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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47화
PAYLUA ORIGINAL · 제47화

47화. 첫 신도가 신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245자

오프라인 책장
신전으로 돌아왔을 때, 윤재하를 맞이한 것은 환호도 비난도 아닌 긴 명단이었다. [신전 공동운영 임시 회의] [안건: 최초 서명권자 조사 지속 여부] [주민 의견: 찬성 18, 반대 22, 보류 11] “반대가 더 많네요.” 재하가 말했다. 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견을 받은 날짜와 기준을 적었습니다. 신전 신도만이 아니라 치료소 이용자와 수로 주민도 참여했어요.” 에반이 숫자를 세었다. “홍보 점수로 보면 참패인데.” “홍보하려고 모은 표가 아니죠.” 재하는 명단을 다시 읽었다. 반대 의견 중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신전이 직접 의약품을 만들지 않는데도 재하가 오래된 계약을 건드리면 의료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걱정. 도란이 수로를 고칠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데 재하가 매번 외부 조사에 인력을 데려간다는 불만. 제6지역 기록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더라도 살아 있는 마을의 오늘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 재하는 회의장 맨 앞자리에 앉지 않았다. 창고의 긴 탁자 옆에 앉아 의견서를 처음부터 읽었다. 주민 대표가 물었다. “신님은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실 겁니까?” “아직 결론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위험한 길을 다녀오셨죠?” “초대장에 적힌 정보를 확인하려고 갔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공동운영에 영향을 주면 여러분께 먼저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 일을 늦게 했어요.”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와서 말한 건 좋지만, 떠나기 전에 더 많이 물었어야죠.” “맞습니다.” 재하는 변명하고 싶었다. 침묵항에서 목소리를 빼앗긴 이소를 만났고, 수십 명의 피난자를 도왔으며, 최초 계약의 비밀이 가까워졌다고. 그러나 그런 사실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걱정을 자동으로 없애 주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아는 사실을 설명하되 자신을 칭찬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리아넬 치료소장이 나섰다. 그는 공급 현황을 표로 만들었다. 치료소의 소모품은 일주일 치, 신성등 예비 부품은 닷새 치, 약초는 열흘 치였다. 중앙 담보청의 임시 보전이 끝나는 날은 스물사흘 뒤였다. 아직 공급 보증의 대체 계획이 완성되지 않았다. “지금은 모험보다 재고 확보가 필요합니다.” 치료소장이 말했다. “맞습니다.” 재하는 답했다. “그러면 당분간 길을 떠나지 마십시오.” 그 말에는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는 아무 말 없이 동생 노아를 바라봤다. 노아는 며칠 동안 열이 없었지만 완전히 튼튼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의견서에는 서툰 글씨가 많았다. 우르센은 수문 관리인들이 함께 쓴 문장을 보여 주었다. 마을의 물길은 신전에 속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마음대로 소유할 권리가 없다. 다만 관리를 맡은 사람들이 실제 필요한 물을 나누어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난달에 윤재하가 내려 준 권능 덕분에 수문 문제가 해결됐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무엇이든 신의 허락을 먼저 기다리게 되었다. “이건 오히려 좋은 일 아닙니까?” 한 신도가 물었다. 우르센은 고개를 저었다. “수문을 열지 말아야 할 때는 누가 결정해야 합니까? 신님이 바쁘면 모두 굶을 때까지 기다리게 됩니까?” 재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자신의 선의가 현장에서 새로운 의존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다. 도움을 준 뒤 사람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 가져간 건 아닌지 생각해야 했다. 그때 제6지역 후손인 누리아가 손을 들었다. 그는 이름 없는 마을의 기록을 돌려받은 뒤 한 번도 재하를 신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제6지역의 문서를 보존하려고 재하 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마을이 당신의 신도가 된 것은 아닙니다. 그 점을 원래 약속대로 적어 주실 수 있습니까?” “네. 그렇게 해야죠.” “고맙습니다. 저는 그래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누리아는 다른 의견서를 붙였다. 과거 마을 사람들 34명의 이름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된 일과, 그들이 어떤 신을 믿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내용이었다. 재하는 그 글을 읽으며 잠깐 숨을 고르게 되었다. 자신이 여러 문제를 고친 사람이 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공로가 소유권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노아는 문가에 앉아 종이를 접고 있었다. 성인들의 긴 대화가 지루해 보여도, 아이는 중간중간 중요한 말을 붙잡았다. 누구나 반대할 수 있다는 문구를 읽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저도 반대해도 돼요?” 재하가 웃었다. “무엇에?” “신전의 야채 수프요.” 회의장에 웃음이 퍼졌다. 릴리는 이마를 짚었다. “네가 야채를 안 먹는 건 신앙 자유하고 다른 얘기야.” “그럼 제 의견을 적어 두기만 해 줘요.” 재하는 칠판 아래에 '노아: 야채 수프 선호도 낮음'이라고 적었다. 누리는 즉시 '급식 영양 기준과 별개'라는 주석을 붙였다. 에반은 그 모습을 보고 광고 문구를 떠올리려다가 포기했다. 가벼운 웃음 뒤에 회의는 다시 진지해졌다. 단지 반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선언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반대했을 때 치료소 이용 순서가 밀리지 않는지, 마을 사람의 직업을 잃지 않는지, 신전에서 더 이상 도움받지 못하는 건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안나는 지난달 방직 작업장에서 벌어진 일을 말했다. 감독관이 강제 헌납 계약을 해제당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려 했고, 독립적인 신고 창구가 있어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공동운영 규칙에도 신전 관리자와 별도인 이의 접수 담당자를 넣자는 제안을 했다. 신전의 신도라면 따르기만 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아는 실제로 담당자를 하나만 두지 말자고 했다. 기록을 고치는 사람이 자기 잘못을 지울 수 없게 접수와 검증의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릴리는 환자 가족이 직접 물품 재고를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도란은 수로 지도와 공사 진행도를 매주 공개하겠다고 했다. 윤재하는 그들이 떠올린 일들이 자신의 신격 포인트와 상관없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이번 회의에서 제가 할 일은 뭡니까?” 재하가 물었다. 안나가 대답했다. “우선 들어 주세요. 그리고 우리가 요청하지 않은 약속은 하지 마세요.” 그 말은 그가 처음 신이 되었을 때 들었더라면 몹시 이상하게 느꼈을 것이다. 신도는 자기를 믿는 사람이고, 신은 그 믿음에 무언가를 해 주는 존재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보였다.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의논할 수 있는 공간. 신전은 그런 곳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날 회의는 한 번에 결론 나지 않았다. 세리아는 다음 날 오전까지 의견을 받을 시간을 더 두자고 제안했다. 모두에게 현재 자료를 볼 수 있게 하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은 이름 없이 질문을 남길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정보를 접한 뒤 생각이 바뀌어도 괜찮다고 적었다. 밤이 되자 릴리가 재하를 찾았다. 그녀는 작은 장부를 들고 신전 부엌에 앉았다. “신님, 제가 처음 신님을 믿은 날 기억하세요?” “물론입니다. 제가 밤새 불도 제대로 못 붙이던 날이요.” “그때는 신도가 한 명뿐이었죠.” “그 한 명이 지금은 제 상사 같네요.” 릴리가 웃었다. 그러나 곧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신님을 믿는다고 해서 모든 결정에 찬성해야 하는 건 아니죠?” 재하는 장부를 내려놓았다. “당연히 아닙니다.” “이번에는 반대하고 싶어요.” 말은 짧았지만 오래 준비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릴리는 침묵항에서 이소를 도우며 처음으로 자기 역할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늘 재하의 곁에서 기록을 들고 따라다녔지만, 정작 신전의 치료소 운영에는 다른 사람들이 매일 남아 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신님이 먼저 가야만 하는 일인지 모르겠어요. 누군가는 남아서 노아 같은 아이들을 봐야 해요. 저는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재하는 잠시 생각했다. 첫 신도였던 소녀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두려움이 가슴 한구석을 찔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신도 수가 줄어드는 일은 자신의 생존과 직결돼 있었다. [신앙 관계 확인: 릴리] [상태: 자발적 유지] [의견: 신격 행동에 대한 반대] 재하는 창을 닫았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두 숫자가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신앙은 찬성표가 아니었다. “남아 주세요.” 그가 말했다. “제가 아니라 당신이 원하니까.” 릴리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저는 신전의 환자 지원을 별도 운영 규칙으로 만들고 싶어요. 신님이 없을 때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도록요.” “신도의 동의를 받는 것과 치료받을 자격은 무관하다는 조항도 넣으세요.” “이미 적었어요.” “역시 상사네요.” 다음 날 회의에서 릴리는 의료 물품의 재고와 후원금을 공개하는 계획을 설명했다. 물자가 모자라면 우선 치료의 긴급도를 기준으로 배분하고, 다른 신전을 믿는 사람이란 이유로 뒤로 미루지 않겠다고 했다. 재하는 그 계획에 대해 질문만 했다. 자기 이름을 붙이는 광고에는 반대했다. 그런데 일부 주민은 재하가 다시 길을 떠나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안나는 두 안을 분리해 표결하자고 했다. 신전 운영 권한을 주민에게 더 분산하는 것과, 최초 서명권자를 찾는 조사를 허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각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의료 공동운영 규칙은 큰 반대 없이 채택됐다. 그러나 재하의 추가 탐사에는 여전히 반대가 많았다. 그는 결과를 받아들였다. “당장 떠나지 않겠습니다. 대신 침묵항에서 확보한 자료는 공개 검증 절차에 넘기고, 그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세리아는 접수 확인을 남겼다. 에반은 머리를 긁적였다. “신계 역사상 최초로 스스로 출장 금지 당한 신 아닐까.” “제가 정한 일정은 아니니까 출장 금지가 맞네요.” 재하는 웃었다. 공동운영을 시작하려니 예상치 못한 일도 생겼다. 신전 이름으로 들어오던 후원금 가운데 일부는 윤재하가 직접 설교하는 날에만 지급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 조건을 바꾸려면 후원자에게 다시 물어봐야 했다. 릴리는 누군가 나쁜 의도로 단 조건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신전 운영이 신의 활동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분들께 연락을 드릴까요?” 그녀가 물었다. “네. 마음이 바뀌면 후원을 철회하셔도 된다고 설명하세요.” “그러면 치료소 운영비가 줄어요.” “줄어들 가능성도 장부에 적어야죠. 숨겼다가 갑자기 끊기는 게 더 위험합니다.” 그날 저녁 후원자 셋이 직접 찾아왔다. 한 사람은 계속 돕겠다고 했고, 한 사람은 신전이 자신의 신앙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후원을 중단했다. 마지막 사람은 아직 결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릴리는 누구에게도 화내지 않았다. 대신 새 예산표에서 확정된 항목과 예정된 항목을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치료소장은 이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부족한 돈이 얼마인지 미리 아는 것이 응급 공급에 도움이 되었다. 재하는 그날 신도 수가 두 명 줄었다는 안내를 보았다. 예전처럼 가슴이 철렁하지는 않았다. 그들에 대한 지원이 중단된다는 뜻은 아니었으므로. 에반은 슬쩍 다가와 수첩을 펼쳤다. “홍보 문구 하나 만들어 볼까? '떠나도 괜찮은 신전.'” “그건 마음에 드네요.” “진짜? 처음으로 승인받았다!” “단,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면요.” “역시 쉬운 손님이 아니군.” 그래도 에반은 웃었다. 지금까지 판매에서 가장 어려웠던 말은 '원하지 않으면 사지 않아도 된다'였는데, 이 신전은 그 말부터 시작했다. 그날 오후 항구에서 전령이 도착했다. 이소가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짧은 메시지였다. “윤재하 신님, 저 때문에 꼭 다시 오실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제가 알게 된 걸 알려 드리고 싶어요.” 잠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소녀는 오래 말하지 못했지만 계속했다. “금빛 병 00000번 아래에서 이름 세 개를 찾았어요. 서로 다른 사람이었어요. 신 하나, 인간 하나, 그리고….” 음성이 잠시 끊겼다. “…아무 이름도 쓰지 않은 사람 한 명.” 재하는 녹음을 두 번 들었다. 아무 이름도 쓰지 않은 사람은 기록에서 배제됐을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빈칸을 남겼을까.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 순간 누리가 나타났다. [긴급 보전 기한 잔여: 20일] [원계약 열람 요청: 재발신] [발신자 추가 메모] ‘천계의 첫 서명은 누구의 것이었는지 묻지 마십시오. 서명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 물으십시오.’ 재하는 릴리를 바라봤다. 소녀는 그에게 언제 떠날 거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자료를 함께 읽자고 했다. 신전은 그날 처음으로, 신이 없는 회의에서도 사람들끼리 결론을 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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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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