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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68화
PAYLUA ORIGINAL · 제168화

168화. 구조에는 원래 문이 있었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47자

오프라인 책장
0호 조정실의 문은 안쪽에서 열리지 않았다. 카르도가 처음 문을 걷어찰 때 벽이 울렸다. 두 번째로 차자 붉은 경고문이 떠올랐다. [강제 개방 시 환승선 전 구간 긴급 정차.] [연결된 구조 차량 운행 지연 예상: 47분.] 전쟁신은 세 번째 발을 내딛지 않았다. “이런 협박을 가장 싫어한다.” “협박이 맞는지부터 확인해야죠.” 하율이 손전등을 켰다. “문에는 고장이 났지만 예측국은 경고 하나만으로 사람을 못 움직이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문을 닫아 가두는 것부터 이상합니다.” 릴리가 말했다. 그들은 각자 출구를 찾았다. 하율은 배기구의 압력을 재고, 카르도는 벽 안쪽에 비어 있는 부분이 있는지 두드렸으며, 에반은 오래된 사용 설명서를 뒤졌다. 재하는 신성 창을 불렀다. [무상의 약속: 강제 헌납 및 강제 동의의 무효 가능성 검토.] [현재 효력 범위: 당사자 동의 확인 필요.] 재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권능은 모든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강요한 약속이 있을 때 그 약속을 되돌릴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힘이었다. 철문과 환기 통로는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에반이 찾은 설명서에는 0호 조정실의 원래 용도가 적혀 있었다. 기차가 사고 때문에 멈췄을 때 구조 요청을 접수해 가까운 역으로 보내는 비상교환실. 예측국은 그 시설을 가져다가 미래 계약을 만드는 연구소로 바꾸었다. 그러나 오래된 비상전화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선로를 멈추지 않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회선입니다.” 에반이 말했다. 릴리는 수화기를 들었다. 신이 아닌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그녀는 신의 명령을 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을 주민이자 현장 구조 요청자로서 통화하기로 했다. “가시골 북쪽 0호 조정실입니다. 안에 네 명이 갇혀 있습니다. 연결된 열차를 무단 정차시키지 않고 출입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수화기에서는 오래된 잡음이 흘렀다. 그리고 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명이라고요? 재하 님도 계세요?” “네.” “그러면 신 한 명에 인간과 악마까지 셋…….” “카르도도 있어요.” “전쟁신까지요? 음. 인원 파악부터 다시 할까요?” 재하는 손을 들었다. “신은 구조 명단에 따로 쓰지 말라는 규정은 없겠죠?” 유나는 웃었다. “다섯 명. 기록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비상전화의 작은 불빛이 켜졌다. 0호 조정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외부 구조대와 연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측국의 수신권이 아닌, 오래된 긴급 대응 규칙이었다. 그러나 안도할 시간은 없었다. 산기슭 아래쪽에서 토사가 내려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앞선 폭우로 물을 머금은 땅에 새 플랫폼이 무게를 얹었기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대피 중이었지만 철길을 따라 올라가는 배수관이 파손되면 가시골 아래쪽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유나는 현장에서 하율의 지시에 따라 예비 밸브를 찾고 있었다. 그녀 곁에는 마르타와 대장장이, 노아가 있었다. 노아는 안쪽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불평했다. 마르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대신 사람들의 위치를 적게 했다. “위험한 곳에 들어가는 것만 용기가 아니야. 밖에서 사람들이 돌아오는지 세는 일도 중요하지.” 노아는 잠시 고민하다 이름표를 펼쳤다. 대피소에 도착한 사람이 한 명씩 늘었다. 그가 숫자를 세는 동안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노인이 대피 차량을 놓쳤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카르도는 비상전화를 잡았다. “내 군에서 가장 빠른 비무장 수송대를 보낸다. 명령으로 징발하지 않겠다. 마을이 원하면 쓰도록 해라.” 유나가 대답했다. “차량을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우회로가 안전한지 먼저 확인해 주세요.” 카르도는 부하에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전쟁신의 군대가 처음으로 운행 여부를 주민과 기술자의 확인에 맡기는 순간이었다. 조정실 안에서는 하율이 오래된 배기구를 찾아냈다.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높이는 아니었지만 도구와 통신선은 통과시킬 수 있었다. 배기구 끝은 플랫폼의 옛 신호함과 연결돼 있었다. 신호함은 외부 비상전화와 같은 회선에 있었다. “저 선을 이용하면 미르덴의 출입문 통제를 우회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구조 열차가 멈추지 않나요?” “문 열기 신호와 선로 전환 신호가 다른 장치라는 걸 원본 설계도에서 확인했습니다. 둘을 같이 묶은 경고는 운영자가 나중에 추가한 겁니다.” 에반은 미르덴에게 공개 통신을 걸었다. “제8 환승선이 긴급 출입을 금지한다는 규정의 근거를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미르덴은 즉시 대답했다. “운영 안정성이 첫째입니다. 감정적인 요청은—” “원본 설계도에는 긴급 출입 회선이 별도로 있습니다. 그것을 숨기고 출입구를 봉쇄했다면 사고 예방을 방해한 것이 됩니다.” 긴 침묵이 흘렀다. 하율은 그 사이 문 위의 수동 잠금을 풀었다. 기름이 마른 톱니가 걸렸지만 카르도가 힘을 보태자 느리게 돌아갔다. 마침내 문이 열렸다. 그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이미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대피소에는 주민들이 모여 있었고 마르타는 큰 냄비에 수프를 끓이고 있었다. 노아는 실종됐던 노인이 무사히 도착하자 번호를 동그라미 쳤다. 릴리는 노아에게 박수를 쳐 주었다. 재하는 조정실을 바라봤다. 누군가 설정한 미래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원래부터 있던 구조의 문은 살아 있었다. 기술자가 설계도를 읽고, 보관인이 전화를 받고, 주민이 출석을 확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이 열린 뒤에도 조정실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젖은 산길은 미끄러웠고 지반이 흔들려 어느 쪽이 안전한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하율은 현장에서 보낸 안전 표식을 따라 이동하자고 했다. 카르도는 사람을 한 명씩 부축했고 릴리는 뒤따르는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재하는 마지막에 나가겠다고 말했다가 릴리에게 혼이 났다. “신님, 마지막에 나가는 건 멋진 장면이 아닙니다. 출입 확인을 맡은 사람이 나가야 해요. 지금은 하율 씨가 출입을 확인하고 계시죠.” “알겠습니다. 저는 어디로 갈까요?” “저 표시를 따라 먼저 가서 대피소에 우리가 오고 있다고 알려 주세요.” 재하는 투덜거리며 뛰었다. 예전 같으면 신이면서 가장 중요한 장면에 남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피소의 사람들에게 위험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전하는 일이 필요했다. 대피소에 도착하자 마르타가 바로 달려왔다. “다친 사람은요?” “지금까지 큰 부상은 없어요. 다만 산길이 미끄러우니 돌아오는 사람을 맞으러 멋대로 올라가진 마세요. 표시한 길 밖으로는 나가면 안 됩니다.” 마르타는 곧바로 따뜻한 물과 담요를 준비했다. 노아는 대피 명부에 돌아온 사람을 표시했다. 그 과정에서 이름 하나가 비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배수로 경비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분은 어디에 계셨죠?” 재하가 물었다. “창고 옆 수로에 계셨어요. 사람들 대피시키다가 안 보였어요.” 재하는 곧바로 뛰어나가지 않았다. 먼저 하율에게 마지막 위치를 알리고, 현장에 남아 있는 구조대를 확인했다. 잠시 뒤 경비원은 다른 길을 따라 무사히 내려왔다. 그는 미끄러진 수레를 세우느라 늦었을 뿐이었다. 노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이름 지워도 돼요?” “아니, 돌아왔다고 표시하자.” 릴리가 대답했다. “우리가 어디서 기다렸는지도 적어 두면 다음에 더 빨리 찾을 수 있어.” 재하는 서류가 사람을 감시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을 찾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같은 명부라도 누구를 통제하기 위해 쓰느냐, 누구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랐다. 그날 저녁 하율은 대피 경로를 다시 그렸다. 예측국이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정보도 현장 확인을 통해 보강했다. 산길의 어느 부분이 가장 위험했는지, 마차가 갈 수 있는 길은 어디인지, 비가 다시 내릴 때 폐쇄해야 할 곳은 어디인지. 주민들은 자신의 경험을 보탰다. 누구도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카르도는 하율의 지도를 보며 말했다. “장군이 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말은 오만이었을지도 모르겠군.” 하율이 어깨를 으쓱했다. “넓은 지도가 필요하긴 합니다. 다만 그 지도를 만드는 데는 현장 사람들의 눈이 더 많이 필요하죠.” 재하는 그 말을 오래 기억하기로 했다. 미래의 편지 때문에 그들이 여기까지 왔지만, 실제로 사람을 살린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안다는 믿음이 아니라, 오늘의 사실을 서로 확인하는 일이었다. 대피소에서 돌아온 카르도는 재하에게 조그만 나무말뚝을 하나 내밀었다. 산길에 있던 위험 구간을 표시한 물건이었다. “전쟁터에서도 이렇게 표시해야 했을 것이다. 무너진 곳을 적으로 취급해 공격하기 전에, 사람이 지나가지 못하게 했어야지.” 재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제 전쟁신 대신 안전신으로 전직하시게요?” 카르도는 나무말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안전은 전쟁보다 어렵군.” 에반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홍보 문구를 쓰려다가 손을 멈췄다. ‘천계 최고의 안전신 탄생’이라고 적으면 재미있겠지만 카르도의 변화가 그 한 문장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대신 하율에게 위험 안내판의 색과 글자 크기가 충분한지 물었다. 하율은 그 질문에 답하면서 그림도 함께 넣자고 제안했다. 글을 읽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위험을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마르타는 회관으로 돌아온 주민들에게 저녁을 건네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의 몫을 따로 놓았다. 노아는 그릇을 세었다. 예측국이 처음에는 쓸모없다고 무시했던 그런 작은 기록들이 실제로는 누군가를 찾고 기다리는 데 필요했다. 그는 오늘의 명부 맨 아래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었다. ‘도착 안 했으면 확인하기.’ 대피소를 정리하던 중 릴리는 한 주민에게서 이상한 부탁을 받았다. 예측국에서 공식 구조 확인서에 서명하면 치료비를 대신 지급해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릴리는 무조건 거절하라고 하지 않았다. 먼저 서류를 가져오게 하고 해당 조항을 읽었다. 종이에는 치료비 지급과 아무 관계없는 신앙 이행 동의가 함께 들어 있었다. 릴리는 필요한 치료가 끊기지 않도록 다른 공급처를 확인하고, 그 뒤 해당 조항을 세리아에게 신고했다. 주민은 물었다. “그럼 공짜 치료를 놓친 건가요?” “아니요. 치료는 받으셔야 해요. 다만 치료받았다고 앞으로 모든 일을 누군가의 뜻대로 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재하는 말을 덧붙였다. “저도 처음 신이 됐을 때 계약서를 제대로 안 보고 넘겨받아서 오래 고생했거든요.” 주민은 재하를 한참 바라봤다가 웃었다. “신님도 그런 실수를 합니까?” “많이 합니다. 그래도 다시 읽으면 조금씩 나아지더군요.” 그날의 작은 신고는 예측국의 지원 체계가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발신실을 찾아도 모든 피해가 한꺼번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릴리는 현장 치료 기록과 계약 조사 기록을 나눠 관리하기로 했다. 치료받은 사람에게 조사 결과를 기다리라며 도움을 미루지 않기 위해서였다. 재하는 그날의 대피 명부를 마지막까지 살폈다. 숫자가 하나라도 비어 있다면 누군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지 몰랐다. 노아는 연필 끝으로 모든 이름을 확인한 뒤에야 명부를 닫았다. 기록이 사람을 돕는 순간이었다. 마르타는 돌아온 사람들에게 수프를 나누면서 먼저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는지 물었다. 누구도 같은 양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추위에 떨던 아이에게는 담요가 급했고, 산길을 걸어온 사람에게는 물이 필요했다. 재하는 그 차이를 기억하려 했다. 세리아는 그날 밤 예측국의 예산 기록과 원본 설계도를 나란히 공개했다. 지도를 비공개로 해야만 주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은 무너졌다. 그러나 미르덴이 회중시계를 들고 사라졌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다음은 어디죠?” 재하가 물었다. 유나는 열차의 종착판을 비췄다. 그곳에는 이제 가시골이 아니라 ‘원시 발신실’이 적혀 있었다. 발신 예정 날짜는 또다시 하루 앞당겨져 있었다. [발신 예정: 내일.] [작성자: 윤재하.] “이틀 전에는 칠 일 후였는데.” 에반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발신 시각이 당겨지고 있어요.” 재하는 젖은 장갑을 벗었다. 예측국은 재하를 서명하게 만들려고 위험을 앞당기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모든 경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만든 시계보다 먼저 원본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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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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