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선에 신입 역장이 필요하다면 공고를 내야 합니다.”
윤재하의 항의에 천계의 원형 노선 담당자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책상 두 개를 겹친 듯한 높이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 챙에는 ‘귀가선 운영실’이라는 금색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자기소개 때마다 한 치도 흐트러짐 없이 인사했다.
“귀하께서는 직전 회신망 운용 성공자이므로 자동 지정되었습니다.”
“그 말이 근거가 안 된다는 걸 지금까지 백팔십몇 화 동안 설명한 기분인데요.”
“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도 오래 싸워서요.”
담당자 이름은 모래였다. 그는 천계에서 드물게 신도 악마도 아닌, 노선이 만들어질 때 함께 등록된 운행 기록인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인지 묻자 ‘계약상 인격 구분 미완료’라는 답이 돌아왔다. 재하는 차라리 그런 설명을 들을수록 더 걱정됐다.
유나가 모래의 자료를 검토했다. “귀가선이라는 이름은 복귀를 뜻하지 않는군요. 원래는 구조를 마친 사람이 원래 생활로 돌아가는 통로였어요. 그러니까 출발지와 목적지가 꼭 신계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게 왜 지금은 신격 퇴임용으로만 표시되죠?” 릴리가 물었다.
“다른 노선이 폐쇄되면서 남은 사람들이 전부 여기로 몰렸기 때문입니다.” 모래가 말했다. “게다가 사람을 돌려보내는 장부는 적자를 기록합니다. 보내는 일을 그만두면 소유권 계정의 수익률이 오르지요.”
에반이 손을 들었다. “저는 자본주의에도 정도가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제 기준이 높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만.”
모래는 대꾸하지 않았다. 운행 기록인의 눈에 한순간 어두운 빛이 지났다. 기록을 말할 수는 있어도 기록을 바꿀 권한은 없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일행은 제9 항로 끝의 귀가선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가시골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를 지나면 공간의 끝처럼 보이는 검은 절벽이 있었다. 그 절벽 한가운데 녹슨 역이 매달려 있었다. 계단은 허공으로 뻗어 있었고, 바닥에 적힌 노선 번호는 여러 시대의 글자로 겹쳐 있었다.
카르도가 먼저 바닥을 두드렸다. “이 교량은 넓게 보면 멀쩡한데, 사람의 무게가 실리면 접합부가 밀릴 수 있다. 병사들이 장비를 가져올 때까지 절반만 통행하자.”
“이번엔 부수러 오신 게 아니군요.” 재하가 농담했다.
“부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안 부수고 버티게 만드는 게 어렵더군.”
도르는 승강장 입구에서 한참 서 있었다. 젊은 나룻배 사공이던 시절 그는 누군가를 강 건너에 내려놓고, 기슭이 보일 때까지 노를 저었다고 했다. 돌아갈 사람에게 특별한 사연을 요구하지 않았다. 물이 거세면 다음 날을 기다려도 괜찮았다.
그런데 천계의 귀가선에는 돌아갈 사유를 증명하는 서류가 스물일곱 장이나 필요했다. 종착역에 도착한 뒤에도 과거 책임 인수인이 먼저 승인을 내줘야 했고, 그 승인이 없으면 자동으로 연체료가 붙었다.
“사람을 태워 주는 게 아니라 붙잡는 역이 됐네요.” 릴리가 말했다.
기적 포인트가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신이었던 재하는, 이제 기적이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벽을 날려 버리면 문은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뒤에 얽혀 있던 승객들의 원래 목적지와 비공개 정보도 함께 파괴될 수 있었다.
먼저 제일 오래된 승차권 하나를 찾아 열람 동의를 구했다. 신청자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지만 노선 기록에는 ‘퇴임 희망 사유: 고향의 사과나무가 보고 싶음’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었다. 하찮은 사유라고 적힌 옆 칸에는 오래된 심사관의 도장이 있었다.
재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사과나무를 보고 싶다는 게 왜 하찮습니까?”
“신격은 보통 더 큰 목적을 위해 유지되는 것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모래가 말했다.
“그럼 사과나무가 크면 됩니까?”
에반이 웃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모래가 다른 기록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어떤 신은 늙은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싶었고, 어떤 신은 자기 신전을 돌보던 사람들이 이미 독립할 준비를 마쳤으니 떠나겠다고 했다. 어떤 신은 그저 더 이상 신이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사유가 무엇이든 대부분 ‘후속 책임 미확보’ 판정을 받았다.
플랫폼 끝에는 빈 열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앞머리에는 귀가선이라는 이름 대신 ‘무기한 대기’라는 명판이 달렸다. 객차 창문마다 누군가의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실제로 그 안에 갇힌 사람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라는 창문을 살피더니 말했다. “이 손자국은 출발하려 했던 순간의 흔적이에요. 사람을 감금한 게 아니라 출발을 취소하면서 마지막 동작만 남긴 겁니다.”
재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떠나려던 순간을 빼앗기는 일이란 무엇일까. 문턱까지 갔는데 발을 떼려는 동작만 장부에 남고, 자신은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오는 것. 도르의 천 년이 그랬을지도 모른다.
플랫폼 안쪽에는 운행 중단으로 남겨진 수하물 보관함이 있었다. 유나가 소유권 기록과 보관인의 동의를 대조한 뒤, 공개가 허용된 품목 하나를 확인했다. 작은 목제 빗이었다. 빗의 손잡이에는 ‘아버지가 돌아오면 머리를 빗어 줄게’라는 서툰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도 채무로 계산돼 있나요?” 릴리가 물었다.
모래는 장부를 넘겼다. “배송 약속 미완료. 신격 응답 지연 이십칠 년. 연체료가 발생했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오면 머리를 빗어 준다는 말이 왜 신앙 채무예요?” 재하가 되물었다.
“운송 대상자가 신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모든 대기 기록이 일괄 통합됐습니다.”
재하는 빗을 다시 보관함에 넣었다. 스물일곱 해의 그리움에 가격을 붙인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는 기록인을 통해 이 물건의 주인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최초 발신인에게 허락받기 전까지는 보관함의 내용을 공공 전시품으로 만들지 말자고 했다. 듣고 있던 모래는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그는 운행 일지 여백에 조용히 적었다. ‘모든 기록은 운임이 아님.’
에반은 빗을 두고 홍보 이야기를 꺼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평소 같으면 ‘스물일곱 년을 기다린 사랑’이라는 문구를 썼을 것이다. 오늘은 그 문구가 누구의 허락을 받았는지 먼저 생각났다. 그는 수하물 목록에서 개인 이야기를 허락 없이 발췌하는 기능에 빨간 표시를 해 두었다.
카르도가 객차 연결부의 쇠핀을 검사할 때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선로 반대편에서 빈 객차 하나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 기관차가 없었는데도 바퀴는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자동 정산 이동 개시]
[미퇴임 책임: 승객 대기 기록으로 치환]
“멈춰!” 카르도가 외쳤다.
그가 검을 뽑는 대신 신호봉을 흔들었다. 하율의 기술자들이 미리 설치한 임시 제동기가 작동했지만, 열차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경보 장치의 전원 일부가 퇴임 신청자의 신앙 포인트 계정에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계정을 차단하면 객차는 멈추지만 동시에 근처 응급 통로의 조명도 꺼질 수 있었다.
“둘을 분리해야 합니다!” 하율이 소리쳤다.
“어떻게요?”
“수동 절환기! 오른쪽 세 번째 함!”
재하는 절벽 끝의 함으로 달렸다. 바닥판이 흔들리고 쇳가루가 날렸다. 가까스로 덮개를 열었지만 안에는 낡은 손잡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에는 ‘정산’, 다른 하나에는 ‘구조’라고 적혀 있었다.
“둘 다 내리면 되나요?”
“안 됩니다! 구조는 유지하고 정산만 분리하세요!”
재하는 기적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선로의 진동으로 손잡이 둘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때 릴리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왼쪽 손잡이 아래에 긁힌 자국이 있어요. 아까 모래 씨가 보여 준 옛 도면과 같아요.”
두 사람은 함께 낡은 정산 손잡이를 내렸다. 어두운 불빛이 꺼지고, 구조 표시등은 그대로 남았다. 객차가 삐걱거리며 멈췄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것은 쇳가루 몇 줌뿐이었다.
“기적 없이도 해결했네요.” 릴리가 말했다.
“아니요. 이런 손잡이 앞에서 정확한 사람을 만난 게 기적이죠.”
“그 말은 마음에 드네요.”
재하는 주저앉았다. 신의 품위는 오래전에 사라졌고, 바짓단은 먼지투성이였다. 그래도 열차는 멈췄다.
모래가 정지 기록을 적으려다 손을 멈췄다. 조항에 없는 정지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정산과 구조를 분리한 순간, 오래된 단일 회로 규정과 실제 선로의 작동이 서로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분리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빚을 떠넘겼는데, 적어도 이 플랫폼 한곳에서는 분리가 가능하다는 증거가 생긴 것이다.
“이 사실을 기록할 수 있습니까?” 유나가 물었다.
모래는 잠시 침묵했다. “내 권한으로는 운행 이상이라고만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상이라고 적어 주세요. 그리고 관측 자료를 붙일 수 있다는 규정은 있죠?”
“있습니다.”
유나는 하율의 기록, 릴리의 목격 확인, 카르도의 안전 조치를 함께 첨부했다. 정산을 떼어 내도 구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첫 현장 증거였다.
하율이 시험 운행 결과를 정리하는 동안 재하는 플랫폼 끝의 안내판을 닦았다. 안내판에는 ‘귀환 후 과거 생활 복원 보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실제 노선 설명에는 그런 보장이 없었다. 출발지의 시간은 다르게 흐를 수 있었고, 한 번 떠난 사이 가족이나 마을이 변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귀환은 뒤로 시간을 돌리는 기계가 아니었다.
“이 문구를 지워야 합니다.” 재하가 말했다.
모래가 답했다. “신청자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몰라서 신청하는 것보다 알고 신청하는 게 맞죠.”
독립 회신망은 새로운 안내문을 작성했다. ‘귀환은 이전 삶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도착지 확인과 개인 정보 보호 범위는 상담 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출발 직전까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
이즈메에게는 작은 문제가 있었다. 그런 안내를 붙이면 회수단의 예상 운행 수입이 달라졌다. 반면 모래는 그 문장을 계속 바라봤다. 손님을 돌려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손님이 무엇을 기대해도 되는지 정확히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는 생각한 듯했다.
하율은 실제 열차를 비우고 정지 시험부터 다시 하겠다고 제안했다. 기관차를 세 차례 움직여 제동 거리를 측정하고, 온도가 떨어졌을 때 연결부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폈다. 카르도는 병사들에게 시험 장면을 구경하지 말고 통행을 통제하라고 했다. 재하는 애초에 모두를 태울 생각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다. 출발할 권리만큼 무사히 도착할 권리도 중요했다.
저녁이 되어 도르는 출발역의 낡은 벤치에 앉았다. “내가 여길 처음 왔을 때는 열차가 누구든 집에 데려다줄 거라고 믿었네.”
재하가 옆에 앉았다. “지금도 그럴 수 있게 해 봅시다.”
“자네가 대신 표를 끊어 주겠다는 뜻인가?”
“아니요. 표를 끊는 사람을 막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죠.”
도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선로 너머에는 아직 보이지 않는 종착지가 있었다. 그가 어느 곳을 선택하든 누군가의 허락을 받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는 날을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플랫폼 반대편에서 누군가 작은 종을 울렸다. 떠나기로 신청한 신 하나가 예정 시각을 다시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모래는 처음엔 기록상의 출발 예정만 말하려 했다. 그러다가 열차 제동 시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함께 설명했다.
“그럼 제가 더 기다릴 수 있나요?” 신청자가 물었다.
“예. 원하시면 다음 운행을 신청해도 됩니다.”
모래가 스스로 놀랐다. 예전 규정에 따르면 늦게 출발하는 일은 채무였고, 일찍 출발하지 않는 일도 채무였다. 이제는 다음 운행을 선택할 수 있다는 문장이 겨우 살아난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운행 일지의 ‘기타’가 아니라 ‘승객의 선택’ 항목에 적었다. 재하는 자기가 목격한 가장 소박한 운행 개혁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모래가 오래된 운행 일지를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 붉은 숫자가 떠올랐다.
[퇴임 예정 인원: 1,309명]
[퇴임 보증 원금: 미산정]
[퇴임 연체료: 각 신격의 미응답 기도 전량]
그는 평소와 다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열차는 사람을 태우기 전에 그 사람의 떠나지 못한 책임을 전부 청구합니다. 그리고 그 청구서를 집행하는 기관이 내일 도착합니다.”
“누군데요?”
모래가 모자를 벗었다. 그의 머리에는 수백 개의 가느다란 검은 선이 얽혀 있었다. 오래된 계약이 기록인을 기계처럼 붙잡아 둔 흔적이었다.
“귀가선 채권회수단입니다. 이 역에 남아 있는 모든 신청자에게 마지막 고지서를 발송하러 옵니다.”
재하는 플랫폼을 바라봤다. 열차가 한 번 길게 울었다. 이제 문제는 한 사람의 귀가가 아니라,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에 가격을 매긴 체계 전체였다.
제19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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