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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2화
PAYLUA ORIGINAL · 제62화

62화. 첫 번째 기도에는 수신인이 없었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20자

오프라인 책장
여섯 손가락이 찍힌 인장을 본 뒤로 에반은 커피를 세 잔 마셨다. 사람을 만나는 조사에서는 절차가 결과만큼 중요했다. 윤재하는 네 번째 잔을 빼앗았다. “이 세계에도 카페인이 있습니까?” “없으면 왜 내가 이렇게 떨겠어?” “원래도 자주 떨잖아요. 돈 되는 냄새 맡으면.” “이번엔 돈 안 되는 냄새야.” 에반은 잔을 내려놓고 짧게 말했다. “원시 분류원은 신들보다 먼저 존재했다는 설이 있어. 내 전 직장에서 교육받을 땐 헛소리라고 배웠지만.” “신보다 먼저 있었다는 분류원이 뭘 분류했습니까?” “사람들의 말.” 신계에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인간에게는 끔찍한 설명이었다. 재하는 그 말을 곱씹었다. 신앙을 모아서 기적을 일으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관이 기도가 아닌 말 자체를 다뤘다면, 지금의 신성 포인트 시스템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그러나 질문이 커졌다고 현장 조사가 곧바로 허가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금뜰은 장부상 폐쇄 구역이었다. 유령도시처럼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곳에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사고가 나면 자신만 다치지 않는다. 동행하는 릴리와 미라, 주민 대표 아라, 기록관 세리아까지 위험해진다. “일단 출입 신청서부터 내죠.” 재하가 말했다. 에반이 웃었다. “역시 신도 하나 없던 시절의 기백이 남아 있군. 세상을 바꿀 비밀 앞에서 제일 먼저 서류를 찾다니.” “신격 회수 심판 때도 접수번호가 없으면 쫓겨날 뻔했어요.” 세리아는 검문소에 보낼 질의서를 작성했다. 방문 이유는 '첫 번째 기도 발신지 자료의 보존 상태 확인'. 범위는 공개 장부와 폐쇄된 기록실의 외부 시설 점검으로 제한했다. 마렌의 증언과 무진 분지 우편망의 기록이 조사 근거였다. 신앙 포인트나 거절한 사람의 개인 정보는 전달하지 않았다. 정오가 지났을 때 검문소에서 회신이 왔다. [출입: 조건부 허가] [인원: 4명 이하] [신격 소유권 주장, 원본 반출, 봉인 파손 금지] [긴급 폐쇄 신호 발생 시 즉시 퇴거] “네 명이라면 누가 갈까요?” 릴리가 물었다. “나는 당연히 빠지지.” 에반이 말했다. “저곳은 내가 일하던 곳과 연결돼 있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독립적인 기록 담당이 더 필요하죠.” 세리아가 답했다. 결국 재하, 세리아, 미라, 아라가 먼저 현장에 가기로 했다. 에반은 외부에서 자료 대조를 맡고, 릴리는 치료소 연락을 유지하기로 했다. 위험한 장소에 모두 함께 가는 것이 우정의 증거는 아니었다. 각자 필요한 곳에서 역할을 하는 게 더 큰 도움이었다. 그날 오후 재하는 아라와 함께 무진 분지의 우편국에 들렀다. 조사에 사용될 옛 우편로가 주민회 소유라는 점을 확인하려는 방문이었다. 아라는 회의장에서 온 결과를 보여 주었다. 조사 동의 찬성 열일곱, 반대 아홉, 보류 네 명. 반대표를 던진 사람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반대표가 적지 않네요.” 재하가 말했다. “그래서 조건을 붙였습니다. 자료가 실질적으로 분지와 관계없다면 조사를 그만두기로요.” “좋은 조건이네요.” “신님은 반대하는 사람한테 왜 이렇게 친절하세요?” “저를 믿는 것보다 필요할 때 거절할 줄 아는 게 더 안전하니까요.” 아라는 웃지 않았다. “그런 말은 멋있어 보이지만, 언젠가 진짜로 거절당해도 괜찮다는 뜻이어야 해요.” “맞아요.” 재하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무진 분지에서 신격을 강제로 지정하려던 날 자신도 손을 뻗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답답하다고 누군가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는 일은 말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들이 소금뜰로 떠난 것은 다음 날 이른 아침이었다. 흰 소금이 섞인 바람이 모래 위를 스쳤다. 풀 한 포기 없는 벌판인데 먼 곳에는 나무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가까이 가면 그림자는 뒤로 물러났다. 미라는 현상을 보고 환상이 아니라 빛의 굴절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비한 장소 아니었어요?” 재하가 물었다. “신비롭지 않아도 사람이 실수하기 좋은 곳입니다. 물은 아껴 마시세요.”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가 신인지 기술자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지만, 어느 쪽이든 그녀의 현장 지시는 믿을 만했다. 서측 검문소는 돌무더기처럼 보였다. 삐뚤어진 아치 아래에 낡은 종 하나가 매달려 있었고, 경비병 대신 키가 작은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의 왼손에는 손가락이 다섯 개였다. 그런데 출입대장에 찍힌 옛 인장은 여섯 개였다. “왜 손가락이 여섯 개인가요?” 재하가 물었다. 노인은 조용히 대답했다. “여섯 번째 것은 아직 말하지 않은 사람의 손가락입니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이죠?” “기록을 여는 손이 다섯이라면, 여섯 번째는 기록을 닫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래전에 그런 말을 하던 사람이 있었지요. 요즘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는 허가서를 확인하고 검은 돌로 만든 출입패 네 개를 건넸다. 패에는 이름 대신 번호만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아라가 패를 받지 않았다. “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제가 무엇을 봤는지 어떻게 확인하죠?” 노인은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는 이름이 위험합니다. 이름을 적는 순간 발언권이 아니라 소유권으로 잘못 연결될 수 있거든요.” 세리아는 출입 절차의 법적 근거를 물었다. 노인은 원시 분류원 폐쇄규칙 13조를 가리켰다. 하지만 규칙의 작성자는 지워져 있었다. 세리아가 그 사실을 표시하자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옳은 일입니다. 이곳의 문서는 늘 누가 만들었는지 가리고 싶어 하니까.” 아치 안쪽에는 마른 우물이 있었다. 우물 벽면에는 수천 개의 짧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재하는 가장 가까운 문장을 읽었다. '동생이 돌아왔으면.' 옆에는 '아침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으면.' 그리고 그 아래, 다툰 사람에게 남긴 '미안하다.' 짧은 말들이 사방에 새겨져 있었다. 그것들을 기도라고 부를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저 오래전에 이곳을 지나간 사람들이 남긴 목소리 같았다. “여긴 기도 우물입니까?” “이름 붙이는 일부터 조심하십시오.” 노인이 말했다. “이 우물의 정식 명칭은 ‘미분류 발화 보존소’입니다.” 재하는 우물 아래쪽을 살펴봤다. 문장마다 작은 구멍이 있었다. 어떤 구멍은 막혀 있었고 어떤 구멍은 통로에 연결됐다. 기록마다 처리 경로가 다르다는 뜻이었다. 미라는 바닥의 얇은 금속줄이 아직 살아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먼 곳에서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검문소에 들어가기 전, 네 사람은 오래된 바람막이에서 잠깐 쉬었다. 소금뜰의 먼지는 햇빛에 반짝였지만 입안에 들어가면 쓰고 거칠었다. 아라는 물통을 꺼내 나눴다. 그녀가 소금뜰까지 동행한 이유는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원시 우편로가 무진 분지의 기록을 다시 호출한다면 주민회가 그 사실을 알아야 했다. “주민회 사람들은 내가 여기 와서 겁이 났다고 하면 놀랄 거예요.” 재하가 물었다. “왜요?” “회의장에선 늘 큰소리를 치거든요. 하지만 남의 기록 앞에선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할까 두려워요.” “저도 그렇습니다.” “신님도요?” “제가 처음 신이 됐을 때 신도 0명이라는 숫자를 보고 정말 무서웠어요. 그 숫자를 늘리겠다고 아무거나 할까 봐, 지금은 더 무섭죠.” 아라는 작게 웃었다. 마을에 신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신이 되어 버린 사람의 대화치고는 꽤 평범했다. 그녀는 물통을 닫으며 말했다. “그럼 겁이 나는 이유를 잊지 맙시다.” 기다리는 동안 미라는 검문소 옆의 낡은 수로를 조사했다. 물이 말라 있었지만 돌벽 하단에는 최근까지 수위가 올랐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소금뜰이 완전히 버려진 지역이었다면 누군가 이 수로를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건너편 돌무더기 사이에서 손으로 닦은 흔적을 발견했다. 맨손으로 자주 쓸어 낸 듯한 표면이었다. “여긴 지금도 누군가 관리하고 있어요.” “주민이 남아 있을 수도 있겠군요.” 세리아가 말했다. 그들은 바로 사람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 출입허가 범위를 벗어나 남의 집이나 작업장을 뒤지면 안 됐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사용 중인 생활 시설이 있다는 관찰 결과는 기록에 남겼다. 폐쇄됐다는 장부와 실제 사람이 사는 땅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사의 이유가 하나 늘었다. 서로가 남긴 흔적은 금방 바람에 지워졌다. 그래서 그들은 말과 행동을 기록할 때 무엇을 남길지 신중해야 했다. 재하는 모래 위에 발자국을 그었다. 자기 장화 자국, 미라의 좁은 구두 자국, 검문소 노인의 평평한 신발 자국. 서로 다른 흔적이 한곳을 지나갔다. 신앙 장부는 이런 걸 모두 합쳐 한 줄 숫자로 처리했지만 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누가 어느 방향으로 걸었는지 다르게 남겼다. 그때 우물에서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들리면 대답해 줘.” 네 사람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우물 가장 아래쪽에서 미세한 빛이 솟았다. [원시 분류 기록 000001] [발화: 들리면 대답해 줘] [분류: 미정] [수신자: 없음] 재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최초의 기도라고 알고 찾아온 문장은, 누구에게 말하는지조차 적히지 않은 부탁이었다. 아라는 우물 안쪽을 내려다보았다. “이 아이가 실제로 신에게 기도했다는 근거는 없네요.” “그래요.” 세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분류 기록 아래에 또 다른 줄이 켜졌다. [원본 판정 대기 중] [후대 분류 변경: 신앙 요청] [변경 승인자: 원시 분류원 제1판정관] 누군가가 ‘들리면 대답해 줘’라는 말을 신앙 요청으로 바꿨다. 아주 오래전에, 사람이 무엇을 원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변경 일자가 있나요?” 미라가 물었다. “대조할 시대 기준이 없습니다.” 세리아가 답했다. 재하는 우물벽을 두드려 보았다. 뒤쪽에서 빈 소리가 났다. 미라가 등불을 높여 확인했다. 벽의 갈라진 틈 사이로 둥근 문 하나가 숨어 있었다. 그 문에는 여섯 손가락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노인이 뒤에서 말했다. “저곳이 첫 판정실입니다. 문을 열려면 발화 기록의 마지막 항목을 읽어야 합니다.” “무엇이죠?” 노인은 고개를 숙였다.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 주는 항목입니다.” 재하는 손을 멈췄다. 다른 사람의 가장 아픈 결과를 문 여는 비밀번호처럼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이 오래된 규칙이라도 그대로 따르고 싶지는 않았다. “결과를 듣지 않고 들어갈 방법은 없습니까?” 노인은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그렇게 묻는 사람이 있어야 여섯 번째 손가락이 필요하지요.” 노인이 패를 뒤집자 안쪽에 새로운 홈이 드러났다. 거기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열람 거절권: 신청 가능] 세리아가 그것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허가 절차에 이 규정이 남아 있었군요.” “한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첫 판정실은 질문을 받는 것이지, 사람의 슬픔을 입장료로 받을 권리가 없으니까요.” 재하는 거절 신청을 접수했다.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대신 우물 아래의 빛이 차분하게 바뀌었다. 심사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열람 절차 확인. 원본을 해치지 않고 사유를 서술하시오.]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싶은 건 아닙니다.” 재하가 말했다. “그 아이의 말을 누가 처음 기도로 바꾸었는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오래된 돌문이 낮게 울렸다. 그 안에서 먼지 섞인 바람이 새어 나왔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안쪽 벽에 낡은 명패 하나가 드러났다. [제1판정관: 이름 삭제] [업무: 수신인 없는 발화의 귀속 결정] 아라는 돌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발을 멈췄다. 명패 아래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첫 판정은 취소 요청을 받지 못했다.] 세리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취소할 사람이 없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취소할 방법을 안 만들었겠죠.” 재하가 답했다. 그 순간 첫 판정실 깊은 곳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분명 폐쇄된 기록실인데 안쪽에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미라는 등불을 들어 올렸다. 문틈에 검은 그림자가 섰다. “방문객 네 분.” 낡은 제복을 입은 여자가 어둠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손가락이 여섯 개 달린 장갑을 끼고 있었다. “원시 분류원의 최종 근무자입니다. 천 년 동안 아무도 제게 질문하지 않았죠.” 여자가 미소 지었다. “첫 번째 기도의 채권자를 찾으러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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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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