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경유실의 공개 심의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천계의 위대한 판결을 내리는 곳이라면 구름과 기둥과 번쩍이는 검이 있을 것 같았지만, 이곳에는 낡은 의자 마흔 개와 물을 따라 마실 수 있는 구석 탁자가 전부였다. 벽에 걸린 시계 네 개가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켰고 그 가운데 작은 글씨로 ‘발언자는 출신 세계의 시간을 따른다’고 적혀 있었다.
“이러면 어떤 사람은 세 시간 말하고 어떤 사람은 삼 분 말하는 거 아냐?” 윤재하가 물었다.
“그래서 공평하게 모두 십 분씩만 말합니다.” 우아가 답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적으면 되잖아요.”
우아는 난처하게 웃었다. “시계 표지판이 먼저 있었거든요.”
재하는 그 대답에서 공동 경유실의 오랜 문제를 보았다. 낡은 규정은 계속 남아 있었고, 새 규정은 그 옆에 붙었다. 서로 맞지 않는 규정을 정리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빈칸이 생기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넣었다. 신들은 그것을 질서라 불렀지만, 누군가는 그 질서를 감당하며 살았다.
심의장 입구에는 ‘당사자가 원하면 언제든 발언을 철회하거나 비공개 전환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가 새로 붙어 있었다. 우아가 전날 밤 직접 쓴 문장이었다. 재하는 그 안내를 세 번 읽었다. 신성한 선서보다 훨씬 실용적인 약속 같았다. 릴리는 종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엔 신의 허락이라는 말이 없네요.” 재하가 대답했다. “없어야죠.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부분이니까요.”
심리에는 도요 고원의 장수와 단비, 철비항의 니라와 시우, 유리해의 마레와 라겐이 참석했다. 모두가 현장을 비울 수 없었기에 일부는 통신관으로 참여했다. 시우의 아버지는 공개 발언을 원하지 않았고, 그의 병원 기록도 회의 자료에서 제외됐다. 누군가가 왜 빠졌는지 재하가 궁금해하자 세리아는 간단히 대답했다.
“참석하지 않는 것도 선택입니다. 이유까지 요구하지 마세요.”
카르도는 방청석 끝자리에 앉았다. 그의 옆자리에는 비상 수송 물자를 관리하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둘은 누가 신인지 소개하지 않았다. 회의가 시작되자 카르도는 기록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신의 명령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적기 위해서였다.
심의를 주관한 임시 위원장은 하엔이라는 중년의 기록관이었다. 그는 세 건의 운용 중단이 적절했는지 확인하고, 같은 서명 기법이 사용된 열네 건의 공통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먼저 에반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에반은 낡은 수첩을 펼쳤다. 그는 자신이 참여했던 추천 알고리즘의 목적과 판매 과정을 구분해 설명했다. 도요 고원에는 결원 대체 기능으로, 철비항에는 구조 인력 관리 기능으로, 유리해에는 구조 호출 보조 기능으로 팔렸다. 각 기관의 이름과 책임 범위를 밝히면서, 계약 뒤에 더해진 보험과 신앙 수익 계산은 자신이 직접 설계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분리했다.
“그럼 자기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봅니까?” 하엔이 물었다.
“알고도 위험한 연결을 남겨 둔 부분까지입니다.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쓸지 몰랐다는 말로 빠져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지 않은 변경을 제가 했다고 말해서도 안 됩니다. 그래야 실제 책임자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자기에게 불리한 계약 갱신 서류를 원본 그대로 제출했다. 증거 일부에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이름이 있어 비공개로 제출하고, 공개 부분에는 기술 구조와 연도만 남겼다. 에반은 말이 끝나자 조용히 앉았다. 누구도 박수치지 않았다. 그게 적절했다.
하엔은 다음으로 세리아에게 물었다. “동일한 서명이 실제로 한 사람의 필체라고 확신합니까?”
“아니요.” 세리아가 답했다. “동일한 방식이지 동일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차이는 무엇입니까?”
“서명란에 사람의 이름을 쓰지 않고 발신 주소의 인증 값을 넣는 방식입니다. 가시골 신전처럼 공용 주소가 오래 방치된 곳이라면 관리자 없이도 승인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세 계약의 승인자가 하나인지, 여러 기관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우아는 같은 사실을 기록 양식에 옮기면서 불필요한 문장 하나를 지웠다. ‘원승인자에게 자동 통지 완료.’ 승인자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완료라고 적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작고 당연한 수정이었지만, 창구 직원들은 그런 수정을 할 권한이 없다고 배워 왔다. 우아는 수정 사유와 자기 이름을 남겼다. 적어도 이번에는 빈 주소가 사람처럼 서명한 것으로 처리되지 않을 것이다.
하엔은 그 설명을 그대로 기록하게 했다. 원인이 복잡하면 사람들은 하나의 악당을 찾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잘못된 기계 한 대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여러 기관이 그 허점을 이용했다는 사실은 동시에 참일 수 있었다.
장수가 통신관으로 말했다. “나는 서명한 사람이 누구든 우리 탑을 끄지 말라는 말을 하러 왔수. 우리는 불을 지키겠다고 사람을 가져오라는 뜻이 아니었어.”
니라가 말했다. “우리 항구는 교육받은 인력의 출동 허가를 원합니다. 가족 치료비를 자격증처럼 붙여 두지 마세요.”
마레가 말했다. “구조 신호는 계속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신호를 다른 사람의 인생을 담보 잡는 데 쓰면 안 됩니다.”
잠시 통신이 끊기자 심의장은 조용해졌다. 세 세계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들릴 때는 복잡해 보였지만, 하나라도 빠지면 검토표는 쉽게 단순해졌다. 우아는 도요 고원 연결이 회복될 때까지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결석한 사이 결정이 내려지면 가장 추운 마을의 의견이 빠진 채 난방 계약을 논의하는 셈이었다.
재하는 기다리는 동안 카르도에게 속삭였다. “신들은 뭐든 빨리 판정하면 유능한 줄 알았는데.” “전쟁에서는 그랬지.” 카르도가 대답했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살아야 한다는 걸 늦게 배웠네.”
재하는 세 사람의 말을 듣고 노트 한가운데 큰 동그라미 세 개를 그렸다. 겨울등, 비상 구조대, 해저 호출망. 모두가 없애 달라는 것은 도움이 아니라 강제 배치였다. 그런데 오래된 서명 기법은 도움과 배치를 한 묶음으로 취급해 왔다.
짧은 휴식 시간에 재하는 종료된 열한 계약의 목록을 살펴봤다. 그 가운데 세 건은 문제가 없다는 판정과 함께 폐기됐고, 네 건은 시설 자체가 사라져 효력이 끝났다. 나머지는 당사자의 사망이나 거절로 종료되었다. 재하는 '종료'라는 글자가 곧 안전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이해했다. 그러나 그 목록을 본 사람들은 자꾸 숫자를 합산하려 했다.
“열한 건은 해결됐고 세 건만 남은 거네요.” 한 방청인이 말했다.
“종료와 해결은 다릅니다.” 세리아가 정정했다. “어떤 기록은 실제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고, 어떤 기록은 피해 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현재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어요.”
옆자리의 장수는 통신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와 있었다. 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이 붙었다가 꺼졌다고 그날 얼어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건 아니지.”
재하는 그 말을 그대로 의사록에 옮기지 않았다. 장수는 자신의 경험을 공개 회의에서 말할 준비가 되었지만, 모든 과거의 상처를 원하지 않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대신 공적인 원칙으로만 정리했다. '종료 여부와 별개로 과거 피해 조사를 진행한다.'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문장이었다.
한 조사관이 반박했다. “그러면 모든 기관이 끝없는 조사를 떠안게 됩니다. 시효도 있고 자료도 없어요.”
하엔이 답했다. “확인할 수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적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조사하지 않은 일을 해결이라고 발표하지도 않을 겁니다. 두 가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 말에 방청석이 조용해졌다. 세리아는 각 계약의 상태를 세 칸으로 나눴다. 운용 중인지, 현재 피해 확산 위험이 있는지, 과거 피해 조사가 어느 단계인지. 처음에는 번거롭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세 칸을 분리하자 오히려 무엇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재하는 작은 동그라미를 그려 목록 위에 올려놓았다. 도요 고원은 난방을, 철비항은 출동을, 유리해는 호출을 계속해야 했다. 종료된 계약 가운데 비슷한 시설이 남아 있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심리는 한 번의 승패가 아니라 오래된 경유실이 기록을 읽는 방식을 고치는 첫 시도였다. 그 사실이 재하에게는 화려한 신격 승계보다 훨씬 중요했다.
우아는 감정실에서 가져온 원본 사본을 제출했다. 열네 건은 서로 다른 시기에 작성되었다. 그중 열한 건은 이미 종료되었으나 종료 사유도 가지각색이었다. 일부는 주민들의 거절로, 일부는 설비 폐기로, 일부는 수혜자 사망으로 끝났다. 종료된 기록에도 조작 흔적이 있을 수 있지만, 오늘은 살아 있는 세 계약의 피해 확산을 막는 것이 먼저라고 하엔은 정리했다.
에반이 열네 개의 인증 값을 겹쳐 보았다. 숫자와 문양이 부분적으로 같았다. 흰 종이 위에 옅은 회색 선으로 같은 모양이 반복되고 있었다. 중앙에는 비어 있는 작은 칸이 있었고 그 바깥에는 오래전 구조 요청 기록에서 본 바람개비 모양의 표시가 있었다.
“000000.” 재하가 중얼거렸다.
세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북방 무명도시에서 본 최초 구조 약속의 기록 번호 말입니까?”
“네. 그때에도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 하나의 신 이름으로 정해지지 않았죠.”
에반은 선을 더 확대했다. “그렇지만 같은 번호라고 같은 사건은 아닙니다. 이건 인증 형식의 버전 표지일 수도 있어요.”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같았다면 충격적인 진실을 발견했다며 벌써 선언했을 것이다. 지금은 자료가 말하는 범위만 인정했다. 최초의 구조 약속이 남긴 형식이 악용됐을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 기록이 곧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심의 중단 시간에 재하는 하엔과 마주쳤다. 하엔은 온종일 서류만 보다가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경유실이 왜 이렇게 오래 잘못된 계약을 고치지 못했는지 설명했다. 이용 세계가 늘면서 관제실은 업무를 나눴다. 안전부는 출동 허가만 보고, 계약부는 지급금만 보고, 신앙부는 수익 기록만 봤다. 어느 부서도 세 가지를 함께 연결해 볼 권한이 없었다.
“그럼 지금도 누가 책임집니까?” 재하가 물었다.
“위원회가 잠깐 그 권한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심의가 끝나면 다시 흩어지겠죠.”
“잠깐이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권한을 한 사람에게 영원히 묶어 놓지 않고, 필요한 때 기록을 함께 보는 방법을 만들면요.”
하엔은 재하를 오래 바라봤다. “신이 자기 권한을 늘려 달라고 하지 않는 건 처음 봅니다.”
“저도 신이 이런 서류를 매일 봐야 할 줄 몰랐습니다.”
둘 다 조금 웃었다. 하엔은 자기 책상에 적어 둔 잠정 조치를 보여 줬다. ‘공용 주소의 자동 승인 효력 제한. 재난 대응 시설의 필수 운용은 현장 전문가의 결정에 따른다. 중간 기관이 반송 사유를 삭제할 수 없다.’ 짧지만 실행하려면 여러 기관의 반발이 예상되는 조항들이었다.
오후에 감정실의 봉인을 해제하자 작은 철함이 나왔다. 함 안에는 서명 원본이라고 적힌 얇은 금속판이 있었다. 사람의 이름도 인장도 없었다. 그 대신 오래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응답할 수 없는 이를 기다리지 말 것.’
그 문장을 보고 재하는 오래도록 말을 잃었다. 누군가의 구조를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 만든 원칙이었다. 하지만 그 원칙이 시간이 흐르면서 ‘응답이 없으면 동의한 것’이라는 뜻으로 바뀐 것이다. 기다리지 말고 도우라는 말과 기다리지 말고 데려가라는 말은 전혀 달랐다.
세리아가 금속판의 뒤쪽을 살폈다. 하단에 다른 표식이 있었다. 본래의 문구를 개정할 때 남겨야 하는 변경 사유 번호였다. 그러나 번호가 아니라 빈칸이 있었다. 해당 개정을 승인한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원본 인증 값이 누군가의 필체가 아닙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변경 이력을 검증하지 못한 채 자동 복사된 템플릿이에요.”
그 사실은 새로운 의문을 남겼다. 처음 문장은 어떻게 바뀌었고, 누가 변경 검증을 생략할 수 있는 권한을 만들었는가. 감정실은 추가 봉인을 열려고 했지만 그 순간 금속판에서 오래된 기록이 재생되었다.
[최초 변경 검증 실패]
[승인 담당자 신격: 지정 전]
[임시 응답자: 미등록 인간]
재하는 그 마지막 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신이 지정되기 전, 누군가 인간의 이름으로 응답했다는 말이었다. 그 응답이 누구의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엔이 심리용 망치를 내려놓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모든 당사자에게 원본 감정 결과를 열람할 기회를 주고, 내일 잠정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흩어졌다. 카르도는 말없이 재하의 옆을 걸었다. 재하는 처음 신이 되었을 때 자신을 기다리던 빈 신좌가 떠올랐다. 그 자리에 누군가 먼저 앉아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빈자리의 힘은 오래되었다.
“한 사람이 모든 걸 시작한 게 아니었군.” 카르도가 말했다.
“그렇죠. 그래서 한 사람을 혼내고 끝낼 수도 없고요.”
재하는 금속판의 사본을 품에 넣지 않았다. 공공 보관소에 그대로 두었다. 다만 검증실이 허락한 공개 부분의 번호만 자신의 노트에 적었다. 어쩌면 그 번호는 신이 되기 전에 누군가가 남긴 최초의 거절일 수도 있었다.
제13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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