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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40화
PAYLUA ORIGINAL · 제140화

140화. 신이 되기 전 마지막 하루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488자

오프라인 책장
공동 경유실의 네 시계가 처음으로 같은 순간에 종을 울렸다. 물론 시계 바늘은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원래는 각 세계의 시간을 구분하기 위한 시설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열람과 심의가 같은 시각에 시작된다는 표시였다. 윤재하는 그 소리를 듣고 지난밤 잠깐 꾸었던 꿈을 떠올렸다. 가시골 폐허 신전의 무너진 천장 아래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고, 바닥에는 수많은 빈 신청서만 쌓여 있었다. “안색이 안 좋으세요.” 릴리가 말했다. “꿈에서도 서류를 봤어요. 신이 된 보람이 없습니다.” “그래도 현실 서류는 고칠 수 있잖아요.” 릴리의 말이 맞았다. 재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심의장으로 들어갔다. 단상에는 하엔과 우아, 여러 세계의 안전 담당자들이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신들에게만 결정권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세 계약의 자동 배치가 실제로 멈췄는지 확인하고, 열흘 뒤에도 계속 멈춰 있을 수 있게 하는 절차였다. 하엔은 전날의 원본 감정 결과를 요약했다. ‘응답할 수 없는 이를 기다리지 말 것’이라는 원래 문장은 긴급 구조를 지연하지 말라는 뜻으로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계약 프로그램이 이를 ‘응답이 없으면 수탁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 변경이 누구의 요청으로 이뤄졌는지는 검증 기록이 사라져 알 수 없었다. “그럼 책임자가 없다는 뜻인가요?” 장수가 통신관으로 물었다.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엔이 답했다. “기록을 남길 의무를 지키지 않은 기관들이 있습니다. 오늘의 결정과 별개로 그 부분은 조사하겠습니다.” 니라는 자신의 자료를 펼쳤다. 철비항의 출동 명단에서 강제 등록 인원을 제외한 뒤에도 구조 체계가 작동했다는 시범 결과였다. 마레는 유리해의 구호함 출동 기록과 외부 대리인 송신 차단의 안전성을 보여 줬다. 도요 고원에서는 수동 방열 방식으로 탑을 운영한 닷새간의 온도 자료가 도착했다. 아직 한겨울의 위험을 모두 시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자동 징발 없이도 대체 방식이 가능하다는 첫 증거였다. 세리아는 그 자료에 주의 문구를 붙였다. “셋 모두 임시 대책입니다. 미완성 상태를 숨기면 안 됩니다. 영구 조치를 결정하기 전에 실제 계절과 여러 사고 상황에서 안전성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믿으라는 한마디로 시설이 안전해지지는 않는다. 오늘은 설비의 주인이 누구인가보다 설비를 계속 안전하게 운영할 사람과 절차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중앙 신앙 관리청의 대리인이 반박했다. “신격 책임자가 없으면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집니까? 공동 운영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한 사람이 있다고 반드시 책임지는 것도 아니죠.” 재하가 말했다. 그 말에 심의장 안쪽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가시골 신전에서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책임자가 됐습니다.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을 떠넘기는 건 책임을 정하는 게 아닙니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야죠.” “그러면 신은 무슨 일을 합니까?” 재하는 잠시 생각했다. 자신에게도 오래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신이 됐을 때는 기적을 쓰고 사람들을 모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기술자가 아닌 일을 기술자에게 맡기고, 누군가 거절한 기록을 지키고, 책임 범위를 서류에 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당한 계약이 신앙을 핑계로 사람을 데려가지 못하게 확인하는 겁니다. 그리고 제 권능도 다른 사람이 거절하면 멈춰야 합니다.” 릴리는 그 말을 들으며 미소 짓지 않았다. 정말로 중요한 약속은 듣기 좋게 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 재하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그 말을 지킬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심의장은 세 계약을 일괄 폐기하는 안을 보류했다. 그 대신 강제 대리 배치 조항은 계속 효력을 제한하고, 난방·구조·경보의 필수 운용은 현장 공동체가 정한 절차를 따라 유지하도록 잠정 결정했다. 기존 피해와 비용 회수 문제는 독립 조사와 지급 심사로 넘겼다. 누군가의 신앙 여부가 치료나 구조 서비스 수급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문장도 명시했다. 하엔이 판정문을 읽었다. [도요 고원: 겨울등 자동 의무자 모집 효력 제한] [철비항: 비상 대리인 강제 배치 및 가족 지급금 연계 효력 제한] [유리해: 구조 신호 수신 유지 / 외부 대리인 자동 전송 정지] [정기 점검: 10일 후] 종이 울렸다. 사람들은 크게 환호하지 않았다. 특히 장수는 통신관 너머에서 “열흘 뒤도 겨울인데 뭐가 다 끝났다고 난리야” 하고 말했다. 그 말에 재하가 웃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정확하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서로 다른 세 세계에서 열흘 뒤 다시 자료가 모이면, 오늘의 판정은 더 나아질 수도 후퇴할 수도 있었다. 하엔은 그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정을 정할 때 도요 고원의 폭설 예보와 철비항의 다음 정기 점검, 유리해의 조류 변화를 모두 확인했다. 단지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편한 날짜를 고르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재하는 그 광경을 보다 문득 자신이 처음 신격을 받았을 때의 안내문을 떠올렸다. '신격 인수 절차 완료.' 그 짧은 문장에는 자신의 의사도, 이전 담당자의 상태도, 신전의 실제 사정도 없었다. 이름 하나를 넣으면 모든 것이 이어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의 경유실은 아직 서툴지만 적어도 누가 어디에 살고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는 확인하려 하고 있었다. 우아는 결정을 안내하는 공문에 긴 문장을 덧붙이려 했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각 세계별로 ‘오늘 바뀌는 것’, ‘아직 바뀌지 않은 것’,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곳’이라는 세 칸을 만들었다. 재하는 맨 마지막 칸부터 읽었다. 과거의 천계 문서에는 늘 승인자의 이름만 있었고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돌아갈 주소는 없었다. 이번에는 도요 고원의 단비, 철비항의 니라, 유리해의 마레가 각자 동의한 범위에서 연락창구를 맡았다. 릴리는 그들에게 또 하나를 확인했다. “힘들면 임무를 그만둘 수 있죠?” 우아는 기한과 교대 절차를 써 넣었다. 재하는 봉인 인장보다 그 문장이 오래 남기를 바랐다. 우아는 방문증을 회수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문제가 생긴 걸 알고도 못 본 척한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겠죠. 그래도 제 창구에서 시작된 오류부터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전 직원의 실수를 한 사람에게 묻는 것도 같은 문제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우아는 새 업무표를 꺼냈다. 긴급 배치 표식의 처리 담당, 거절 기록 반영 담당, 안전 로그 확인 담당이 나뉘어 있었다. 한 명이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무조건 그 이름을 이어받는 대신, 업무가 멈춘 이유를 공개하고 회의를 열도록 정했다. 아직 시험 운영이었지만 원래의 자동 계약과 다른 방향이었다. 재하가 방문증을 내려놓자 우아가 웃었다. “다음에 오시면 길 찾기는 좀 쉬울 겁니다. 표지판을 새로 달기로 했어요.” “그럼 정말 신성한 개혁이네요.” “입구가 어디인지 모른다는 불만이 가장 많았거든요.” 도요 고원에서 온 장수의 목소리가 다시 통신관을 통해 울렸다. “못도 좀 사다 주라고 해!” 재하는 어깨를 떨어뜨렸다. 세계의 계약을 고치는 일보다 신전 간판을 고치는 일이 더 급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어느 쪽이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심의 종료 뒤 릴리는 복도를 따라 걸으며 말했다. “저희는 오늘 승리한 걸까요?” “일부는요. 세 곳에서 누군가를 강제로 데려가는 일은 우선 막았잖아요.” “그렇지만 누가 다쳤는지, 돌려받아야 할 돈이 얼마인지도 남았어요.” “그래서 다음에는 그걸 확인해야죠. 오늘 판정이 모든 사람의 인생을 고쳤다고 말하진 말고요.” 카르도는 군수 물자 지원 서류를 챙겼다. 도요 고원에서 약속한 배관이 정식으로 출고되었고, 철비항에는 임시 수송 차량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지원을 받은 사람들이 신을 찬양하지 않아도 된다고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 대신 물자 사용과 반환 과정에 자기 이름을 남기기로 했다. 오래전 자신이 저질렀던 전쟁의 비용을 지우지 않으면서 새로운 일을 하려는 선택이었다. 에반은 심의장 문 앞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관리청의 옛 동료가 다가와 작은 명함을 내밀었다. 그는 심의가 끝났으니 지금의 혼란을 해결할 마케팅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강제 계약 없는 안전 보험’이라고 팔면 엄청나게 인기 있겠지. 네 이름이 필요해.” 에반은 명함을 받지 않았다. “내 이름을 빌려주기 전에 사업 구조와 계약서를 공개해 주세요. 거절해도 보장이 유지되는지부터요.” 동료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까다롭게 굴면 사업을 못 해.” “그렇게 만든 사업이라면 안 해도 됩니다.” 말을 마친 에반은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익숙한 돈의 냄새를 거절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는 그 사실을 재하에게 숨기지 않았다. 재하는 그를 칭찬하는 대신 말했다. “다음에도 명함은 꼭 한 번 더 읽어.” 그들은 경유실의 보관소에서 마지막 자료를 받았다. 동일 서명 기법 열네 건에 관한 공개 요약이었다. 원본 기점의 변경 검증은 여전히 실패 상태였고, 승인자를 한 사람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 다만 여러 계약이 만들어지기 전에 한 번의 시험 운용 기록이 있었다. 당시에는 실제 신격이 배정되지 않았고, 사람의 응답으로만 작동을 확인했다고 했다. “응답자 이름은?” 재하가 물었다. 우아가 고개를 저었다. “개인 신원 기록은 비공개입니다. 본인의 요청이나 정당한 절차가 없이는 열람할 수 없어요.” 재하는 그 대답에 실망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이름이 새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됐다. 대신 공개된 운용 시간과 신격 배정 시점을 대조했다. 한 가지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첫 시험은 가시골 신전의 공용 주소가 도용되기보다 훨씬 오래전에 이뤄졌다. “그럼 우리 신전이 모든 것의 시작은 아니네요.” 릴리가 말했다. “네. 어떤 잘못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됐습니다.” 우아가 금속판의 뒷면을 확대했다. 원본 기점에는 아주 오래된 그림이 있었다. 첫눈에 바람개비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사람이 번갈아 작은 등불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누군가 구조 요청을 받았을 때, 그 일을 홀로 짊어지지 않고 다음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이어 가는 방식이었다. 재하는 무명의 신에 대해 떠올렸다. ‘나는 처음부터 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 말은 신의 힘이 하나의 주인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 이어졌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번에도 성급히 결론 내리지 않았다. 그는 세리아에게 원본 그림의 출처만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가시골로 돌아갈 채비를 하던 중, 작은 편지가 도착했다. 모과가 보낸 것이었다. 쉼터는 잘 운영되고 있고, 노아는 겨울등 그림을 그리겠다며 물감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끝에는 ‘못은 사 오셨습니까?’라는 문장이 다시 붙어 있었다. “신이 아니라 철물점 직원이 된 기분이야.” 재하가 웃었다. 하지만 봉투 안에는 모과의 편지 말고도 작은 종이 하나가 있었다. 공동 경유실의 공식 통지가 아닌, 오래된 개인 우편이었다. 재하는 발신인을 읽고 표정이 굳었다. [수신자: 윤재하] [발신자: 응답 시험 원본 보관자] [전달 조건: 수신자가 스스로 열람을 요청할 것] 그는 종이를 곧바로 열지 않았다. 릴리가 왜 그러냐고 묻자 재하는 대답했다. “또 누군가 제 이름으로 선택하게 만들까 봐요.” 봉투 뒷면에는 추가 설명이 있었다. ‘이 편지를 받지 않기로 해도 어떤 의무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재하는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자신이 늘 다른 사람에게 요구해 왔던 조건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돌아왔다. 그는 한참 생각한 뒤 우아에게 물었다. “열어 보려고 합니다. 이건 정말 그냥 편지입니까?” 우아는 봉투의 작동 기록을 확인했다. 신격 계약이나 강제 수탁 조항은 없었다. 봉인된 글을 읽고 싶으면 읽으면 되고, 원하지 않으면 되돌려 보내도 되었다. 재하는 마침내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한 줄뿐이었다. ‘당신의 첫 번째 대답을 확인하고 싶다면, 신이 되기 전 마지막 하루를 다시 살펴보십시오.’ 재하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가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날은 사고가 난 퇴근길이었다. 그날 자신이 무슨 대답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누군가를 도우려 했다는 조각난 기억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편지는 그보다 더 오래전의 ‘첫 번째 대답’을 알고 있는 듯했다. 멀리 가시골로 이어지는 문이 열렸다. 신전은 언제나처럼 열려 있을 것이다. 모과가 장부를 보고, 도르가 문을 열고, 릴리와 노아가 돌아올 사람들을 기다릴 것이다. 재하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새 수수께끼가 생겼지만, 오늘 내려진 판정을 뒤집어서는 안 됐다. 세 계약의 자동 모집은 멈췄다. 세 세계의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 윤재하는 다음 문제를 자기 이름으로 받아들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것이 지난 열 번의 여정에서 배운 가장 큰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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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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