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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49화
PAYLUA ORIGINAL · 제149화

149화. 마지막으로 누른 버튼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39자

오프라인 책장
윤재하가 마지막으로 누른 버튼은 기적을 발동하는 버튼이 아니었다. ‘현장 위험 신고’라고 적힌 빨간 버튼이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그는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신이 될 자격을 인정받은 이유라며 천계가 오랫동안 떠들었던 행동은 영웅적인 선택이 아니라 망가진 제어함 앞에서 누군가가 했어야 할 평범한 신고였다. 물론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조차 모든 원본에서 단번에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기기의 기록에는 누른 사람의 이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 재하가 가지고 있던 물건의 위치와 교량 공사장 출입 동선, 목격자가 공개를 허락한 시각 자료를 대조한 결과, 재하가 버튼 근처에 있었다는 점은 확인됐다. 그의 기억도 그와 비슷했다. “그럼 제 기억이 맞는 걸까요?” 세리아가 답했다. “일부는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튼을 누른 사람을 확정하는 판정은 아직 아닙니다.” “그렇겠죠.” 그는 노트에 ‘아마 내가 눌렀을 수도 있다’고 적었다. 그리고 볼펜을 멈췄다. 지구에서 사고를 당한 뒤 이곳에서 처음 깨어났을 때 그는 이런 작은 차이를 구분할 여유가 없었다. 무슨 일이든 신의 힘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이제는 확인되지 않은 영웅담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날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익명 중개 창구의 제공자가 추가 공개를 허락한 짧은 대화 기록이었다. 신원과 위치는 가려졌지만 두 사람의 말은 남아 있었다. ‘사람 먼저 뒤로 보내 주세요.’ ‘누가 신고했어요?’ ‘확인해 볼게요. 여기 위험해요.’ 마지막 말은 그가 자주 쓰던 표현이었다. 재하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만 따라 했다. ‘확인해 볼게요.’ 자신은 누군가를 구하겠다고 거창하게 약속한 것이 아니었다. 위험한 상황을 보고 한 번 더 확인하겠다고 한 것이다. 릴리는 기록을 내려놓았다. “신님은 그날부터 이런 분이었네요.” “별로 멋있지 않잖아요.” “멋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 말이 평생 수탁 계약이 될 수 없다는 얘기죠.” 그 대답에 재하는 웃었다. 천계는 그의 말투를 위대한 헌신으로 포장해 오래된 계약에 붙였다. 정작 그를 믿는 릴리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지 않는지부터 설명하고 있었다. 세리아는 최종 판정 신청을 준비했다. 쟁점은 단순했다. 인간 윤재하가 구조 현장에서 위험을 알리거나 신고에 협조한 행동이 신격을 무기한 수락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가 신이 된 뒤 만든 관계와 약속은 그 강제 계약과 분리할 수 있는가. 외부 관찰 보조국은 반론 자료를 제출했다. 후보를 계속 관찰하지 않으면 다른 세계의 재난 대응을 예측하기 어렵고, 신격 공급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카르도가 반론을 읽고 고개를 들었다. “신이 없으면 모든 재난을 막지 못한다는 건 사실일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을 억지로 신으로 만들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 “전쟁신님이 그런 말을 하면 다른 신들이 놀라겠어요.” 에반이 말했다. “나도 전쟁 중 많은 잘못을 했다. 그게 지금 같은 잘못을 더 해야 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재하는 카르도를 보았다. 그에게 힘을 쓰지 않는 법을 가르친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어느 구조대원, 어느 기계공, 어느 이름 없는 주민이 신에게 손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해 왔다. 카르도가 그 말을 들을지 말지는 스스로 선택했다. 그것이 오래된 신계의 질서를 바꾸고 있었다. 심리가 열리기 전날, 재하는 오래된 개인 메모를 하나 찾아냈다. 다른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지구에서 자신이 남긴 개발 업무 노트의 일부였다. 회사 업무 내용과 관계된 부분은 가려져 있었고, 남은 것은 작은 문장뿐이었다. ‘오류가 재현되지 않더라도 실제로 곤란한 사람의 말은 먼저 기록할 것.’ 그는 그 문장을 손가락으로 따라 읽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로그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당시에는 그냥 일 잘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 쓴 원칙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겪는 일과 너무 닮아 있었다. 제2응답자가 신고를 다시 보냈다는 기록도, 도르가 오랫동안 살아 있다는 사실도,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구조 속에서 사라졌다. 에반이 노트 옆에 앉았다. “이 문장은 꽤 비싸게 팔 수 있겠군요.” “제 인생을 또 팔 생각은 하지 마.” “농담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사람들이 읽어도 되겠습니까?” 재하는 잠시 생각했다. 그 노트는 자기 것이었지만, 회사의 자료나 동료의 사생활이 섞여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가 공개하기로 한 것은 원칙 하나뿐이었다. 문장이 어디서 나왔는지 꾸미지 않았고, 영웅적인 유언이라고 포장하지도 않았다. 그냥 오래전 자신의 메모에 있던 업무 원칙이라고 적었다. “이런 걸 보니 원래부터 대단하셨던 분 같네요.” 에반이 장난쳤다. “그랬으면 오류를 그렇게 많이 냈겠냐.” 재하는 웃었다. 인간으로 살던 시절 자신에게도 실수와 부족함이 많았다. 신이 되었다고 그걸 모두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같은 실수를 발견했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는 선택은 할 수 있었다. 심리장 바깥 대기실에는 다른 신격 후보 몇 명이 와 있었다. 재하의 사건이 자기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방청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신이 되는 일이 꿈이었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신격을 받으면 병든 마을을 도울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그중 한 사람은 자신의 승계 계약이 잘못됐다는 판단이 나와도 신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재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선택하실 수 있어야죠.” “그러면 당신은 왜 이렇게 싸우고 있는 겁니까?” “제가 신이 되기 싫어서만이 아닙니다. 계속 남는다고 해도 제 선택이어야 하니까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그 사람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후보 하나는 아무 말 없이 대기실을 나갔다. 재하는 그를 불러 세우지 않았다. 자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떠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릴리는 방청권을 받으려던 중 서류에 낯선 항목을 발견했다. ‘증인의 발언은 신격 유지에 대한 충성 서약으로 해석될 수 있음.’ 그녀는 즉시 그 항목을 문제 삼았다. 담당자는 예전 양식에 남아 있던 문장이라며 수정해 주었다. 불필요한 다툼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릴리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저는 제 이야기를 하려고 왔어요. 누가 신으로 남아야 하는지 대신 결정하러 온 게 아니에요.” 담당자가 수정한 방청권을 내밀자 그녀는 꼼꼼히 확인하고 받았다. 작은 사건이었지만 재하는 그것이 기뻤다. 이제 릴리도 누군가의 신앙 계약에 묶여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고 자기 말의 주인이 되려고 했다. 심리 시작 직전 도르가 대기실에 나타났다. 그는 재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내가 먼저 신격을 내려놓겠다고 했을 땐 아무도 내 말을 남기지 않았네. 자네는 오늘 어떤 말이든 제대로 기록되게 하게.” “그러려고요.” “그러나 내 지난 실패 때문에 자네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네. 오늘 다 해결하지 못해도 후속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 걸세.” 재하는 어깨가 조금 가벼워졌다. 눈앞의 심리가 세상을 한꺼번에 바꿔 놓을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할 수 있는 정정의 범위를 분명히 하고, 그다음 사람이 같은 기록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남기는 일이었다. 대기실에서 나와 단상 쪽으로 걷는 동안 그는 생각했다. 그날 지구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끝내 완전히 알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여섯 분의 지연을 만든 장치와 자기 이름으로 만든 가짜 수탁 서명을 바로잡을 수는 있었다. 모든 정답을 알지 못해도 앞으로 누군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 길이 지금 자신이 선택할 길이었다. 재하의 옛 업무 노트 옆에는 빈 칸이 많이 남아 있었다. 과거의 자신은 문제가 해결됐다고 적지 못한 채 떠난 것이다. 그는 그 빈칸을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어서 적을 수도 있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지구에서 그 문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 수 없었고, 모른다고 해서 그들의 노력을 지울 권리는 없었다. 재하는 공책을 덮고 오늘의 심리 기록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거를 완전히 소유하지 못해도 현재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의 손바닥에는 오래된 볼펜 자국 같은 작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어떤 사고에서 생긴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신격의 증거처럼 여기지 않았다. 그저 오래 살아오며 남은 한 사람의 흔적일 뿐이었다. 마침내 공동 경유실의 임시 심의가 열렸다. 하엔은 이전 세 계약의 결정과 이번 신격 수락 심리를 분리해 진행했다. 세 지역의 주민들이 이전 결정을 지켜내기 위해 또다시 증인이 될 필요는 없었다. 이번 심리의 중심은 윤재하 자신의 선택과 기록이었다. 재하는 단상에 섰다. 처음 신이 되었을 때 그는 한 명의 신도라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했다. 신도 0명, 신앙 포인트 0, 기적 0회. 숫자 세 개가 자신의 존재를 평가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그런 숫자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저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두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날 누구를 도우려고 행동했다는 사실을, 장래의 모든 사람에 대한 의무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제가 그 기록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신원을 공개해서도 안 됩니다.” 하엔은 묵묵히 받아 적었다. “그리고 저는 강제로 신이 되었던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맺은 약속까지 그 잘못의 소유물이 되도록 두고 싶지 않습니다. 제게 신격을 유지할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 그 권리를 확인한 다음에 제가 직접 결정하겠습니다.” 심리장 안에는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에반은 이번에도 판촉 문구를 생각했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릴리는 방청석에서 노트를 꽉 쥐었고, 도르는 오래전 자신이 신격을 내려놓으려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하엔은 질문했다. “강제 승계 효력이 정지되어도 현재의 신전 운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가 생길 수 있는데 어떤 대책을 마련했습니까?” 재하는 모과가 보낸 주민회의 결과를 제출했다. 가시골 쉼터는 이미 신격 소유가 아닌 주민 공동 운영으로 전환되었고, 물과 치료 공급은 독립 기구가 관리했다. 그의 권능이 없어도 돌아가는 일을 하나씩 늘려 왔다. 아직 미완성인 부분은 숨기지 않았다. 긴급 치료에 신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신격 관련 통신 장치는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환 기간을 정하고 당사자가 함께 감시해야 했다. “신이 사라져도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재하가 말했다. “신이 있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도 자발적인 약속으로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심리의 마지막에 외부 관찰 보조국 대표가 다시 말했다. “그래도 윤재하 후보는 과거 관측 평가에서 높은 자발적 응답 점수를 받았습니다.” 재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선의를 점수로 계산한 게 잘못은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점수로 사람을 소유할 순 없습니다.” 그날은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기록 감정 결과가 확정되어야 했다. 재하는 심리장이 비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누군가 바로 환호해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판정이 아니라 오늘도 움직이는 생활이 그의 다음 하루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가시골로 돌아오자 노아가 현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가 접어 준 종이배가 수로에 떠내려갔다며 새 배를 접어 달라고 했다. “지난번엔 귀가선이었지?” 재하가 물었다. “이번엔 구조선이요.” “어디로 갈 건데?” “길 잃은 사람이 있는 데요.” “그 사람한테 먼저 물어봐. 배가 필요한지.” 노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배에 작은 글씨를 적었다. ‘필요하면 타세요.’ 재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세계에서 배운 것이 꼭 법전이나 계약서에만 적히지는 않았다. 아이가 접은 종이배 앞머리에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법이 남았다. 그날 밤 신성 창이 다시 열렸다. [본인 신격 수락 기록: 판정 보류] [강제 승계 효력: 임시 정지] [현재 신앙 관계: 당사자 동의에 따른 별도 유지] 재하는 창의 마지막 줄을 오래 보았다. 이제 그의 신격은 누군가의 실험 결과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앞으로 어떤 신으로 남을지는 여전히 본인이 결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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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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