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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174화. 뗏목에 남은 여덟 개의 이름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100자

오프라인 책장
유역 기록실은 도서관처럼 생겼지만 책을 대출하는 곳은 아니었다. 대신 서가마다 작은 배가 놓여 있었다. 찢어진 돛을 단 배, 나무껍질을 엮어 만든 뗏목, 물레방아만 한 둥근 구명선. 재하는 처음엔 박물관인 줄 알았다. “원본 기록을 종이 대신 배에 새겼다고요?” “물에 젖은 종이는 쉽게 사라지니까요.” 유나가 대답했다. “옛날 사람들은 그날 사용한 물건에 기록을 남겼어요. 수로에 내려간 사람의 이름, 돌아온 사람의 숫자, 다음 날 고칠 부분 같은 것들요.” 카르도는 부서진 돛대 하나를 살펴보았다.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의 장비에도 이와 비슷한 흠집이 남곤 했다. 하지만 전쟁의 공적 기록에는 승리한 장수의 이름만 크게 적었다. 사다리를 놓은 사람, 물을 길어온 사람,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은 뒤쪽 작은 표에나 올라갔다. “이 서가는 말이 많군.” 카르도가 중얼거렸다. “장군님에게 잘 맞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요.” 재하가 말하자 에반이 웃음을 참았다. 기록실 관리인은 눈이 좋지 않은 노파였다. 이름은 모나. 그녀는 낡은 구리 렌즈를 목에 걸고 있었지만 그것으로 글을 읽지는 않았다. 손끝으로 나무의 결을 더듬어 새겨진 흔적을 구별했다. 책장 하나를 열 때마다 먼저 손을 씻으라고 말했다. “서류보다 나무가 예민한가 보네요.” 재하가 물었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면 결이 상하지.” 모나가 말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해서 남이 상하는 줄도 모를 때가 있고.” “여기 분들은 한 마디씩 꼭 뼈를 때리시네요.” 모나는 하백의 매듭 명찰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오래 묵힌 도구함에서 같은 매듭이 새겨진 판을 꺼냈다. 판에는 다리가 무너지던 폭우의 날짜와 뗏목의 목적지가 적혀 있었다. 뗏목에 타고 있던 사람은 일곱. 배를 끌던 하백까지 모두 여덟이었다. “하백은 줄을 끊었지.” 모나가 말했다. “기억은 맞아. 하지만 그 뒤는 모를 거야.” “생존 기록은 있습니까?” 릴리가 물었다. “있어. 다만 섞여 있지.” 모나는 세 장의 판을 펼쳤다. 하나는 하백의 뗏목 기록, 하나는 다리 위 구조대 기록, 하나는 강 하류의 대피소 기록이었다. 세 기록은 서로 다른 사람의 손으로 작성되었고 숫자도 달랐다. 뗏목에서 일곱이 떠났다고 했지만 다리 위에서는 다섯 명만 목격됐고, 대피소에는 여섯 명이 들어왔다고 적혀 있었다. “그럼 한 사람은…….” 재하가 말을 흐렸다. “그래서 조사하는 거야.” 하율이 말했다. “다리 위에서 못 봤다고 물에 빠졌다는 뜻은 아니죠. 다른 대피소가 있을 수도 있어요.” 모나는 그를 흡족하게 바라봤다. “옳아. 이 기록실을 만드는 이유가 그거였어. 나중 사람들이 빠진 숫자를 하나의 결론으로 뭉개지 않도록.” 한쪽 서가에서는 물을 긷는 소리가 들렸다. 늙은 기록 보조가 끊어진 물관을 이어 붙이고 있었다. 그는 판을 만지지 않았다. 나무가 습도를 너무 잃으면 금이 가기 때문에 바닥에 얕은 물길을 유지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하율은 관리인의 허락을 받아 관 상태를 살폈다. 연결부가 오래되어 곧 누수가 생길 것 같았다. “기록을 보기 전에 수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재하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어디만 가면 수로가 고장 나요. 신전의 주 업무가 배관일까요?” “배관이 고장 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우리를 부르는 걸 수도 있죠.” 릴리가 대답했다. 결국 모두 작업을 도왔다. 카르도는 무거운 물통을 옮겼고 에반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미끄러운 바닥을 알리는 표지판을 만들었다. 모나는 오래전 기록을 꺼내지 않으면서도 작업을 감독했다. 빗물이 흘러든 구역과 바닥의 경사를 고려하지 않으면 새 관을 달아도 다시 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오 무렵, 하백을 데려왔다. 그는 다리 기록을 보는 순간 무릎을 꿇었다. 재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나는 그에게 세 기록을 차례로 읽어 주었다. 뗏목에 타고 있던 일곱 중 다섯은 다리 위에서 구조됐다. 한 명은 하류 대피소에 혼자 도착했다. 마지막 한 명은 다리 아래 섬에서 다른 사람들을 발견해 함께 올라왔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럼 다들 살았습니까?” 하백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날 떠난 여덟 명은 모두 이후의 기록에 이름이 나와.” 모나가 대답했다. “하지만 네가 그 줄을 끊은 것이 옳았다는 결론까지 이 판이 주는 건 아니야. 당시 현장의 다른 선택이 있었는지, 왜 다리 기둥이 무너졌는지는 별도의 질문이지.” 하백은 한참 울었다. 그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을 용서했는지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곱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수백 년 묵은 숨을 한 번 내쉴 수 있었다. “제가 돌아가서 사과할 수 있을까요?” “그분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부터 알아야겠죠.” 재하가 말했다. “사과받기를 원할지, 기억하고 싶어 할지도요.” 하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플랫폼에 앉아 벌 받듯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모나는 그의 매듭 명찰을 기록실에 보관하겠냐고 물었다. 하백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름만 남기고 명찰은 가지고 가기로 했다. 새 관의 길이를 재던 하율은 작업대 아래에 낡은 놋쇠 표찰 하나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표찰에는 구조대가 사용하던 도구 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도구를 보관하는 서랍 안에는 같은 번호가 없었다. 모나가 그 이유를 알려 주었다. 옛 기록 보조원들은 장비를 언제나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았다. 그 대신 어디로 가져갔는지를 나무 조각에 새겨 남겼다. “그렇게 하면 누가 잘못 챙겼는지도 알 수 있겠네요.” 재하가 말했다. “잘못을 찾으려고만 쓰는 건 아니지.” 모나가 대답했다. “물을 막으러 간 사람이 장비를 들고 돌아오지 않았을 때 어디부터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보관함의 맨 뒤에는 이름이 지워진 나무 조각이 있었다. 장비를 빌린 날짜와 반납 예정일만 남아 있었다. 재하는 지워진 이름을 보며 질문했다. “혹시 도망친 사람일까요?” 모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날의 사고 보고서를 꺼냈다. 큰물이 들이닥쳤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하러 상류로 올라갔다. 그 사람의 이름은 며칠 뒤 가족의 요청으로 공개 기록에서 지워졌다. 살아남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이름을 붙이고 죄를 정하면 안 돼.” 모나가 말했다. 재하는 그 말을 듣고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누군가 잃어버린 기록을 추적하는 데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빠른 결론에 끌렸다. 모나의 기록실은 그 버릇을 매번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었다. 서가 사이를 걷던 릴리는 오래된 나무배의 안쪽에서 작은 그림을 발견했다. 배를 타기 전에 부모가 아이들의 키를 표시한 선이었다. 선 옆에는 해마다 날짜가 있었다. 어느 해부터 키 표시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릴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 배를 썼던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기록도 옮겨 적어야 할까요?” 그녀가 물었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요. 다만 해석은 별도의 의견으로 남길게요. 아이가 자라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다른 곳으로 갔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요.” 카르도는 말없이 목재를 들어 도왔다. 그가 힘을 조금만 써도 널빤지가 뒤틀렸기 때문에 하율은 몇 번이나 ‘조금씩’이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전쟁신은 큰 힘을 발휘하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작은 부품을 정밀하게 맞추는 데에는 서툴렀다. “검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군.” 카르도가 투덜거렸다. “검은 한 번 들면 끝나지만 배수관은 수백 번 물을 흘려야 합니다.” 하율이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니 정말 어려운 일이군.” 수리 후 하율은 도구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고 연결 부위를 여러 번 시험했다. 한 번 정상이라고 영원히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모나는 그 점검표까지 배 옆에 보관했다. 기록실은 단순히 과거를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현재의 사람들이 과거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매일 일하는 곳이었다. 재하는 서가 사이에 앉아 자신이 첫 신도가 없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기록실에 이런 수많은 이름 없는 도움의 흔적이 남아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큰 기적을 보이면 사람들이 자신을 믿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나도 남아 있는 것은 대개 작은 도구를 제자리에 놓았다는 표식이었다. 그는 그 사소한 기록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하백이 기록실에서 나온 뒤에도 나무배를 오랫동안 바라본 이유를 재하는 나중에 알았다. 그 작은 배들 가운데 하나는 하백이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배운 매듭과 같은 결을 갖고 있었다. 하백은 아버지가 자기에게 가르쳤던 첫 번째 말을 기억해 냈다. ‘줄을 잡는 손보다 줄을 놓아야 할 때를 판단하는 눈이 중요하다.’ 그는 그날 줄을 끊은 사실만 떠올렸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그동안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재하는 그 이야기를 듣고도 결론을 대신 말하지 않았다. 언젠가 하백이 자신의 기억을 더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모나는 작은 천을 건네 주었다. 하백은 그 천으로 자신의 명찰을 감쌌다. 누군가의 판결문이 아니라 스스로 확인할 질문의 목록처럼 조심스럽게 품었다. 그때 기록실 뒷문에서 종이 울렸다. 모나의 표정이 굳었다. “벌써 왔나.” 문밖에는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가슴에는 접힌 종이를 본뜬 은빛 표식이 달려 있었다. 그들의 대장은 키가 크고 마른 남자였다. 표정은 지나치게 단정했고 장갑에는 먼지 한 톨 없었다. “기록실 책임자 모나.” 그가 말했다. “제9 항로 관할 징수관 베르다. 보관 중인 미결 회신과 미정산 책임을 인계하시오.” 모나는 렌즈를 목에 걸었다. “몇백 년 만에 얼굴 보면서 인사도 없이 달라는군.” “절차상 인사를 생략해도 법적 효력에 영향이 없다.” 재하가 손을 들었다. “그럼 제가 인사부터 할게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가져가시면 안 되는 건 뭔가요?” 베르는 재하를 위아래로 훑었다. “무상의 약속을 가진 신 윤재하. 그대가 여기에 들어올 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으면 안내문이라도 붙여 주시지.” 베르는 기록실 중앙에 검은 장부를 펼쳤다. 장부에는 미처 회신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제목은 ‘미응답 책임’. 보류 중인 요청 하나마다 값이 매겨져 있었고, 어떤 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했다. “책임의 이자를 회수하러 왔다.” 그가 말했다. “대답하지 않은 자는 오래 기다린 만큼 빚이 많아진다.” “답장을 기다린 사람이 빚을 진다고요?” 릴리가 되물었다. “아니다. 그 요청을 들은 자가 빚을 진다. 그래서 채권은 명확하다.”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재하가 말했다. 베르가 장부를 돌렸다. 그 맨 위에는 재하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윤재하. 기록 이전 미회신 건 1건.] [부과 예정 이자: 구역 전체의 수신 책임.] 재하는 눈을 비볐다. “전 기록 이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시간보다 오래된 채무는 후계 신격에 승계된다.” 에반이 그 문장을 듣고 얼굴을 찌푸렸다. “계약서 말미의 승계 특약…… 제가 아는 문구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원본에선 본 적이 없어요.” 모나가 느리게 말했다. “그래. 그 문장은 원본에 없어.” 베르는 미소를 지었다. “원본은 낡았고 후계 계약은 유효하다. 게다가 이 항로에서 원본을 증명할 살아 있는 서명자는 한 명도 없다.” 그의 뒤에서 검은 장갑들이 동시에 장부를 펼쳤다. 종이들이 바닥으로 흘러내리며 기록실의 문을 덮었다. 하백은 입구에서 물러나 릴리 곁에 섰다. 카르도가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지만 모나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는 칼을 뽑으면 기록실 바닥의 수로가 끊겨. 오랫동안 지킨 판들이 갈라질 거야.” 카르도는 손을 내려놓았다. 재하는 장부의 숫자를 살폈다. 구역 전체에 떠넘긴 책임을 하나하나 없애려면 무상의 약속이 얼마만큼 필요할까. 그는 권능에 기대려다가 손을 멈췄다. 강제로 붙인 계약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어도 진짜 질문을 남기는 것이 먼저였다. “원본이 있다면 보여 주세요. 원본이 없다면 없다고 기록하고요.” 베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장부를 세게 내려쳤다. 기록실의 출입문에 검은 봉인이 떠올랐다. [원본 대조 신청 제한 시간: 해 질 때까지.] “그때까지 입증하지 못하면 모든 미결 책임을 회수한다.” 모나가 재하를 보며 속삭였다. “너희가 찾아야 할 건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대답이 아니야. 가장 오래된 거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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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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