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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88화
PAYLUA ORIGINAL · 제188화

188화. 스물일곱 개의 예정된 신격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217자

오프라인 책장
신격 생성 예정자 스물일곱 명이라는 숫자가 떴을 때 윤재하는 가장 먼저 얼굴을 떠올리지 않았다. 그 사람들의 이름도, 사는 세계도, 그들이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도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천계 시스템은 이미 그들에게 앞으로 몇 년간 수행할 의무를 배정해 놓고 있었다. “이건 또 어디서 오는 거죠?” 세리아가 변환 기록을 확인했다. “각 세계의 안전 신고와 구조 요청에 대한 응답 중 일부입니다.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고 그 사본이 원점으로 들어오면, 적합도 점수를 계산해 신격 후보로 등록합니다.” “제가 당했던 일이 그대로 반복되는군요.” “그렇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예정자들이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재하는 즉시 스물일곱 명을 찾아가 경고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라가 팔을 붙잡았다. 그 명단 자체가 부당한 관찰로 만들어진 개인 정보일 수 있었다. 이름을 알았다는 이유로 당사자에게 접근한다면 새로운 감시가 생길 수 있었다. “개별 연락은 적법한 경로와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실라가 말했다. “먼저 자동 등록을 막아야 합니다.” 그들은 제0심사실의 자동 처리 경로를 조사했다. 예상보다 복잡했다. 원점관리국 직원들이 직접 승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외부 기관에 걸린 낡은 프로그램이 제각기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고하고 있었다. 관리국이 만든 약관을 따라 움직이는 장치도 있었고, 과거 계약을 그대로 복제한 사설 업체도 있었다. “본체를 끄면 끝나는 게 아니에요.” 에반이 말했다. “분산 처리망으로 흩어졌습니다.” “광고도 그렇게 뿌리셨죠?” 재하가 묻자 에반이 눈을 감았다. “제 과거를 이용한 공격은 오늘 하루만 쉬시면 안 될까요?” “그러려면 과거가 오늘도 자동 실행되는 일을 멈춰 주세요.” 에반은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알던 분산 전송 규칙을 꺼내 놓았다. 변환 요청의 본문은 여러 기관을 지나가지만 마지막 ‘수락 확정’ 코드는 하나의 짧은 신호로 돌아온다고 했다. 원점관리국이 그 신호를 차단하면 기존 구조 요청 자체는 삭제되지 않고, 신격 강제 등록만 멈출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신호를 보내는 장치가 공동 구조망의 일부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었다. 무턱대고 끊으면 위험 경보도 함께 멎을 수 있었다. 하율은 큰 도면을 펼쳤다. 위험 신고는 왼쪽에서 들어와 안전 경보망으로 가고, 강제 수락 코드는 중간에서 갈라져 오른쪽의 신격 생성 원장으로 향했다. 두 선은 대부분 분리돼 있었지만 오래된 장비 몇 군데에서 한 도선을 공유했다. “이쪽 세 관절을 우회시키면 안전 신호는 남길 수 있습니다.” 하율이 말했다. “다만 현장 작업이 필요합니다.” “제가 신성으로 도선을 없애 볼까요?” 재하가 물었다. “없애고 나면 어디가 끊겼는지 어떻게 확인합니까?” “아, 그것도 그렇군요.” 카르도는 병사들과 함께 장비를 옮길 사람을 모집했지만, 인원을 명령으로 징발하지 않았다. 각 지역의 담당자들에게 위험과 예상 근무 시간을 알리고 자원자만 받았다. 한때 전쟁신의 이름으로 의무를 부과하던 그가 지금은 동의서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묘했다. “전쟁신이 서류를 나르다니.” 재하가 놀렸다. “네가 신이 되어 배운 것이 서류 읽기라면, 내가 배워도 이상하지 않다.” “훌륭한 반박입니다.” 기한이 네 시간 남았을 때 첫 현장 연결이 끊겼다. 철비항의 구조 경보소였다. 정비사들은 위험 신고를 직접 전달하는 별도 회선을 열어 임시로 사용했다. 두 번째는 도요 고원의 겨울등 제어실이었다. 거기서는 작동을 멈추기 전에 비축 열량을 점검해야 했다. 세 번째는 지구 외부 응답망의 작은 관측 장치였다. 허가받지 않은 경로로 접근할 수 없어서 세리아가 법적 보전 명령을 다시 신청했다. 처음의 계획보다 속도가 느렸다. 재하는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신이 된 몸에도 불안은 남아 있었다. 그는 자기 앞에 놓인 스물일곱 개의 번호를 바라봤다.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멋대로 계약에 묶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견딜 수 없었다. “제가 대신 서명하면 잠시라도 멈출 수 있지 않을까요?” 릴리가 즉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그분들은 신님이 대신 결정을 내린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냥 시간을 벌려고요.” “신님, 예전에도 다들 그런 이유로 서명하기 시작했어요.” 재하는 두 손을 내려놓았다. 선의만으로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었다. 그는 다른 질문을 했다. “시간만 늦추는 기능은 없습니까? 누구의 이름도 쓰지 않고.” 유나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대답’의 권능 상태를 확인했다. 그 힘은 누군가의 침묵이나 미응답을 멋대로 처리 완료로 만들 수 없게 하는 데에만 반응했다. 모든 시스템의 시간을 멈추는 전능한 힘은 아니었다. “미응답 상태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신청할 수는 있습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그러나 기술망에서 실제로 실행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실라가 오래된 반송 보류 코드를 제시했다. 후보 000001의 거절을 복원할 때 사용했던 원본이었다. ‘수신인의 의사 미확인’ 상태에서는 자동 처리를 확정하지 않는다는 규정. 오래된 조항이지만 폐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법적 효력이 있었다. 그들은 각각의 외부망 담당자에게 같은 보류 코드를 보내기로 했다. 일부는 즉시 수락했고 일부는 답하지 않았다. 한 기관은 오히려 원점관리국의 지시가 없다며 승인을 미뤘다. “당장 문을 열라고 명령할 수는 없나요?” 재하가 물었다. “문을 열 권한을 처음부터 부당하게 준 것이 문제였잖아요.” 세리아가 말했다. “지금은 정당한 경로가 늦더라도 그 경로를 써야 합니다.” 연결 작업은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철비항의 첫 번째 정비사는 손가락에 작은 상처가 나자 교대를 요청했다. 이전 계약 체계였다면 업무를 마치지 못했다는 기록이 남았겠지만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상처를 치료한 정비사는 작업 목록을 넘겨주며 자신이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게 훨씬 편하겠군요.” 재하가 말했다. “편하지만 느립니다.” 하율이 답했다. “정보가 정확해야 하고, 새 사람이 위험을 다시 점검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작업이 끝날 때까지 함께 확인해야죠.” 그들은 서두르느라 생긴 오류를 숨기지 않았다. 철비항의 예비 회선을 처음 연결했을 때 경보가 지연돼 도착했다. 열두 초의 차이였지만 응급 상황에서는 중요할 수 있었다. 하율은 지연 사유를 찾을 때까지 경보소를 시험 가동 상태로 남겨 두었다. 원점관리국의 일부 직원은 그 결과를 보고 독립망이 실패했다고 선언하려 했다. “기존망의 평균 지연은 얼마였죠?” 세리아가 물었다. 직원이 수치를 찾았다. 그제야 기존망도 구간에 따라 비슷한 지연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세리아는 새 방식이 언제나 낫다고 우기지 않았다. 대신 같은 기준으로 두 망을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한편 도요 고원에서는 겨울등 관리자가 연료를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난방을 줄이자는 제안을 받았다. 주민 대표는 보류 코드가 적용되는 동안 연료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관리자는 현재 저장 열량과 외부 보급 계획을 공개하며 당장 난방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공포가 필요 없는 희생을 부를 수 있었다. 재하는 그 소식을 듣고 잠깐 안도했다. 그러나 유리해에서 또 다른 경고가 들어왔다. 오래된 해저 호출 장치가 원점관리국의 신격 생성 확인 신호를 경보 수신 확인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보류 신호를 무턱대고 보내면 해저 구조대는 경보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같은 요청을 반복할 수 있었다. “여기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겠네요.” 유나가 말했다. 기술자들은 경보 수신 확인과 신격 수락 확정을 분리했다. 수신 확인에는 구조대의 실제 장치가 정상적으로 응답했는지만 사용하고, 신격 생성 코드에는 의사 미확인 보류를 적용했다. 두 코드의 이름이 비슷해 위험했지만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왜 이런 걸 처음부터 분리하지 않았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에반이 답했다. “편리했거든요. 같은 버튼을 누르면 수신도 확정되고 계약도 성립된다고 홍보했죠.” “그 편리함의 값은 누가 냈죠?” “확인할 기회도 없이 묶인 사람들이요.” 에반은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개발 이력을 감추지 않았다. 잘못된 버튼의 설계를 고쳤다는 기록과 함께 처음 만든 책임도 남겨야 했다. 릴리는 그동안 대기실에서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일부는 원점관리국의 관리를 전부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는 그 기관의 인증 없이 치료와 난방을 어떻게 유지할지 두려워했다. 둘 다 이해할 만한 걱정이었다. 그녀는 어느 쪽의 말을 무식하거나 나쁘다고 부르지 않았다. “저는 신님을 믿습니다.” 한 젊은 여인이 말했다. “그러니까 신님이 전부 결정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릴리는 잠시 숨을 골랐다. 예전의 자신도 같은 말을 하고 싶었다. 병든 노아를 살리고 싶을 때 누군가 확실한 대답을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때 재하가 모든 일을 혼자 해결했다면 지금 가시골 사람들은 신의 마음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도움은 받을 수 있어요.” 릴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삶을 살지까지 남에게 맡기지는 않아도 돼요.” 젊은 여인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것은 한 번 듣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릴리는 조용히 다음 회의가 열리는 시간과 장소를 알려 주었다. 참석할지 말지는 그 사람이 정할 일이었다. 재하는 통신망에서 돌아온 보고서를 한 장씩 확인했다. 각 지역이 서로 다른 색의 표시를 사용해 헷갈릴 수 있었다. 하율이 통일된 기호를 제안했지만 모든 곳에 같은 단어를 강요하지 않았다. 표시를 바꾸기 어려운 장비가 있으면 뜻을 대조할 수 있는 표를 만들었다. 카르도는 이 과정을 보며 예전 자신의 군 보급 지도를 떠올렸다. 지도 위의 붉은 점 하나는 그에게 ‘방어해야 할 요새’였다. 그러나 실제로 그곳에는 요리사와 환자와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점 하나로 모두를 표현하면 빠른 명령을 내리기 편했지만, 어떤 명령이 누구에게 닿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지도를 보는 사람이 지도의 전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군.” 그가 말했다. “제가 요즘 배우는 게 그거예요.” 재하가 답했다. “신성 창에 숫자가 하나 떠도 그 뒤에 누가 있는지는 따로 봐야 하더라고요.” 카르도가 웃었다. 재하는 신도 0명이라는 창을 보고 자신의 가치를 모두 판단하던 날을 떠올렸다. 이제는 신격 후보 27이라는 숫자를 보고 무조건 27명의 인생을 전부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시간과 권리를 남기는 일이 우선이었다. 두 시간이 남았다. 그때 라엔이 제0심사실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더 이상 흰 장갑을 끼지 않았다. “원점관리국의 창설자로서 지금 이 등록을 중단할 수는 있다.” “그럼 멈추세요.” 재하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귀가선의 초기 재원 계약까지 함께 종료된다. 수많은 시설이 멈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분리하는 작업을 도와주세요.” 라엔은 침묵했다. 그가 가진 힘으로 한순간 모든 기록을 없애는 것은 쉬울지 몰랐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급망을 보존하면서 오용된 권한만 고치는 일은 그의 방식과 달랐다. 그때 하율에게서 통신이 왔다. 도요 고원에서는 별도 도선으로 경보를 받기 시작했고, 철비항은 예비 회선을 연결했다. 지구 외부망에서도 법적 보전 명령을 승인했다. 이제 마지막 작업만 남았다. 라엔은 한참 망설이다가 자신의 구리 고리를 도선의 인증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으로 보류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복구는 내가 단독으로 하지 못하도록 잠가라.” “왜죠?” “내가 다시 같은 결정을 내릴까 봐.” 재하는 그 대답을 곧바로 용서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적어도 이번 선택이 기록으로 남아야 했다. 세리아는 공증자의 지시와 공동 검증을 기록했고, 현장 기술자들은 회선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열일곱 분. 보류 코드가 스물일곱 개의 후보에게 차례로 적용됐다. [수신 의사 미확인: 자동 수락 금지] [기존 안전 신고: 원본 유지] [신격 생성 예정: 27건 처리 보류] 재하는 비로소 어깨를 내렸다. 한 사람도 멋대로 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멈춘 것은 자동 처리뿐이었다. 이미 강제 승계된 신격과 원점에 담보로 잡힌 수많은 신고 기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라엔이 조용히 말했다.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나?” “아뇨.” 재하가 대답했다. “오늘은 스물일곱 사람이 자기 결정을 할 시간을 얻은 겁니다.” 바깥에서는 구조 경보가 한 번 울렸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신호였다. 아무도 그 소리를 새로운 계약으로 바꾸지 않았다. 대신 가장 가까운 구조대가 위치를 확인하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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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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