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지역 회관에 사람들이 모인 것은 삼백 년 만의 일이었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삼백 년 만인지도 알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누가 이곳에 왔는지, 마을 밖에서 사라진 길을 누가 몇 번이나 찾아왔는지 완전한 기록은 없었다. 재하는 그런 불확실성을 지워 버리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회관 안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헤이나는 가족에게 연락해 기록 열람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마테오는 군 보존소를 통해 피난민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집안에 공개 공지를 전했다. 릴리와 안나는 열람 안내문을 만들었다. 이름과 이야기를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오지 않아도 되고, 오는 사람도 다른 가족의 기록을 대신 열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열한 명이 찾아왔다. 자신이 후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여섯 명, 가능성만 있어 확인을 원한 사람은 셋, 역사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은 둘이었다.
“신도 모집 행사로는 실패인데.” 에반이 주변을 돌아봤다.
재하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 행사는 신도 모집 행사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실패라고 했잖아.”
에반은 한숨을 내쉬고는 작은 안내판을 들었다.
[참석은 신앙 등록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걸 크게 쓰라고 해서 써 놨다. 됐지?”
재하가 엄지를 들었다. “잘했어요.”
그날 회관은 신전이 아니었다. 제단도 없었고 신의 초상도 없었다. 대신 입구에는 누리가 관리하는 공익 열람 목록이 놓였다. 방문자들은 어느 자료를 볼 수 있고 어느 자료는 허락이 필요한지 설명을 들었다. 확인되지 않은 가족 관계를 증명하려면 옛 물건과 개인 기록을 대조할 수 있었지만, 누군가의 기억을 강제로 추출하는 기적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재하가 첫 발언을 하려는데 뒤쪽에서 남자가 손을 들었다. 수레 제작 일을 한다는 오르만이었다.
“당신이 신이라는데, 우리 조상들 기록에 들어 있는 신앙을 왜 당신이 관리합니까?”
재하는 잠깐 멈췄다. 옳은 질문이었다.
“제가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기록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관리자를 정하려는 게 아니라, 기록에 대한 권리를 누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논의하려고 모였습니다.”
“그럼 당신도 의결권이 없겠군요.”
“당사자들의 결정을 대신할 권리는 없죠.”
에반이 뒤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더니 이제 의결권도 없는 신이 되겠네.”
“들립니다.”
릴리가 웃음을 참았다. 긴장은 조금 풀렸다.
헤이나는 할머니의 편지를 보여 줬다. 서른네 명이 서쪽으로 떠났으며 그중 스물아홉은 다른 마을로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다. 회관에 모인 사람들은 그 숫자를 천천히 받아 적었다. 서로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가끔 같은 이름을 알아봤다. 누군가는 자기가 어릴 때 들었던 노래의 가사가 똑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반가워한 것은 아니었다. 한 여자는 가족의 과거가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우리 할머니는 제6지역에서 도망쳤다는 이유로 평생 겁을 냈어요. 그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꺼내고 싶지 않아요.”
“기록을 지우자는 뜻입니까?” 오르만이 물었다.
“제 가족 이름은 적어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거예요.”
세리아가 즉시 두 의견을 분리했다. 원본을 보존하는 것과 공개하는 것은 다르며, 공개 범위는 문서별로 따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 기록에 담긴 피난 인원 수는 공유할 수 있어도, 개인 편지와 병력 기록은 공개 동의를 별도로 받아야 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의 열람회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 수는 없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결정을 기록하는 것이 이 장소의 원래 목적에 더 가까웠다.
기록을 공개하는 범위를 놓고 다투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를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르만은 잃어버린 조상들의 이름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실제로 알고 싶은 것은 할아버지가 왜 자기에게 제6지역 이야기를 끝까지 하지 않았는지였다. 여자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우리 할머니도 이름을 숨기셨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그걸 숨긴 이유까지 제가 멋대로 공개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오르만은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잠시 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네요.”
세리아는 토론 도중 기록이 실제로 공개되는 세 단계의 절차를 칠판에 적었다. 첫째, 원본이 있다는 사실과 현재 보관 장소를 확인하는 것. 둘째, 당사자나 적법한 열람권자가 열람하는 것. 셋째, 그 내용을 공개적으로 복제하거나 발표하는 것.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결정이었다.
“열람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제가 가족 편지를 읽고 손녀에게 설명하는 것도 안 되나요?” 노인 한 사람이 물었다.
“그 편지가 누구에게 보내진 것인지, 그 안에 다른 사람의 사적 기록이 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가족에게 설명하는 행위와 장터에 전문을 붙이는 행위도 달라요.”
노인은 입을 다물었다. 설명이 번거롭긴 했지만, 자기 편지 역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곳에 걸린다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터였다.
그때 입구에서 아이 하나가 손을 들었다. 부모와 함께 온 열두 살 소녀였다. 부모가 허락한 범위에서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자꾸 옛날 이름을 되찾는다고 하는데, 그럼 앞으로 우리 마을 이름은 누가 정해요?”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재하는 아이를 향해 물었다. “어떤 마을을 말하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사는 마을이요. 할머니가 살던 마을이 아니라.”
헤이나가 미소를 지었다. 오르만은 잠시 눈을 깜박이다 대답했다. “그건 지금 사는 사람들이 정해야지.”
“그럼 여기 이름도 예전에 살던 사람들이 정했던 걸 그대로 써야 하죠?”
“그럴 수 있겠지.”
“그걸 아무도 모르면요?”
이번에는 누구도 서둘러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세리아가 말했다. “기록에서 확인하기 전에는 새 이름을 공식 이름이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도를 그릴 때 설명을 위한 임시 표시를 쓰는 건 가능합니다. ‘제6지역’처럼요.”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르는 것부터 이름 붙이지 말고 찾아봐요.”
재하는 아이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이름을 얻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름을 빼앗지 않는 것이었다.
회의록에는 그 질문도 들어갔다. 다만 아이의 이름은 보호자의 선택에 따라 공개본에서 제외했다. 기록 담당자는 그 사실을 알리고, 아이와 부모가 원하면 추후 공개 범위를 다시 정할 수 있도록 남겼다.
점심에는 마을 회관 앞에 긴 탁자가 놓였다. 유리포에서 온 우르센이 나무다리를 고쳐 주었고, 안나는 접시를 마련했다. 요리는 각자 가져온 재료로 만들었다. 헤이나는 오래된 수프 조리법을 기억해 냈는데, 신전의 사람들이 평소 먹던 것보다 소금이 적었다.
“우리 집에서는 원래 그렇게 먹었어요.”
“저희 집은 훨씬 짜게 먹는데요.” 릴리가 말했다.
오르만이 말했다. “역사적인 화해라는 게 이런 걸까요. 수프 간도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재하가 웃었다. “화해는 아닐 수도 있어요. 그래도 같이 먹는 건 할 수 있죠.”
그때 회관의 검은 장치가 갑자기 떨렸다. 잔향 기록이 재생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대화 위로 오래전 주민들의 목소리가 겹쳤다. 제단이 없는 회관에 신앙 수치만 떠올랐다.
[참석자 증가에 따른 미래 신뢰 추정치 상승]
[예상 추가 담보 수익: 417단위]
재하는 당황했다. “이건 지금 모인 사람들까지 계산하는 거잖아요!”
“기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교류가 생긴 것으로 보이는 거지.” 에반이 말했다. “동의를 받지 않았는데도.”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리가 여기 오기만 해도 빚이 늘어나는 겁니까?”
“징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실제 효력이 있는지는 다툴 수 있어요.” 세리아가 바로 말했다. “공개 심리에서 포괄 채권 집행은 정지됐습니다. 이 숫자는 현재 효력이 인정된 청구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술렁였다. 재하는 장치를 곧장 부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럴수록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이 스스로의 의사를 말할 기회를 빼앗게 될지도 몰랐다.
그는 탁자 앞에 서서 물었다.
“오늘 여기 오신 분들께 확인하고 싶습니다. 기록을 읽는 것에 동의한 분이 있나요?”
몇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 기록을 담보청에 팔아도 된다고 동의한 분은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오르만이 물었다. “동의하지 않았다는 걸 남겨야 합니까?”
“그것도 선택입니다.” 재하가 답했다. “남기고 싶은 분은 남길 수 있어요. 자기 이름 없이 회의에서 그런 의견이 있었다는 사실만 기록하는 방법도 있고요.”
그날 저녁, 참석자들은 공익 열람 기록 보존 원칙에 대해서만 공동 결정을 내렸다. 원본을 훼손하지 않을 것, 기록 매각에 대한 개별 동의가 없음을 확인할 것, 의료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기 전에는 장치를 물리적으로 중단하지 않을 것. 네 번째 항목은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공동 관리자가 누구인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리아는 미합의 사유까지 적었다. 회의록 마지막 장에는 ‘만장일치’라는 단어 대신 찬성과 반대, 기권의 숫자가 있었다.
“이렇게 적으면 천계가 싫어할 것 같은데요.” 릴리가 말했다.
“좋아하라고 만드는 기록이 아니니까요.” 세리아가 답했다.
마을을 떠나기 직전, 헤이나는 회관 벽에 걸린 천을 다시 한 번 만졌다. 삼백 년 전 조상들의 이름 가운데 아직 자기를 부르는 듯한 이름이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할머니, 다들 돌아온 건 아니에요. 그래도 누가 어디로 갔는지 조금은 알겠어요.”
그 말은 신앙 포인트가 되지 않았다. 검은 장치가 숫자를 올리려 했지만, 누리가 공익 열람 기록을 근거로 새 산출값을 보류했다.
[신규 방문자에 대한 자동 담보 처리 임시 정지]
재하는 처음으로 이곳에서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승리인지는 아직 몰랐다. 원본에 남아 있는 삼백 년의 수익은 여전히 담보청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회관이 조용해진 뒤에도 재하와 릴리는 탁자 위를 정리했다. 종이컵 대신 사용한 오래된 나무잔을 씻고, 임시로 붙였던 안내판에서 날짜를 지웠다. 누리는 참석자들이 남긴 문서 중 보존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것들을 따로 모았다.
“다들 좋은 결론을 내린 건 아니죠?” 릴리가 물었다.
“네. 공동 관리자가 누가 될지는 정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럼 오늘은 실패한 건가요?”
재하는 남아 있는 의자를 세었다. 열한 명이 와서 앉았고, 그중 여섯 명은 자기 가족 기록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공개 범위를 줄여 달라고 했고, 한 사람은 아무 서류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결정을 안 한 것도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신님에게 유리한 말 같아요.” 릴리가 웃었다.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억지로 결론을 냈으면 누군가는 자기가 동의하지 않은 계약에 또 묶였겠죠.”
릴리는 의자 하나를 벽에 붙였다. “처음 여기에 올 때는 아무도 없는 마을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오늘은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했어요. 누가 더 많은 신앙을 남길지 겨룬 게 아니라.”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점이 달랐다. 검은 장치는 참석자 수가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신앙 수익을 계산했지만, 실제 모임은 사람마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자기 조상의 이름을 알고 싶어 했고, 어떤 사람은 이름이 드러나지 않기를 원했다. 같은 의자에 앉았다고 같은 약속을 한 것은 아니었다.
에반은 안내판을 떼면서 말했다. “이 정도로 차이가 크면 마케팅 표준 고객군도 못 만들겠는데.”
“잘됐네요.” 재하가 대답했다. “사람들이 광고 문구에 맞춰 사는 건 아니니까요.”
누리가 폐회 시각을 기록했다. 회의록 마지막에는 ‘추가 논의는 당사자가 원할 때 개시’라는 문장이 붙었다. 재하는 거기에 신의 서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 문턱 아래에서 검은 봉투가 발견됐다.
[제6지역 공익 열람 무단 개최에 관한 경고]
[조치 예정: 서명권자의 직접 현장 감사]
에반이 봉투를 읽고 눈을 감았다.
“드디어 얼굴 없는 원장이 직접 오겠다는군.”
재하는 회관을 둘러봤다.
“그분도 들어오려면 출입 신청서는 쓰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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