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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83화
PAYLUA ORIGINAL · 제183화

183화. 아홉 사람이 남긴 빈자리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73자

오프라인 책장
아홉 번째 항로의 중앙 승강장에는 여전히 나무 의자가 세 개 있었다. 한쪽 다리는 짧고 다른 한쪽에는 수리 흔적이 잔뜩 남은 의자들이었다. 재하는 그곳을 보며 흰 장갑을 낀 라엔이 이런 의자에 앉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모나 씨, 원점이 생기기 전의 회신 원본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모나는 돌판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확인할 수는 있어. 하지만 가져갈 수는 없어.”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그렇다고 원본을 가져가면 이곳 사람들은 또 자기 기록을 잃어. 여기 보관하는 데 동의한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해야 해.” 재하는 익숙한 실수를 할 뻔했다. 잘못된 제도와 싸울 증거라면 당연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그 목적을 위해 타인의 기록을 마음대로 가져가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유나는 보관 장부를 펼쳤다. 승강장에 남은 원본은 아홉 사람이 서로 다른 날 기록한 구조 활동의 메모였다. 강을 건너는 배를 묶었던 사람, 어린아이의 손을 잡았던 사람, 물을 나누었던 사람, 위험한 둑의 돌을 옮긴 사람. 모두가 같은 사건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이름을 남겼고 어떤 사람은 남기지 않았다. “최초의 신이 아홉 명이었다는 얘기인가요?” 릴리가 물었다. “정확히는 아홉 사람이 한 신을 만든 게 아니야.” 모나가 말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구조를 한 장부로 묶은 관리자가 나중에 그 장부를 ‘신격의 기원’이라고 이름 붙인 거지.” 재하는 돌판에 새겨진 아홉 번째 손바닥 자리를 바라봤다. 마지막 사람은 남들이 자신의 행동을 신의 명령으로 바꾸는 것을 거부했다. 그 거절이 지워졌다고 알려졌지만 중앙 승강장 아래 별도 기록에 보관돼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원점의 소유권을 막는 증인일까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기록을 읽기 전에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모나가 재하를 바라봤다. “여기서 누군가를 ‘증거’라고 부르지 마. 사람은 네 재판을 위해 살았던 게 아니야.” 재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마을에서 중요한 사건을 많이 해결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숫자와 기록으로만 부르는 이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절박한 순간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보려 했다. 하율이 오래된 수문을 확인하는 동안 재하와 릴리는 원본 기록실의 청소를 도왔다. 물이 새던 벽을 보수하고 유나가 분류표를 고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 서류를 열람하는 일은 그 뒤에 이루어졌다. 한 칸의 메모에는 ‘아이를 업고 건넜으나 이름 모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메모에는 ‘비가 멈춘 뒤 이틀 동안 물을 끓였다’라고 적혀 있었다. 기록을 모아 놓고 보니 거창한 신의 권능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이어받은 흔적뿐이었다. 카르도가 기록을 읽다가 한 문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다음 사람을 기다리지 못하면 먼저 간다. 그러나 다음 사람을 강제로 데려오지 않는다.’ “병사들에게도 필요한 문장이다.” “전쟁신님이 그런 말을 하시니 이상하네요.” 재하가 대답했다. “전쟁을 아는 자가 강요의 대가를 더 잘 알 수도 있다.” 카르도는 딱 그만큼만 말했다. 그가 과거의 일을 말 한마디로 씻어 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 재하는 마음에 들었다. 마침내 유나가 공개 가능한 원본 대조 기록을 만들었다. 특정인의 이름과 사적인 장소는 지우고, 원점관리국이 주장한 '창설 이후의 모든 응답 소유'와 상충하는 시각과 행위만 남겼다. 열람 여부는 마을 대표와 보관인에게 각각 확인받았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 정도면 사흘은 걸리겠네요.” 에반이 말했다. “라엔은 하루를 줬는데요.” “그러면 재판을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 강제 압류부터 중지시켜야죠.” 세리아가 말했다. 그들은 현장에 남은 자료만으로 임시 집행 정지를 신청하기로 했다. 원본의 복제본은 심리위원 앞에서만 열리도록 봉인하고, 일반 기록에는 시간이 원점 창설보다 앞선다는 사실만 기재했다. 법적 기술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일이었다. 심리가 열리기 전 증거를 들고 갈 사람이 문을 부수지 못하게 하는 것. 승강장 밖에서는 하백이 작업대에 작은 종을 매달고 있었다. 어린 보관인들이 위험한 물길 가까이 가지 않도록 알리는 종이었다. 그는 한때 자신의 과실로 인해 줄이 끊어졌다는 사고 기록을 오래 피했다. 이제는 그 기록을 숨기지 않고, 고쳐 놓아야 할 장소에 실제로 손을 대고 있었다. “모나 씨가 그러셨어요.” 하백이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상대가 들을 수도 있고 안 들을 수도 있지만, 다리의 부러진 널빤지는 아무도 안 고치면 계속 부러져 있다고.” 재하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천계의 법을 바꾸는 일도 마찬가지일지 몰랐다. 선언문에 좋은 말을 적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건널 다리가 안전해지지는 않았다. 서류를 봉인하고 난 뒤에도 사람들은 곧바로 흩어지지 않았다. 제9 항로의 옛 기록실은 겨울에 습기가 많았다. 밀봉한 종이의 겉면에 물방울이 맺히면 내용이 흐려질 수 있었다. 모나는 보관 도구를 살펴보며 빗물을 막을 천을 새로 깔았다. “이게 원점 이전의 기록을 지킨 방법인가요?” 재하가 물었다. “별것 없어.” 모나가 대답했다. “마른 곳에 두고, 손이 젖었으면 만지지 않고, 읽은 다음 제자리에 놓는 거지.” “천계의 고급 봉인보다 현실적인데요.” “여긴 봉인 마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시절부터 기록을 지켰거든.” 유나는 그날 저녁 보관 업무를 맡을 사람들에게 원본의 상태를 설명했다. 담당자가 세 명이 된 이유는 권한을 쪼개기 위해서였다. 한 사람은 원본 보관, 다른 한 사람은 상태 확인, 세 번째는 외부 열람 요청을 기록했다.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남은 두 사람이 확인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카르도는 옛 구조대의 그림을 발견했다. 여덟 사람이 밧줄을 잡고 한 사람이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멀리서는 커다란 짐승을 막는 병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어느 그림에도 왕관을 쓴 신은 없었다. “내 신전에는 전쟁 승리 그림만 남아 있다.” 카르도가 말했다. “후퇴한 사람을 데리고 돌아온 기록은 거의 없지.” “후퇴해도 사람이 살면 중요한 거 아닙니까?” 재하가 물었다. “중요하다. 하지만 승리만을 세면 후퇴한 사람은 언제나 실패한 사람으로 남는다.” 카르도는 바랜 그림 앞에 오래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군 기록 일부를 독립 보관망에 제출하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아직 살아 있는 병사나 유족의 이름은 해당 당사자의 동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하는 그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전쟁신에게도 매일 새로 배울 것이 있었다. 릴리는 기록 중 한 편을 읽었다. 비를 피하려고 동굴에 숨어 있던 아이가 남긴 짧은 말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아도 무섭다고 말할 수 있나요?’ 누군가 그 아래에 답을 적었다.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누가 들었는지 모르더라도 네가 말한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릴리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자신이 동생을 데리고 처음 폐허 신전을 찾았을 때를 기억했다. 다른 신전에서는 헌납금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그때 그녀가 바라던 것은 거대한 기적뿐이 아니었다. 누군가 자기 동생의 이름을 듣고, 밤새 체온을 지켜봐 줄 사람이었다. “처음에 재하님이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재하는 머쓱해서 시선을 피했다. “저는 그때 불도 제대로 못 붙였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제가 부싯돌을 드렸죠.” “그 얘기는 이제 졸업하면 안 될까요?” “그렇지만 신님이 밤새 동생 곁을 떠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릴리는 자신의 믿음이 재하를 평생 붙잡는 계약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누군가 그 관계를 수익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이제 알았다. 그렇다고 고마웠던 마음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순간 하백이 서랍에서 작은 목패를 발견했다. 목패에는 오래된 배의 이동 시간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은 강을 건넜다는 표시로 끝났지만 한 줄만 달랐다. ‘구조 거절 후 안전한 대체 경로 제공’. 마지막 구조자가 직접 간 것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위치를 알려 안전을 확보한 기록이었다. “이 사람도 결국 도운 거네요.” 하백이 말했다. 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가는 것만 도움이 아니란다. 갈 수 없다는 말을 빨리 해 줘도 다른 사람이 준비할 시간이 생기지.” 재하는 그 기록을 오래 살폈다. 강제 신앙 계약은 ‘응답해야만 하는 사람’을 지정하려 했다. 그러나 실제 구조는 누군가가 갈 수 없을 때 다른 길을 찾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거절을 허용한다고 해서 도움 자체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가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려 주면 빈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하율은 그 설명을 듣고 새 연락망에 ‘대체 인원 호출’과 ‘지원 불가’ 항목을 추가하겠다고 했다. 어떤 구조대원은 근무를 끝낸 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수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이 빠르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시스템은 다른 지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했다. “실제 시험을 해야 합니다.” 하율이 말했다. “문장만 멋있게 적어서는 작동하지 않아요.” 그들은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의 경보를 실행했다. 첫 번째는 하백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하백은 안전상의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자 다음 연락 대상인 모나가 현재 상황을 확인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모나도 이동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그다음에는 경유실 담당자에게 긴급 신호가 넘어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네요.” 재하가 말했다. “그래도 누구도 응답할 수 없는데 이미 누군가 맡았다고 표시하는 것보다는 낫죠.” 하율이 답했다. 그들은 응답이 끊기는 시간을 다시 측정하고 연락 간격을 줄였다. 모의 경보의 숫자는 신앙 포인트에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실제로 안전한 구조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도구로 남았다. 작업이 끝나자 재하는 돌판 옆에 놓인 작은 종을 들었다. 누군가를 지휘하는 종이 아니라 대피 안내를 알리는 종이었다. 그는 손목에 힘을 주어 한 번 울렸다. 소리는 멀리 가지 않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혹시 저도 구조 연락망 당번이 될 수 있을까요?” 재하가 물었다. 모나가 그를 보았다. “할 수는 있겠지. 그런데 밤새 지킬 수는 있니?” “음, 내일 오전은 가능합니다.” “그럼 내일 오전만 맡아.” 재하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어느 세계에서도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모나는 마지막으로 잠금 장치를 확인하고 책임 인계를 받았다. 누군가 잘못 쓰면 더는 기록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새롭게 숨기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재하는 점검표에 손을 얹고 자신은 열람을 승인할 권한이 없다고 분명히 적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기록실의 등불을 하나씩 끄기 시작했다. 한밤중, 제9 항로의 송신등이 켜졌다. 라엔에게서 임시 심리에 반대하는 통보가 왔다. [원점관리국 통보: 창설 이전의 응답은 존재할 수 없음.] [사유: 응답의 존재는 원점 등록으로만 정의됨.] 재하는 문장을 읽고 고개를 갸웃했다. “등록되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랑 뭐가 달라요?” 에반이 한숨을 쉬었다. “원점관리국이 얼마나 오랫동안 저 설명으로 돈을 벌었는지 알면 화가 나실 겁니다.” “돈은 아직 못 벌었어도 화는 납니다.” 모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오래된 철로 너머로 희미한 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열차가 아니었다. 원점관리국의 흰 표식이었다. 기록실 출입을 막는 압류 마법이 선로 전체를 덮기 시작했다. “원본을 빼앗지 못하면,” 유나가 말했다. “그들이 먼저 기록실을 통째로 봉쇄하려는 모양입니다.” 재하는 손을 뻗었다. ‘무상의 약속’이 반응하긴 했지만 흰 표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동의 없이 기록을 차지하려는 부분만 희미해졌고, 설비 자체의 허가 장치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때 아홉 번째 손바닥의 빈자리에서 낮은 소리가 났다. 누군가 종이 한 장을 밀어 넣은 듯했다. [과거 기록의 증명은 기록의 소유와 다름.] [필요한 증인: 마지막 거절을 읽은 자가 아니라, 그 거절을 지킨 자.] 재하는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오래된 사람의 거절을 법적으로 증명하려면, 그 거절이 지금도 효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 줘야 했다. 누구도 아홉 번째 사람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지 않는 일. 그것이 다음 심리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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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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