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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97화
PAYLUA ORIGINAL · 제197화

197화. 전쟁신의 삽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328자

오프라인 책장
전쟁신 카르도에게는 수십 개의 검이 있었다. 어린 시절 쓰던 짧은 검, 전장에 처음 나갔을 때 들었던 긴 검, 어떤 전쟁의 끝을 선언할 때 꽂았던 의식용 검. 그는 검을 잘 보관했다. 검에 새겨진 이름과 싸운 날짜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귀가선이 멈춘 날 카르도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삽이었다. “길이 막혔다!” 제9 항로의 북쪽 교량에서 경보가 울렸다. 정산소가 퇴임 기록을 강제로 한데 묶으면서, 오래된 회로의 일부가 과열된 것이다. 바닥 밑에서 금속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고, 수송 중이던 구호물자 차량은 교량 중간에 멈춰 섰다. 운전사는 내리려 했지만 문이 비틀려 열리지 않았다. “폭파해서 구해!” 한 병사가 외쳤다. “안 된다.” 카르도가 답했다. “아래쪽에 사람이 있다.” 교량 아래에는 역 근로자들이 수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함부로 구조물을 부수면 구호물자는 물론 사람도 떨어질 수 있었다. 카르도는 검 대신 삽과 지렛대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병사들은 어리둥절했지만 곧 움직였다. 하율의 기술자들이 응급 도면을 펼쳤다. 교량의 손상 부위는 세 곳이었다. 중앙 경첩이 비틀렸고, 정산 회로에서 열이 솟아 나왔으며, 군용 보급차가 지나는 노선의 하중이 한쪽에 몰리고 있었다. “중앙을 들어 올리면 바퀴는 빠집니다.” 하율이 말했다. “하지만 진동이 갈 수 있어요. 밑에 있는 사람부터 대피시켜야 합니다.” 카르도는 대피 방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독립 회신망의 안내문에는 군대에 관한 특별 조항이 있었다. 과거 그의 이름으로 강제 징집된 지역에서는 군의 접근 자체가 공포를 부를 수 있으니, 주민 대피는 민간 관리자와 협의하도록 정한 것이다. “내 병사들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될까?” 그가 물었다. 모과가 답했다. “구조가 필요한 곳을 표시해 주세요. 주민회가 안내하겠습니다. 병사들은 교량 바깥에서 중장비를 움직이면 됩니다.” 카르도는 명령을 바꿨다. 예전이라면 이런 절차를 지휘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게 사람을 더 빨리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대피는 순탄하지 않았다. 교량 아래의 노동자 하나가 동료가 아직 안에 있다고 외쳤다. 그는 줄을 묶고 다시 들어가려 했다. 카르도는 그를 붙잡는 대신 동료의 위치를 물었다. 신호를 확인하고 기술자들과 동선을 점검한 뒤 두 사람을 보낼 수 있는지 판단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카르도가 말했다. “전쟁신이 구조 현장에 들어간다고요?” 재하가 물었다. “신으로서의 능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쓰겠다. 다만 혼자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겠다.” 그는 검을 내려놓고 안전줄을 매었다. 릴리가 매듭을 두 번 확인했다. 누베가 잠시 제공한 신성 열은 과열된 접합부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구조 통로의 작은 난방기를 유지하는 데 쓰였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달랐다. 구조대가 진입하기 전 교량 아래에서 한 번 더 진동이 일었다. 아래쪽에 남은 근로자는 벽을 두드려 자신이 살아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응답 사이의 간격이 점점 길어졌다. 하율은 터널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카르도는 가까스로 참았다. 신력으로 터널을 통째로 찢으면 지금 당장은 길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위쪽 구호차에 실린 약품이 아래로 쏟아질 수도 있었다. 그가 익힌 전술은 위험을 빠르게 제거하는 것이었지만, 구조는 위험을 계산하면서 사람을 끝까지 데리고 나오는 일이었다. “여기에서 둘씩 들어가면 너무 좁습니다.” 하율이 말했다. “한 사람은 바깥에서 줄을 잡아야 합니다.” 병사들이 자원했지만 카르도는 가장 힘센 사람을 무조건 뽑지 않았다. 좁은 곳에서 장비를 다룬 경험과 구조 훈련 이력을 확인했다. 전투에서는 앞줄에 서는 사람이 영웅이라고 불렸지만, 구조에서는 정확한 손동작 하나가 더 중요했다. 한 젊은 병사가 자신이 좁은 공간에 들어가면 숨이 막힌다고 고백했다. 카르도는 그를 질책하지 않고 바깥에서 신호를 맡겼다. 다른 병사는 자진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누가 더 용감한지 증명하지 않았다. 살아서 돌아오기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맡았다. 재하는 기록을 남기면서 과거의 카르도를 떠올렸다. 처음 만난 그는 자신의 군사 권한을 신성한 의무로 주장하던 신이었다. 오늘은 위험한 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병사를 벌주지 않았다. 바뀐 것은 검의 위력보다 그 손이 내려놓을 수 있는 명령의 무게였다. 카르도와 기술자 둘은 차가운 아래쪽 통로에 들어갔다. 안에서는 떨어진 금속판이 길을 막고 있었다. 카르도가 신력을 쓸 수 있었지만, 한 번에 철판을 들어 올리면 지지대가 흔들릴 위험이 있었다. 그는 하율의 수신호에 따라 조금씩 힘을 주었다. “거기, 아래로 다섯 손가락만큼.” “다섯 손가락이 내 손인가 자네 손인가?” “제 손입니다. 전쟁신님 손으로 하면 너무 많이 올라가요!” 어두운 통로에 실없는 웃음이 났다. 긴장이 조금 풀렸다. 마침내 철판이 움직였고, 안쪽의 근로자들이 빠져나왔다. 한 명은 다리를 다쳐 걸을 수 없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구조된 근로자 중 하나는 처음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카르도의 군대가 지난 겨울 자기 마을에서 사람들을 강제로 수송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근로자는 구조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렸다. 같은 사건을 겪었어도 두 사람의 마음은 달랐다. 카르도는 말없이 응급 담요를 건넸다. 화가 난 근로자가 말했다. “오늘 저를 구했다고 전에 하신 일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맞다.” 카르도가 답했다. “그 일의 기록을 다시 조사하도록 했네.” “그럼 저는 감사하지 않아도 됩니까?” 카르도는 짧게 숨을 쉬었다. “그럴 권리가 있지.” 근로자는 담요를 받아들고 동료에게 기대 앉았다. 그들은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재하는 그런 침묵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조자가 감사까지 요구한다면, 도움은 새로운 거래가 되어 버린다. 잠시 뒤 하율은 구조 시간표를 확인했다. 실제 진입에 걸린 시간과 대피 명령이 전달된 시간을 구분해 적었다. 잘못된 판단도 있었다. 첫 경보 때 주민들에게 너무 늦게 알렸고, 안전줄 하나는 길이가 부족했다. 카르도는 그 문제들을 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다음 구조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영웅적인 기록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한 병사가 실수 보고서를 쓰다가 손을 멈췄다. 전쟁터에서는 자신이 틀렸다고 말하면 곧바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카르도는 고개를 저었다. “고의로 숨긴 잘못은 조사해야 하지만, 고치려고 남긴 기록은 다음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그 말에 병사는 다시 펜을 들었다. 어느 날에는 칼보다 정확한 기록이 더 많은 사람을 지킬 수 있었다. 구조가 끝난 뒤 카르도는 지쳐 바닥에 앉았다. 그는 전쟁을 수백 번 치렀지만, 전투가 끝난 뒤 이렇게 조용히 숨을 돌린 적이 드물었다. 마침 재하가 물통을 가져왔다. “칼보다 삽이 유용할 때도 있군요.” “삽이 칼보다 멋있다고 말하면 내 병사들이 섭섭해할 것이다.” “삽에도 문양을 새기세요.” “내가 그 정도로 허영심이 있진 않다.” 재하는 카르도의 검집을 바라봤다. 온통 금장식이었다. 둘은 동시에 웃었다. 교량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귀가선의 다른 승객들도 불안해했다. 이즈메의 장부에는 그들이 여전히 ‘퇴임 예정 신격’으로 표시돼 있었고, 위험이 생기면 출발 날짜가 또 밀릴 수 있었다. 도르는 그들과 임시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사람은 떠나고 싶지만 자신이 담당하던 마을에 아직 연락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신은 떠나겠다고 적었다가 어젯밤 마음을 바꿨다. 도르는 누구에게도 떠나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다만 돌아가려는 이유를 전부 증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자신이 배운 그대로 말했다. 그들은 대기실 벽에 작은 종이를 붙였다. ‘결정은 본인 것.’ 그 아래에는 교량의 안전 점검 결과와 예상 출발 지연 사유를 적었다. 누군가 출발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 사실도 기록하되, 신격 유지의 새로운 영구 계약으로 바꾸지 말자는 조건을 달았다. 재하는 그 안내문을 보고 도르에게 말했다. “예전엔 신이 다들 자기 몫을 지키느라 싸운다고 생각했어요.” “오래된 신들도 서로 도울 수 있네. 다만 서로를 대신해 결정하지 않을 뿐이지.” 도르가 웃었다. 재하는 그 말을 기억해 두었다. 마지막 심리가 열리더라도 거기서 끝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때 회수단장 이즈메가 나타났다. 그는 구조를 방해하지 않았지만 교량의 정산 회로를 끊는 결정에는 반대했다. “회로를 분리하면 귀가선의 기존 채권은 담보를 잃습니다. 누가 보전할 겁니까?” 하율이 답했다. “정산 회로를 보전하느라 교량이 떨어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안전 조치가 우선이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 후에 장부를 처리해야 합니다.” 세리아가 나섰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긴급 분리 권한을 요청했습니다. 구조 회로와 정산 회로를 하나로 묶은 것이 정상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즈메는 대답을 미뤘다. 그의 회수단은 오래전부터 숫자를 보고 움직였고, 눈앞의 구조 현장과 장부가 맞지 않는 날은 드물었다. 이날은 달랐다. 교량에서 구조된 두 노동자는 모두 미응답 기도의 채무자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들의 생존이 채권 담보를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카르도는 이즈메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는 명령을 따른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사람을 전장에 보냈다. 그들을 안전하게 돌아오게 하지 못한 책임을 모두 면할 수는 없겠지. 그러나 오늘은 명령의 근거를 묻겠다.” “그 말이 채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알고 있다. 그러니 잘못된 채무를 먼저 구분하자는 거다.” 카르도는 오래된 군 보급 장부를 제출했다. 강제 징집에 동원됐던 사람들에게 약속한 보상 중 일부가 신앙 포인트 회수 명목으로 상계됐다는 기록이었다. 지난 공청회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보조 장부였다. 그것을 제출하면 카르도 자신도 추가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컸다. “이걸 왜 지금 내놓으십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더 일찍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짧게 대답했다. 변명하지 않았다. 재하는 그 옆에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쟁신이 무기를 내려놓는 일은 단 한 번의 웅장한 장면이 아니었다. 자기 이름으로 이루어진 일의 기록을 스스로 열어 보이는 순간부터 시작되는지도 몰랐다. 교량의 긴급 수리가 끝나자 주민들은 다시 길을 건넜다. 해가 질 무렵 첫 번째 구호차가 무사히 역을 통과했다. 누군가 카르도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 했지만 그는 먼저 노동자들을 가리켰다. “저들이 버텨 줬기 때문이다.” 기술자 하나가 작게 웃었다. “전쟁신님도 버텨 주셨잖아요.” “맞다. 그건 기록해도 된다.” 이날 밤 카르도는 자기 신전에서 작은 제단 하나를 치웠다. 제단에는 ‘끝까지 복종한 자를 승리자로 기록한다’는 오래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현장 대피 도면을 걸었다. 병사 몇 명이 의아해했다. “이제 전쟁신을 안 하실 겁니까?” 카르도는 잠시 생각했다. “신격을 그만둘지는 나중에 내가 결정하겠다. 지금은 내 힘을 어떤 일에 쓸지 바꾸는 중이다.” 그의 대답에는 이전의 위엄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피곤함과 책임감이 있었다.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자기 선택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교량 안전 보고서에는 카르도의 이름이 맨 위에 적혀 있지 않았다. 구조팀 전체의 역할이 순서대로 기록돼 있었고, 단독 지휘자가 모든 공을 받은 것처럼 꾸민 문장도 없었다. 카르도는 그 보고서를 읽고 직접 서명했다. “신님 이름을 크게 써야 사람들이 믿지 않겠습니까?” 병사가 물었다. “사람들이 믿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안전한 방법이다.” 그는 말하고 나서 조금 쑥스러워했다. 평생 영광을 외치던 전쟁신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문장이었다. 그래도 병사들은 그 말을 곧잘 기억했다. 누구든 다른 사람을 구한 뒤에는 다음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남기고, 도움이 끝났으면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원칙이었다. 같은 시간 귀가선에서는 열차의 모든 출입문이 동시에 닫혔다. 회수단이 채무 일괄 청구를 개시한 것이다. 이즈메조차 승인하지 않은 명령이었다. 명령문 위에는 안정 보전위원회의 새 인장이 찍혀 있었다. [긴급 안정 모드 실행] [탑승자 전원: 귀환 대기에서 영구 배정으로 전환] [회송 예정: 취소] 모래가 놀라 외쳤다. “이 명령을 실행하면 도르뿐 아니라 다른 신청자들의 돌아갈 권리까지 소멸 처리됩니다!” 재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더 이상 안내창의 이름을 보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 “세리아 씨, 긴급 심리를 열 수 있습니까?” “증거가 충분하다면요.” “있습니다. 방금 사람들을 살린 다리가 증거예요.” 카르도는 손에 묻은 녹을 닦았다. 그의 검은 여전히 칼집 안에 있었다. 마지막 심리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전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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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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