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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91화
PAYLUA ORIGINAL · 제191화

191화. 도르의 마지막 승차권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275자

오프라인 책장
가시골 신전에는 신이 둘이나 있었지만, 새벽 설거지를 하는 사람은 하나였다. 윤재하는 손에 거품을 묻힌 채 창밖을 노려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자기 얼굴은 대단히 엄숙했다. 물론 엄숙할 이유는 별것 없었다. 도르가 마지막 접시를 식탁 아래에 숨겨 두고 잠들었기 때문이다. “전임 신께서는 설거지에서도 퇴임하신 겁니까?” 뒤에서 릴리가 웃었다. “오늘 아침엔 신님 차례예요.” “난 신격을 자발적으로 유지하기로 했지 접시 세척 계약까지 연장한 적은 없는데.” “주민회의에서 손드셨잖아요.” 재하는 말없이 그릇을 닦았다. 이곳에선 신이 된 뒤보다 주민이 된 뒤에 거절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아지는 듯했다. 적어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문이 열리고 도르가 들어왔다. 그는 평소처럼 마른 지팡이를 짚고 있었으나, 오늘은 발걸음이 이상하리만큼 느렸다. 지팡이 끝에 작은 금빛 먼지가 묻어 있었다. 신전의 문턱에 닿자 먼지가 한 번 반짝이고 사라졌다. “밤새 어디 다녀오셨어요?” 재하가 물었다. “오래전에 지나간 길을 조금 걸어 보았네.” “그 길이 혹시 설거지 없는 길입니까?” 도르는 웃지 않았다. 대신 낡은 승차권 한 장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종이는 젖은 적이 있는 듯 모서리가 안쪽으로 말려 있었고, 아무리 빛에 비춰도 목적지 칸만은 보이지 않았다. [귀가선 원형 승차권] [탑승자: 신격 제17번 승계인 도르] [발급 상태: 신청 완료] [출발 상태: 보류] [보류 사유: 후속 응답자 부재] 재하는 승차권을 손에 들었다가 즉시 내려놓았다. 종이에서 소리가 났다. 기차 바퀴가 쇠로 된 다리를 건너며 내는 규칙적인 울림이었다. 가시골에는 철길이 없었으므로 더 기묘했다. “이걸 왜 지금까지 안 보여주셨어요?” “나도 내가 신청했다는 걸 잊고 있었으니까.” 도르는 재하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래전 신격을 내려놓으려 했던 그는 소멸한 것으로 기록됐고, 빈 신격은 지구에서 온 재하에게 강제로 넘어왔다. 그 이야기는 이미 여러 차례 심리했다. 그러나 그날 도르가 어떻게 퇴임하려 했는지, 어디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는 누구도 묻지 않았다. “나는 신이 되기 전 이곳 북쪽에서 나룻배를 몰았네. 비가 오면 강을 건너고, 얼음이 녹으면 다시 배를 고쳤지. 처음에는 강을 지키는 일을 잠시 돕겠다고 했어. 그 잠시가 백 년이 됐고, 천 년이 됐지.” “그럼 돌아가려던 곳은 강가였나요?” 도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말하지 못했네. 목적지는 내 허락 없이 제17번 신격의 ‘후속 응답자’에게 넘겨졌거든. 나는 돌아가고 싶었지만, 관리국은 내가 맡았던 기도를 누가 대신 받겠느냐고 물었지.” 릴리가 승차권의 빈칸을 살폈다. “신격을 내려놓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미래까지 책임지라고 했네요.” “그래. 그래서 나는 떠날 수도 남을 수도 없는 사람이 되었지.” 재하는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자신이 처음 신전에서 깨어났을 때, 눈앞에는 신도 0명, 포인트 0점, 기적 0회라는 표가 떠 있었다. 전임자가 소멸했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그 표에는 도르가 원했던 삶이 적혀 있지 않았다. 노아가 식탁 밑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누나가 학교 갈 준비를 하라고 했는데도 종이배를 접느라 늦고 있었다. “할아버지, 집에 가고 싶으셨어요?” “그래.” “그럼 가면 되잖아요.” “가는 길에 문이 잠겨 있었단다.” “열쇠는요?” 도르가 한참 만에 웃었다. “그걸 이제 찾으려는 중이지.” 그날 오전, 독립 회신망의 보관인 유나와 전직 반송 감시인 실라가 가시골로 왔다. 유나는 승차권을 촬영하지 않았다. 도르가 허용한 항목만 별도 장부에 적었고, 목적지의 원본은 봉투째 봉인했다. 재하는 그 절차를 지켜봤다. 과거였다면 사건을 빨리 해결하겠다며 문서를 통째로 가져갔을 것이다. 이제는 서두르는 것도 누군가의 선택을 침범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귀가선이 반응했다는 것 자체는 좋은 소식이에요.” 실라가 말했다. “그런데 마지막 운행 규정이 이상합니다. 승차권을 가진 사람이 떠나려면 누군가 그 사람의 모든 미응답 기도를 인수해야 한다고 적혀 있어요.” “인수할 수 없는 건요?” 재하가 물었다. “연체 채무로 바뀝니다. 신격을 내려놓은 뒤에도 따라붙도록요.” 에반이 서류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와, 제가 악마인 게 부끄러워질 정도의 약관이군요. 계약서 제목이 ‘자유로운 귀환’인데 퇴장 버튼 누르면 평생 빚이 생기는 구조라니.” “혹시 그 구조에도 당신 필체가 있습니까?” 릴리가 물었다.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발견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실라는 서명란 아래의 작은 문장을 가리켰다. 최초 제정일은 에반이 태어나기보다 훨씬 이전이었다. 대신 ‘후속 책임 완전 인수’라는 항목 옆에는 라엔이 만든 신격 생성 규칙이 인용돼 있었다. 오래전 단순한 인력 배치표였던 것이 시대를 거치며 사람을 붙잡는 쇠사슬이 된 셈이었다. 카르도가 군용 지도 하나를 펴 놓았다. “귀가선 원형 경로는 제9 항로와 연결된다. 하지만 옛 교량 세 곳의 상태가 좋지 않다. 열차가 깨어났다고 바로 사람을 태우면 위험하다.” “신인데도 열차 사고는 무섭나요?” 노아가 물었다. “신도 사고가 나면 아프다.” 카르도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노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재하는 옆구리를 찔렀다. “어린애한테 할 말이 그겁니까?” “거짓말을 하라는 뜻이냐?” “적절한 설명이라는 게 있잖아요.” “철길 점검을 먼저 하겠다는 뜻이다.” 뒤늦게 카르도는 차를 마셨다. 노아는 대단히 감탄했다. 전쟁신이 철길 안전 수칙을 설명한 날이었다. 실라는 퇴임 승차권의 뒷면을 비춰 보았다. 한쪽 모서리에 잉크가 번진 흔적이 있었다. 그것은 도르가 나룻배를 몰던 시대의 글자였다. ‘돌아가지 못한 사람의 짐을 대신 들어 주되, 그 짐을 가진 사람이 되지는 말 것.’ 재하는 문구를 세 번 읽었다. 지금의 귀가선 규정과 정확히 반대되는 말이었다. “누가 썼습니까?” “첫 운행을 시작한 구조자들이요. 애초에 길을 만든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가 전에 발견했잖아요.” 실라는 봉인돼 있던 낡은 역무 일지의 공개 가능한 표지만 펼쳤다. 아홉 구조자의 서명은 각자 다른 필체였다. 어떤 사람은 이름 대신 물결을 그렸고, 어떤 사람은 날짜를 적었다. 한 줄에는 나룻배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의 귀가선은 사람을 빨리 보내는 기관이 아니었다. 돌아갈 사람이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길을 유지하는 일에 더 가까웠다. 재하는 도르에게 질문했다. “그때 마지막으로 태우려던 승객을 기억하십니까?” “정확한 이름은 잊었네. 하지만 작은 손가방을 가진 노인이었지. 강 건너 마을에 혼자 사는 딸이 있었어. 나는 그를 태워 줬고, 노인은 돌아오는 길에 새 우산을 선물하겠다고 했네.” “받으셨어요?” “아니. 다음 홍수 때 그 강둑이 무너졌으니까. 하지만 못 받은 우산이 아직 빚으로 남아 있다고 생각하진 않네.” 도르는 창밖으로 떨어지는 눈을 보았다. 그는 작은 호의를 받을 때마다 장부를 쓰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베푼 것은 소유권을 얻으려는 계산이 아니라 서로 살아가는 한때의 행위였다. 그런데 신격 계약은 그런 순간에 끝없는 가격표를 붙여 놓았다. 재하는 오래된 문구를 새로운 운행 규정의 참고 자료로 제출하기로 했다. 단, 아홉 구조자의 이름은 후손이 동의하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역사적 진실을 찾는 일과 그 사람들의 삶을 마음대로 전시하는 일은 달랐다. 오후에 주민회의가 열렸다. 도르의 귀환은 개인의 일처럼 보였지만, 옛 신전의 응급 수로 장치 몇 개는 아직 그의 신격 인증을 사용했다. 도르가 떠나면 곧바로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치가 오작동할 때 누가 멈출 권한을 갖는지, 아직 문서로 정하지 않았다. 기술자 하율은 현장 사진을 펼쳤다. “이걸 먼저 독립 인증으로 바꿔야 합니다. 센서 두 개는 부품이 있어 이번 주 안에 가능하지만, 북쪽 교각의 경보는 대체 설비가 없습니다. 최소한 사람이 교대로 관측해야 합니다.” “교대 인원은 몇 명 필요한가요?” 모과가 물었다. “쉬는 날까지 생각하면 여섯 명. 지금 신청한 사람은 넷입니다.”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 알았지만, 그렇다고 도르의 퇴임을 다시 미룰 수는 없었다. 도르가 천 년 동안 겪은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난 남아서 도울 수도 있네.” 도르가 말했다.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도울 수 있다는 것과 도와야 한다는 건 다릅니다. 당장 떠나시라는 것도 아니고요. 먼저 할아버지가 원하는 날짜를 정하세요.” 도르는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번 달 마지막 눈이 녹는 날을 택했다. 아득한 세월 동안 날짜를 정하는 권한 하나 없었던 사람이 자기 달력에 첫 번째 표시를 했다. “그때까지 설비를 고치겠습니다.” 하율이 말했다. “안 되면 안 되는 이유를 그대로 말씀드릴게요. 그렇다고 도르님께 떠나지 말라고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신전 옆 창고에서는 모두가 자기 일을 맡았다. 릴리는 환자들의 이동 기록을 정리했고, 모과는 구호 인력의 근무표를 짰다. 카르도는 군용 다리를 민간 열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중 점검을 명령했다. 에반은 새 승차권 신청서에서 ‘해지 위약금’ 항목을 찾아 빨간 펜으로 표시했다. 재하는 그 모습을 보며 잠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신으로서 전력을 다할 생각으로 시작된 그의 인생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다른 신이 그만둘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대체 관측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에반은 즉시 모집 전단을 만들었다. ‘천년 신의 뒤를 이을 영광의 여섯 자리!’ 재하는 읽자마자 전단을 구겨 버렸다. “왜요? 신청률이 두 배는 오를 문구인데.” “또 평생 계약처럼 보이잖아. 그리고 후속 신격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 경보를 관측할 사람을 찾는 거라고요.” 에반은 한참 얼굴을 찡그리더니 문구를 바꿨다. ‘북쪽 교각 관측 지원자 모집. 훈련 제공. 최소 두 명 추가 필요. 교대 가능. 중도 철회 시 불이익 없음.’ 처음에는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었다. 사람들은 일이 어렵고 춥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율은 허탈해하는 에반에게 감추고 싶은 내용을 분명히 적는 것이 신청률을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실제로 맡을 사람을 더 정확히 찾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날 늦게 청년 둘이 찾아왔다. 한 사람은 구호소에서 일하는 여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겨울 동안 정기적인 일을 찾던 수리 견습생이었다. 그들은 지원했다가 훈련이 너무 위험해 보이면 그만둬도 되는지 먼저 물었다. 모과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견습생은 필요한 안전 장비를 확인한 뒤, 바로 답하지 않고 하루를 더 생각하겠다고 했다. 재하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그가 다음 날 돌아오지 않더라도 욕할 사람이 없게 하자고 했다. 결국 견습생은 실제 업무가 관측과 신고에 한정된다는 설명을 듣고 참여를 결정했다. 누구도 새로운 신격이 되지 않았다. 부족했던 두 자리가 그렇게 채워졌다. 저녁에 도르가 재하를 불렀다. 그는 빈 목적지 칸에 천천히 한 단어를 적었다. 글자는 잠깐 빛나다 다시 흐려졌다. “왜 안 남죠?” 재하가 물었다. “원래 귀가선은 장소보다 선택을 기록했기 때문이지. 누군가 내게 ‘어디로 보내 주면 되느냐’고 물어야 칸이 완성된다더군.” “그럼 제가 묻겠습니다.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도르는 대답하려다 입을 닫았다. 신전 마당에서 노아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엌에서는 마르타가 저녁 수프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사람을 찾고 있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네.” “그럼 아직 비워 두죠.” 그 말에 도르가 처음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돌아갈 곳을 바로 정하지 못했다고 벌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자정에 귀가선 승차권이 혼자 펼쳐졌다. 목적지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대신 그 아래로 검은 글자가 떠올랐다. [회송 예정일: 7일 후] [미처리 퇴임 신청: 1,309건] [공통 보류 항목: 후속 응답자 무기한 책임 인수] 재하는 숫자를 세 번 읽었다. 도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천삼백아홉 명의 누군가가 문 앞에 서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더 아래에 작은 글씨 하나가 나타났다. [신규 관리 담당자: 윤재하] [담당자 동의: 필요하지 않음] “아니, 또?” 재하가 외쳤다. 도르가 잠결에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누가 또 제 허락 없이 저한테 일을 떠넘겼습니다.” 재하는 표시된 문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신이 된 첫날과 똑같은 방식이었다. 그리고 도르와 자신이 그 방식의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안내창의 승인을 누르지 않았다. 대신 다른 창을 열었다. [담당 지정에 대한 이의 신청] 접수번호가 발급됐다. 귀가선의 첫 번째 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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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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