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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59화
PAYLUA ORIGINAL · 제59화

59화. 열두 번째 종은 울리지 않는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178자

오프라인 책장
오래된 목소리 아흔두 개가 남쪽 수문 아래에서 동시에 울리자, 사람들은 처음엔 누군가 노래를 부르는 줄 알았다. 어린아이의 중얼거림, 노인의 긴 한숨, 장터에서 들었을 법한 투정, 어떤 이의 마지막 인사. 그것들은 하늘을 향한 기도문처럼 정돈된 문장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일상에서 튀어나온 짧은 말이었다. “이건… 사람의 말이잖아요.” 바니가 속삭였다. “원래 그렇지.” 하심이 대답했다. “누군가가 그걸 빚이라고 부르기 전에는.” 윤재하는 수문 기초실의 문 앞에서 미라가 마지막 안전 점검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하심의 열쇠는 아라가 보관하고 있었다. 문을 열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외부 조합의 종이 새가 오래된 기록을 다시 자산으로 등록하려는 순간, 무진 분지의 주민들은 시간을 더 잃을 수 없었다. “위험하면 바로 나오겠습니다.” 미라가 말했다. “누가 멋진 대사를 하다가 사고 나면 저는 구해 드리지 않을 거예요.” “제 멋진 대사는 준비를 못 했는데요.” 재하가 말했다. “그럼 안전하겠네요.” 열쇠가 돌아갔다. 지하 기초실에는 빛이 거의 없었다. 오래된 종의 받침대 열두 개가 원을 그리며 놓여 있었다. 열한 개의 받침대에는 작은 금속 홈이 있었고, 마지막 한 개에는 홈 대신 얇은 나무판이 고정돼 있었다. 판에는 단순한 글이 적혀 있었다. ‘대답하지 않을 권리.’ 재하는 그 글을 보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에게 기도할 권리를 지킨다고 주장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대답하지 않거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권리까지 지키려 했던 것이다. 미라는 수문과 연결된 전신선을 따라 벽을 살폈다. 외부 조합의 장치는 열한 개의 받침대에만 연결돼 있었다. 열두 번째 받침대는 처음부터 회선에서 분리돼 있었고, 거기에 놓인 나무판이 자동 관리신 등록의 마지막 서명을 막고 있었다. “이 받침대가 계속 비어 있었으니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겁니다.” 미라가 말했다. 에반은 머리를 긁었다. “조합이 왜 이걸 몰랐지?” “모르는 척하는 쪽이 이익이니까?” 재하가 말했다. 세리아가 기록을 확인했다. “정확히는 열두 번째 받침대를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회선 상에서는 누락된 장치로 취급돼 있습니다.” 기초실의 중앙에는 둥근 돌탁자가 있었다. 열두 개 받침대의 회선이 모두 그곳으로 이어졌다. 돌탁자 한가운데 작은 홈에는 오래된 도장 자국이 남아 있었다. 에반은 부패한 계약서에서 자주 보던 ‘보증’의 모양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양이 비슷하다고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뜻은 아니었다. “도장이 찍힌 시기를 알 수 있습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누리는 탁자의 가장 오래된 층을 스캔했다. “신앙 담보청이 설립되기 전입니다. 다만 수문 재건 때 표면이 갈렸으므로 정확한 연대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미라는 돌탁자 아래로 이어지는 구리선을 살폈다. 회선 열하나는 위로 향했고, 열두 번째 하나만 마을의 공동 우편함 쪽으로 내려갔다. 그 마지막 선은 매끄럽게 숨겨져 있었다. 마치 설계자가 후대의 누군가가 몰래 끊어 버릴 걸 미리 예상하고 땅속 깊숙이 숨긴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는 신성 에너지가 거의 없어요.” 미라가 말했다. “대신 작은 전기 신호와 종의 진동만 남아 있어요. 재료 자체는 특별하지 않네요.” “특별한 건 설계 목적이겠지.” 에반이 답했다. “한쪽이 독점하지 못하게 다른 회선을 남겨 놓은 거야.” 그때 아라는 구석의 장부에서 또 다른 이름을 발견했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 이름 옆에는 구체적인 신앙 내용이 없었고, 단지 열람을 거절했다는 표시만 있었다. 아라는 그 명단을 재하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그가 신격이라는 이유로 볼 필요가 없는 정보였다. “거절한 사람들의 기록도 있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있어요. 다만 누가 거절했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아라는 놀란 눈으로 재하를 바라봤다. 그는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궁금하다는 이유로 읽는다면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천계 기록관들과 달라질 것이 없었다. 돌탁자 뒷면에는 작은 문구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어떤 대답도 강제로 요구하지 않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동의로 해석하지 않는다.’ 마렌의 원계약에 있던 원칙을 사람들의 우편 기계에 새겨 둔 것이었다. “서류가 아니라 돌에 새겨 둔 이유를 알겠네요.” 릴리가 말했다. “종이는 불태우면 되니까.” 하심이 답했다. “돌은 깨야 하거든. 누군가 흔적을 지우려면 그만큼 수고해야 해.” 재하는 돌을 쓰다듬지 않았다. 오래된 물건에 손자국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미라에게 전체 구조를 그림으로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다. 미라는 손을 씻은 뒤 종이에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 지하 벽에 숫자가 떠올랐다. [자산 재분류 임시 요청] [과거 발화 92건 추가 등록] [합산 예정: 12,500] [관리신 지정 절차 대기] 아라는 벽 앞으로 나섰다. “저 아흔두 개의 말은 누구 겁니까?” 누리가 대답했다. “원시 우편로에 남아 있는 기록입니다. 원본 발화자는 일부 미상, 일부 사망 추정. 현재 검증 가능한 당사자 동의 기록은 없습니다.” “그럼 등록할 수 없죠.” “현재 계약 시스템은 동의가 아니라 ‘수신하지 않은 발화’라는 조건만 확인합니다.” “그 조건부터 문제네요.” 아라는 주민회가 준비한 이의 신청서를 펼쳤다.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의 말 모두를 돈으로 계산하겠다는 규칙에 대한 이의였다. 그러나 그 서류를 어디에 내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관리신 자동 지정 기관이 바로 그 규칙의 운영자였기 때문이다. “판사와 상대방이 같은 사람이군요.” 재하가 말했다. “더 심해.” 에반이 대답했다. “경기장 주인이 골대도 마음대로 움직이는 셈이지.” 재하는 판정문을 무조건 무효로 선언하지 않았다. 원계약이 말하는 비서명자의 자리, 주민회의가 가진 자치 권한, 그리고 조합이 주장하는 사적 계약의 범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었다. 세리아가 독립 심리 요청을 보내는 동안, 하심은 가방에서 라온의 편지를 다시 꺼냈다. “마지막 장을 아직 안 읽었지.” “공개해도 되는 범위입니까?” 릴리가 물었다. “라온은 바로 이때 읽으라고 적어 놓았어. 내가 그 뜻을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렸지.” 할머니가 편지를 펼쳤다. 종이 가장 아래 작은 글씨가 있었다. ‘열두 번째 종은 울리지 않는다.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 그 침묵을 존중한다는 증거로 비워 둔다. 열한 개의 종을 다 울려도 한 사람의 동의가 없으면 전체 이름을 넘겨서는 안 된다.’ “결국 열두 번째 종은 안전장치였군요.” 세리아가 말했다. “그런데 안전장치를 누가 삭제했죠?” 재하가 물었다. 에반은 지하 기초실의 벽면에 찍힌 조립 표식을 보았다. 천계 전신망에 연결된 모든 설비는 설계 부서의 이름을 남겼다. 이곳에는 아주 오래된 인장 하나가 있었다. ‘서명권 보증국.’ 무명의 신이 남긴 원계약과 연결된 기관이었다. “이건 내가 만든 것보다 훨씬 오래됐어.” 에반이 말했다. “그리고 내가 폐쇄한 취소 버튼의 원형이 여기에 있어.” 지하실 한쪽 구석에는 작은 목제 우편함이 있었다. 앞면에는 ‘반송’, ‘보존’, ‘공개’, ‘폐기’ 네 개의 틈이 나 있었다. 각 틈 옆에는 같은 문장이 반복돼 있었다. ‘당사자의 선택이 없으면 이동하지 않는다.’ 재하는 그 상자를 보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자동 관리신은 원래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기능이었다. 누군가 원본을 바꾸면서 침묵을 승인으로 읽게 만든 것이다. 아라는 종의 받침대 열두 개 사이를 걸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요?” “한 명이 답할 수 없는 일을 모두 대신 결정하지 않는 것.” 재하가 말했다. “그리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제대로 확인하는 겁니다.” 세리아는 외부 조합의 자동 등록 요청이 원계약과 직접 충돌한다는 공식 이의서를 접수했다. 하심은 편지 원본의 진정성을 확인할 증인으로 나섰다. 미라는 외부 회선을 임의로 부수지 않고 안전하게 분리할 방법을 찾았다. 누구도 모든 문제를 혼자 끝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행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기초실 벽에 검은 글씨가 나타났다. [최종 자산 등록] [보류 사유: 증거 심사 대상] [집행기관 결정: 긴급 수요 보호 우선] [92건의 원본 재분류를 강행합니다]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첫 번째로 숫자에 붙었다. 12,409. 이어 낡은 편지의 숨소리 하나가 두 번째로 붙었다. 12,410. 숫자가 하나씩 올라가자 하심은 굳은 손으로 열쇠를 움켜쥐었다. “멈춰!” 아라가 외쳤다. 숫자가 오르는 방식은 섬뜩할 만큼 단순했다. 첫 번째로 추가된 기록은 오래전 수문 공사에서 다친 사람이 남긴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었다. 두 번째는 겨울에 태어난 아이를 안고 한 여인이 속삭인 ‘아프지 말아라’였다. 어느 것도 신에게 맡긴 재산이 아니었다. 에반은 계산식을 확인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동의 여부를 아예 확인하지 않아. 원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산으로 처리해.” “멈출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집행관에게 있어. 하지만 그 사람은 멈출 이유가 없겠지.” 재하는 집행관에게 송신했다. “당사자가 누구인지 검증하지 않고 자산으로 등록하면 나중에 누가 이의를 제기합니까?” 대답은 차가웠다. “지정될 관리신이 이의를 심사한다.” “그 관리신은 그 자산 때문에 생기는 분 아닙니까? 자기 소유라고 주장할 대상을 자기가 심사하면요?” “천계의 일관된 절차다.” 재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신이 된 첫날 전임 신격이 포인트 부족으로 소멸했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도 숫자에 매달려 사람들의 기도를 모으려 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 자동으로 태어날 관리신은 처음부터 열두 번째 종을 무시하도록 설계된 존재일지도 몰랐다. 그것이 태어나면 주민들은 평생 그 존재의 장부 안에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왜 열두 번째 종을 비워 뒀는지 이제 알겠어요.” 아라가 말했다. “그건 틀린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말할 기회를 남기자는 약속이에요.” 미라는 장치 앞에 앉아 머리를 감쌌다. 서둘러 전선을 끊으면 물길도 끊길 위험이 있었다. 하심이 그녀에게 말했다. “서두르되 무리하진 마라. 우린 오래전에 한 번 급하다고 잘못된 계약을 한 적이 있어.” 라온의 편지 끝에는 작은 주석도 있었다. ‘어떤 말은 구조 신호이며, 어떤 말은 슬픔이고, 어떤 말은 일기다.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그 말을 매입할 자격이 없다.’ 릴리는 그 문장을 큰 소리로 읽어 줬다. 지하실 벽에 갇혀 있던 목소리들은 잠시 느리게 들리는 듯했다. 모두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기록임은 변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돌려 달라’는 요구와 일괄 매입 계약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었다. 아라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주민회의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할 수 있도록 평소 하던 동작이었다. 지금은 집행관에게도 그 질문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 “당신은 이 사람들의 말을 들은 적 있습니까?” 집행관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벽의 숫자만 더 빨리 깜박였다. 그 말조차 새 숫자로 올라갈 듯한 순간이었다. 바니가 열두 번째 받침대 앞에 섰다. 작은 소녀는 기도하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에게 분명히 들리도록 말했다. “제 말은 제가 돌려받을 거예요.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그건 제가 정할 거예요.” 열두 번째 종의 받침대가 빛났다. 종이 없는데도 바닥이 낮게 울렸다. [비서명자 원권리 확인 신호] [발신자: 바니] [수신자: 무진 분지 주민회] [기도로 환산: 불가] 검은 숫자가 잠시 멈췄다. 재하는 숫자를 지우지 않았다. 그 숫자 속에는 실제로 살아 있었던 사람의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누가 그 흔적을 자기 소유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앞으로 열람할 권한과 보존 방법을 정하는 일은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급했다. 12,410. 하지만 아직 아흔 건이 남아 있었다. 재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바니의 한마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리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자동 계산과 다른 종류의 통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얻었다. 누군가를 신도로 만들지 않고도, 한 사람의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정확히 전할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기초실 가장 깊은 벽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나를 믿어 달라는 말이 아니다. 제발 내 말을 내게 돌려줘.’ 하심은 그 소리를 듣고 무릎을 꿇었다. “라온….” 사라진 줄 알았던 옛 서기의 마지막 발화가, 누구의 기도 장부에도 묶이지 않은 채 아직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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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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