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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58화
PAYLUA ORIGINAL · 제158화

158화. 마지막 보관차의 목소리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130자

오프라인 책장
열차의 마지막 보관차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하율은 자신의 장부를 다 뒤졌고, 카르도는 위험한 존재가 있는지 물었으며, 에반은 그 목소리가 광고용 환영음성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재하는 문에 귀를 대고 가장 먼저 물었다. “거기서 나올 수 있습니까?” “그 질문은 괜찮네요.” 안쪽 목소리가 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가면 안 됩니다. 나간다고 하면 열차가 보관인을 잃었다고 판단할 거거든요.” “그럼 우리는 무엇을 도우면 됩니까?” “제 이름보다 이 문을 누가 열 권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해 주세요.” 이상한 대화였다. 닫힌 객차 안에서 구조 요청이 들리는데, 당사자는 열쇠보다 규정을 먼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예전의 재하였다면 신성으로 문을 뜯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백여 회 동안 배운 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도움은 쉽게 강요가 된다. 세리아가 문 옆 명판을 읽었다. ‘미도착 보관차. 물품의 소유권은 수송 중 변경할 수 없음. 보관인 교체는 보관 기록의 독립 복제 이후 가능.’ 아래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보관인이 사라지면 미확인 우편물은 자동 정산 대상으로 전환’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규정은 누가 만든 겁니까?” 릴리가 물었다. 안쪽에서 마른 웃음소리가 났다. “처음 만든 사람은 기록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마지막 줄을 덧붙인 사람은 기록이 사라지기만 기다렸고요.” 목소리의 주인은 자신을 유나라고 소개했다. 검은 우편열차의 마지막 기록 보관인. 오래전부터 차 안에 있었지만, 사람인지 신인지 구분하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재하는 그가 밝히고 싶지 않은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해 더 캐묻지 않았다. “이 열차는 왜 계속 달렸습니까?” “누구도 끝내 받았다고 인정하지 않은 요청들을 버리지 않으려고요. 우편실마다 새로운 소유자를 찾느라 원본을 지웠을 때, 이 열차만은 발신인이 실제로 한 말을 남겨 뒀습니다.” “그럼 요청은 모두 지금도 살아 있는 겁니까?” “아니요. 과거에 해결된 것도 있고, 발신인이 철회한 것도 있고, 아직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무서운 것은 그 차이를 없애는 겁니다. 전부 미응답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버리는 순간, 실제로 누가 위험한지 알 길이 없어지거든요.” 말을 듣던 릴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병든 동생을 데리고 신전을 찾아 헤매던 날을 떠올렸다. 신앙 포인트를 낼 수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고, 재하는 아무 능력도 없는 신이면서 밤새 아이 곁에 있었다. 당시의 도움은 기적이라기보다 작은 약속이었다. 그 기억이 장부에 어떤 숫자로 들어갔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그 곁에 있어 준 시간이었지 숫자가 아니었다. “유나 씨가 원하는 건 무엇입니까?” 릴리가 물었다. “사람들이 자기 편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거예요. 보낼 곳이 없다면 보존할 수 있어야 하고, 이미 해결됐다면 당사자 확인을 거쳐 끝낼 수 있어야 하죠. 원하지 않으면 아무도 열어 보지 않아야 합니다.” “그걸 하려면 언제 나오실 수 있죠?” “독립 사본이 만들어지면요. 누군가 저 대신 기록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여러 보관소가 서로를 감시하는 방식이면 좋겠어요.” 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관소 하나가 원본을 독점하면 천계 조합과 달라질 게 없다. 여러 지역이 공동으로 기록의 존재와 변경 이력을 확인하되, 편지 내용은 발신인의 허락 없이 읽지 못하도록 설계해야 했다. 마을의 대장장이와 경유실 기록 기술자들이 회의를 시작했다. 에반은 자기 경험을 털어놓았다. 과거 조합은 미응답 요청을 하나의 숫자로 합산했고, 발신자의 사정과 무관하게 미래 가치로 환산했다. 그가 그린 최초의 분류표에는 ‘발신인의 철회 의사’ 칸이 분명 있었지만, 다음 버전부터는 항목이 빠졌다. “누가 뺐죠?” 재하가 물었다. “저는 삭제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삭제된 걸 모른 채 계속 일을 한 것도 아니죠.” 에반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항의였는데, 제 계약이 끊기는 게 무서워서 다른 부서로 옮겼습니다.” 재하는 그를 위로하지 않았다. 오래된 잘못을 고백하는 일과 그 잘못을 고치는 일은 다르기 때문이다. 대신 지금 만들려는 독립 보관 절차에 에반의 증언을 첨부했다. 유나가 설명한 보존 원칙은 낡았지만 정교했다. 편지 내용과 배달 이력은 서로 다른 서랍에 보관하고, 잘못된 배달 사실을 고쳤을 때는 옛 기록을 지우지 않고 정정 사유를 함께 남기도록 돼 있었다. 하율은 그 방식을 보고 감탄했다. “이게 원래 우리 철도청에 있던 규칙이오. 난 없어진 줄 알았는데.” “없어진 건 아니에요.” 유나가 말했다. “누군가 쓰지 않기로 했을 뿐이지요.” 재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잘못된 장치가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처음부터 나쁜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필요한 절차를 귀찮다는 이유로 빼거나, 수익을 높이려고 변경하면서 위험한 도구로 바뀌기도 했다. 그렇다면 고칠 때는 누가 무엇을 바꿨는지까지 남겨야 했다. 세리아는 변경 기록의 검증 방식을 제안했다. 기록 관리자가 혼자 모든 수정을 승인할 수 없게 하고, 현장의 다른 담당자가 실제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한 사람이 실수해도 다른 사람이 찾을 수 있는 구조였다. 도르는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한마디 했다. “나도 예전에 혼자서 모든 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끝내 무너졌을지도 모르네.” 재하는 전임 신을 돌아봤다. “지금은 혼자 안 하시잖아요.” “그러게. 처음엔 자네가 내 일을 빼앗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자네가 일자리를 여럿 만들어 줬군.” “제 월급만 줄어드는 거 아닌가요?” 둘은 함께 웃었다. 도르는 이번에는 자기가 기록을 보관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록을 맡길 사람을 교육하는 일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 선택은 조용했지만 유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열차 밖에서도 원칙을 기억할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그날 오후 주민들은 기록을 세 조각으로 나누어 보존하는 방식을 논의했다. 하나는 요청 번호와 존재 여부, 하나는 위험도 갱신 이력, 마지막 하나는 발신자가 직접 선택한 공개 범위였다. 서로의 동의 없이는 전체 내용이 복원되지 않았다. 사란은 젖은 계단에서 쓰던 이중 경보 회로를 보탰고, 철비항 기술자들은 고장 나도 하나의 보관소가 모든 편지를 잃지 않는 복제 장치를 제안했다. “신성으로 한 번에 복사하면 안 됩니까?” 마을 기술자가 물었다.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복사하면 제 권능 기록에 남겠죠. 그럼 누군가 제가 모든 편지를 읽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지도 몰라요.” “그렇게 복잡하게 사는 것도 힘들겠네요.” “그래서 다 같이 하자는 겁니다.” 독립 보관 장치의 시범 작동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기록은 번호만 남고 위험도가 사라졌고, 두 번째는 시간표를 잘못 읽어 이미 해결된 사고를 오늘의 긴급 사고로 표시했다. 릴리는 잘못된 경보로 구조대가 움직이지 않게 임시 확인 절차를 넣었다. 카르도는 대원들의 피로를 이유로 야간 출동을 제한했다. 멋진 기적 대신 지루한 재검토가 밤새 이어졌다. 복제 장치를 시험하는 동안 문제가 가장 크게 드러난 것은 세 번째 기록이었다. 번호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구조 요청 같았다. ‘북쪽 문이 닫힘. 열어 달라.’ 위험도는 빨간색이고 시간표에는 17년 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기계는 그 요청을 현장 수색 대상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사란이 지역 지도를 확인하자 같은 이름의 문이 세 곳 있었다. 하나는 산속 창고, 다른 하나는 대피로, 나머지는 지금은 없어진 오래된 공연장 뒷문이었다. 세리아는 다시 물었다. “편지에 어떤 문이라고 적혀 있죠?” 릴리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사본에는 문 이름이 없어요. 당사자가 그 부분을 숨겼다면 함부로 열어 볼 수 없죠.” 기술자는 당황했다. “그럼 정확한 분류를 어떻게 합니까?” “긴급 여부를 단정하지 않고, 세 지역의 안전 담당자에게 현재 문 상태만 확인할 수 있어요.” 사란이 말했다. “편지의 사적인 내용을 열지 않아도 공공시설 점검은 가능하잖아요.” 세 곳에 연락했더니 산속 창고는 멀쩡했고, 대피로는 새로 고쳐져 있었다. 공연장은 이미 철거된 상태였다. 이 결과만으로 발신인이 무엇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록에는 ‘현장 위험 확인 안 됨, 추가 증거 필요’라고 남겼다. 에반은 그 문장을 보더니 이상한 감탄사를 냈다. “우리 옛 장부엔 절대 없던 문구입니다. 확인 안 됐으면 자동으로 긴급도 0이었죠. 그래야 숫자가 깔끔했으니까.” “깔끔한 숫자가 사람을 지우곤 했겠네요.” 릴리가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더 까다로웠다. 위험 신호가 2분마다 새로 들어왔는데, 실제로는 같은 수해 현장의 경보가 오래된 중계기를 여러 번 거쳐 되돌아온 것이었다. 기술자는 총량을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세리아는 곧장 멈췄다. “중복이라는 증거와 원본을 지웠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어느 번호가 어떤 중계 경로를 거쳤는지 연결해서 보존해야 해요.” 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소. 옛날에도 편지 한 장이 여러 역을 돌면 사람이 여러 번 위험에 빠진 것처럼 보였지. 그래서 경유 기록을 따로 적었소.” 이런 문제를 검토하다 보니 새벽이 되었다. 아무도 대단한 마법을 쓰지 않았고, 눈앞에서 수만 건의 원본이 한꺼번에 열리지도 않았다. 대신 세 가지 서로 다른 기록을 분류하는 데 여섯 시간이 걸렸다. 재하는 식은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남기는 용기가 기적보다 더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 유나가 차 안에서 물었다. “사람들이 이 일을 계속해 줄까요? 처음엔 모두 열심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질 거예요.” 재하는 선뜻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모과에게 필요한 인원을 물었고, 세리아에게 교육받은 독립 기록자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몇 명의 선의로 사만 건을 돌볼 수는 없었다. 보관 업무에 대한 정당한 보수, 지역별 교대 근무, 잘못 분류한 기록을 수정할 수 있는 절차가 모두 필요했다. “이 일은 수백 명이 할 일이겠네요.” 재하가 말했다. “그 정도로도 모자랄 겁니다.” 세리아가 답했다. “그럼 한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면 안 되겠군요.” 유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 말이 듣고 싶었어요. 제가 여기 남았던 건 아무도 맡아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 모든 걸 갖게 되면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질까 봐서였으니까요.” 문틈으로 손이 보였다. 보관차 안쪽에서 작은 손전등 하나가 밀려 나왔다. 유나는 그 불빛으로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편지들을 확인하며 오래 버텼다고 했다. 재하는 그 손전등을 바로 가져가지 않았다. “필요하면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는 물건이죠?” “물론이에요.” 그는 손전등을 공용 작업대에 놓았다. 장부에는 보관인의 소유로 등록하고 대여 시각을 적었다. 작고 사소한 기록이었지만, 유나의 목소리는 그제야 조금 편안해졌다. 마침내 첫 번째 정확한 사본이 만들어졌다. 원본 번호 000731, 젖은 계단의 공동 요청. 발신인의 이름은 가려진 채 존재 증빙만 다른 보관소에 복제됐다. 원본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유나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그렇게 해 주세요. 저 혼자 지키느라 놓친 걸, 서로 확인해 주면 좋겠어요.” 그러나 세리아가 보관차의 바깥쪽 기판을 살피다가 새겨진 숫자를 발견했다. [원본 보관차: 40,216건] [무단 정산 예약: 40,216건] [사전 보관 복제 허용량: 1건] “하나?” 재하가 되물었다. 유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누군가 시범 복제만 허용해 놓고 나머지를 막았습니다. 열차가 멈추면 정산해 버리려는 거죠.” “그럼 복제할 권한을 되찾아야겠네요.” 유나는 잠시 조용했다. 이내 객차의 맨 아래 작은 문으로 낡은 금속표를 밀어냈다. 한때 수송망을 만든 사람들의 직인 일곱 개가 찍힌 표였다. “그 권한을 잠근 서명이 여기에 있어요. 다만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말 이 사람들이 서명했는지 확인해 주세요.” 재하는 금속표를 조심스럽게 받았다. 자신에게 일어난 강제 신격 승계와 닮아 있었다.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오래된 문서. “확인하겠습니다. 하지만 원본은 여기 두고 가죠.” 그는 사진이 아니라 문서의 공개 번호만 적었다. 문 안에서 유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님. 고마워요. 제 이름을 먼저 물어보지 않고, 제가 지키는 게 뭔지 물어봐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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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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