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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35화
PAYLUA ORIGINAL · 제35화

35화. 비어 있는 금고가 가장 부자입니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231자

오프라인 책장
천계 중앙 보관소의 금고에는 동전 한 닢 없었다. 대신 누구의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신앙 기록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이게 다 뭐예요?” 윤재하가 물었다. 에반은 첫 번째 서랍을 열어 보였다. 그 안에는 오래전 어떤 어머니가 아이를 살려 달라고 빌었던 기도 한 문장이 보존돼 있었다. 기도는 이미 끝났고, 아이의 삶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옆에는 담보 가능한 예상 수익이 계산돼 있었다. “한 번 절박했던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절박할 거라고 가정한 장부.” 에반이 말했다. “그걸 내다 파는 게 내가 예전에 만든 상품 중 하나였어.” “그래서 당신이 자꾸 제 마케팅을 맡겠다는 말을 했던 거군요. 회개하는 방법도 광고밖에 몰라서.” 에반은 웃지 않았다. “그럴지도 모르지.” 세리아가 금고 문 앞에서 반입 장부를 확인했다. 이 방문은 ‘공적 보증 재원 실사’였다. 의료 공급을 보전할 목적으로 담보청이 실제로 무엇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보관소 측은 재하에게 후보 자격으로 열람권을 부여했지만, 자료를 복사하거나 반출하는 권리는 제한했다. 재하는 동행한 사람들을 확인했다. 세리아는 감찰관, 에반은 전직 설계 책임자, 누리는 제6지역 공동보존 기록관리자. 릴리는 환자 가족들의 의견서를 전달했지만 이번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환자 신원과 관련한 불필요한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사진 한 장 찍으면 안 된다는 거죠?” 재하가 물었다. “안 됩니다.” 관리관이 답했다. “열람하고 나서 발견한 문제를 적는 건요?” “승인된 항목만 가능합니다.” “그 승인하는 분은?” 관리관이 침묵했다. 세리아는 미리 준비해 온 문서를 내밀었다. “지난 공개 심리에서 인정한 독립 기록의 권한에 따라 열람 과정과 거부 사유는 보존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계약 원문을 공개하는 것과,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은 다릅니다.” 관리관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금고 안쪽에는 크기가 서로 다른 세 개의 방이 있었다. 첫 번째 방은 이미 지급된 신성의 상환 내역을 보관했고, 두 번째 방은 아직 지급되지 않은 기적에 대한 예상 수익을 관리했다. 마지막 방의 문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그 방은 다른 둘보다 훨씬 컸다. “세 번째는 뭡니까?” 누리가 답했다. “집행 가능한 권리의 미래 가치입니다.” “미래 가치라는 게 아직 없는 돈이란 말이죠?”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믿음에서 생길 것으로 예상한 재산입니다.” 재하가 문을 열자 깊은 어둠 속에 수많은 투명한 실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나를 건드리자 어느 마을의 출생 기록, 병력, 이사 기록, 가족 관계가 연달아 나타났다. 그 정보는 신앙 담보를 추정하는 데 쓰이고 있었다. 아직 기도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이름에도 ‘향후 가능 신앙’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이건 믿음이 아니라 인구 조사잖아요.” 에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미래의 공급을 안정시키려는 예측이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예측이 채권이 됐고, 채권이 되자 아직 오지 않은 사람까지 회계 장부에 집어넣었지.” 재하는 가장 가까운 실에서 이름을 지웠다. 곧바로 경고가 떴다. [무단 수정 시도] [현재 자료: 자산 가치 평가에 반영됨] “내가 지운 게 아닙니다.” 재하가 말했다. “이 아이가 자기 이름을 이 금고에 올리라고 한 적이 없잖아요.” “기술적으로는 그 말이 맞지만.” 관리관이 반박하려 했다. “기술적으로도 틀렸다는 얘기를 들으러 왔습니다. 여기 원본 동의서가 있나요?” 관리관은 없다고 답했다. 그 한마디를 세리아가 기록했다. 아이의 실명은 적지 않았다. 대신 ‘미성년 당사자의 향후 신앙을 사전 채권으로 표시한 사례 1건’이라고 썼다. 재하는 투명 실을 놓았다. 눈앞의 목록을 통째로 없애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실의 어떤 부분은 공공 공급을 약속한 자발적인 계약과 연결돼 있었다. 하나를 끊다가 치료소의 정상 계약까지 사라질 수 있었다. 사실의 분류 없이 정의감만으로 금고를 태우는 일은 또 다른 폭력이 될 터였다. “이 가운데 다른 사람의 허락 없이 만들어진 부분과, 자발적으로 맺은 약속을 분리할 수 있습니까?” 에반이 대답했다. “가능해. 다만 원장부가 서로 얽혀 있어. 내가 예전에 그걸 일부러 효율적이라고 설계했거든.” “자랑처럼 말씀하지 마세요.” “자랑하려는 게 아니야.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뜻이야.” 에반은 옛 보증 설계관의 인장을 꺼냈다. 오래전 권한을 내려놓았을 때 봉인됐던 도장이다. 하지만 기록 오류를 수정할 때 자신의 설계 내역을 증언할 수 있는 증표로는 남아 있었다. 도장을 인식한 금고가 작은 보조 장부를 열었다. [초기 설계 참고 자료 열람] [구조: 동의 여부와 수익 예측을 별도 기록하도록 설계됨] [후속 개정: 두 항목의 식별번호 통합] 세리아가 숨을 들이켰다. “두 항목이 원래 분리돼 있었네요. 분류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관리관이 문으로 뛰어갔다. “그 문서는 열람 허가 범위를 벗어납니다!” “그러면 부적절한 변경이 있었다는 사실부터 공식 기록하세요.” 세리아가 답했다. “숨긴다고 원문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 순간 금고의 깊은 곳에서 작은 진동이 전해졌다. 관리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세 번째 방의 투명 실들이 한꺼번에 팽팽해졌다. 누리가 정산 장치를 확인했다. [비상 가치 보전 모드] [후보자 수락 지연에 따른 예측 재산 보호] [연결된 공공 공급 계약: 일시 유예 가능] “금고가 스스로 잠기려고 합니다.” 누리가 말했다. 재하는 고개를 젓고 에반을 보았다. “당신이 만든 설계에 비상 정지 기능은 없어요?” “있었어. 다만 서명권자가 허용하지 않는 수정은 모두 정지 대상으로 보게 바뀌었지.” “정지 버튼을 눌러도 정지 못 하는 정지 버튼이군.” “정확해.” 세리아는 즉시 독립 판정관에게 보전 신청을 보냈다. 그 사이 에반은 초기 설계의 분리 기준만 복사하지 않고 종이에 설명했다. 단어 하나를 잘못 적으면 새로운 계약 조항으로 해석될 수 있어, 누리가 원문과 대조했다. 관리관은 현장을 떠나려다 증인으로 출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멈췄다. 그는 처음엔 거절했지만 자기에게 책임을 전부 뒤집어씌우지 않는다는 조건을 확인하고 결국 이름을 남겼다. 보전 명령이 도착하자 세 번째 방의 문이 잠겼다. 동시에 첫 번째 방은 그대로 남았다. 기존에 승인된 의료 공급의 분배는 일단 유지됐다. 재하는 그제야 목에 걸린 숨을 뱉었다. 눈부신 승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미래를 담보로 잡는 장부의 수정이 더 이어지지는 않았다. 금고를 나오기 전에 재하는 관리관에게 세 번째 방의 문을 한 번 더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관리관은 처음에는 지친 얼굴로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세리아가 실사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를 검토하려면 조치 후의 봉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함께 돌아갔다. 방 안의 투명한 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 일부에는 원래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낡은 분류표가 달려 있었다. 재하는 임의로 떼지 않고 누리에게 기록의 출처를 물었다. 누리는 원본 발급 기록이 없는 표를 모아 별도 목록으로 만들었다. 증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누가 만들었는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 표가 잘못 붙었다고 바로 단정할 수도 없겠네요.” 재하가 말했다. “맞습니다.” 세리아가 답했다. “동의서가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계약이 처음부터 무효였다고 선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인될 때까지 새로운 채권으로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됩니다.” 그들은 계약의 유효성을 조사하기 위한 표본 검증 방식을 논의했다. 서류가 완벽히 남아 있는 계약과 그렇지 않은 계약을 먼저 분류하고, 필요한 경우 당사자 또는 적법한 승계인에게 확인을 요청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사망한 사람의 계약을 현재 가족에게 일괄 승계시키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유족이 특정 기록을 확인할 권리와, 사망자의 미래 신앙을 대신 매각할 권리는 다르기 때문이다. 관리관은 그런 절차가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고에서 신성을 공급하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재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기존에 적법한 계약으로 들어온 재원과 정체가 불분명한 예상 수익을 분리해 계산해야 했다. 금고의 첫 번째 방은 공급의 실제 이력을 보존하고 있었으므로 그 기능까지 멈출 이유가 없었다. “확인된 재원은 기존 규칙대로 집행하게 하고, 확인되지 않은 재원으로 새 빚을 만드는 일은 일단 보류하면 어떻습니까?” 관리관은 장부의 숫자를 확인한 뒤에야 가능 여부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답은 재하에게 충분히 합리적으로 들렸다. 무조건 된다고 하는 말보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말이 훨씬 믿을 만했다. 에반은 그 대화를 조용히 들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확인되지 않은 금고 자산을 더 높은 할인율로 팔 방법부터 고민했을 것이다. 회계상 위험을 줄이는 일도 중요했지만, 그 위험을 부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숫자를 볼 때마다 그 뒤에 이름을 지우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려 했다. “당신이 설계했다는 말, 공개 심리에서 꼭 해야 합니다.” 재하가 말했다. “알고 있어.” “그리고 당신이 설계하지 않은 개정 내용도 분리해서 얘기해 주세요.” 에반이 그를 쳐다봤다. “왜? 내 잘못을 줄여 주려고?” “아뇨. 누가 무엇을 바꿨는지 알아야 다음에도 막을 수 있으니까요. 전부 당신 탓이라고 하면 아주 편해지지만, 실제 바꾼 사람은 그대로 남잖아요.” 에반은 오래된 장부를 바라봤다. 누군가 자신의 죄를 무조건 용서해 주는 것보다,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밝혀 달라는 말이 더 무거웠다. 그 무게를 피하지 않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자 세리아가 물었다. “무엇이 가장 놀라웠습니까?” “금고에 아직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제일 큰 자산이라고 적혀 있던 것요.” “신앙의 미래 가치를 독점하면, 실제 돈을 받기 전부터 그걸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으니까요.” 에반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낡은 만년필을 꺼내 길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건 왜요?” 재하가 물었다. “이 펜으로 처음 그 상품의 서명을 받았어.” “깨려고요?” “아니. 도망치지 않으려고. 내일 공개 심리에서 이 펜을 증거로 내놓을 거야.” 재하는 그가 펜을 다시 주워 들도록 기다렸다. 물건을 부숴서 과거를 없앨 수는 없었다. 에반이 앞으로 어떤 서류에 서명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저녁 식사에서 에반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노아가 그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는데도 한참 생각한 뒤에야 대답했다. “어릴 때 먹던 검은 빵.” 노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빵이 검으면 탄 거 아니에요?” “악마 나라에서는 그게 정상인 경우도 있어.” “그럼 빵 만드는 사람한테 잘못했다고 말 안 해요?” 에반은 잠시 웃었다. “글쎄. 옛날에는 내가 가진 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 재하는 그 말을 듣고 빈 그릇을 치웠다. 에반이 늘 농담을 한다고 해서 자신이 일으킨 일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에반에게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에반은 내일 증언서를 준비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신 잘못된 장부를 고치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을 두 사람이 나누어 적었다. 첫째, 처음 동의한 사람은 누구였는가. 둘째, 그 사람이 무엇을 허락했는가. 셋째, 그 뒤에 누가 어떤 이유로 조건을 바꿨는가. 넷째, 지금 그 계약을 멈추면 누가 위험해지는가. 그 질문들에 빠르게 답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지는 알게 됐다. 에반은 만년필의 뚜껑을 닫았다. 그 펜으로도 한때 좋은 약속을 적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약속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지 않는 순간 가장 편리한 도구가 누군가를 묶는 사슬이 될 수 있었다. 그날 밤 신전에는 새로운 공문이 도착했다. [차기 서명권자 제1후보에게 특별 제안] [조건: 승계 즉시 제3금고 집행권 부여] [보상: 신앙 포인트 무제한 신용한도] 에반이 종이를 읽다가 숨을 멈췄다. 재하가 빈 찻잔을 내려놓았다. “참 친절하네요.” “저걸 받으면 네가 신앙의 미래까지 저당 잡을 수 있어.” 재하는 공문 위에 아주 짧은 답장을 적었다. ‘아이들의 내일은 담보가 아닙니다.’ 그런데 거절 도장을 찍는 순간, 화면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특별 제안 거부 확인] [승계 후 직책 보상안 자동 변경] [대상: 제1후보가 현재 보호 중인 계약 전체] “잠깐.” 재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건 나한테 주는 선물이 아니었네.” 에반도 웃지 않았다. 그 보상안은 재하가 보호하고 있는 계약들을 인질로 삼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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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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