사인 줄 알겠다.” 카르도가 낮게 대꾸했다. 설명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오래 이어졌다. 릴리는 한 사람씩 질문을 받았다. 신을 믿는 것이 금지되는가, 치료비가 오르는가, 옛 기적을 갚아야 하는가. 세리아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은 ‘확인 중’이라고 적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한쪽에는 반대 의견을 적는 책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원시 분류원 조사 자체에 반대했다. 오래된 규칙을 건드리면 지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의료 지원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재하는 그 글을 지우지 않았다. 누가 우려를 말했는지 남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려를 듣고도 공급 위험을 대비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설명회 이후 신전 앞뜰에는 서로 다른 두 무리가 남았다. 한쪽은 기록을 더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다른 한쪽은 모든 조사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처음에는 목소리만 높아지던 사람들이 곧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저들은 신을 없애려는 거야!” 한 남자가 소리쳤다. “아니, 당신들이 남의 말을 신의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거잖아!” 다른 여자가 맞받았다. 재하는 두 무리 사이에 서서 양쪽의 질문을 따로 적어 보자고 제안했다. 누군가의 믿음이 틀렸다고 판결할 자리가 아니라, 실제 계약과 기록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말을 여러 번 해야 했다. 사람들은 쉽게 진정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럴 만했다. 신앙에 자신의 삶을 걸어온 사람도 있었고, 부당한 계약 때문에 땅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같은 단어를 들으면서 전혀 다른 과거가 떠오르는 것이다. 그때 릴리가 작은 종을 쳤다. 종소리는 신전의 기적 장치와 연결되지 않은 평범한 손종이었다. “저는 첫 신도였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날 제 동생은 아팠고, 이분은 물을 데우고 밤새 옆에 있어 주셨습니다.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요.” 군중이 조금 조용해졌다. 릴리는 재하가 자신에게 신앙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말을 모든 신에게 똑같이 적용하지는 않았다. 자기는 재하를 믿기로 했을 뿐이고, 다른 사람이 다른 신을 믿는 것도, 아무도 믿지 않는 것도 자기 대신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지금은 그 신을 안 믿어도 됩니까?” 누군가 날카롭게 물었다. 릴리는 재하를 돌아봤다. 예전의 그녀라면 신의 얼굴을 보고 답을 정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스스로 말했다. “믿고 있어요. 제가 여기에 있는 것도 제 선택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 직접 말할 겁니다.” 재하는 그 말을 들으며 작게 웃었다. 신도가 남아 있다는 사실보다 신도가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반가웠다. 반대쪽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머뭇거리다가 질문했다. “그러면 신전 치료소는 왜 운영합니까? 신자가 아니어도 치료해 준다면서요. 그게 말이 됩니까?” 릴리가 대답했다. “환자가 신자인지보다 얼마나 아픈지 먼저 확인하려고요.” “그건 신전이 아니라 병원이지 않습니까?” “그럼 병원이어도 좋겠네요.” 뜻밖의 답에 군중 일부가 웃었다. 남자는 얼굴을 붉혔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는 오히려 치료소의 운영비를 누가 내는지 물었다. 세리아가 공개 장부를 보여 주었다. 후원, 군 비축품, 마을 공동 노동, 신성 공급. 모두 출처가 달랐고 서로 다른 조건이 있었다. 완벽한 운영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신앙을 동의 없이 담보로 삼지는 않겠다는 원칙이 있었다. 재하는 신전 담장 옆에 임시 공지판을 세웠다. 기록 조사 질문은 왼쪽, 치료소와 수로 공급 질문은 오른쪽에 붙였다. 두 사안이 서로 연결돼 있어도 답변 책임을 뒤섞지 않기 위해서였다. 릴리는 의료 질문을 맡고, 미라는 수로 관련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자기 이름으로 할 수 없는 답까지 가로채지 않았다. 설명회가 거의 끝나 갈 때, 말없이 서 있던 소년 하나가 다가왔다.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신에게 기도한 뒤 전쟁에 나갔고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 와서 그 기도가 잘못 분류된 기록이었다면 아버지가 헛되이 믿었다는 뜻이 되는지 물었다. 재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카르도가 옆으로 다가와 무릎을 굽혔다. “네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기도했는지는 내가 대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전장에서 그가 싸우고 사람을 도운 기록이 있다면 찾아볼 수 있다.” 소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금 당장 신을 믿거나 버리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의 이름을 적은 쪽지를 카르도에게 건넸다. 전쟁신은 그 쪽지를 소중히 접어 갑옷 안쪽에 넣었다. 사람들이 돌아간 뒤 재하는 빈 공지판을 바라봤다. 종교적 질문과 삶의 질문을 두 칸으로 나누었지만,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가 끊어져 있지 않았다. 그 복잡함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신전이 해야 할 일이었다. 다음 날 치료소의 약품 운송차가 늦었다. 도로에 무너진 다리 하나가 있었고, 그곳의 관리자가 천계의 경고문을 이유로 공사를 멈춘 것이다. 미라는 지도를 펼쳤다. 임시 우회로는 한참 돌아가야 했지만, 건설 인력이 충분하다면 반나절 안에 통행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럼 갑시다.” 재하가 말했다. “신님이 왜 도로 공사를 하십니까?” 릴리가 물었다. “계약이 문제라고 환자한테 내일부터 아프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카르도는 병사 네 명을 보냈다. 그들은 무기를 든 대신 나무판과 쇠못을 운반했다. 주민들은 뜨거운 물을 마련했고, 미라는 가장 위험한 구간에 임시 받침을 세웠다. 재하는 삽을 들었다. 손에 물집이 생길 즈음 에반이 깔끔한 장갑을 끼고 나타났다. “신이 건설 현장에 나오면 광고가 되긴 하겠어.” “그럼 당신도 사진 찍지 말고 저 판자부터 들어요.” “내 장갑은 광고 업무용인데.” “광고도 물건이 도착해야 할 수 있죠.” 에반은 판자를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악마라고 경계하던 때보다 조금 덜 두려워했다. 물론 누구도 그의 과거 책임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피해자들의 반환 신청을 돕고 있었고, 그 일에 대한 평가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리가 다시 열리고 수송차가 치료소 앞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누가 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약을 기다리던 환자들의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늦은 밤, 재하는 신전 우편함에서 또 다른 편지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최초의 신이 아닌 오르다의 편지였다. 봉투에는 출입 허가서의 사본과 짧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제1판정실에서 확인한 자료 중 공개 가능 범위] [원본 기도 발화 위치 좌표: 소금뜰 동쪽 3리] [회신 작성자 정보: 봉인 상태] [봉인 해제 요건: 발화가 발생한 장소의 공동 증언] “원래 자리로 가야 한다는 말이군요.” 릴리가 말했다. “왜 굳이 장소의 증언이 필요하죠?” “기록에는 없는 사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재하는 무진 분지의 우편함을 떠올렸다. 숫자 안에 담긴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듣기 전에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몰랐었다. 소금뜰의 기록도 그럴지 모른다. 그가 지도를 펴려던 순간 종소리가 났다. 신전 문 앞에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소금이 굳은 장화를 신은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자기 이름을 이다라고 소개했다. “소금뜰 동쪽에 아직 사람이 산다는 거, 모르셨죠?” 재하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지도에는 아무도 없던데요.” “지도에서 지워졌다고 사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이다는 접힌 종이를 내밀었다. 그 위에는 첫 번째 발화와 똑같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들리면 대답해 줘.’ “우리 집 아이들이 아직도 이 말을 배웁니다. 그런데 그게 기도였다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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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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