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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52화
PAYLUA ORIGINAL · 제152화

152화. 붉은 다리 아래 여섯 사람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240자

오프라인 책장
“신에게는 보내지 마세요.” 릴리가 편지의 문장을 두 번 읽었다. 검은 우편열차의 객차는 바람 하나 없는데도 계속 흔들렸다. 천장에 매달린 등은 켜져 있지 않았다. 대신 좌석마다 쌓인 봉투의 모서리에서 약한 빛이 흘렀다. 빛이 사라지면 봉투도 잠시 투명해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편지를 쓴 사람은 신이 무섭다는 뜻일까요?” 그녀가 물었다. 에반이 봉투를 멀찍이서 보았다. “그럴 수도 있고, 신에게 전달되는 순간 요청이 신앙 계약으로 전환됐던 경험이 있을 수도 있죠. 저라면 두 번째를 먼저 의심하겠습니다.” “그런 시스템 만드는 법도 아시고요?” “아프게 찌르시는군요.” 에반의 말은 농담이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그는 과거 신앙 수요 분류식에 손을 댄 적이 있었다. 도움을 청한 사람의 침묵을 동의로 계산하는 방식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뒤늦게 알았다. 이제 그 실수와 닮은 문장을 보고도 단순히 광고 기회로 생각할 수 없었다. 열차의 안내판에는 세 종류의 표식이 있었다. 회색은 ‘도착지 미상’, 노란색은 ‘재전송 대기’, 붉은색은 ‘현재 위험 확인 필요’. 그런데 판의 한쪽에 표시된 전체 수량은 40,216건인데, 붉은 표식의 합계가 계속 바뀌고 있었다. “왜 위험 건수에 변화가 있죠?” 릴리가 하율에게 통신했다. “열차가 경유하는 역의 기준 시간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역에선 백 년 전이고, 다른 역에선 바로 어젯밤이지요. 시간의 차이가 사라지는 순간 위험이 새로 갱신되는 겁니다.” “그럼 옛날 요청을 모두 당장 구조해야 하나요?” “모두가 지금 살아 있는 위험은 아닙니다. 기록을 구분하지 못하면 구조팀을 엉뚱한 곳으로 보내고 정말 급한 사람을 놓치겠죠.” 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름만으로는 사람을 구할 수 없었다. 어디서 언제 보낸 신호인지 모르면 구호 물품도 도착하지 않는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먼저 붉은 봉투의 시간표를 손으로 옮겨 적었다. 플랫폼 밖에서 재하는 통신관을 잡고 있었다. 열차에 직접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속상했다. 하지만 릴리가 질문하고 에반이 기록을 정리하는 동안, 자신은 바깥에서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었다. “카르도, 붉은 다리라는 이름의 지형을 찾아봐 줘요. 물이 차오른다고 합니다.” “세계가 네 개면 붉은 다리도 네 개일 수 있다.” 카르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어느 다리인지 확인할 때까지 구조대를 함부로 보내지 마세요.” “명령은 하지 않아. 준비된 팀에 상황을 전달하겠네.” 카르도는 최근 부하들에게 출동 동의를 다시 묻는 습관을 들였다. 오래된 전쟁신에게 그 문장은 아직 불편했다. 병사들 앞에서 ‘갈 사람이 있는가’라고 묻는 것은 한때 그가 가장 싫어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강제로 끌려온 병사와 자발적으로 움직인 구조대가 위험에 대처하는 방식은 달랐다. 오늘 그는 각 거점에 현장 확인만 요청했다. 첫 정차 시간이 끝나기 직전, 릴리는 붉은 봉투의 뒤편에 새겨진 삼각형 표시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물결 세 개와 작은 종 하나가 있었다. 하율이 기겁했다. “그건 역 번호입니다. 녹슨 플랫폼 다음이 아니라, 원래는 세 번째 지선의 마지막 종착역 표시예요.” “어디죠?” “젖은 계단이라고 부르던 곳. 지도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지도에서 사라졌다면 사람이 없겠네요?” 에반이 물었다. 하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열차가 출발하려고 몸을 떨었다. 릴리와 에반은 객차 바닥의 하얀 띠를 넘지 않고 플랫폼으로 돌아왔다. 문이 닫히는 순간 좌석 위의 봉투들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마치 수천 명이 같은 방향으로 손을 뻗는 것 같았다. 릴리는 손에 쥔 사본을 다시 확인했다. 원본은 남겨 두었고, 발신자 이름은 적지 않았다. “돌아왔네요.” 재하가 말했다. “제 발로요.” 릴리가 대답했다. 에반이 엄숙하게 끼어들었다. “전 발목이 삐끗했습니다. 이 경우 업무상 재해를—” “당신은 계약서에 발목이 없잖아요.” 릴리가 말했다. “그래서 더 억울합니다.” 웃음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열차의 마지막 칸이 지나자 먼 곳의 작은 종이 한 번 울렸다. 녹슨 플랫폼 역무실에 있던 지도에서 사라진 지선이 검게 드러났다. 선은 마른 강바닥을 따라 북서쪽으로 꺾여 있었다. 재하는 지도를 펴고 가장 가까운 마을을 찾았다. 그 이름은 ‘수하리’였다. 녹슨 플랫폼에서 떠나기 전에 하율은 재하에게 오래된 접수함 두 개를 보여 줬다. 하나는 붉은색, 다른 하나는 푸른색이었다. 붉은 함에는 아직 위험이 있는 요청을, 푸른 함에는 해결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오래된 기록을 넣었다고 했다. 그러나 두 함을 잇는 배관은 누군가 가운데를 잘라 놓았다. “이걸 누가 끊었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역이 폐쇄되던 날부터 이랬소. 수리비도 배정받지 못했지.” 에반이 배관의 금속 성분을 훑어봤다. “끊어진 게 아니군요. 안쪽에 막는 판을 끼웠어요. 지금 신호는 붉은 함으로만 들어오고, 해결을 알리는 신호는 밖으로 못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요청이 끝났어도 계속 미배달로 남겠네요.” 릴리가 말했다. “어떤 사람은 그 일이 끝난 줄 알고 살아가고 있을 텐데.” 하율은 푸른 함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열차의 지난 정차 시각을 손으로 쓴 종이들이 들어 있었다. 종이는 변색됐지만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북쪽 우물 복구 완료’, ‘산길 대피 다리 연결’, ‘두 집에 치료사 도착’. 그런데 각 장부의 마지막에는 언제나 같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공식 수신인 확인 불가. 완료 인정 보류.’ 재하는 도장을 보고 혀를 찼다. “끝난 걸 끝났다고 못 하게 만들면 영원히 장부에 남기는 거잖아요.” “그렇소. 그래서 역무원이 필요했지.” 하율이 말했다. “우린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거든. 기록을 확인하는 방식도 하나뿐이어선 안 됐는데, 천계는 공식 수신인이 없다고 모든 답장을 반려했소.” 릴리는 푸른 함의 사본을 가져가도 되는지 물었다. 하율은 발신자 이름이 남은 부분을 가리고, 공공 시설의 복구 사실만 보여 주었다. 재하는 그런 작은 조심성이 이 열차를 다루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카르도에게 연락이 왔다. “수하리로 가는 동쪽 길은 자갈이 많다. 수송차 두 대 중 한 대는 들어갈 수 없겠어.” “장비를 옮길 사람을 구해야겠네요.” “마을에 연락했네. 소와 수레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한다. 유상 대여를 부탁했어.” “훌륭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쟁신이 이제 수레 임대료를 흥정하네요.” 카르도는 짧게 침묵했다. “흥정은 생각보다 어렵더군. 말이 통하지 않는 병사보다 가축 주인이 더 엄격해.” 재하는 통신관을 내려놓고 웃었다. 그러나 마음 한쪽은 무거웠다. 열차의 움직임에 마음이 급해서 현장 사람들의 길과 일정을 고려하지 못할 뻔했다. 하율은 그에게 작은 손전등을 건넸다. 특별한 마법은 없지만 절벽길에서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이었다. “열차는 시간을 어지럽히지. 발밑은 사람이 지켜야 하오.” 그 말에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골에서도 미끄러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아무리 신이 되었다고 해도 돌부리에 걸리는 발끝까지 기적이 책임져 주지는 않았다. 수하리까지 가는 길에는 한참 전에 무너진 돌다리가 있었다. 카르도는 구조 차량이 넘어갈 수 없는 구간을 발견하고 주민 조합에 도로 사용 허가를 요청했다. 허락을 기다리는 동안 재하는 하율과 함께 오래된 수문 기록을 확인했다. “여기가 실제로 물에 잠긴 적이 있어요?” “세 번. 마지막은 내가 역무를 맡기 전이오. 마을이 물길을 바꾸면서 다리 아래에 비상 대피로를 만들어 뒀다더군.” “그럼 편지 속 여섯 명은 옛날 사고의 피해자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 있소. 그런데 위험이 17분 전에 갱신된 까닭은 따로 확인해야지.” 수하리에 도착하기 전 구조대는 마른 강바닥의 흔적을 조사했다. 수로 옆에는 오래된 물높이 눈금이 있었고, 그 아래에 최근 누군가 그은 새로운 선이 있었다. 이틀 전에 물이 얼마나 높이 올랐는지 표시한 선이었다. 카르도는 물길의 폭을 재고 출동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따로 표시했다. “우편물 하나로 전 지역을 긴급 상태라고 만들 수는 없겠지.” 그가 말했다. “맞아요.” 릴리가 답했다. “하지만 편지에 적힌 위험이 실제로 아직 남아 있다면 확인해야죠.” 옆에서 지도 작업을 하던 젊은 대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쟁할 때는 적의 위치를 모르더라도 정찰을 보내는데, 구조할 때는 왜 이렇게 오래 논의하죠?” 카르도가 잠시 생각했다. “정찰도 준비 없이 보내면 병사가 죽는다. 다만 나는 예전에 그런 위험을 당연하게 여겼지. 지금은 구조받을 사람뿐 아니라 구조하러 갈 사람도 자기 목숨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배우고 있다.” 대원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카르도는 그에게 쉬는 시간을 먼저 주었다. 피곤한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쉬운 건 신의 명령으로도 바뀌지 않았다. 그들은 돌다리의 잔해 근처에 임시 연락 지점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오면 길을 설명할 수 있도록 표지판을 세웠고,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위험 지역 탐사를 맡기지 않는다는 안내도 붙였다. 검은 우편열차는 여전히 하늘을 지나고 있었지만, 지상에는 사람들이 자기 걸음으로 위험을 확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이 가까워졌을 때 수하리의 물길 관리인 사란이 나타났다. 손에는 젖은 장갑과 쇠갈고리가 들려 있었다. 그는 하율이 보낸 신호를 보고 직접 온 사람이었다. “다리 밑에 여섯 사람이 있다는 편지요?” 사란이 말했다. “그런 이야기는 할머니한테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수문은 사흘 전부터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재하가 물었다. “어떤 소리죠?” “누가 아래서 종을 울리는 것 같아요. 물이 올라올 때마다.” 사란은 동쪽 수로를 가리켰다. 멀리서도 흐린 흙탕물이 둑 가장자리를 때리는 것이 보였다. 물이 그렇게 많은 날은 아니었다. 하지만 철길 밑의 오래된 배수 터널에서 거품이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이 실제로 있습니까?” 릴리가 물었다. “그걸 몰라서 불렀습니다. 소리만 가지고 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죠. 다만 지하 수로를 점검하러 간 작업자가 둘 있는데, 약속한 시각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재하가 곧장 발을 내딛자 릴리가 손을 붙잡았다. “신님, 무작정 내려가시면 안 돼요. 구조대가 점검할 수 있는 길인지부터 확인하죠.” “아, 맞다. 제가 가장 먼저 배우고 가장 자주 까먹는 거였죠.” 사란은 수로 도면을 펼쳤다. 도면의 아랫부분에는 한때 검은 우편열차의 환승 통로였던 긴 계단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그 계단을 막고 수로와 분리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잠긴 문은 최근 누군가 안쪽에서 열고 닫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카르도의 구조대가 도착했다. 대원들은 진입할지 직접 결정하고, 사란이 안전줄과 수압을 확인한 뒤 두 명만 내려갔다. 재하와 릴리는 지상에서 통신을 지켰다. 에반은 오래된 경고 표지의 언어를 해독했다. 쇠문 아래에는 작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응답이 도착하지 않아도, 종이 울리면 계단을 열 것.’ 릴리는 속삭였다. “이건 기도문이 아니네요.” “아마도.” 재하가 말했다. “누가 사람을 기다렸던 약속이겠죠.” 통신관에서 잡음이 났다. 잠시 뒤 진입 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종 작업자 두 명 발견. 의식 있습니다. 다만 더 안쪽에서 다른 소리가 들립니다.” “몇 명이죠?” 카르도가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종소리 같은데, 일정하게 여섯 번씩 들립니다.” 재하는 편지를 다시 보았다. ‘여섯 사람이 있다.’ 사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마을이 물길을 돌리던 날, 계단 아래에서 여섯 명이 종을 울렸다고. 구조대가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고요.” 그 순간 배수 터널 위에 작은 문이 나타났다. 금속판에는 희미한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검은 우편열차 환승구 3-B] [출입 조건: 수신인 미확인] [기존 구조 요청: 답장 미도착] 대원들이 두 작업자를 데리고 나오는 동안 재하는 그 문을 지켜보았다. 창에 뜬 ‘답장 미도착’은 더 이상 서류상의 문구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아직 열리지 못한 문이 있다는 뜻이었다. “우선 사람부터 올립시다.” 재하가 말했다. 카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전쟁터에서 수천 명을 움직였던 신이 오늘은 밧줄 하나를 잡았다. 물에 젖은 작업자가 지상으로 올라오자 주민들이 담요를 덮어 주었다. 아무도 그를 어느 신의 신도인지 묻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란은 지하 문의 번호를 노트에 적었다. 철길은 지도에서 사라졌지만, 그 아래의 길은 여전히 마을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낡은 문 너머에서 울리는 여섯 번의 종소리는 이제 단순한 전설로 넘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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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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