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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90화
PAYLUA ORIGINAL · 제190화

190화. 당신을 신으로 만든 사람에게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686자

오프라인 책장
지구에서 온 봉투가 열리는 날, 가시골에는 첫눈이 내렸다. 흰 눈은 신전 지붕의 깨진 기와를 감췄지만, 그 아래의 수리 흔적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윤재하는 부엌에서 따뜻한 차를 들고 나왔다. 노아가 만든 종이배 한 척이 창가에 놓여 있었다. “오늘은 편지 읽는 날이죠?” 노아가 물었다. “그래. 하지만 내가 전부 읽는 건 아니야.” “왜요?” “내 이름이 적혀 있는 이야기라도 남의 편지일 수 있으니까.” 노아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읽어도 되는 사람한테 주면 되죠.” “맞아. 오늘 우리가 하려는 게 그거야.” 제9 항로 독립 회신망의 임시 회의실에는 보관인 유나, 모나, 실라와 외부 감찰관 세리아가 모였다. 그들은 편지가 도착했을 때부터 남긴 보관 기록을 처음부터 대조했다. 개봉 순간, 본문을 열람할 사람, 외부로 전달할 수 있는 문장, 원본을 다시 봉인하는 방식까지 확인했다. 윤재하는 문밖에서 기다렸다. 자신에 관한 진실이 적혀 있다는 생각에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신이면서도 긴장하면 손에 땀이 나는 게 영 체면에 맞지 않았다. 옆에 선 에반이 손수건을 건넸다. “신님, 계약서 읽기 전에 그렇게 긴장하시면 상대가 좋아합니다.” “계약서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 긴장하시는 모양이군요.” 재하는 손수건을 받았다. 악마가 한마디 하려는 순간 카르도가 들어왔다. 그는 병사들이 보관실 외곽의 통행을 정리했다고 알렸다. 문서의 내용이 무엇이든 군대가 그 편지를 압수할 일은 없다는 확인도 덧붙였다. “전쟁신님이 우편물을 지키러 오셨네요.” 재하가 말했다. “네가 또 혼자 모든 책임을 지려 할까 봐 온 것이다.” “그 정도로 무모하진 않습니다.” 릴리가 옆에서 작게 헛기침했다. 재하는 말없이 차를 마셨다. 문이 열리고 유나가 나왔다. 그녀는 재하에게 편지 전체를 건네지 않았다. 발신인이 열람을 허용한 부분만 따로 기록한 종이였다. 나머지 원본은 독립 보관함에 다시 봉인됐다. 재하는 그 절차가 고마웠다. 아무리 궁금해도 남의 선택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편지의 첫 문장은 의외로 담담했다. ‘나는 당신이 어떤 이름을 쓰는지 모릅니다. 윤재하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아내려고 기록을 뒤지다가, 내가 한 신고와 그의 신고가 같은 장치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재하는 읽다 멈췄다. 발신인은 재하의 친구나 가족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규칙에 부딪혔던 한 사람이었다. ‘당신이 그를 신으로 보낸 사람이라면, 나는 그 결정이 당신 한 명의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가 누군가를 도우려 했다는 이유로, 당신은 왜 그의 나머지 인생까지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했습니까?’ 재하의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자신이 신으로 선택됐다는 말은 처음에는 대단한 인정처럼 들렸다. 신도가 한 명도 없고 기적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황당한 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누군가 그보다 먼저 그 일을 도둑질이라고 불러 주고 있었다. ‘나는 당신의 답장에 조건을 걸지 않겠습니다.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신고가 다시 누군가의 동의로 바뀌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윤재하 역시 자기 일을 스스로 선택했으면 합니다.’ 마지막 문장 아래에는 이름 대신 작은 표시 하나가 있었다. 신원 공개를 피하려는 발신인의 뜻이 그대로 유지됐다. 재하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을 신으로 만든 ‘한 존재’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편지의 질문은 그 사람을 처벌하겠다는 분노보다 먼저, 그런 일을 가능하게 만든 권한을 멈추라는 요구였다. “라엔에게 전할 수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문 전체가 아니라 발신인이 공개를 허락한 질문만요.” 라엔은 제0심사실에서 그 질문을 읽었다. 그는 오래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답장을 바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그 침묵을 신성한 숙고라고 이름 붙였을지도 몰랐다. 이번에는 단지 아직 답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세리아는 원점관리국 임시 명령을 공표했다. 부당하게 생성된 신격의 일괄 등록을 중단하고, 지구 외부 신고를 신격 수탁 동의로 변환한 기록을 독립 감사에 넘기기로 했다. 기존에 만들어진 신들의 의사와 필요를 확인하는 조사도 시작됐다. 그러나 수많은 세계의 신들이 내일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없도록 필수 공급 체계의 전환 기간을 정했다. “이게 최종 결론인가요?” 릴리가 물었다. “아니요.” 세리아가 말했다. “이건 더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임시 결정입니다. 이전의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과 끝을 구분할 수 있었다. 한 번의 편지를 전달했다고 세상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편지가 누군가에게 닿고, 권한을 제한하는 첫 문장이 된 것은 분명했다. 임시 명령을 공표한 뒤에도 재하는 곧바로 가시골로 돌아가지 못했다. 공동 경유실 앞에는 자신들의 기록도 확인해 달라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오래전 다른 신에게 구원을 받았다고 믿는 사람도 있었고,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신격 후보로 등록됐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에게 오늘 안에 답할 수는 없었다. 실라가 독립 조회 창구의 안내서를 나눠 주었다. 각자의 기록을 열람하고 정정할 수 있는 단계가 정해져 있었지만 인력이 부족했다. 급한 사례를 우선하려면 누군가 어느 상황이 더 위험한지 판단해야 했다. 재하는 맨 앞에 있던 사람에게 말했다. “저희가 지금 당장 모든 것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여인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원점관리국이 모든 신들을 만든다는 말을 믿어 왔다고 했다. 오늘의 결정 때문에 갑자기 자기 신에게 감사했던 기억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여전히 당신의 것일 겁니다.” 재하가 말했다. “누군가 그 마음을 자기 재산으로 등록했다고 해서, 고마움까지 그 사람 것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저는 계속 믿어도 되나요?” 재하는 잠시 생각했다. 질문의 답을 자기 허락으로 대신하고 싶지 않았다. “저한테 허락받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는 직접 정하실 수 있죠. 다만 그 결정 때문에 다른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규칙은 고쳐야겠고요.” 여인은 눈물을 훔쳤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재하는 끝내 묻지 않았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자기 이름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다른 한 사람은 화가 난 얼굴로 찾아왔다. 예전에 원점관리국의 계산에 따라 강제 노동을 했는데, 오늘의 임시 명령만으로 그동안의 손해를 회복할 수 없지 않느냐는 항의였다. 세리아는 맞다고 인정했다. 이전 기록의 부당성을 조사하고 보상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피해자는 원치 않는 공개 증언을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럼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거네요?” 그가 물었다. “일부는 해결됐고, 일부는 아직입니다.” 세리아가 답했다. “오늘 멈춘 것은 같은 방식의 새 피해를 만드는 절차입니다. 이전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지는 다음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는 실망한 얼굴로 돌아갔다. 재하는 그를 억지로 붙잡아 위로하지 않았다. 정직한 결론이 반드시 만족스러운 결론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카르도는 이의 신청이 몰리는 것을 보고 병사들을 더 배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재하는 군대가 신청자 명단을 관리하면 사람들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대신 건물 밖의 통행 안전과 응급 대응만 군이 맡고, 실내의 접수는 독립 직원들이 관리하도록 정했다. 카르도는 다시 병력을 줄였다. “내가 병사를 너무 쉽게 떠올렸군.” 그가 말했다. “전쟁신님이니까요.” 재하가 답했다. “네가 서류를 너무 쉽게 떠올리는 것과 비슷하겠지.” 재하는 반박하지 못했다. 자신이 세상을 서류 한 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문서를 고쳐야 하는 일과 실제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일은 언제나 함께 남았다. 유나는 그 사이 지구 발신인의 회신을 별도 장부에 등록했다. ‘수신처 확인 완료’, ‘허용 문장 전달 완료’, ‘원본 보관 동의 유지’. 아무도 그 편지를 대중 앞에서 낭독하는 행사를 제안하지 않았다. 대신 보내는 사람이 원한다면 자기 편지가 실제로 지정한 곳에 도착했다는 영수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답장을 원할까요?” 재하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유나가 말했다. “답장을 받지 않겠다는 선택도 남겨 두었어요.”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내고 싶은 대답은 많았다. 자신은 지금 살아 있으며, 다른 세계에서 도움을 받았고, 누군가에게 억지로 끌려온 사실을 바로잡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상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려주면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주 짧은 확인문을 작성했다. ‘질문이 필요한 곳에 전달되었고, 신격 수락 기록을 임의로 생성하는 절차의 중단 결정이 시작됐습니다.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기 전 유나는 발신인이 결과 통지를 원한다는 항목에 동의했는지 확인했다. 허락된 범위 안에서만 회신을 보냈다. 하루 뒤 돌아온 수신 확인에는 단 한 단어가 남아 있었다. ‘확인했습니다.’ 재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다 웃었다. 감동적인 감사의 말도, 구체적인 사연도 없었다. 하지만 그 한 단어만으로 충분했다. 상대가 원하는 만큼만 말할 수 있고 자신은 그 말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공동 경유실의 장부에 회신 처리를 완료했다고 적었다. 다만 지구 발신인의 신원은 빈칸으로 남겼다.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선택도 정확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릴리는 창가로 다가와 가시골로 돌아가는 회랑을 바라봤다. 그녀의 동생 노아가 그려 놓은 종이배 그림이 벽에 붙어 있었다. 재하는 처음 신도가 한 명도 없다고 절망했을 때 신격 통계가 자신을 모두 설명한다고 믿었다. 이제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고맙다고 말할 때 그 마음을 억지로 계약으로 만들지 않는 일이었다. “이제 돌아가실까요?” 릴리가 물었다. “네. 집에서 할 일이 남았거든요.” “무슨 일이요?” “부엌 수도꼭지가 또 새고 있다네요.” “그건 하율 씨가 고치기로 하지 않았나요?” “저는 옆에서 양동이를 받쳐야 한답니다. 신격 유지의 숨겨진 의무죠.” 릴리는 웃으며 문을 열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신의 재산 목록에 적힌 신전이 아니었다. 사람마다 자기 자리를 만들고 필요할 때 서로를 부르는 집이었다. 그날 밤 가시골 신전에서는 조촐한 식사가 열렸다. 마르타가 빵을 구웠고, 모과는 주민회의에서 만든 새 게시판을 가져왔다. 신전에서 무엇을 부탁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 연락하면 되는지, 거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적혀 있었다. 가장 위에는 ‘신님의 뜻을 미리 짐작하지 말고 직접 물어볼 것’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저 문구는 제가 건의한 게 아닌데요.” 재하가 말했다. 모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좋은 문구죠.” 사람들이 웃었다. 재하는 빵을 잘라 노아에게 건넸다. 처음 신이 된 날에는 자신을 믿어 줄 신도를 한 명이라도 찾고 싶었다. 지금은 누군가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배고프면 빵을 나눠 줄 수 있었다. 그 차이가 그에게는 무척 컸다. 새벽 무렵 도르가 찾아왔다. 살아 있는 전임 신은 재하 옆에 앉아 한참 눈을 맞으며 말했다. “드디어 누가 자네를 신으로 보냈는지 알아냈나?” “한 사람이 만든 일은 아니었습니다. 라엔이 만든 분류, 부서들이 운영한 장치, 침묵한 사람들의 오래된 습관이 있었어요.” “그럼 이제 신이 되기를 후회하나?”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억지로 데려온 건 잘못이죠. 하지만 여기서 지낸 날까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지금 이 선택을 계속하려고요.” 도르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면 다음에는 어떤 신이 될 생각인가?” “글쎄요. 일단 내일 아침 설거지 담당인 것 같습니다.” “그건 높은 자리군.” “아주 고귀한 수세미를 물려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웃었다. 눈이 조금 더 내렸다. 창가에 놓인 노아의 종이배는 바람에 흔들렸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바로 그때 제9 항로 독립 회신망에서 새로운 신호가 도착했다. 지구의 편지는 정상적으로 보관됐지만, 그 편지를 전달한 순간 잠겨 있던 귀가선의 오래된 종착지가 하나 깨어난 것이다. [귀가선 원형 경로: 복구 진행] [최종 목적지: 공개되지 않음] [동승 가능 인원: 각자의 의사 확인 필요] [대기 중인 응답: 1건] 재하는 화면을 찬찬히 읽었다. 마지막 항목의 날짜가 이상했다. 발신 시각은 그가 신이 된 날보다 앞섰다. 편지는 아주 짧았다. ‘이제 누구도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내가 돌아갈 곳은 내가 고르겠다.’ 발신자 이름을 찾으려던 재하는 곧 손을 멈췄다. 마지막 귀가선의 승객은 누구인지보다, 스스로 어디로 가고 싶다고 했는지를 먼저 들어야 했다. 그러나 유나의 다음 말에 그는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신님. 이 편지가 출발한 장소는 가시골의 제2접수실입니다. 그리고 발송 직전에 마지막으로 접속한 사람이…… 전임 신 도르로 기록돼 있어요.” 도르의 웃음이 천천히 사라졌다. “그 기록은,” 그가 말했다. “내가 신격을 내려놓으려던 바로 그날의 것이군.” 밖에서는 아침 종이 울렸다. 원점관리국의 첫 번째 권한을 정지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귀가선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선택이 남아 있었다. 재하는 차를 내려놓았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사람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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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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