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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85화
PAYLUA ORIGINAL · 제185화

185화. 지구에서 온 빈 회신란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92자

오프라인 책장
복수 세계 공동 경유실에는 서로 다른 하늘의 편지가 모였다. 문을 열면 어떤 복도는 바닷물 냄새가 났고, 어떤 복도에서는 가시골의 흙먼지가 날렸다. 지구로 향하는 통로는 특별히 수수했다. 금속 문 하나, 낡은 경고등 두 개, 그리고 새로 부착한 사생활 보호 안내문이 전부였다. 윤재하는 문을 앞에 두고 잠깐 멈췄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지금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충돌했다. 자발적으로 신으로 남기로 한 결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구의 익숙한 지명 하나가 창에 표시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가족을 만나러 가고 싶으신가요?” 릴리가 물었다. “보고 싶은 사람은 있죠. 하지만 제가 없어지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이번에는 그 마음까지 조사 기록에 쓰지 마세요.” 릴리의 뜻은 분명했다. 누군가의 그리움까지 시스템의 승인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됐다. 재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 경유망 담당자는 얼굴 대신 목소리만 전달했다. 발신인의 동의에 따라 우편물의 작성 사실과 회신 가능한 범위만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후보 000001의 신원과 현재 상태는 보호되고 있었고, 이 편지가 그와 동일인에게서 왔는지도 확인해 줄 수 없었다. “좋습니다.” 재하가 말했다. “우리는 편지를 제대로 받을 수신처를 찾고 싶습니다. 사람을 찾아내려는 게 아닙니다.” 담당자는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그렇게 물어 주는 경우가 드뭅니다.” 확인 결과 편지의 발신인은 ‘원점관리국’이나 ‘최초의 신’이라는 이름을 모른 채 문장을 작성했다. 그는 지구에서 어느 지역의 구조 요청 기록을 조사하다가 ‘윤재하를 신으로 보낸 사람에게’라는 수신 표현을 사용했다. 그 문구는 비유가 아니었다. 사라진 신고 기록을 가지고 있던 관리자의 화면에 실제로 ‘신격 전환 완료’라는 문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지구에도 그런 화면이 있었나요?” 세리아가 물었다. “화면을 만든 것이 지구의 제도는 아닙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외부 경유망의 가짜 알림 창이었습니다. 평범한 업무 프로그램 위에 덮여 나타나는 방식이었죠.” 재하는 지구에서 일하던 마지막 하루를 떠올렸다. 사고 현장에서 위험 신고 버튼을 눌렀던 기억이 있었다. 무고한 사람의 신고를 신격 수락으로 바꾸었던 관측 장치가 도대체 몇 명의 화면을 건드렸을까. “발신인은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서에 포함된 한 사실은 검증에 사용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담당자가 투명한 봉투를 건넸다. 종이에는 구체적인 개인 정보가 지워져 있었다. 남은 것은 시각과 짧은 사건 기록뿐이었다. [지구의 어느 비상 호출 시스템에서 위험 신고가 접수됨.] [원래 담당자에게 전달되기 전, 외부 관측 장치가 사본을 생성함.] [사본의 분류가 ‘자발적 구조 제안’에서 ‘신격 수탁 동의’로 변경됨.] “또 같은 방식이네요.” 재하가 말했다. 세리아는 이전에 확보한 증거와 대조했다. 149화에서 확인한 재하의 마지막 버튼 기록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동일한 사건이라고 확정할 수 없었다. 이 편지는 여러 신고의 변형 중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원점관리국이 한 사람의 선의를 신격 계약으로 바꾸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뜻일 수 있었다. “이걸 공개하면 원점관리국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에반이 물었다. 릴리는 곧바로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질문을 더했다. “공개할 권리는 누가 가지고 있나요?” 유나는 발신인에게 본문 공개 의사를 다시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도록 허락받은 것이지, 마을 사람들의 분노를 모으는 데 쓸 허락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일이긴 해요.” 재하가 말했다. “그렇다고 편지를 쓴 사람이 자기 일상을 전부 포기할 필요는 없죠.” 그들은 사실과 개인 신원을 분리해 증명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공동 경유실의 기술 담당자들이 외부 장치가 만든 사본의 생성 시각을 확인하고, 서로 다른 기관 세 곳에서 동일한 값을 대조하도록 했다. 그렇게 얻은 결과는 편지 본문을 읽지 않고도 위조된 신격 동의 분류가 존재했다는 점을 보여 줄 수 있었다. 검증팀이 처음 택한 방법은 두 세계에 걸쳐 같은 문장을 전달해 보는 것이었다. 지구의 원본 신고 전체를 받아 볼 필요는 없었다. 같은 문장의 특징을 보여 주는 짧은 확인값만으로도 중간 장치가 내용을 바꾸는지 알 수 있었다. 세리아는 기술 담당자에게 열람 가능한 값과 열람해서는 안 되는 값을 구분해 달라고 했다. 지구 쪽 담당자는 개인 연락처와 신고 당시의 상세 위치를 제외했다. 다른 쪽에는 시간대의 차이도 표시해 두었다. 몇 초의 차이가 오판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다 무슨 뜻입니까?” 재하가 물었다. “서로 같은 자료를 비교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하율이 설명했다. “이름을 몰라도 자료가 중간에 바뀌었는지는 볼 수 있어요.” “그럼 누가 신고했는지는 계속 모르는 거군요.” “그게 목적이기도 하고요.” 재하는 납득했다. 자신이 알고 싶은 사실과 알아야 할 사실이 항상 같지는 않았다. 도난당한 기록이 있다는 점만 확인하려면 피해자의 모든 사생활을 모을 이유가 없었다. 검증실에는 지구에서 보낸 전자 기록을 읽는 작은 장치가 있었다. 한쪽 화면은 한글을 보여 주었고, 다른 쪽은 천계의 공용 문자로 뜻을 번역했다. 자동 번역은 ‘현장 위험’이라는 말을 ‘현장 지원 의향’으로 바꾸는 순간 경고음을 냈다. 원문과 번역문이 서로 다른 행동을 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전에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던 걸까요?” 릴리가 물었다. “확인했을 겁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를 묻는 사람이 없었겠죠.” 실라가 말했다. 그 말은 막연한 음모론이 아니었다. 기술 로그에는 여러 차례 작은 오류 신고가 남아 있었다. 담당자가 ‘긴급 요청이 동의로 보인다’고 보고했지만 상위 부서는 ‘정상 범위의 자동 변환’이라는 문구를 돌려보냈다. 오류가 고쳐지지 않는 동안 누군가에게는 더 높은 신격 후보 점수가 붙었다. 에반은 그 장면에서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나중에 그가 직원의 예전 광고 브로슈어를 가져왔다. ‘응답 전환율 향상’이라는 제목의 자료였다. 도표는 멋졌지만 성공 기준에 ‘원래 신고자에게 확인’이라는 항목은 없었다. “이 숫자를 저는 성과라고 불렀습니다.” 에반이 말했다. “변환율이 올라가면 더 많은 신격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포인트가 쌓인다고 설명했죠.” “그분들이 진짜 신이 되고 싶은지는 물어보셨어요?” 릴리가 물었다. 에반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질문이 많아지면 성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재하는 광고 자료를 접었다. 악마가 자신의 잘못을 말할 때마다 그를 비난하는 것은 쉬웠다. 그러나 실제로 고칠 일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자료의 변경 시점과 계약서에 넣었던 문구를 기록해 공개 감사에 제출하도록 했다. 검증팀은 예외 사례도 시험했다. 한 사람이 긴급 신고를 보냈다가 즉시 취소한 기록, 구조대의 지원 요청이 아니라 단순한 위험 제보였던 기록, 대피 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람의 신고가 포함됐다. 여러 사례에서 자동 변환은 모두 ‘자발적 구조’라는 하나의 분류로 모였다. 그 결과 원점관리국은 필요한 장비를 보내는지보다 장기 수탁에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데 더 많은 계산을 사용했다. “현장에는 두 종류의 정보가 필요해요.” 하율이 말했다. “지금 어디가 위험한지, 누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런데 이 장치는 두 정보를 한 사람의 의무로 합쳤네요.” 그들은 검증을 마친 뒤 즉시 지구의 관련 당사자들을 공개하려 하지 않았다. 문서의 내용보다 이번 기록이 어떤 문제를 보여 주는지 먼저 기관에 통보했다. 고칠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만드는 일과 평범한 사람에게 원치 않는 주목을 강요하는 일은 서로 달랐다. 조사실 한쪽에는 윤재하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신격 카드가 있었다. 그는 카드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최초 접수 상태에는 ‘자발적 구조자’, 다음에는 ‘신격 수락자’라고 적혀 있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말이 맨 마지막 칸까지 따라왔다. 그 단어를 삭제하면 그동안 신으로 살아온 시간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재하님은 카드를 없애고 싶나요?” 릴리가 물었다. “아뇨. 왜 잘못 적혔는지, 언제 제가 다시 선택했는지를 따로 남기고 싶어요.” 그들은 카드에 두 줄을 추가했다. [최초 수탁 동의: 원본 확인 불가, 강제 배정 무효] [현재 신격 유지: 본인 자발적 재선택] 두 문장은 비슷해 보였지만 재하에게는 전혀 달랐다. 같은 모습으로 살아도 처음의 억지와 지금의 의지가 함께 기록될 수 있었다. 오후에는 마르타에게서 빵 한 상자가 도착했다. 편지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 대신 기술자들의 식사 시간만큼은 챙겨 달라는 짧은 메모가 있었다. 재하는 어처구니없어하며 웃었다. 가시골에서 자신이 처음 배운 신성한 기술은 아마 배고픈 사람 앞에 음식을 놓는 법일지도 몰랐다. “정말 이 정도는 기적으로 부르지 않나요?” 재하가 농담하자 실라가 조용히 빵을 잘랐다. “기적이라기보다는 점심이라고 부릅니다.” “이 세계의 낭만은 자꾸 식사 시간에 부딪히는군요.”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화면을 켰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변환 규칙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처음으로 오류를 오류라고 부르는 기록을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며칠 뒤 첫 결과가 도착했다. 원본 신고는 ‘현장 안전 요청’으로 접수됐고, 외부망이 만든 사본에는 ‘신격 생성 적합’이라는 코드가 붙어 있었다. 두 기록 사이의 변환 과정에는 사람이 서명한 흔적이 없었다. “그럼 재하님을 신으로 만든 것은 프로그램인가요?” 릴리가 물었다. “프로그램이 사람을 신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한 사람의 책임은 따로 있겠죠.” 세리아가 말했다. 에반은 눈을 감았다. 그도 한때 사람들의 도움 요청을 미래의 신앙 수익으로 바꾸는 광고 계산식을 설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계산식은 수많은 부서의 운영 장치와 결합되면서 원래 설계자의 예상보다 훨씬 큰 힘을 갖게 됐다. “아직 한 사람의 이름을 찾아낸 건 아니네요.” 재하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제 소유권 주장과 실제 생성 행위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그날 저녁 가시골에서 긴급 연락이 왔다. 원점관리국이 치료소의 인증 갱신을 멈춘 것이다. 임시 압류 정지 결정을 따르면서도, 자신들이 공급을 유지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다시 원점의 관리에 의존할 것이라고 계산한 듯했다. “약이 얼마나 남았나요?” 릴리가 물었다. “보관 상태가 정상인 약은 이틀 분입니다. 부족한 건 냉각기 교체 부품이에요.” 하율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도는 군 보급창고의 비축 부품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창고도 원점관리국의 인증망에 연결돼 있었다. 무턱대고 가져오면 또 다른 지역의 병사나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었다. “장부부터 확인합시다.” 재하가 말했다. “이쪽의 부족을 저쪽의 부족으로 바꾸진 말고요.” 그들은 공동 경유실을 통해 독립 기술자들의 연락망을 열었다. 멀리 철비항의 정비사가 호환 가능한 부품을 찾았고, 도요 고원에서는 자체 발전기 도면을 보내왔다. 유리해의 구조대는 운송선을 제공하겠다고 연락했다. 여러 지역에서 힘을 모으자 납기가 짧아졌다. 다음날 새벽, 지구 경유망에서 마지막 확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인 추가 허용: ‘신으로 보낸 자’는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누가 윤재하를 데려갔는가가 아니라, 왜 신고 하나를 타인의 인생을 넘기는 서명으로 바꿀 수 있었는가입니다.] 재하는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자신을 만든 신의 이름을 알아낼 생각에 너무 오래 매달려 있었는지도 몰랐다. 편지를 쓴 사람의 질문은 애초부터 훨씬 구체적이었다. “나를 신으로 만든 자.” 그가 중얼거렸다. “한 명의 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을 다른 뜻으로 바꿀 권한을 가졌다고 믿은 사람들이군요.”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 누가 멈출 수 있는지는 아직 남은 문제였다. 그 순간 공동 경유실 벽에 새로운 기관 도장이 찍혔다. [외부 신고 원본 변환 책임부서: 원점관리국 제0심사실] [책임자: 공증자 라엔] 재하는 조용히 도장을 바라봤다. 흰 장갑을 낀 심사관은 편지의 수신인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신고를 서명으로 바꾼 장치의 운영 책임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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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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