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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78화
PAYLUA ORIGINAL · 제178화

178화. 기다림을 달아 만든 저울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83자

오프라인 책장
검은 저울의 한쪽 접시가 내려가자 중앙 승강장의 수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윤재하는 징수관 베르를 보았다. 저 사람은 왜 남의 기다림을 측정하는 저울로 강물을 움직일까. 심각한 일인데도 어딘가 우스웠다. 신계에는 정말 배관과 채무의 결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설비를 만든 분이 누군지 알아내면 꼭 물어봐야겠어요. 왜 이런 걸 한데 묶었는지.” 하율이 저울 아래를 살폈다. “누가 처음 만들었든 지금 고칠 곳은 저기입니다. 압력관이 양쪽 접시를 지나갑니다.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면 수문이 닫히고 물은 마을 쪽으로 흐릅니다.” “저울을 바로 세우면 되나요?” “그 과정에서 무게가 갑자기 바뀌면 관이 터질 수 있어요.” 베르가 장부를 크게 펼쳤다. 종이들이 저울 접시 위에 쏟아졌다. 편지 하나마다 작은 빛이 붙었고 물은 점점 더 빠르게 차올랐다. 저울의 바늘은 ‘미회신 대가’라는 글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봐라.” 베르가 말했다. “기다림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반드시 감당해야 한다.” “맞는 말도 잘못된 결론으로 갈 수 있군요.” 릴리가 대답했다. “기다린 사람을 도울 방법은 함께 찾아야 해요.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에게 평생의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어요.” 세리아는 저울의 하단에 붙은 새 도장을 발견했다. 징수관들이 지난밤 추가한 도장이었다. 거기에는 ‘공동 배정 불가, 단일 수신인만 허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원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붙인 제한입니다.” 그녀가 외쳤다. 재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 그러나 릴리가 손목을 잡았다. “신님, 먼저 장치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확인해 주세요.” “이번에는 조심할게요.”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재하는 입을 닫았다. 하율이 저울의 작은 눈금을 가리켰다. 최소 단위는 한 장의 편지가 아니라 그 편지를 받는 사람의 의사를 확인할 때마다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원래는 어떤 요청을 누가 처리할지 합의하는 데 쓰는 도구였을 수 있었다. 에반이 작은 쇠막대를 들었다. “장치에 붙은 새 도장만 제거하면 통로의 잠금이 풀릴까요?” “도장을 무리하게 떼면 기록 봉인까지 깨집니다.” 유나가 말했다. “원본을 지키면서 모듈을 분리해야 해요.” 하율은 수문을 수동으로 조금 열고, 카르도에게 압력관의 보강대를 붙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카르도는 검을 멀리 내려놓고 장갑을 꼈다. 모나는 기록실에서 가져온 오래된 배수 도면을 펼쳤다. 도면은 낡았지만 수로가 어디로 흐르는지 정확히 표시되어 있었다. 그 사이 베르는 수문을 막으려 했다. 징수관들이 카르도 앞을 가로막았다. 카르도는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말했다. “이곳에서 전쟁신의 이름으로 누구를 처벌하지 않겠다. 다만 지금 사람을 위험하게 만드는 행동은 막겠다.” “군사적 협박인가?” 베르가 물었다. “아니. 저울이 무너지면 여기 있는 네 사람도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베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르도는 그에게 안전 통로를 가리켰다. 평소 같으면 도망칠 길을 알려 주는 일에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잔뜩 젖은 제복을 입은 젊은 징수관들이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보았다. 그들 역시 자기 업무가 수문을 닫는 일이라고 배우지 않았을 것이다. 수문을 열기 전, 하율은 아래쪽 배수구에서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 표정이 달라졌다. 물이 빠져야 할 곳에서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들렸다. 누군가 관 안에서 작업 중인 듯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계를 잠시 멈추라고 손짓했다. “안에 누가 있습니까?” 처음엔 대답이 없었다. 두 번째로 묻자 짧은 세 번의 두드림이 돌아왔다. 재하는 며칠 전 예측국의 폐쇄된 수로에서 구조했던 기술자들을 떠올렸다. 천계의 사람들이 시설을 만들고 잠그는 동안 언제나 그 안에서 일하던 사람이 있었다. “여기에도 사람이 있네요.” 하율은 도면을 뒤졌다. 배수로에는 작은 정비실이 하나 있었고, 거기에는 수문이 닫혀도 얼마 동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다만 오래된 도면이라 환기구가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를 구하겠다고 갑자기 수문을 열면 안에 있던 사람이 다칠 수 있었다. 릴리가 소리 나는 쪽에 대고 외쳤다. “밖에 사람이 있습니다. 몇 분 계세요?” “둘이요.” 금속관을 타고 희미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점검하다 문이 닫혔어요. 한 사람은 다쳤어요.” 베르의 징수관들이 그 목소리를 듣고 서로를 바라봤다. 정비실에 기술자가 있다는 보고가 장부에서 누락된 것이었다. 베르는 자신의 서류 어디에도 작업자 배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율은 대답했다. “작업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건 종이보다 사람 목소리가 우선입니다.” 세리아는 누락 사실을 기록했다. 유나는 정비실 출입 기록의 원본 보관 여부를 확인했다. 카르도는 지지대를 붙잡으면서 하율의 지시에 따라 힘을 조절했다. 정비실 출입문이 열리기 전 압력을 낮추고, 미끄러지는 바닥에는 거친 천을 깔았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카르도가 말했다. “지금은 사람이 너무 큰 장비와 함께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하율이 대답했다. “정비실 입구가 좁아요. 릴리 님과 제가 들어가고 바깥에서 당겨 주세요.” 전쟁신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이유로 제일 먼저 나서는 일이 항상 최선은 아니라는 걸 배웠다. 그는 대신 밖에서 안전 줄을 붙잡았다. 릴리는 안으로 들어가 다친 기술자의 다리에 부목을 댔다. 작업자 둘은 며칠 전부터 수압 이상을 보고했지만 담당 부서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전자식 경보는 정상으로 표시됐고, 관리대장에는 모든 점검이 완료됐다고 적혀 있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낸 요청은 징수관의 장부에 ‘시설 유지비 배정 대기’로 분류되어 있었다. “우리는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젊은 기술자가 말했다. “문이 안 열린다고 알려 달라고 했죠.” 재하는 장부의 이름을 다시 읽었다. 청구 대상은 기술자의 개인 보상금이 아니었다. 실제로 해야 할 현장 지원 요청을 누군가의 미정산 채무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이해하고 나니 저울이 더욱 끔찍하게 보였다. 기다린 시간에 값을 매기기 시작하면, 지원하지 않는 기간이 길수록 장부가 커졌다. 구조를 끝낸 뒤 두 기술자는 바로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출입문에 남아 있는 결함을 설명했고,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했다. 하율은 그들의 설명을 바탕으로 수문 개방 순서를 수정했다. 기술자들은 누가 장비를 만들었는지, 어떤 관이 교체됐는지도 알려 주었다. 처음에 ‘완료’라고 표시됐던 기록보다 훨씬 유용한 정보였다. 카르도는 다친 사람을 들것에 올려 안전 구역으로 옮겼다. 릴리는 다리의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곧바로 일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기술자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이 끝내 주는 것을 미안해했지만 하율은 “오늘은 동료가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재하는 짧게 웃었다. 처음에는 모든 문제를 자기가 해결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 구조 현장에서는 누군가 물을 막으면 다른 사람이 줄을 잡고, 누군가 부상자를 돌보면 또 다른 사람이 기록을 정리했다. 일을 나누는 게 책임을 회피하는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의 한계를 명확히 알리는 방식이었다. 베르는 구조를 지켜보며 장부를 손에 쥐었다. 그가 처음 내세운 ‘한 사람이 모든 미답변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눈앞의 현장과 맞지 않았다. 여기서는 여러 사람이 각자 할 일을 했고, 누군가는 거절할 권리를 가졌으며, 그럼에도 구조는 진행됐다. 수위는 허벅지 높이까지 올라왔다. 소미에게서 통신이 왔다. 물새골의 둑이 경계선에 도달했고 주민들이 두 번째 대피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재하는 재빨리 상황을 알렸다. “여기서 장치를 고치는 동안만 버텨 주세요. 하지만 못 버티겠으면 저희 기다리지 말고 대피하세요.” “알겠어요. 사람부터 옮길게요.” 소미가 대답했다. 이제 누구도 재하에게 ‘다 책임질 것인가’만 묻지 않았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행동했다. 릴리는 젖은 바닥에서 미끄러진 기록 보조의 발목을 고정했다. 유나는 편지 원본을 방수 상자에 옮겼다. 세리아는 장치를 분리하는 과정을 기록했고 에반은 징수관들과 통행을 협의했다. “저기 여러분.” 에반이 그들에게 말했다. “베르님의 명령에 따르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여러분도 수문이 터지면 여기서 다칠 수 있습니다. 안전 구역으로 먼저 가셔도 돼요.” 젊은 징수관 하나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물러나면 직무 포기로 기록됩니다.” “그 명령서에 안전 업무 예외 조항이 있어요.” 세리아가 건너편에서 외쳤다. “지금 해당합니다. 문서 사본을 드릴게요.” 그들은 망설이다 길을 열었다. 베르는 그 장면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장부의 어느 조항도 그들의 선택을 즉시 무효화하지는 못했다. 하율이 수문을 열어 물을 우회로로 돌렸다. 재하는 그때 짧게 권능을 사용했다. 단일 수신인을 강제하는 조항에만 금빛이 붙었다. 저울의 한쪽으로 몰리던 빛이 흩어졌고, 편지들은 각자 원래 놓였던 자리로 돌아갔다. [강제 단일 수신 배정: 중단.] [개별 요청 원본: 보존.] [배수로 운용: 수동 전환.] 수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울 전체가 꺼진 것은 아니었다. 모나가 남은 숫자를 읽었다. 미응답 편지 중에는 정말 긴급한 구조 요청이 있었다. 그 요청은 계약 무효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장치가 멈추었다고 누군가의 기다림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재하가 베르에게 물었다. “이 장부에 실제 피해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요청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까?” “있다. 하지만 그 목록을 공개하면 징수율이 떨어진다.” “그것 때문에 숨겼군요.” 베르의 얼굴에 처음으로 피곤한 표정이 나타났다. 그는 장부의 맨 뒷장을 넘겼다. 거기에는 자신이 징수관이 되기 전의 작은 사건이 기록되어 있었다. 어린 베르는 폭우 때 대피소의 식량을 배분하던 사람이었다. 지원이 늦어지자 사람들은 서로를 탓했고, 그 뒤로 그는 누군가 확실히 책임을 지게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걸 봤다.” 베르가 말했다. “그래서 아무나 붙잡아서 책임지게 했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베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카르도가 천천히 다가왔다. “책임자는 필요하다. 그러나 책임이 없던 사람에게 칼을 들이대 책임자로 만들면 그 자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나도 그 방식으로 군대를 움직여 봤다.” 베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재하가 그의 과거를 듣고도 면죄부를 주지 않자 오히려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내 결재 기록을 볼 수 있게 하겠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책임을 면하려고 협조하는 게 아니다. 물길이 더 막히는 걸 원치 않아서다.” “그렇게 기록하겠습니다.” 세리아가 대답했다. 저울의 바늘은 여전히 미응답 칸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그 숫자는 누군가를 협박하는 무기가 아니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을 보여 주는 경고였다. 수문이 열리는 소리가 멎자 사람들은 각자 확인한 값을 대조했다. 하율의 압력계와 소미가 보내 온 하류 수위가 서로 맞지 않았다. 하율은 곧바로 한쪽 수치가 틀렸다고 하지 않았다. 두 지점의 거리가 멀어서 변화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잠시 후 소미에게서 수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그제야 우회 배수가 실제로 작동한다고 기록했다. 재하는 그 몇 분이 길게 느껴졌다. 기적이 있다면 지금 당장 안전하다고 선언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말을 믿고 너무 빨리 돌아오면 위험할 수 있었다. 그는 소미가 확인해 주기 전까지는 ‘안정화 확인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누군가가 기다리는 시간에 값이 붙는다는 베르의 논리와 달리, 확인을 기다리는 시간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었다. 그때 유나가 원본 목록의 마지막 줄을 찾았다. 그곳에는 다른 편지들과 달리 발신인이 없었다. 수신인도 없었다. 단지 오래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읽었습니다. 이제 당신들이 답할 차례입니다.] 재하가 다시 숨을 삼켰다. 그가 제9 항로를 찾아오게 만든 회신이었다. 봉투의 마지막 부분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작은 메모가 남아 있었다. [이 회신은 답변이 아니다. 전달 확인이다.] “읽었다는 말이…… 답했다는 뜻이 아니었네요.” 릴리가 말했다. “그럼 진짜 답은 아직 남아 있겠죠.” 재하가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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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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