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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63화
PAYLUA ORIGINAL · 제163화

163화. 다리를 고쳐도 정산됩니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73자

오프라인 책장
사흘 뒤 다리가 무너질 거라는 예측은 어처구니없게도 다음 날 오후에 틀렸다. 대장장이와 주민들이 위험한 널빤지를 미리 교체했기 때문이다. 윤재하는 완성된 난간에 손을 얹고 크게 웃었다. “인생은 역시 계획대로 안 되는 맛이 있죠.” “이번엔 좋은 쪽으로 틀렸으니 다행입니다.” 하율이 대답했다. 그러나 천계 예측국에서 날아온 통보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예정된 수리 완료: 달성.] [기한 전 이행에 따른 계약 조기 정산 개시.] 재하는 알림창을 두 번 읽었다. “다리가 무너지면 수리했다고 정산하고, 미리 수리해도 수리했다고 정산하는군요?” 에반이 쓴웃음을 지었다. “상대를 이길 생각으로 만든 규칙은 보통 그렇습니다. 무슨 선택을 해도 그 선택이 규칙의 증거가 되도록 써 놨죠.” 세리아는 공문을 뒤집었다. 뒤편의 작은 글자가 보였다. ‘예정 행동 불일치 시 제8 환승선 경유를 통해 기초 시각 복구.’ 회신이 예정대로 나오지 않으면 시간을 되돌린다는 뜻처럼 보였지만, 기술자는 즉각 반박했다. “실제 시간을 돌리는 장치는 흔치 않아요. 이 기록은 시간 자체가 아니라 기록의 순서를 바꾸는 방식일 겁니다. 돈이 오가기 전에 먼저 채무로 적어 두는 것처럼요.” 유나는 열차에서 세 개의 봉투를 보내왔다. 모두 드레인이 등장하기 전에 발행된 것처럼 찍혀 있었고, 각기 다른 날짜를 가리켰다. 하나는 다리 수리 이전의 사진, 하나는 수리 도중의 손도면, 하나는 이미 완성된 난간의 형상을 묘사하고 있었다. 마지막 봉투의 날인은 미래 날짜였다. 그런데 사진에는 실제와 다른 지붕 색깔이 칠해져 있었다. “아직 그날이 오지 않았다는 건 알겠어요.” 릴리가 말했다. “그런데 틀린 미래인데도 계약은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틀리면 미래를 고치려고 들기 때문이겠죠.” 재하가 대답했다. 그들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마을 종탑이었다. 칠일 뒤 사건의 중심으로 지목된 종. 종 자체에는 아무런 신성도 없었다. 원래는 주민들이 산불과 홍수에 대비해 달아 놓은 쇠종이었다. 노아가 학교에 가기 전 가장 먼저 묻는 것도 오늘 종을 몇 번 치느냐는 것이었다. “종은 누가 울리게 정하셨어요?” 재하가 물었다. 노아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회의에서요. 울리는 횟수마다 의미가 달라요. 한 번은 모여 달라는 거고, 세 번은 물이 올라온다는 거예요. 여섯 번은 바람절벽 쪽 철길 위험이라고 유나 누나가 알려 줬고요.” “일곱 번은?” “없어요. 그래서 제가 만들고 싶다고 한 거예요.” 재하는 종을 올려다봤다. 예측국의 문서에는 노아가 일곱째 날 여섯 번 종을 치도록 적혀 있었다. 위험을 예고한 게 아니라 안전 신호의 의미까지 이용하려던 계획일 수 있었다. 세리아는 열차의 경유 기록을 마을 시계탑 기록과 나란히 놓았다. 같은 시간에 일곱 번째 종이 울렸다는 유나의 보고와, 종소리가 여섯 번밖에 들리지 않았다는 노아의 기록이 충돌했다. 그때 하율이 탁자를 두드렸다. “이상합니다. 우편열차의 역 통과 시각이 실제보다 항상 한 박자 먼저 찍혀요. 미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정산 시계를 앞질러 움직이게 한 겁니다.” “한 박자요?” “네. 열차가 어디로 도착할지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게 만드는 거죠. 도착지가 틀려도 사람들은 이미 움직입니다.” 에반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언젠가 예측국 광고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의 문구를 기억했다. ‘소비자의 다음 선택을 이해합니다.’ 기술 설명에서는 훨씬 추악한 표현을 사용했다. ‘다음 선택을 유도하여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듭니다.’ “상대가 보고 있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우리의 반응입니다.” 에반이 말했다. “우리가 편지를 겁내서 움직이면 그 움직임까지 기록해요. 다음에는 더 그럴듯한 예측이 가능해지죠.” 재하가 물었다. “그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나요?” “그건 더 위험해요. 위험 신호가 진짜일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이유를 분리해야 합니다. 편지 때문인지, 현장에서 확인한 위험 때문인지.” 이 말은 오후에 곧바로 시험받았다. 북쪽 배수로에서 토사가 흘러내렸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주민들의 수로 관리표에는 비가 오기 전 정기 점검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예측국 장부에는 ‘제7일 구조 요청 사건’이라는 모호한 문구가 더해져 있었다. 릴리와 하율은 현장으로 향했다. 재하는 따라가려다 멈췄다. 신의 존재만으로 신고가 신성 개입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짐수레를 밀어 주고, 주민들이 원하는 도구를 빠뜨리지 않도록 돕기로 했다. 배수로 아래에는 아이들이 건너다니는 낮은 돌다리가 있었다. 무너진 나무뿌리가 흙을 막아 물이 옆으로 새고 있었다. 하율은 작은 삽으로 막힌 부분을 파냈다. 릴리는 아이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밧줄을 걸었다. 재하는 물통을 나르며 질문했다. “이 정도면 제7일 사건의 시작일까요?” “아직 모르죠.” 하율이 말했다. “장부는 언제나 사건 뒤에 자신이 맞았다고 주장할 수 있게 써 놨어요.” 그날 저녁 드레인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종줄 대신 길 위에 붉은 표식을 칠하러 왔다. 예측국이 지정한 ‘예정 구조 대상’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했다. 대상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사람도 정하지 않았는데 구조 대상이라고요?” “위험 확률이 높은 위치를 표시한 것입니다.” “그럼 지금 위험한 곳을 조사하는 기술자한테 정보를 주면 되잖아요.” “예측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재하는 어이가 없어 잠시 말을 잃었다. 위험을 막겠다는 기관이 위험을 막을 사람에게 정보를 감추고 있었다. 드레인은 가시골의 종탑을 바라봤다. “칠일 후에는 모든 예정 항목이 정산됩니다. 종을 치는 아이와 마지막 구조 요청은 반드시 연결됩니다.” 노아가 끼어들었다. “난 아이 아니고 노아인데요.” 드레인은 장부에 무언가를 적었다. 글자 옆의 숫자가 조금 내려갔다. 밤이 깊어지자 세리아는 가시골의 오래된 종 장부를 찾아냈다. 바깥 표지가 뜯어져 있었지만 안쪽에는 마을 사람들이 수십 년간 적어 온 수위 기록이 있었다. 여름비가 어느 정도 내렸는지, 겨울에 언제 얼음이 녹았는지, 종을 몇 번 쳤을 때 어떤 집이 대피했는지. 글씨와 표현은 제각각이었지만 중요한 사실은 분명했다. 그 기록은 예측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에 일어날 위험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재하는 가장 오래된 쪽을 펼쳤다. 이름 모를 마을 이장이 적어 놓은 문장 하나가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았어도 물길을 확인한다. 지난번 우리 마을을 살린 건 비가 왔다는 소식이 아니라, 오기 전에 빠져나갈 곳을 만든 일이었다.’ “옛날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은 문제를 겪었네요.” 재하가 말했다. “그때도 미래를 안다고 주장하는 신전이 있었대요.” 세리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비용을 내지 못했어요. 결국 자기들끼리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거죠.” 릴리는 어느 장의 가장자리에 남은 손자국을 가리켰다. 종이를 잡고 급히 뛰다가 잉크가 묻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 기록을 쓴 사람이 누구였는지 몰랐지만, 그날 누군가 바쁘게 움직였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예측국은 이런 기록을 가져갔을까요?” 릴리가 물었다.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계로는 훌륭한 자료니까요. 그런데 기록을 만든 주민들에게 정보가 되돌아오지 않았죠.” 세리아는 천계 감찰 기록을 검색했다. 수십 년 전 ‘자료 기증’이라는 명목으로 마을의 안전 기록이 수집된 이력이 있었다. 기증 동의서에는 도장 하나만 찍혀 있었고, 어떤 설명을 받았는지는 기록돼 있지 않았다. 몇 년 뒤 예측국은 그 자료를 이용해 지역별 손실률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를 마을로 되돌려 보냈다는 증거는 없었다. 재하는 두 장부를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사람들이 다음 위험을 막기 위해 남긴 기록이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묶기 위해 만들어진 기록이었다. 같은 숫자와 날짜를 사용했는데도 목적이 정반대였다. “통계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그 통계를 이용해 누구를 움직이느냐가 문제군요.” 에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예전에 광고를 만들 때도 그걸 무시했습니다. 반응률을 높이는 것이 좋은 광고라고 믿었죠. 누가 왜 반응하는지, 거절할 자유가 있는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재하는 에반의 옆에 앉았다. “그때 당신이 그걸 알았다면 바꿨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지금보다 어리석었으니까요.” “그럼 지금은요?” “지금은 누군가 내 통계를 틀리게 만들면 그 이유부터 물어보고 싶습니다.” 카르도가 끼어들었다. “그럼 네 광고도 조금 덜 시끄러워지겠군.” “전쟁신님, 광고가 시끄럽지 않으면 아무도 안 봅니다.” “안 봐도 되는 광고라면 좋은 광고일 수 있지.” 에반은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재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어쩌면 예측국의 가장 큰 오판은 사람을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존재라고 여긴 것인지도 몰랐다. 그의 옆에 앉은 악마와 전쟁신부터 이미 오래전의 자신과는 달랐으니까. 세리아는 두 장부의 차이를 정리한 공문을 작성했다. ‘기존 자료를 수집했으나 결과를 돌려주지 않은 문제’, ‘마을의 독립된 위험 대응을 예측 실적으로 전환하는 문제’, ‘기존 예방을 방해할 소지가 있는 제8 환승선의 구조물’. 문장이 길었지만 근거를 하나씩 붙였기에 누구나 검증할 수 있었다. 재하는 종 장부의 복사본을 마을회관에 비치하자고 제안했다. 원본은 주민이 관리하고, 공개 범위도 주민이 결정해야 했다. 하율은 최근 수로 점검 결과를 새로운 쪽에 더했다. 노아는 글자를 또박또박 쓰려고 애썼다. ‘오늘 다리를 고쳤음. 아무도 다치지 않았음.’ 그 아래에는 예측국의 정산 문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날 이루어진 일은 채무가 아니라 마을의 기록으로 남았다. 마을 시계공은 숫자가 한 박자 앞선다는 설명을 듣더니 작업장에 있던 작은 추시계 세 개를 가져왔다. 세 시계를 같은 시각에 맞춘 뒤 하나는 우편열차 가까이, 하나는 종탑 아래, 마지막 하나는 마을 바깥의 낡은 나무 그루터기에 두었다. 저녁에 돌아와 비교하니 추시계 자체는 모두 똑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우편열차의 접수 기록뿐이었다. “시간이 이상하다면 왜 시계는 멀쩡해요?” 노아가 물었다. “저 장치는 시계의 바늘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순서로 움직였다고 믿게 만드는 거야.” 시계공이 답했다. “예를 들어 네가 종을 치기 전에 이미 종을 쳤다고 기록하는 거지. 그럼 누군가는 그 기록을 믿고 대피할 거야.” “그래도 제가 안 치면 안 친 거잖아요.” “맞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기록을 무조건 믿지 않고 실제 종소리를 확인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재하는 세 시계를 주민회관에 놓아 두도록 했다. 낯선 신성의 힘이 없는 물건들이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세 시계는 예측국의 거창한 직인보다 믿을 만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 노아는 그날 밤 새 종 장부의 첫 줄을 제 손으로 써 보았다. 글씨는 삐뚤었지만 모두가 읽을 수 있었다. ‘오늘 종은 위험할 때만 친다.’ 재하는 그 한 줄이 제8 환승선의 수십 장짜리 예측보다 정확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리아는 종탑 주변을 직접 둘러봤다. 종줄에는 닳은 부분이 있었고, 나무 발판은 비에 젖으면 미끄러웠다. 그는 나중에 예측국이 이곳을 또 문제의 근거로 삼지 못하도록 실제 안전상태부터 점검하자고 했다. 대장장이는 종줄을 교체했고 노아는 발판 아래 미끄럼 방지용 모래를 깔았다. 그 짧은 작업에는 미래 서명도, 신앙 포인트도 필요하지 않았다. 재하는 그런 일이 많아지면 예측국의 채권 장부가 조금은 가벼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 세리아는 이전에 발견한 세 장의 봉투를 다시 펼쳤다. 편지마다 예정 사실은 조금씩 달랐지만 수신 문구는 같았다. ‘응답하지 않으면 책임을 양도한다.’ 미래를 맞히는 기계가 아니라 실패해도 수익을 남기는 계약이었다. 재하가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예측을 이기려고 미래를 맞힐 필요가 없어요. 거짓된 책임 이전을 막으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봉투의 모서리에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제8 환승선 임시 시운전 개시.] [대상: 가시골 주민회의.] 이번에는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었다. 마을 전체의 회의가 예측의 대상으로 등록되었다. 재하는 릴리를 바라봤다. 자신 한 사람이 거절하는 것으로 끝날 싸움이 아니라는 걸 둘 다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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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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