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계단 아래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는 딱 여섯 번씩 울렸다.
탕. 탕. 탕. 탕. 탕. 탕.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울리다가, 마지막에 아주 짧은 쉼이 생겼다. 마치 누구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는 것처럼.
윤재하는 통신관 앞에서 망설였다. 구조대원들은 실종된 작업자 둘을 무사히 올려보냈다. 물은 여전히 차오르고 있었고, 배수 터널은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가 신성으로 문을 부수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문은 마을 수로와 맞닿아 있었다. 잘못 건드리면 지금 겨우 버티는 둑까지 터질 가능성이 있었다.
“힘으로 여는 건 마지막 수단입니다.” 사란이 말했다. “먼저 밸브를 확인하고, 수위를 낮추겠습니다.”
“동의합니다.” 재하가 답했다.
“신이 이렇게 순순히 동의하는 건 처음 보네요.”
“저도 예전엔 그러지 못했어요.”
사란은 웃지 않았다. 대신 도면을 펼쳐 마을 쪽 물길과 역 쪽 물길을 각각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구조 작업을 맡을 사람은 주민회의에서 정한 긴급 대응반이었다. 카르도의 부대는 장비 운반을 돕되 지휘권을 가져가지 않았다. 릴리는 방금 구출된 작업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에반은 문에 새겨진 오래된 문구를 번역했다.
“이건 봉인이 아니라 대기 명령입니다.” 에반이 말했다. “‘수신자가 오지 않으면 여섯 번째 신호를 반복하라.’ 마법이라기보다 아주 고집스러운 자동장치군요.”
“그럼 누가 보내는 신호인지는요?”
“보낸 사람의 신원은 따로 보관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수신 실패만 기록돼 있네요.”
사란은 낡은 배수통을 열었다. 갈라진 금속 안쪽에서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수압계를 확인하던 그는 눈을 찌푸렸다. 중앙 수문은 닫혀 있는데 내부 수위가 오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물이 역류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두 시간 뒤 낮은 집부터 잠깁니다.”
재하는 바로 물었다. “우리 쪽에서 할 수 있는 건요?”
“수동 차단판 네 개를 내려야 합니다. 두 개는 마을 쪽에서 움직일 수 있고, 나머지 둘은 문 안쪽에 있어요.”
카르도가 지도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대원 네 명이 자원했네. 하지만 내 판단으로는 두 사람만 들어가는 편이 안전하다. 두 사람은 밖에서 장비를 맡도록 하겠다.”
“들어가는 사람들한테 위험을 전부 설명했습니까?” 릴리가 물었다.
“설명했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약속도 했지.”
그 말에 사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민들이 장비를 옮기는 동안 재하는 긴급 공용 통신망을 열었다. 그에게만 보이는 신성 창은 여전히 수신권 승계를 권했다.
[우편열차 요청 일괄 수신 시 정차 권한 부여]
[수신권 획득 예상 신앙 포인트: 계산 불가]
“계산 불가라. 예전 같으면 무한 포인트라는 뜻으로 받아들였겠지.”
에반이 슬쩍 들여다봤다. “마케터라면 그렇게 읽고 싶겠네요.”
“마케터 말고 사람처럼 읽어 봐요.”
“악마에게 너무 어려운 요구입니다.”
재하는 수신권 신청을 닫았다. 대신 플랫폼에서 확보한 번호를 세리아에게 전했다. 서로 다른 세계의 역들이 같은 경로를 가리키는지 먼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세리아는 조금 뒤 답했다.
“3-B는 단순한 역 번호가 아니에요. ‘확인되지 않은 구조 요청을 다음 시대까지 넘겨주는 보존 경로’라는 뜻입니다. 승객을 나르는 선로가 아니라 기록을 나르는 선로였어요.”
“그럼 여섯 번의 종은?”
“원래는 여섯 곳에 분산된 경고를 차례로 보내는 신호예요. 한 곳이라도 응답하면 다른 곳에 같은 구조대를 보내지 않도록 막는 안전장치였죠.”
재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 시절 응급 상황에 같은 신고가 여러 번 들어오면 담당자가 위치를 확인하고 중복 출동을 조정하던 기억이 났다. 세상이 달라져도 기술의 고민은 비슷했다. 다만 여기선 그 중복을 누군가 신앙으로 계산했다.
수위가 조금 내려가자 사란은 차단판 첫 번째를 내렸다. 철문이 무겁게 움직이면서 오래된 환승구의 좁은 틈이 벌어졌다. 그 안에는 사람이 아니라 금속 기둥 여섯 개가 있었다. 기둥의 위쪽에는 조그만 종이 매달려 있었다. 멀리서 들린 소리가 바로 그 기둥들의 경고였다.
“다행히 여섯 사람이 갇힌 건 아니었군요.” 릴리가 말했다.
“그런데 편지에는 여섯 사람이 있다고 적혀 있잖아요.” 사란이 말했다.
재하는 기둥 아래를 비춰 보았다. 돌바닥에 여섯 개의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첫 번째는 컸고, 마지막 두 개는 어린아이의 손만 했다. 옆에는 손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우리가 여섯 번 울리면 밖에서 길을 열어 주세요. 서로의 집을 찾아갈 수 있도록.’
그 글씨를 읽은 사란이 숨을 들이켰다. “할머니가 말한 여섯 명. 옛날에 수로 길을 만든 사람들이에요. 종을 만든 사람들이지 종 속에 갇힌 사람들이 아니었네요.”
그러나 기둥 아래에서 새 소리가 났다. 누군가 다시 종을 친 게 아니었다. 작은 물줄기가 석벽 틈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두 번째 차단판이 오래돼 움직이지 않았다. 사란이 손잡이를 돌리려다 미끄러졌다.
카르도가 재빨리 팔을 뻗었다. 그를 끌어당긴 뒤에야 바닥의 돌이 무너졌다. 수로 아래로 검은 물이 떨어졌다.
“지금은 추억을 감상할 때가 아니네!” 카르도가 외쳤다.
“그건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인데.” 재하가 중얼거렸다.
구조대는 밧줄을 재설치하고 파손된 손잡이에 보조 지렛대를 걸었다. 재하는 신성으로 지렛대를 강화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사란이 고개를 저었다. 힘이 너무 강하면 축 전체가 끊어질 수 있었다. 대신 마을 기술자 둘이 설계한 길이만큼 천천히 눌렀다. 철문이 손가락 한 마디씩 내려갔고, 수위계가 드디어 안정되기 시작했다.
작업이 끝났을 때는 해가 이미 기울고 있었다. 모두 축축한 돌에 앉아 숨을 돌렸다. 사란은 기둥 밑 손바닥 자국을 종이에 떠서 보존했다. 원본은 그대로 두었다. 그곳을 만든 여섯 사람의 기록을 누군가의 신앙 사업에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한편 세리아가 찾아낸 옛 기록에는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다.
[젖은 계단 구조 요청 원본: 6인 공동 발신]
[처음 목적: 마을 간 대피로 개방]
[현재 상태: 제삼자 수신 거부]
[수신 실패 시 보존 연장]
재하는 마지막 두 줄을 주의 깊게 봤다. 이 편지를 쓴 여섯 사람은 신에게 요청을 맡기지 않겠다고 분명히 적어 놓았다. 대신 인접 마을들이 서로의 길을 열어 주기를 원했다. 그런데 수로 관리권이 바뀌는 동안 그 요청은 ‘수신인 없는 기도’라는 서류로 분류돼 버렸다.
“누가 그렇게 바꿨죠?” 릴리가 물었다.
“아직 몰라요.” 세리아가 답했다. “다만 변경 시점은 검은 우편열차의 첫 운행 이후입니다.”
사란은 마을회의를 소집했다. 주민들은 편지를 공개할지 말지 먼저 논의했다. 여섯 사람의 직계 후손이 남아 있는지 조사하는 동안 개인 이름과 손글씨 원본은 보존소에 남겨 두기로 했다. 그러나 수로를 위험하게 만드는 낡은 대기 장치는 당장 수리해야 했다. 실무자들은 다음 날부터 새 경보 체계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럼 요청 처리는 끝난 겁니까?” 마을 사람이 물었다.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현장의 위험은 줄였고, 원본 내용도 일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서류에는 아직 도착했다는 표시가 없어요. 그것을 어떻게 바꿀지는 여러분이 결정해야죠.”
“답장을 대신 써 주면 안 됩니까?”
“우리가 해결한 걸 우리가 증명하는 건 가능해요. 그런데 여섯 사람의 뜻을 마음대로 바꾸면 안 되니까, 답장을 어디에 남길지는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회의가 끝나자 사란이 재하에게 빵을 한 덩이 건넸다. 그는 한 입 베어 물고는 감탄했다. 밀가루보다 쫄깃한 무언가가 씹혔다.
“정체가 뭡니까?”
“수로에서 키우는 뿌리채소요.”
“이건 차라리 빵에 대한 구조 요청을 보내야겠는데요.”
사란이 웃었다. “그럼 먼저 우리 제빵사에게 직접 전해 보세요. 신에게 보내지 말고.”
재하는 빵을 들고 제빵사를 찾았다. 아무리 신이라도 동네 음식에는 솔직해야 했다. 다음 날부터 빵에 소금을 조금 더 넣겠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돌아왔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사란은 기둥 여섯 개 앞에서 한참 떠나지 못했다. 종 아래에 남겨진 손바닥 자국에는 크기가 다른 손들이 겹쳐 있었다. 땅속에 새긴 글자는 수백 번의 물길에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이름은 남겨 두지 않았군요.” 재하가 말했다.
“수하리 사람들은 한 사람 이름보다 같이 만든 길을 기억했던 것 같아요.” 사란이 답했다. “그래도 후손이 있다면 이 글을 어떻게 다룰지 함께 정해야죠.”
그들은 공용 보관소의 방문 기록을 확인했다. 옛 마을에서는 땅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길을 만들 수 있었고, 길을 만든 일을 한 사람에게 귀속하지 않으려고 서로의 손도장만 찍었다. 멀리 살던 사람과 작은 아이도 참여했다. 재하는 어린 손바닥 자국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지금 노아만 한 아이였을까. 그 아이는 신에게 구조를 명령하는 대신, 옆마을 사람들이 문을 열어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날 밤 임시 천막에서 작은 의견 충돌이 있었다. 젊은 주민은 손바닥 자국을 광장으로 옮겨 전시하자고 주장했다. 관광객이 오면 수로 수리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 든 주민들은 반대했다. 사라진 사람들의 기억을 돈으로 바꾸는 일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전시 자체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젊은 주민이 말했다.
“나쁜 건 아니지.” 사란이 답했다. “하지만 누구의 이야기를 어떤 설명으로 보여 줄지부터 정하자. 거짓말하지 않고도 비용을 마련할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
재하는 그 싸움을 조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기억을 스스로 다루는 중이라는 걸 알았다. 대신 전시를 한다면 문서 원본은 안전한 곳에 두고 복제판을 만들 수 있다는 기술 조언만 건넸다. 늦게까지 이어진 회의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도 상대를 배신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릴리는 의무실에 들렀다. 구조된 두 작업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쉬고 있었다. 한 사람이 손을 들어 물었다. “저희가 실수해서 온 마을을 위험하게 만든 겁니까?”
“수문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간 건 정식 업무였죠. 오래된 봉인이 어떻게 작동할지 알 수 없었던 문제는 별도로 조사해야 합니다.” 릴리가 말했다.
“다음엔 제가 먼저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다음엔 혼자 들어가지 않도록 절차를 바꾸면 좋겠어요. 일한 사람이 책임을 전부 떠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작업자는 얼굴을 돌렸다. 눈물 때문인지 물방울 때문인지 재하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다시 일터에 돌아갈 때 같은 위험을 혼자 감수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었다.
다음 날 사란은 수로에서 울리는 경보를 직접 껐다. 여섯 종의 기계적 반복은 멈췄고, 새로운 경보는 주민들의 손으로 시험됐다. 비상경보가 나면 마을과 이웃 정거장에 동시에 알려진다는 점을 세 번 확인했다. 마지막 시험에서 노아가 만든 작은 종이배가 수로를 따라 떠내려왔다. 재하가 아이에게 보내지 말라고 했던 곳을 굳이 찾아낸 모양이었다.
배 안에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문이 닫히면 옆집에 노크해 주세요.’
재하는 그 종이를 사란에게 건넸다. 사란은 웃으며 공용 게시판의 가장 위에 붙였다. 신의 계시보다 수로를 만든 사람들의 마음에 가까운 문장이었다.
그날 밤 검은 우편열차는 녹슨 플랫폼을 다시 통과했다. 차창의 희미한 글씨들 사이에서 한 줄이 바뀌었다.
[번호 000731: 현장 위험 완화 보고 도착]
[원본 수신권: 미이관]
[답장 전달 방식: 발신자 및 지역 공동체 결정 대기]
“그나마 한 건은 움직였네요.” 릴리가 말했다.
그러나 세리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열차의 다음 통보를 보여 주었다.
[미배달 구조 요청 총수: 40,216]
[주의: 미수신 요청이 증빙 없는 신앙 자산으로 전환될 예정]
[일괄 정산까지: 6일 23시간]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총수는 그대로였다. 누군가는 이 요청들을 끝없이 이동시켜 놓고, 끝내는 다른 사람의 재산으로 계산하려 하고 있었다. 재하는 창밖의 검은 선로를 바라봤다.
“이번엔 종착역이 어디인지 알아내야겠네요.”
그가 말하자 에반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악마는 오래전 자신이 써 본 적 있는 단어 하나를 알아본 것이다.
‘증빙 없는 신앙 자산.’
그 말은 과거 담보청 내부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회신이 없는 기도만 모아 수익으로 잡는 비밀 장부, 바로 ‘흑색 재고’였다.
제15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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