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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84화
PAYLUA ORIGINAL · 제184화

184화. 한 명도 대표하지 않은 증언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182자

오프라인 책장
중앙 승강장에 봉쇄 명령이 내려진 다음 날 아침, 기록실 문 앞에는 작은 천막이 생겼다. 모나와 하백, 기록 보조원들이 비를 피하려고 세운 것이었다. 흰 표식이 문 전체를 덮었지만 안쪽의 물길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하율은 천막 아래에서 배수 상태를 살피며 밧줄을 정리하고 있었다. “신님, 들어갈 수 있는 사람만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천장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윤재하는 잠깐 손을 들었다. “신성으로 떠받칠 수 있지 않을까요?” “가능하더라도 사람부터 빼야 합니다. 구조물을 버틸 시간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왜 무너지는지 확인해야 해요.” 한 번에 기적을 일으켜 현장을 해결한다는 생각은 이제 재하에게도 편리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천장 아래 실제로 누가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힘을 쓰면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카르도는 병사들을 출입 통제선 밖에 세웠다. 주민들은 신성 표식의 잠금 효력을 다투는 데 반대하지 않았지만 군대가 기록실에 주둔하는 일은 원치 않았다. 전쟁신의 병사들조차 이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다리 주변에서 물건을 나르고, 밤에는 등불을 지켰다. 세리아가 임시 심리장 명패를 걸었다. 원점관리국과 제9 항로 보관인, 가시골 주민 운영자, 외부 경유실 감찰관이 각각 참석했다. 누구도 다른 세계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심리 자체가 다시 강제 대리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엔은 원점관리국의 휘장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기록실 입구의 임시 천막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최상위 원본의 존엄을 해치는군.” “비가 새서요.” 하율이 대답했다. “원본이 젖는 것보다 천막이 나을 겁니다.” “내가 말하는 원본은 천계의 원점이다.” “저희가 지키는 건 이 안에 있는 종이입니다.” 심리의 첫 질문은 뜻밖에도 라엔에게 향했다. 세리아가 물었다. “원점관리국은 편지의 수신권을 주장합니다. 어느 당사자로부터 위임받았습니까?” “모든 신격의 시원으로부터.” “이름을 기재해 주십시오.” “원점은 이름으로 특정되지 않는다.” “그러면 편지의 수신인과 동일하다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라엔은 낡은 공증 장부를 펼쳤다. 장부에는 매 장마다 ‘최초 소유’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도장을 누가 찍었는지는 표시돼 있지 않았다. 대신 ‘이 문서의 유효성을 이 문서가 증명한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재하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런 식이라면 자신도 ‘나는 신성한 빵 소비자다’라는 도장을 만들어 마르타의 빵을 공짜로 먹을 수 있겠지만 아마 바로 쫓겨날 것이다. 릴리가 발언권을 얻었다. 그녀는 최초의 구조자 아홉 명을 신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들 중에는 누군가를 믿게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던 사람도 있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마지막 사람은 구조 기록을 단일 신격의 성취로 합치는 것에 명백히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때 그 사람의 말은 지금 누가 대신할 수 있습니까?” 라엔이 물었다. “대신하지 않습니다.” 릴리가 답했다. “그 사람이 거절했다는 사실과, 그 후 사람들이 그 거절을 지웠다는 사실을 구분해 기록할 수 있을 뿐입니다.” 모나도 증언했다. 그녀는 원본을 한 장도 들고 오지 않았다. 마을 기록실에 남겨 둔 문서 중 공개 동의를 받은 부분만 복제해 제시했다. 라엔은 원본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명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본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리려면 당신이 그 원본을 가져갈 권리가 있음을 먼저 증명해야 합니다.” 모나가 말했다. “이게 오늘 심리의 쟁점 아닌가요?” 심리장이 조용해졌다. 주인이 자기를 입증하기 위해 원본을 먼저 빼앗아야 한다면, 그 절차는 처음부터 불공정했다. 에반은 원점관리국의 과거 서식이 바뀐 시점을 자료로 제출했다. 초기 문서에는 ‘응답의 안전한 보관’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응답의 수익 관리’로 변경됐다. 이후에는 ‘원점의 재산’이라는 말이 추가됐다. 변경 승인란에는 여러 기관의 이름이 있었고, 그 가운데 에반이 한때 근무하던 광고 계약 부서도 있었다. “저도 이 서식이 널리 쓰이도록 홍보했습니다.” 에반이 말했다. “그러면 피고 측에 협조한 적이 있군.” 라엔이 지적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설명하는 말만 믿으시면 안 됩니다. 변경 전후 원본과 회계 기록을 따로 제출하겠습니다.” 재하는 에반을 바라보았다. 악마는 잠깐 눈을 피했지만 서류를 숨기지는 않았다. 과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다른 선택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그게 에반이 배운 변화였다. 심리의 중간 휴정 시간에는 뜻밖의 논쟁이 벌어졌다. 라엔은 발신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편지의 수신인 지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발신인은 지구의 외부 통신망 뒤에 숨어 있었고, 그가 실제로 어떤 자격으로 이 세계에 서신을 보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세리아는 서류를 한 장 더 펼쳤다. 그 서류에는 얼마 전 원점관리국이 외부 신고를 자동으로 신격 계약으로 바꾸는 데 사용한 인증 방식이 적혀 있었다. 당시 관리국은 발신인의 실명과 거주지까지 확인하지 않아도 ‘신격 생성 적합’ 코드를 붙였다. 그런데 지금은 발신인이 자기 편지의 전달 범위를 정하는 데에는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었다. “계약을 떠맡게 할 때는 익명 신고로 충분했고, 계약을 거부할 때는 실명과 신원을 요구한다는 뜻입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라엔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감사를 요청한 기록이 왜 이 심리에 제출됐는지 되물었다. 세리아는 단순한 예외 사례가 아니라 기관이 같은 인증 자료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지 검증하는 데 필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런 불균형이 존재한다면 시정해야 합니다.” 임시 심리위원 한 사람이 말했다. 라엔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외부 신고는 원점의 기술로 해석된다. 편지의 사적 의사는 그렇지 않다.” “기술로 해석했다는 이유로 원본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릴리가 답했다. “본인이 위험하다고 알린 말을 동의라고 바꾸었다면, 그건 해석이 아니라 다른 말을 만든 거예요.” 재하는 릴리의 말에 눈을 들었다. 그도 사고 현장에서 신고 버튼을 누른 뒤 신으로 바뀌었다.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면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편지를 보낸 사람의 신원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그 두 문제를 분리하기로 했다. “저도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재하가 증언했다. “그래서 그분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제 경험이 그 사람의 편지를 열어 볼 자격을 만들어 주는 건 아닙니다.” 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의 소유권 문제를 다투던 심리장이 당사자 의사를 존중하는 자리로 조금씩 바뀌었다. 휴정이 끝나자 철비항에서 온 구조대원이 실시간 통신으로 참석했다. 그는 과거 출동 경보가 자동으로 신앙 부채로 전환되는 바람에 구조대원들이 출동을 주저한 날이 있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돕는 행동이 자신도 모르는 장기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현장의 사람들은 점점 대답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원점이 없을 때 어떻게 긴급 신고를 처리합니까?” 라엔이 물었다. “우리는 각자 맡을 수 있는 근무 시간을 밝힙니다. 나갈 수 없으면 다른 구조대를 부릅니다. 응답이 없으면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표시합니다.” “느리다.” “어떤 때는 느립니다. 그래서 교대 인력을 늘리고, 예비 자금을 만드는 중입니다.” 구조대원이 대답했다. “하지만 사람을 몰래 붙잡아두면 다음에는 아무도 경보에 응답하지 않아요.” 도요 고원에서는 겨울등 관리자가 증언했다. 난방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지역 간 비용 부담이 필요하고, 그 부담을 영원한 신앙 헌납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이 매달 공개 회의를 열고 실제 연료량과 수리 비용을 확인한 뒤 분담을 결정하도록 바꿨다는 설명이었다. 모과는 발표 끝에 작게 손을 들었다. “그리고 회의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신앙이 없는 죄인으로 기록하지 않습니다.” 라엔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은 빠른 해결만을 요구하지 않았다. 자신이 부담할 것과 거절할 것을 직접 결정하려 했다. 그것이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점을 모두 알고 있었다. 재하는 동료들에게 속삭였다. “결국 신도가 한 명도 없던 첫날보다 일이 더 늘었네요.” 에반이 웃었다. “그때는 계약서에 쓸 이름이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계약서에 쓰기 전에 일일이 물어봐야 하잖아요.” “그게 정상입니다.” 유나가 말했다. 원점관리국 측의 마지막 증인은 오래된 경유실 직원이었다. 그는 라엔을 오래전부터 존경했다고 말했다. 혼란이 많던 시절 신성한 인증 덕분에 잘못된 구조 신호를 줄인 사례도 있었다. 누구도 그 성과를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기술이 성공했던 사실을 근거로 모든 개인의 응답을 소유할 권한까지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 원점의 권한을 줄이면 기술이 사라집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직원이 대답했다. “기술은 남길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방식의 검증이 필요하죠.” 그 대답은 심리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 기술과 권한, 기능과 소유권을 나누어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하는 차례가 돌아오자 마지막으로 말했다. “저는 원점관리국의 기록이 전부 쓸모없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신격 수락 기록도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역사일 수 있어요. 하지만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 기록의 표시가 바뀌어야 합니다. 원래 말을 돌려줄 수 없다면 최소한 잘못 적은 문장은 고칠 수 있어야죠.” 원점의 오래된 원장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는 대신 정정 가능한 기록으로 만들자는 요구였다. 세리아는 그 요구를 심리의 취지에 포함했다. 심리위원은 잠시 중단해 서로 다른 증언에 포함된 시간대를 대조했다. 어느 구조대의 시계는 제9 항로보다 두 시간 느렸고, 도요 고원의 계절은 가시골과 달랐다. 서둘러 일치하지 않는다고 표시했다면 사실인 기록까지 거짓이 될 수 있었다. 세리아는 값 자체보다 어떻게 측정했는지를 기록하도록 요청했다. 라엔의 단일 원장에는 이런 설명이 없었다. 재하는 그동안 심리장 뒤편의 작은 게시판을 확인했다. ‘찬성’, ‘반대’ 외에 ‘아직 판단하지 못함’이라는 칸이 있었다.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되는 투표지였다. 처음에는 세 번째 칸에 아무도 표시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표가 생겼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생기자 질문도 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재하는 회의가 느려지는 것이 꼭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후에 결과가 나왔다. 심리위원은 소유권 본안을 판단하지 않았다. 대신 발신인의 지정 의사를 무시한 압류는 부당하므로, 편지와 제9 항로 원본에 대한 일방적인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48시간의 임시 보호였다. 사람들이 안도하려는 순간 기록실에서 종이 울렸다. 수동 배수관이 막혀 실제 침수가 시작된 것이다. 법적으로 압류를 멈췄다고 현장에 남은 자동 장치가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원점관리국에 정지 명령을 보냈는데요!” 세리아가 외쳤다. “명령은 보내도 물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하율이 말했다. 재하는 그 말에 기묘하게 웃음이 나왔다. 또 현장에서 배운 문장이었다. 원점의 공증보다 지금 물에 젖는 사람들을 먼저 살펴야 했다. 하백은 뒤쪽 수문을 열었고 카르도는 병사들에게 밧줄을 나눠 줬다. 주민들은 원본 기록을 한 장씩 밀봉 상자에 넣었다. 재하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내보냈다. 그는 손끝에 작은 빛이 모이는 것을 느꼈지만 섣불리 쓰지 않았다. “모나 씨, 중요한 원본이 저 아래에 있나요?” “있어. 하지만 사람이 남아 있다면 원본보다 사람이 먼저야.”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상자가 옮겨지고 하율의 안전 확인이 끝난 뒤에야 그들은 문을 닫았다. 그때 발신인 확인망에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수신 설명 추가 허용] [수신인 확인 기준: 아홉 사람의 이름이 아닌, 아홉 번째의 거절을 현재도 지키는 곳.] 라엔의 흰 장갑 위에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그는 처음으로 그 문장을 읽고도 즉시 반박하지 못했다. 편지의 주인은 소유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거절을 지킬 수 있는 응답망을 수신처로 지정한 것이었다. “그럼 이 편지는 어디로 가야 하죠?” 릴리가 물었다. 유나는 잠시 생각했다. “여기서 결정하지 맙시다. 실제로 아홉 번째 거절을 보호하는 규칙을 마련한 곳인지, 발신인이 다시 확인하도록 해야 합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끝이 없어 보이는 확인 절차가 조금은 든든해졌다. 서두르면 빠르게 끝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빨리 끝나는 것보다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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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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