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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46화
PAYLUA ORIGINAL · 제146화

146화. 돌아갈 수 없는 통행증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36자

오프라인 책장
귀환 창구의 표지판은 천계 어디보다 화려했다. ‘잃어버린 고향을 다시 만나십시오.’ 윤재하는 표지판 아래 작은 글씨를 읽었다. ‘일부 상품은 원래 세계의 시간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건 여행사 광고잖아.” 에반이 무척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원래는 제가 자문한 부서입니다.” “그럼 저 경고 문구도?” “제가 조금 더 작게 쓰라고 했죠. 안 좋은 조언이었습니다.” 재하가 이곳에 온 이유는 명확했다. 지구의 현장 기록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외부망 기록관이 ‘본인 회상 자료를 더 확보하려면 귀환 창구의 단기 관측 통행증이 필요하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하는 귀환을 신청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통행증 없이 열 수 없는 본인 기록이 정말 존재하는지, 있다면 그 규칙을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창구 직원은 그를 보더니 반색했다. “신격 보유자는 특별 우대 대상입니다! 하루 관측권, 일주일 체류권, 영구 귀속권 중 무엇을 원하십니까?” “저는 아직 신청 안 했어요.” “처음 오셨군요. 하나라도 선택하셔야 상담이 진행됩니다.” 재하는 릴리를 돌아봤다. 릴리는 얌전히 번호표를 들고 있었다. “상담만 하는 선택지는 없어요?” 릴리가 물었다. 직원이 당황한 얼굴로 목록을 다시 살폈다. “원래는 있었는데… 접수 효율 때문에 없앤 것 같네요.” “효율이 참 많은 일을 하네요.” 재하가 말했다. 에반은 단기 관측 통행증 안내서를 받아 왔다. 지구로 돌아가 자신이 죽은 뒤의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광고였다. 그러나 실제 기능은 세계 간 물리 이동이 아니었다. 지정된 시간의 공개 환경 기록을 멀리서 관측하는 서비스였다. 당사자와 대화할 수 없고, 물건을 옮길 수도 없었다. 게다가 관측 범위를 확장하려면 타인의 생활 자료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건 돌아간다는 말이 아니잖아요.” 재하가 직원에게 물었다.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가격은 비유가 아니던데.” “요금은 실제로 청구됩니다.” 그 대답에 에반마저 얼굴을 가렸다. 창구 뒤쪽에는 ‘고향의 기억 재현’ 서비스를 이용하다 자신의 기억과 다른 장면을 보고 항의한 사람들의 기록이 있었다.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집을 보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죽은 가족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했다가 기록이 합성된 것임을 알았다. 재하는 그 사례들을 읽으며 두려워졌다. 자기 기억 속 사고 장면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신이 될 만큼 거창한 결심이 있었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잘못된 죄책감을 떠안을 수도 있었다. “저는 재현 장면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가 말했다. “원본 기록의 생성 과정만 볼 겁니다.” 직원은 안내서를 뒤적였다. “그 서비스는 상품 목록에 없는데요.” “그럼 사기 광고와 본인 기록 열람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세리아가 귀환 창구의 약관을 가져왔다. 그녀는 현장 조사권을 갖고 있었지만, 계약을 무효로 선언할 권한까지 가진 것은 아니었다. 대신 지금 제공하는 상품이 이름과 실제 기능을 다르게 안내하는지 조사할 수 있었다. 직원도 조사를 방해하지 않았다. 자신 역시 상품을 직접 만든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카르도는 귀환 안내도의 붉은 선을 보고 눈을 좁혔다. “전쟁터에선 철수로를 확보하기 전까진 함부로 진입하지 않는다. 이건 되돌아오는 길부터 표시해야 하지 않나?” “관측만 하고 돌아오는 상품인데 뭘요.” 에반이 대꾸했다. “그렇다면 더욱 이상하군. 실제론 아무 데도 가지 않는데 돌아온다는 말을 쓴단 말인가.” 릴리는 안내서의 뒤쪽을 펼쳤다. 단기 관측 통행증을 사용하면 본인 기억과 연결된 ‘확인된 감정 반응’을 기록해 다음 서비스 추천에 활용할 수 있다는 문장이 있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해제 요청을 할 수 있었지만, 신청서가 별도의 창구에 있었다. “또 ‘한 번만 누르면 모두 동의’군요.” 에반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인정합니다. 여기서 제가 팔았던 것은 고향이 아니라 그리움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귀환 창구의 수리를 맡은 기술자들이 오래된 저장 장치를 점검했다. 리안은 실제로 이동하는 통행증과 관측 전용 통행증의 기계적 구분을 설명했다. 전자는 여러 세계가 함께 관리하는 보안 문과 생존 조건이 필요했고, 후자는 이미 기록된 정보의 사본을 읽는 장치에 가까웠다. 아직 재하를 지구로 보내는 안전한 통로가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럼 제가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나요?” 재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안은 쉽게 위로하지 않았다. “현재 확인한 기술로는 판단할 자료가 부족합니다. 돌아갈 수 있다고도, 불가능하다고도 단정할 수 없어요.” 재하는 그 대답을 받아들였다. 여러 세계의 관문을 지나왔지만, 지구는 여전히 손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지구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본인의 기록만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들의 시간을 함부로 엿보고 싶지도 않았다. 귀환 창구에는 상품 안내보다 훨씬 오래된 게시판이 하나 있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분실물 찾기’라는 제목의 게시판이었다. 천계의 전쟁과 사고로 원래 세계에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남긴 작은 물건을 보관해 주는 공공 업무였다. 누군가는 낡은 손수건을, 누군가는 어린아이의 그림을 맡겨 놓았다. 도르의 시대부터 운영되었지만, 화려한 귀환 서비스 광고가 붙은 뒤로는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재하는 그 앞에 멈췄다. 물건에는 이름표 대신 고유번호와 연락 방법만 붙어 있었다. 분실물을 찾아도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더 캐묻지 않는다는 규칙이 함께 적혀 있었다. “이건 원래 어떻게 운영됐나요?” 직원은 구석에 있던 낡은 장부를 꺼냈다. 분실물이 접수되면 보관 기간과 상태를 알려 주고, 본인이나 적법한 대리인이 확인하면 돌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기적도 광고도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맡아 줄 공간과 책임지는 사람이 있었다. “이걸 왜 귀환 상품 옆에 숨겨 놨죠?” 릴리가 물었다. 직원은 난처하게 웃었다. “상품 부서에서는 공공 업무가 고객의 관심을 분산시킨다고 했습니다.” 에반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 언어도 너무 익숙하군요. 비판할 자격이 없어서 더욱 화가 납니다.” 재하는 보관 목록을 뒤적이지 않았다. 자신에게 속하지 않은 물건의 사연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잠깐 들었지만,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경꾼이 아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공공 창구가 방문객에게 잘 보이도록 안내판을 옮기는 것이었다. 모과가 가시골에서 통신관으로 의견을 보냈다. “입구 오른쪽에 분실물 찾는 곳부터 적으세요. 아이들은 글씨 작으면 못 봐요.” “여기까지 와서 간판을 고치라고?” 재하가 웃었다. “신님한테 간판 고치라는 말은 익숙하잖아요.” 그들은 직원과 함께 안내판의 위치를 다시 정했다. 민원 접수, 분실물 찾기, 자료 열람, 선택형 관측 상품 순으로 표시했다. 그 순서만 바뀌었는데도 사람들은 더 적게 헤맸다. 어떤 노인은 가족 사진을 찾기 위해 고가의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가 공공 창구가 있다는 설명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편 리안은 귀환 장치의 기술 기록을 살피다 ‘한 번 되돌아가는 문’이라는 표제를 발견했다. 이 문은 실제 사람이 지구에 도착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위험한 관측 신호를 원래 경로로 반송시키는 장치였다. 번역 과정에서 ‘반송’이 ‘귀환’으로 바뀌자 상품 설명도 달라졌다. “원래는 데이터를 돌려보내는 문이군요.” 재하가 말했다. “네. 사람의 몸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럼 광고에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표현을 빼야 합니다.” 직원은 잠시 망설이다 동의했다. 그 문구를 그대로 두면 누군가는 실제 귀환을 기대하며 돈을 낼 수 있었다. 재하는 그 사람이 누구일지 상상하다 눈을 돌렸다. 원래 세계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약속을 팔고 싶지 않았다. 카르도는 장치 옆의 낡은 지도를 연구했다. 그는 아주 먼 세계까지 군대를 보낸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아는 이동문은 모두 사람을 보내기 전에 돌아오는 길을 먼저 확보했다. 병사들이 서로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였다. “내가 평생 전쟁을 하며 배운 것 중 하나는 길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걸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당장 불가능한 기술을 가능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거짓 희망이 아니라 앞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였다. 귀환 창구의 직원은 업무가 끝난 뒤 재하에게 작은 영수증을 건넸다. 금액은 0이었다. 본인 기록 열람 요청을 안내한 공공 상담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표시였다. 재하는 영수증을 받아 들고 웃었다. “영수증은 왜요?” “오늘은 돈을 안 받아도 되는 일에 돈을 안 받았다는 사실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직원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조금의 자부심이 함께 있었다. 재하는 그 영수증을 자신의 기록 봉투에 넣었다. 천계에서 받은 수많은 서류 중 드물게 마음에 드는 종이였다. 창구의 낡은 물시계는 점심때마다 느려졌다. 직원들은 손으로 그 시간을 고쳤지만 안내 화면에는 아무 표시도 남지 않았다. 재하는 그 모습을 보고 지구 관측 시각의 오류를 떠올렸다. 이곳에선 오래된 기계가 여전히 근사한 광고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오류를 보고하기 전에 어느 업무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지 물었다. 직원은 분실물 보관 기한과 상담 순서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두 사람은 우선 이용자에게 수정 시간을 안내했다. 누군가 창구의 입구에서 안내판을 사진으로 옮겨 적고 있었다. 직원은 새 문구가 불분명하면 언제든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하는 그 작은 목소리를 듣고 안도했다. 한 번 고쳤다는 이유로 다시 확인할 길을 막아서는 안 됐다. 잠시 뒤 직원이 새로운 종이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창구의 과거 운영 규정을 확인해 보니, 본인 기록 열람에 통행증 구매가 필수라는 조항은 없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매출을 늘리려고 두 업무를 묶었고, 묶은 뒤에도 별도 해제 절차를 만들지 않았다. “그럼 무료로 열 수 있나요?” 재하가 물었다. “개인 정보 보호와 기록 상태에 따라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비용과 접근 권한은 별도로 판단해야 하고요.” “그렇게 설명하시면 처음부터 좋았잖아요.” 직원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사실 저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재하는 화려한 표지판을 다시 봤다. 이곳은 ‘고향으로 보내준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고향에 관한 기억을 판매했다. 누군가는 그런 서비스를 원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넓은 관찰과 계약을 떠넘기는 것이었다. 귀환 창구를 나서려는데 어린 소녀 하나가 입구에서 울고 있었다. 분실된 가족 사진을 찾으려다 ‘고향 재현’ 이용권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은 아이였다. 보호자는 따로 연락 중이었다. 재하는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묻기 전에 안내 직원에게 사진 분실 신고용 독립 창구가 있는지 확인했다. “있습니다.” 직원이 말했다. “여긴 반대편 복도예요.” 소녀는 그 안내에 따라 걸어갔다. 재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가지 않았다. 아이의 사연은 직원과 보호자가 해결할 일이었다. 그는 안내판의 작은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창구 위치도 여기 크게 적어 주세요. 굳이 고향을 사지 않고도 분실물을 찾을 수 있다고.” 그날 저녁 재하는 자신의 열람 신청서에 ‘귀환 상품 연계 동의 거부’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이 항목을 선택해도 기록 정정 신청은 계속 진행됐다. 누군가 드디어 당연한 경계를 인정해 준 것이다. 그러나 귀환 창구의 보관 기록 속엔 마음에 걸리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외부 응답 후보 윤재하의 신격 이전 마지막 하루: 관측 시점 중첩] [관측 사본 2건 중 1건: 원본 시계와 불일치] 리안이 그 차이를 보고 말했다. “재하 님, 그날의 기억이 두 개라는 뜻이 아닙니다. 기계가 서로 다른 기준 시간을 써서 같은 순간을 다른 날짜로 찍었을 가능성이 있어요.” 재하는 한참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위로하거나 놀라게 하는 판타지보다, 시간대를 잘못 맞춘 낡은 컴퓨터가 훨씬 익숙했다. 하지만 그 작은 오류가 신격 수락의 날짜를 바꿨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그의 동의가 사고 이후에 생성되었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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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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