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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50화. 최초 계약서의 빈칸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76자

오프라인 책장
긴급 보전 기간의 마지막 날, 윤재하는 회의장에 의자가 몇 개 있는지 먼저 세었다. “쉰여덟 개.” 릴리가 대답했다. “지난번보다 열두 개 늘었네요.” “그래도 모자랍니다.” 에반이 손가락을 튕겼다. “이제 넌 의자 수가 곧 사법 정의라고 생각하는 신이 됐군.” “일어서서 세 시간 동안 발언한 사람은 자기 말을 끝까지 하기도 힘들죠.” 미라는 남는 목재로 접이식 의자를 만드는 중이었다. 그녀는 나사를 마지막으로 조이면서 신의 엄숙한 회의보다 사람의 체중을 버티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윤재하는 그 말에 깊이 동의했다. 천계의 의자는 늘 근엄했지만 내구성은 형편없었다. 회의장은 높고 추웠다. 창밖에서는 구름이 빠르게 흘렀고, 담보청의 검은 종탑은 오전부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종이 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조치가 집행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재하는 마지막까지 그 의미를 과장하지 않으려 했다. [긴급 보전 잔여: 08:00:00] [비서명자 의견 접수: 406건] [중복 및 출처 검증 진행] [공급 보전 공동계획: 임시 적합] “406명이면 엄청나네요.” 릴리가 말했다. “406명이 같은 얘기를 했다는 뜻은 아니죠.” 세리아가 대답했다. 접수된 의견은 다양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병원은 이용하는 사람, 계약을 체결했지만 조건을 변경하고 싶은 사람, 이미 신앙을 바쳤고 후회하지 않는 사람, 그렇지만 자기 아이에게 같은 계약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사람. 누구도 완전히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차이가 이번 심리의 출발점이었다. 검은 서명권자가 나타나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 형상은 여전히 검은 종이 여러 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오늘은 서류의 가장자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최초 계약의 비어 있던 칸이 다시 발견된 뒤로, 그가 주장하던 유일한 권한에는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신격 윤재하.” “네.” “너는 여전히 최종 책임자 자리를 거절하는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공급 중단이 발생할 때 책임을 물을 자가 없다.” 세리아가 일어섰다. “책임 주체는 각 기관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응급 의료에 관한 예비 협약은 치료소와 공급기관이, 군비와 피난에 관한 문제는 카르도 군이, 수로와 통행 안전은 지역 운영위원회가 맡습니다.” “그 계약들에 네 이름이 모두 있는가?” 서명권자가 물었다. “없습니다. 있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럼 무슨 근거로 서로를 믿을 수 있지?” 릴리가 손을 들었다. “믿지 못하면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공개 장부를 내밀었다. 후원 물품의 입출고, 치료소 공급 시각, 예비 부품 개수, 긴급 연락처. 기록 옆에는 수정 권한을 가진 사람과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할 사람을 적었다. 재하는 그녀가 자신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답을 준비했다는 사실에 작게 웃었다. 서명권자는 그 장부를 뒤집어 봤다. “이 정도 기록으로 천계의 장부를 대신할 수 있다고 믿나?” “모든 장부를 대신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릴리는 대답했다. “우리가 실제로 아는 부분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거예요.” 카르도가 다음으로 일어섰다. 군 비축고에서 민간 보호를 위해 빌려줄 수 있는 물품과 병력의 한계를 설명했다. 비용은 숨기지 않았다. 군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어떤 사람도 전쟁신을 믿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명시했다. 라그온은 그에 따른 병사들의 불만과 보급 문제도 같이 보고했다. 미라는 다리 지도를 펼쳤다. 침묵항으로 가는 우편로는 아직 완전히 안전하지 않으며, 회수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 위치에 묶여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안전하다고 증명할 수 없는 구간은 폐쇄하고, 수리 전에는 소수의 점검 인원만 보내겠다고 했다. 에반은 출처 검증을 받는 증인석에 앉았다. 그의 설계자 자격은 여전히 정지된 상태였다. 그는 목소리 보관소의 반환 통로를 폐쇄한 일을 인정했고, 고친 기록의 목록을 제출했다. 서명권자 측은 악마의 진술이 신뢰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맞습니다.” 에반이 대답했다. “내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설계 도면, 이소의 반환 기록, 벨다 어머니의 영수증을 같이 제출했습니다.” 윤재하는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에반이 광고를 하지 않고 증거를 내민 날이었다. 마지막 증인은 이소였다. 소녀는 직접 올 수 없어서 자신이 원하는 범위에서 녹음한 목소리를 보내왔다. 그녀는 아직 긴 말을 하면 목이 아팠다. 그래서 짧게 말했다. “저는 다른 사람 대신 결정하러 온 게 아니에요. 제 목소리를 돌려받았다는 사실과, 저 같은 사람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려고 왔어요.” 이어 그녀는 자기 서명이 아닌 채 붙어 있던 대리 확인란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 사진에는 원본 영수증과 보관소의 날짜 없는 도장이 함께 찍혀 있었다. 증언 사이에는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 천계의 기록관들은 그런 절차를 불필요하게 여겼다. 신격들은 오래 앉아 있어도 지치지 않고, 종이로 된 서기관들은 물도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참석자 중에는 갓 회복한 환자 가족과 멀리서 온 노인이 있었다. 릴리는 회의 진행자에게 휴식을 요청했다. “증언이 지연됩니다.” 기록관이 말했다. “휴식을 주지 않으면 정확한 증언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세리아가 반박했다. 심판관은 짧게 협의한 뒤 열다섯 분의 휴식을 허용했다. 재하는 이 결정을 의외로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오래된 제도에서 가장 쉬운 일이 인간이 실제로 피곤하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었다. 휴식 중 한 보호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보호자는 자신의 아이가 담보청 계약을 통해 치료받았고, 지금도 그 계약 덕분에 살아 있다고 말했다. 만약 계약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면 병동은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제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니지만, 그 계약이 우리에게는 유일한 길이었어요.” 재하는 보호자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이어 자신들이 기존 의료 공급을 당장 무효화하자고 요구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도움이 된 제도의 일부분과 사람을 부당하게 묶은 조항을 구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 우리 아이는 계속 치료받을 수 있는 겁니까?” “현재 보전된 기간은 그렇습니다. 그다음도 이어지도록 계획을 제출했습니다. 최종 결정이 나면 바로 알려 드릴게요.” 보호자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 재하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실제 확인된 사실을 전하는 편이 책임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배웠다. 한편 회의실 뒤에서 에반이 작은 메모를 건넸다. 최초 서명권자의 증언을 변조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비한 자료였다. 그는 과거 자신이 설계했던 인쇄소의 종이결과 현재 보관된 문서의 차이를 정리했다. 자료에는 확실히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추측에 '추정'이라는 표시를 붙였다. “왜 이런 표시를 했습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내가 모르는 걸 아는 척하면 옛날과 똑같잖아.” 세리아는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의 잘못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확인할 근거가 하나 더 생겼다. 휴식이 끝났을 때 윤재하는 의자 수를 다시 세지 않았다. 사람들이 돌아와 앉았는지, 아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부터 확인했다. 회의장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급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마지막 말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심리는 네 시간 넘게 이어졌다. 재하는 때때로 입을 열었지만 대부분 질문을 듣는 쪽이었다. 심판관은 원계약 사본이 실제 원본의 충실한 기록인지 확인하기 위해 세 경로의 자료를 비교했다. 사람들의 탑에서 보존된 마렌의 증언, 침묵항의 금빛 병, 제6지역 공동보존 계약. 내용은 완전히 같지 않았으나 중요한 부분에서 서로를 지지했다. ‘동의하지 않은 자의 칸을 비워 둔다.’ 심판관은 한참 고민했다. “이 문구만으로 현재의 계약 전체를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원하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해 주세요. 각자 자기 계약을 확인하고, 원하면 철회나 변경을 신청할 통로를 열어 주세요. 그 과정에서 치료소가 갑자기 멈추지 않도록 실제 공급을 확인해 주세요.” “사람들이 여전히 신을 믿거나, 신에게 무언가를 바치겠다고 선택하면?” “그건 그 사람의 선택입니다. 신을 믿지 않겠다는 선택과 똑같이요.” 누리는 그 대답을 정확히 기록했다. 재하는 어떤 신앙도 무효로 만들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신앙이 누군가를 묶는 물건으로 바뀌는 순간을 막고 싶을 뿐이었다. 긴급 보전 기한이 한 시간 아래로 내려갔을 때, 상급 판정관이 최종 결정을 읽었다. [원계약 비서명자 의견 통로: 시범 복원] [당사자 열람·철회·변경 신청 접수: 즉시 개시] [기존 의료·수로 보호 계약: 90일간 조건부 유지] [신규 신앙 담보 설정: 추가 심사 전까지 제한] [공급 관리: 공동계획에 따른 기관별 책임] [원계약 전체의 최종 효력: 미확정] 회의장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그러나 재하는 가장 먼저 마지막 줄을 읽었다. 미확정. 결국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대신 지금까지 누군가 대신 채워 왔던 빈칸이 다시 열린 것이다. “90일이면 충분합니까?” 릴리가 물었다. “어쩌면 모자랄 겁니다.” 재하가 답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계산해야죠.” 검은 서명권자가 마지막으로 다가왔다. “너는 이겼다고 생각하나?” “오늘 필요한 결정을 일부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신격의 힘을 키우는 대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줄였다.” “남이 대신 결정할 수 있는 일을 줄인 거겠죠.” 형상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다 옅은 어둠으로 흩어졌다. 서명권자의 직책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그 권한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다투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천계에서 내려와 각자의 일을 시작했다. 릴리는 치료소로 달려가 오늘 밤 신성등을 확인했다. 미라는 침묵항으로 보낼 수리 부품을 챙겼고, 라그온은 군 보급 보고서를 들고 돌아갔다. 카르도는 길모퉁이에서 재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음에도 네가 내 명령을 고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틀리면 나도 말하겠다.” 재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럼 정말 좋은 사이가 되겠네요.” 에반은 새 광고판을 만들고 있었다. [신도가 한 명도 없던 신전, 이제는 반대표도 환영합니다!]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제 신전이 아니라 주민 회의의 원칙입니다. 그리고 느낌표는 하나만 쓰세요.” “하나밖에 없는데?” “마음속에 세 개 더 보이거든요.” 밤이 되어 제단 아래 새싹에 물을 주던 노아가 물었다. “신님, 오늘은 몇 명이 신님을 믿었어요?” 재하는 안내창을 열었다. 신도 수는 늘었지만 예전만큼 중요한 숫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몇 명은 떠났고, 몇 명은 돌아왔다. 그 변화가 그들의 권리라는 사실을 이제 알았다. “모르겠다. 세어 볼까?” “아뇨. 저 새싹은 많이 컸네요.” 그가 웃으려는 순간, 제단 밑에서 오래된 종소리가 울렸다. 금빛 새싹의 뿌리가 여섯 지역 지도를 넘어 어둠 속으로 뻗어 나갔다. 천계 지도가 아닌 새로운 지도가 열렸다. [원계약 비서명자 통로 복원에 따른 미등록 기도 감지] [발신지: 신 없는 땅] [등록 신격: 0] [응답 대기 중인 기도: 12,408] 재하는 숫자를 다시 읽었다. 기도는 신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신이 없는 곳에서, 누구에게 닿을지 모르는 기도가 계속 쌓이고 있었다. 누리가 말했다. “이 기도들은 어떤 신에게도 귀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누구를 향한 기도죠?”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원계약이 열린 뒤에야 처음 확인된 기록입니다.” 그때 지도 한쪽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누구든 좋으니, 한 번만 대답해 주세요.” 재하는 지도를 닫지 않았다. 그러나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제단 앞에 앉아 그 목소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남긴 말인지 확인하려 했다. [새로운 원계약 조사 대상: 신 없는 땅] [1차 요청: 청취] 에반이 뒤에서 조용히 물었다. “이번에도 출장을 가게?”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우선 듣죠. 우리가 누구를 도울 수 있는지, 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부터요.” 멀리 처음 듣는 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신이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직 누구의 이름도 적히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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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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