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선의 긴급 심리는 객차 안에서 열렸다. 장소를 그렇게 정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밖에서 귀가선의 출발을 논하면서 정작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한 명도 들여보내지 않는 일이 오래 반복됐기 때문이다.
윤재하는 객차 중앙의 긴 탁자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장부는 그보다 더 길었다. 도르를 포함한 퇴임 신청자들이 각자 허용한 범위에서 남긴 진술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중에는 신이 되기를 기쁘게 선택했지만 지금은 가족과 살고 싶은 사람도 있었고, 아예 처음부터 강제로 신격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신청자를 똑같이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거부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절차는 같아야 합니다.”
회수단장 이즈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채권 장부의 보관인이었지만, 이번에는 한쪽 당사자가 아니라 기록을 설명하는 증인으로 앉았다. 안정 보전위원회의 대표도 왔다. 이름은 헤르만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화려한 제복을 입은 그는 귀가선의 지연이 천계 전체의 재정 불안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퇴임 신청자가 떠나면 미응답 기도의 책임이 공중에 떠버립니다. 저희가 왜 이런 규칙을 만들었는지 잊으셨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규칙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죠.”
“그런데 사람을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었군요.”
헤르만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도르가 관리하던 수로 장치, 리마가 관리하던 해안 경보, 누베가 맡았던 구호소 난방의 비용을 하나씩 열거했다. 누가 그 일을 이어받을 것인지 답하지 않은 채 모든 신을 자유롭게 떠나보내면 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재하는 그 부분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위험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마음만 좋으면 다 된다’고 말할 생각도 없었다. 대신 하율을 불렀다.
하율은 새 장비와 낡은 장비의 차이를 설명했다. 어떤 곳은 인간 기술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고, 어떤 곳은 여전히 신성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공급하는 사람도 자발적인 기간 계약을 할 수 있으며, 비용은 공개 장부에 적고, 대체 인력과 휴식 계획도 함께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일을 오늘 끝내겠다는 게 아닙니다.” 하율이 말했다. “위험한 곳부터 순서를 정해 바꾸자는 겁니다. 멈추면 위험한 설비를 먼저 점검하는 일은 신격 퇴임 금지와 같지 않습니다.”
헤르만은 다시 질문했다. “그래도 신격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그 부족함을 숫자로 공개해야죠.” 모과가 답했다. “누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도, 도움을 줄 여유가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헤르만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앉았다. 독점적으로 계산하던 비용이 사람들 앞에 나오는 건 그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심리위원 중 한 사람은 공급 안정성을 걱정하는 헤르만의 말이 전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꺼번에 많은 신이 떠나면 남겨진 마을들이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실제로 존재했다. 그는 퇴임권을 인정하되 일정 기간 대기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도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기라는 말은 저도 잘 압니다. 다만 기간이 언제 끝나는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천 년을 기다렸지요.”
위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 자신의 안이 다시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는 퇴임 통보 기간과 안전 전환의 권고 기간을 구분하고, 구조 시설의 위험은 독립 기구가 점검하도록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위험이 심각하면 열차 자체의 운행을 늦출 수는 있어도 특정 신의 신격을 영구 유지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 방식이었다.
모래는 수정안을 받아 적었다. 그에게도 중요한 차이였다. 지금까지는 설비가 미완성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붙잡았지만, 앞으로는 설비를 고치기 위한 일을 따로 기록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떠나기로 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모든 도움의 종료를 뜻하지 않게 되었다.
릴리는 방청석에서 작은 메모를 작성했다. ‘떠날 권리를 인정하되 남은 사람의 안전을 돌볼 의무는 공동체가 분담한다.’ 어느 한쪽만 적으면 쉽지만 둘 다 지키려면 많은 시간이 든다. 그래도 그것이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그녀는 믿었다.
다음으로 릴리가 증인석에 섰다. 그녀는 자신이 처음 재하를 믿었던 날을 이야기했다. 동생 노아는 심한 열병을 앓고 있었고, 그녀는 여러 신전에서 거절당했다. 재하는 기적을 쓸 능력이 없으면서도 밤새 아이 곁에 있었다. 그 뒤 그녀는 그를 믿었고, 생겨난 신앙 포인트로 치료가 이루어졌다.
“저는 그 일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릴리가 말했다. “그때 받은 도움을 앞으로도 기억할 거예요. 하지만 그 믿음이 평생 헌납 계약이나 다른 사람의 신격 유지 명령으로 바뀌는 데 동의한 적은 없습니다.”
헤르만이 물었다. “그럼 신을 믿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믿을 수 있겠죠. 떠날 수도 있고요.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도울 수도 있어요. 다만 제 믿음으로 노아의 삶이나 다른 신도의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어요.”
방청석의 노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도 말해도 돼요?”
세리아는 어린이 증언은 의무가 아니며 말하고 싶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둬도 된다고 설명했다. 노아는 한참 생각하다가 일어섰다.
“제가 아팠을 때 누나가 손잡아 줬어요. 신님도 도와줬고요. 나중에 저도 누군가 아프면 물을 가져다주고 싶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제 손을 평생 빌려 가면 싫어요.”
객차 안에 가벼운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을 듣고 노아는 자신이 잘못 말했는지 걱정했다. 릴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에반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한때 신앙 정산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구조를 알고도 수익을 얻었던 일과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아직 정리하지 못한 피해가 남았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저는 이 심리에서 제 죄를 다 갚았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설계자가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사실 하나를 증언하겠습니다. 이 장치는 귀가선을 운영하려고 채권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채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귀가선의 출발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초기 설계도와 이후 개정 내역을 제시했다. 한 장의 도면에서는 귀환 의사를 확인하면 이동 비용을 공동기금에서 지급하도록 돼 있었지만, 다른 도면에서는 미처리 요청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모든 비용을 전가하도록 수정돼 있었다. 회계 효율이라는 설명 뒤에 수많은 사람이 갇혔다.
카르도는 군용 수송 다리 사고의 자료를 공개했다. 정산 회로를 분리해도 응급 구조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현장 시험 기록과 부상자들의 자발적 증언이 포함됐다. 그는 자신이 과거 강제 수송 명령에 협조했던 사실도 다시 말했다.
“명령이 불편한 질문을 없애 준다고 믿었습니다. 오늘은 묻겠습니다. 이 열차는 누구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만든 것입니까?”
모래가 조용히 대답했다. “돌아가려는 사람을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마지막 결정을 돌려줘야 하지 않습니까?”
모래는 운행 기록을 펼쳤다. 그에게도 이번 심리는 특별했다. 평생 명령을 기록하던 존재가 자기 의사로 퇴임을 신청했지만, 기관은 그를 운영 자산이라고만 불렀다. 실라는 모래가 장기간 독자적인 대화와 선택을 유지한 기록을 제출했다. 지금 당장 모든 법적 지위를 정하기는 어렵더라도, 기록을 삭제하거나 강제로 초기화하지 말라는 잠정 보전 명령을 요청했다.
객차의 벽에서 붉은 경보가 울렸다. 안정 보전위원회가 ‘영구 배정’ 명령을 강제 집행하려 한 것이다. 출입문이 잠기고 바닥의 글씨가 바뀌었다.
[퇴임 신청자 권한: 정지]
[신격 보유 의무: 영구 전환]
재하는 손바닥을 객차의 벽에 댔다. ‘무상의 약속’이 약하게 반응했다. 그 권능은 강제 헌납과 소유권을 다투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보관된 기록을 함부로 지우거나 계약 당사자의 미래를 대신 정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뭐 하나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그는 말했다. “저는 이분들 대신 귀환을 승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의 거절을 승낙으로 바꾼 조항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세리아가 즉시 긴급 심리를 개시했다. 권능의 반응을 절대적인 판결로 보지 않고, 공문 원본과 현장 기록을 함께 대조했다. 이즈메도 장부를 확인했다. 명령서에는 이미 취소됐던 신격 소유권 항목이 반복 인용돼 있었다.
“이건 새로운 권한이 아닙니다.” 이즈메가 말했다. “효력이 정지된 규정의 재사용입니다.”
헤르만이 눈을 부릅떴다. “그럼 공급 안정성은 누가 책임집니까?”
“공급 안정성을 이유로 동의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세리아가 대답했다.
최종 결정문을 쓰기 전 세리아는 중요한 문장을 여러 번 고쳤다. 원안에는 ‘모든 신격 퇴임 승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문구를 그대로 쓰면 아직 떠나기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까지 자동으로 제대 처리될 수 있었다.
“이건 허가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문제입니다.” 실라가 말했다.
세리아는 문장을 바꿨다. ‘퇴임 신청은 개인별 의사 확인을 거쳐 처리하며, 일방적 불승인과 무기한 연기는 금지한다.’ 귀가선에는 안전하게 운행할 책임이 있고, 신청자에게는 자신의 목적지를 바꾸거나 탑승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즈메는 미응답 기도가 사라지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리아는 그 부분을 따로 규정했다. 실재하는 구호 요청은 독립 회신망으로 이관될 수 있으나, 그것을 이관받는 사람에게 영구 소유권이나 채무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비용과 인력이 부족할 때는 우선순위를 공개하고, 그 부족함을 숨기지 않는다.
카르도는 안전 통행에 관한 조항을 읽었다. 그는 군대가 역 안에서 명단을 검열하지 않도록 분명히 적어 달라고 했다. 모래의 기록 보존 요구 역시 별도 심리로 남겨 두되, 그 사이에 삭제나 강제 초기화는 금지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한 척하지 않았다. 헤르만은 여전히 공급 재정의 위험을 강조했고, 이즈메는 정산소 운영상의 어려움을 기록에 남겼다. 다만 이견은 사람을 영구히 붙잡을 권한이 되지 못했다. 그것이 이번 심리의 가장 큰 변화였다.
잠시 뒤 긴급 결정이 내려졌다. 귀가선 퇴임 신청자들에게 부과된 무기한 후속 책임 인수 규정은 강제 집행을 중단한다. 구조·치료 등 필수 서비스는 별도의 안전 전환 계획으로 유지한다. 승객별 의사는 독립 기록인이 직접 확인하며, 퇴임 여부를 다른 사람의 승낙으로 대신할 수 없다. 과거 피해와 재정 정산은 별도 조사를 계속한다.
객차의 붉은 불빛이 하나씩 꺼졌다. 잠겨 있던 출입문이 열렸다. 그러나 아무도 즉시 열차에 오르지 않았다. 오랜 세월 떠날 자유를 잃었던 사람들이 이제 어디로 갈지 다시 생각하는 중이었다.
도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신이 직접 돌아갈 곳을 정할 수 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아직 신격 인증을 필요로 하는 마을에는 전환 계획이 마련됐고, 필요한 일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연락 창구가 열렸다.
“이제 출발해도 되는군.” 도르가 말했다.
재하는 목이 메었다. “그렇네요. 정말로요.”
잠정 결정이 내린 뒤 역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문의가 도착했다. 누군가는 오늘 당장 떠나고 싶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은 지금까지 당연히 영원한 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 자체가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실라는 독립 상담을 신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었다.
모래는 각 신청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세 번 반복하지 않도록 기록 방식도 바꿨다. 이미 말한 내용을 다시 말하게 하려면 왜 필요한지 설명해야 했다. 어떤 승객은 힘든 기억을 반복하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기록을 정확하게 남긴다는 것은 세부 정보를 끝없이 요구하는 일과 같지 않았다.
재하는 승강장 창밖에서 사람들을 바라봤다. 떠날 수 있어도 떠나지 않는 사람, 아직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 떠날 준비를 마치고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 그들의 선택이 다른 이유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도르는 승차권의 빈칸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글자가 사라지지 않았다.
[목적지: 도르가 직접 결정]
그는 한참 동안 서 있다가 승차권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직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았다. 그것도 선택이었다.
심리가 끝나고 회의장 밖으로 나왔을 때 세리아는 재하에게 작은 통지서를 건넸다. 퇴임 신청 권리가 회복되면서 도르와 같은 방식으로 신격을 받은 재하에게도 귀가선 탑승 자격이 다시 열린 것이다.
[윤재하]
[귀환 목적지 선택 가능: 지구]
[신격 유지 여부: 본인 선택]
[귀환 신청 마감: 48시간 후]
재하는 통지서를 접었다. 처음 신이 되었을 때는 돌아갈 길이 없었다. 이제는 있었다. 바로 앞에 열린 문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 질문만이 남았다.
제19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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