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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49화
PAYLUA ORIGINAL · 제49화

49화. 반대표 43장과 긴급 공급 계약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618자

오프라인 책장
신에게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사람들이 줄을 섰다. 윤재하는 그 줄을 보며 한참 생각하다가 의자를 가져왔다. “오래 기다리시면 다리 아프시잖아요.” 에반이 이마를 짚었다. “네가 반대표 행사 편의를 직접 개선하는 건 좋은 홍보 전략인지 나쁜 홍보 전략인지 모르겠다.” “투표 결과는 광고가 아니니까요.” 최초 서명권자의 기록이 공개된 뒤 열이레가 지났다. 그동안 누구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릴리는 매일 치료소의 비축량을 확인했고, 미라는 우편다리의 남은 결함을 고쳤다. 침묵항에서는 반환을 신청한 주민들의 서류가 조금씩 쌓였다. 어떤 신청은 승인됐고, 어떤 것은 증거가 부족해 보류됐다. 그 차이를 숨기지 않았다. 담보청의 자동 회수는 임시로 멈춰 있었지만 매일 밤 기한을 알리는 종이 한 번씩 울렸다. 이제 긴급 보전의 끝이 눈앞이었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감당할 일을 적기 위해 마지막 공동회의를 열었다. 마을 창고에는 처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모였다. 신전 신도, 비신도, 침묵항에서 돌아온 주민, 카르도의 군인, 리아넬 치료소의 보호자, 유리포에서 온 수문 관리자. 모두 한 사람에게 신앙을 위탁하겠다는 서류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세리아가 제안한 임시 공급 관리 계획에 관해 직접 의견을 내려고 왔다. 계획은 간단해 보였다. 긴급 보전 기간이 끝나면 여러 신격과 민간 대표가 공동으로 의료와 수로 공급을 관리한다. 각자의 관할과 물품은 별도로 기록하며, 다른 사람의 신앙을 저당 잡지 않는다. 하지만 천계 담보청은 원계약 승계 공백을 이유로 계획의 접수를 거부하고 있었다. [직책 보유자 1인의 최종 책임 필요] “그럼 윤재하 신격이 임시 책임자가 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상급 기록관이 물었다. 많은 사람이 재하를 바라봤다. 일주일 뒤 보전 기간이 끝날 때도 의료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하려면 누군가 최종 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재하는 수락서를 봤다. 이전과 달리 명예도 보상도 거의 없었다. 대신 담보청은 전부의 책임을 그에게 지우고 집행권 일부를 주겠다고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부터 확인하죠.” 세리아가 표를 펼쳤다. 긴급 의료 장부, 군 비축 장부, 수로 운영 장부, 음성 반환 장부, 제6지역 공동보존 기록. 모두 다른 이해관계자가 있었다. 재하 혼자 전체의 위험을 계산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문서 마지막 칸에는 '부족분은 대표자의 미래 신앙으로 충당'이라는 조항이 숨어 있었다. “결국 제 신도를 담보로 쓰겠다는 말이네요.” “표현이 지나치십니다.” 기록관이 말했다. “그럼 다른 표현으로 읽어 주세요.” 기록관은 한참 뒤에야 답했다. “대표자에게 귀속될 미래 신앙 수익을 우발 채무의 상계 재원으로 설정합니다.” 재하는 웃지 않았다. 말이 길어져도 뜻은 달라지지 않았다. 릴리가 먼저 손을 들었다. “제가 신도를 그만두면 어떻게 되죠?” “대표자의 미래 수익에 변동이 생깁니다.” “그러면 제가 신님을 믿지 않을 자유가, 치료소 공급의 위험이 되는 거잖아요.” “계약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입니다.” “그럼 저는 반대합니다.” 릴리는 차분하게 표시했다. 재하는 그녀의 표를 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자신에게 믿음을 준 첫 사람이 지금 자기 이름으로 무언가를 보증하는 계획에 반대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실패라고 느꼈을 것이다. 지금은 중요한 경고라는 걸 알았다. 카르도는 군 대표 자격으로 나섰다. “군 비축분은 군이 정한 공개 지원 규칙에 따라 운영한다. 내 신앙을 위탁하지도 않을 것이며 이 자리의 대표에게도 떠넘기지 않겠다.” 미라는 다리와 수로 운영에 필요한 물자의 수량을 적어 왔다. 긴급 보수 비용은 예상보다 적었고, 일부는 마을 노동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지 보수 책임을 맡을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했다. 에반은 예산표를 만들었다. 그의 자격은 정지된 상태였지만 물건 가격을 비교하는 능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공개 장부를 펼쳤다. 무엇이 현금 후원이고 무엇이 조건부 지원인지 구분하고, 교환할 수 없는 신앙과 교환할 수 있는 물품을 따로 적었다. “광고 없이 장부만 만들면 심심하지 않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내가 만든 장부를 광고 때문에 망친 적이 많잖아.” 세리아는 사람들의 반대 의견을 모두 보존했다. 반대표는 같은 이유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담보 방식에 반대했고, 어떤 사람은 재하 개인에게 너무 큰 권한이 주어지는 것을 반대했다. 어떤 사람은 원계약 복원 자체가 다른 신의 자율성을 침해할까 걱정했다. 누리는 분류를 도왔다. 투표가 끝나자 창고의 벽에 숫자가 떴다. [윤재하 단독 임시 책임자 지정안] [찬성 17] [반대 43] [보류 9] 에반이 중얼거렸다. “신이 된 뒤 가장 처참한 득표율이군.” “아니요.” 재하가 답했다. “제가 원하지도 않는 자리가 없어졌으니 괜찮습니다.” 그는 찬성한 사람들에게도 이유를 물었다. 그들 중 일부는 윤재하가 가진 권능을 믿고 있었고, 일부는 시간이 얼마 없어서 무조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걱정도 정당했다. 단독 책임을 거절한 것만으로 의료 공급 계획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세리아가 새 제안을 꺼냈다. 기존 계약은 필요한 범위에서만 임시 유지하고, 새로운 담보는 금지한다. 이미 확인된 치료소와 수로 지원은 각 기관이 책임지되, 분쟁이 있는 항목은 공개 검증 위원회의 확인을 거친다. 이 위원회는 신격 둘과 민간 대표 셋으로 구성하고, 물자 공급 중단 같은 긴급 사안은 별도 응급 절차를 만든다. “이건 최종 책임자를 없애는 게 아니라, 최종 책임을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세리아가 설명했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되겠네요.” 릴리가 말했다. “대신 각 기관이 맡을 수 있는 범위를 지키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재하는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을 자발적으로 적었다. 강제 헌납과 부당한 신앙 전용에 관한 권능을 제공하되, 의료 공급 전체를 약속하지는 않는다. 카르도는 병력과 군 물자를, 미라는 수로와 통행로의 안전을, 릴리는 치료소 지원과 환자 가족 연락을 맡았다. 아무도 모든 사람의 이름에 서명하지 않았다. 공동계획을 만드는 동안 생각보다 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다. 치료소는 응급환자에게 먼저 신성등을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수로 측은 야간에 수문이 멈추면 다음 날 농지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군 비축고에서도 예비 자원을 너무 빨리 쓰면 국경의 부상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모자란다고 걱정했다. “우리는 다 좋은 일 하려는 사람들 아닌가요?” 릴리가 지친 얼굴로 물었다. “좋은 일을 한다는 이유로 모든 필요가 동시에 충족되지는 않죠.” 세리아가 답했다. 재하는 회의장을 두 부분으로 나눴다. 먼저 목숨이 즉시 위험해지는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그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일을 적었다. 의료진은 실제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긴급도를 판단하되 필요한 최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수로 대표들은 공사 구간과 예상 수위만 공개하면 사생활 침해 없이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군은 피난 지원 자원을 공개하되 초소의 상세 방어 위치는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분야의 필요를 함부로 순위 매기면 또 문제가 생기겠네요.” 재하가 말했다. 카르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각 분야에서 위험을 설명할 사람이 필요하다.” 처음 몇 시간은 서로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치료소에서 말하는 ‘예비량’과 수로의 ‘예비량’은 같은 단어였지만 전혀 다른 계산법이었다. 미라는 물리적인 부품이 며칠을 버티는지 설명했고, 릴리는 환자의 상태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말했다. 에반은 어느 품목에 실제 돈이 필요한지 구분했다. 그렇게 밤을 새우고 나서야 예산표가 나왔다. 비축 물자를 한 기관이 모두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닥쳤을 때 누가 무엇을 운반하고 누가 확인하는지 적은 표였다. 재하는 처음으로 신앙 포인트가 한 줄도 없는 예산표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공동 공급 비상절차 초안] [1차 대응: 실제 현장 담당자] [대체 자원 요청: 인접 기관] [우선순위 충돌 시: 독립된 긴급 조정] [사후 검증: 기록 공개, 피해 당사자 의견 청취] 우르센이 수문 쪽에서 돌아와 물었다. “긴급 조정은 또 다른 서명권자가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기간과 범위를 제한했습니다.” 세리아가 설명했다. “한 사건의 해결에만 쓰고, 다음 사건까지 자동으로 권한이 이어지지 않아요.” “그 조정이 잘못되면요?” “잘못된 이유를 밝혀 수정하고, 피해 보상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안나는 그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신에게 기대는 것보다 틀린 결정을 바로잡을 길이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창고 문 앞에서 노아가 졸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릴리는 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려다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노아는 손에 든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누나도 밥 먹고 해.' 회의실 어른들은 그 글을 보고 짧게 웃었다. 릴리는 다음 회의 시간을 정할 때 식사 시간을 먼저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획의 마지막 문장은 가장 짧았다. '이 계획은 피해 당사자의 새로운 의견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 재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예전의 서명권자들은 계약이 완벽하다는 말을 좋아했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누군가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길을 남겨 두었다.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상대가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담보청이었다. 중앙 장부는 단독 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접수를 거부했다. 세리아는 마렌의 보존 기록과 침묵항 반환 절차가 복구된 사실을 첨부했다. 원래 계약에서 비서명자의 빈칸이 효력을 가졌다는 증거였다. 이날 작은 다툼 하나가 더 있었다. 일부 주민은 공동계획을 관리할 대표도 결국 신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성 공급의 흐름을 보는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치료소장은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신의 눈만이 아니라 실제 환자의 몸을 보는 의료진이라고 말했다. “신이 안다는 것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한 신도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럼 우리 신님께는 아무 권한도 주지 말자는 겁니까?” 재하가 대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는 권한을 주세요. 다른 분들이 더 잘하는 일까지 제게 맡기면 사고가 나요.” 그는 얼마 전 침묵항에서 자신이 의료 처치를 직접 판단하지 않았던 일을 예로 들었다. 릴리와 치료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그는 물을 옮겼다. 그것이 신으로서 모자란 행동은 아니었다.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었다. 세리아는 발언을 정리하며 새 기록 방식을 적용했다. 책임자를 명단에 적되 각 사람의 권한과 한계를 함께 표시했다. 이름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도 의견 통로가 남아 있도록 빈칸을 두었다. 마렌의 옛 계약에서 배운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을 새로 만든 것이다. 그제야 회의장은 조금 조용해졌다. 모두가 같은 의견이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확인했고,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숨기지 않았다. 담보청에 보낼 계획서의 두께는 처음의 세 배가 됐다. 에반은 종이를 들고 한숨을 쉬었다. “이 문서를 접수하는 직원이 나를 평생 원망하겠군.” “이미 하실 일이 많았던 분이니까요.” 재하가 답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사람들 인생 전체에 한 줄로 도장 찍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문장으로만 따지면 네가 이겼다.” 그들은 그렇게 계획을 제출했다. 다만 누구도 접수됐다는 사실을 승인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정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런데 검은 서명권자의 형상이 회의장 앞에 나타났다. 형상은 지난번보다 작아져 있었다. 일부 자동 집행이 정지되면서 권한이 제한된 탓이었다. 그럼에도 음성은 여전히 차가웠다. “서명하지 않은 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순간, 기존의 신앙 보증은 무너진다.” “기존 보증 중 부당한 부분이 문제라는 거겠죠.” 재하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모든 보호 계약은 취소될 수도 있다. 누가 그 위험을 감당할 것인가?”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각각 감당하겠습니다. 못 하는 부분은 못 한다고 설명하고요.” 형상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마지막 통지서를 남겼다. [긴급 보전 잔여: 72시간] [원계약 비서명자 통로 복원 심리: 개시 가능] [조건: 신격 비소유자들의 실제 신청 필요] 세리아는 곧장 문서를 확인했다. 처음으로 비서명자의 신청 절차가 공적으로 열렸다. 재하는 먼저 펜을 잡지 않았다. 신청하는 권리는 그에게 없었다. 릴리가 펜을 들었고, 이소는 자신이 쓴 짧은 문장을 보내왔다. 우르센과 안나, 병사 토마스, 치료사들도 각자 질문을 적었다. “이건 저희가 신청하는 겁니다.” 릴리가 말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처음 신을 믿으라고 설득했던 소녀가 이제는 신에게도 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대신하지 않고, 자기 이름으로 신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리 시작과 동시에 천계의 하늘에 거대한 숫자가 나타났다. [긴급 보전 만료까지 72:00:00] 사람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아직 실제 공급 계약을 바꿔야 했고, 밤에 쓸 신성등도 확인해야 했다. 이번에는 누구도 한 번의 판결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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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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