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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4화
PAYLUA ORIGINAL · 제14화

14화. 기적 대출은 7년 할부입니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364자

오프라인 책장
신이 기적을 쓸 수 있다고 해서 강물이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었다. 윤재하는 유리포의 강둑으로 달렸다. 저녁빛에 물든 강은 아름다웠지만, 둑 아래로 솟아오르는 거품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흙과 돌 사이에 있던 작은 틈이 손가락 굵기에서 주먹 굵기로 벌어지고 있었다. “위험한 부분부터 사람을 빼세요!” 우르센이 망치를 든 채 소리쳤다. “저쪽 집에 아이가 둘 있어!” 릴리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다. 세리아는 회관에서 가져온 장부에 대피한 사람들을 표시했다. 에반은 물이 닿지 않은 언덕으로 모래주머니를 옮겼다. 악마인 그가 가장 먼저 할 일이 짐을 드는 일이라니, 누가 보면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광경이었다. “나는 영업 전문가야!” “오늘은 배송 전문가도 겸하세요!” 도란이 없다는 사실이 유독 아쉬웠다. 그는 수문을 조금만 보아도 물길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 마을의 늙은 목수가 배수 홈을 가리켰다. 이곳에는 두 개의 수문이 있었다. 하나를 닫으면 다른 쪽으로 물이 몰리는 구조였다. “완전히 막을 순 없어.” 목수가 말했다. “물이 갈 길을 하나 만들어야 해.” 재하는 수로에서 배운 교훈을 떠올렸다. 문제를 가장 큰 목소리로 해결하는 사람보다, 물이 실제로 어디로 흐르는지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제가 뭐부터 도우면 됩니까?” “나무판을 잡아. 그리고 내가 놓으라고 할 때까지 놓지 마.” 그는 그대로 했다. 흙탕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가시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놓지 않았다. 몸은 신이라면서도 손바닥의 통증은 지나치게 인간적이었다. 늙은 목수의 이름은 헤스였다. 그는 오래전에 죽은 나룻터 관리인의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부터 강둑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젖은 돌을 망치로 두드리면 속이 빈 곳에서 다른 울림이 나온다는 것도 그때 배웠다. “저 둑은 신성 보호를 받아서 안전하다고 광고했어.” 헤스가 돌 틈을 비추며 말했다. “그래서 수리 예산이 줄었지. 사람들은 기적이 돌까지 대신 고쳐 주는 줄 알았거든.” 재하는 허리를 숙여 균열을 들여다봤다. 돌은 몇 겹으로 맞물려 있었고, 안쪽의 검게 변색된 부분에는 물이 오래 스며든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신성 보호가 사라지자 무너지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성이 틈을 덮고 있었겠지. 돌을 고치는 대신 말이야. 마치 썩은 이빨에 통증만 없애 주는 약을 바른 것처럼.” 세리아가 그 비유를 들으며 수첩에 적었다. “보호 기적의 효과와 구조물 유지관리의 책임이 구분되지 않았다는 말씀이군요.” “어려운 말은 모르겠고, 홍수가 와도 고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사람이 잘못했지.” 헤스는 말을 마친 뒤 물길의 높이를 재어 보였다. 물이 빠르게 흐르는 부분과 천천히 고이는 부분을 따로 표시했다. 임시 둑을 아무 곳에나 쌓으면 더 큰 물결이 마을 쪽으로 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전에 그 점부터 확인했다. 위험한 곳에는 줄을 쳐 접근을 막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거운 돌을 들게 하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은 언덕에서 물과 식량을 전달하도록 했다. “여러분을 강으로 밀어 넣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가 말하자 몇몇 사람이 웃었다. “신님이 먼저 들어갔잖아요.” “그래서 위험한 걸 알았죠.” 도란의 대장간에서 배운 대로 손에 두꺼운 천을 감았다. 하지만 젖은 천은 금세 헐거워졌다. 재하가 손을 다시 동여매자 헤스가 나무장갑을 내밀었다. “그거 끼워. 서툰 사람이 손 다치면 다들 너부터 걱정하느라 일 못 해.” 그의 말은 신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재하는 기꺼이 장갑을 꼈다. 시간이 갈수록 하늘이 어두워졌다. 바람은 강 상류에서 불어왔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고삐를 당기거나 짐을 옮기는 일을 분담했다. 세리아가 누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적으려 하자 우르센이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이름 적을 시간에 돌을 옮겨.” “나중에 누가 책임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좋아. 그럼 돌을 열 개 옮긴 사람이 아니라 위험한 곳에 애들을 보냈는지만 적어.” 세리아는 잠깐 멈칫한 뒤 장부를 덮었다. 책임을 남긴다는 것과 공적을 세세하게 숫자로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강둑 아래에는 여인 한 명이 작은 우상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끝없이 짧은 기도를 중얼거렸다. 재하가 다가가자 여인은 부끄러운 듯 우상을 숨겼다. “신을 믿지 않는 마을이라고 들었어요.” “마을은 그래도 저는 믿어요.” 그 여인은 손에 쥔 우상이 전쟁신 카르도의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병사라서 그런 믿음을 버릴 수 없다고 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도가 도움이 되면 계속하세요. 다만 물이 여기까지 올라오면 언덕으로 가셔야 합니다.” “다른 신을 믿는 걸 보면서도 괜찮다고 하십니까?” “제게 허락받을 일은 아니잖아요.” 여인은 우상을 품에 넣고 일어섰다. 얼마 뒤 그녀는 언덕에 있던 아이들을 데려오는 일을 도왔다. 우르센은 그녀가 카르도를 믿는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건 모두 같은 생각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재하는 그제야 조금 이해했다. 그런 와중에도 강둑은 계속 무너졌다. 나무판 사이로 흙탕물이 뿜어져 나왔다. 헤스가 발목을 삐끗해 넘어졌고, 재하가 재빨리 그를 붙잡았다. 헤스는 아프다면서도 먼저 물줄기의 방향을 가리켰다. “나 말고, 저쪽을 봐. 둑이 어디로 압력을 받는지!” 재하는 소리쳤다. “저기 통나무 세 개! 비탈 쪽으로 돌려 주세요!” 헤스가 외쳤다. “사람들, 목수가 지정한 구간에 돌을 더 대! 저쪽 물길로 돌아서지 않으면 결국 마을이 위험해진다!” 어둠 속에서는 누구도 손을 놓지 않았다. 재하는 사람들의 굳은 손마디를 하나씩 보았다. 둑이 무너지기 직전, 강 건너에 푸른 아치가 열렸다. 새하얀 망토를 입은 사제가 그 아래로 걸어 나왔다. 그의 뒤로는 정교한 은빛 수레가 따랐다. 수레에는 유리병 수십 개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치유와 보호를 제공하는 리아넬 신전에서 왔습니다!” 사제의 목소리는 요란한 물소리를 뚫고 멀리 퍼졌다. “이 지역에 긴급 구호 신성 자금이 배정됐습니다. 일괄 계약하시면 지금 즉시 제방 보호 기적을 사용해 드립니다.” 에반의 눈이 번쩍였다. “경쟁 업체가 이렇게 빨리 들어오다니.” 재하는 자기가 듣고 있는 말을 의심했다. “구호면 그냥 해 주면 되잖아요?” 사제가 환하게 웃었다. “물론 도움을 드립니다. 다만 신성 대출에 동의하셔야 하죠. 다음 칠 년간 유리포의 공동 봉헌을 리아넬 신전에 우선 배정해 주시면 됩니다.” 우르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일곱 해나?” “기적은 공짜가 아닙니다. 구조 비용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맞는 말처럼 들리네요.” 재하가 말했다. “그러니까 비용과 상환 조건을 정확히 알려 주세요.” 사제는 잠시 그를 살폈다. “초보 신격께서 구호 시장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시장보다 강둑에 관심이 있습니다.” 은빛 수레에서 계약서가 펼쳐졌다. [긴급 보호 기적: 제방 유지 1회] [대출 기간: 7년] [담보: 유리포 공동 신뢰 기록] [연체 시 지역 의료 기적 우선순위 조정] [약관 변경권: 신전 보유] 재하는 마지막 두 줄을 읽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연체하면 치료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런 상황은 거의 없습니다.” “거의 없다는 것과 못 한다는 건 다르죠.” “급박한 순간에 이런 세세한 설명을 요구하시면 구조가 지연됩니다.” 사제의 말은 옳기도 했다. 둑에서는 자꾸 돌이 떨어져 나왔다. 마을 아이들이 언덕에서 울고 있었다. 우르센이 계약서를 보며 손을 떨었다. “사람을 살려야지.” 재하는 그 말을 막지 않았다. 우르센은 이 마을의 대표였다. 그 선택을 대신할 권리는 재하에게 없었다. “동의하실 거면 하세요. 다만 마을 전체의 믿음을 대표하는 계약인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물을 돌릴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네가 그걸 보장하느냐?” “보장은 못 합니다. 대신 물길을 아는 분들 이야기를 먼저 들어 보시죠.” 늙은 목수가 강 아래쪽을 가리켰다. 오래전에 폐기된 나룻터였다. 빈터가 넓고 집이 없어 그곳으로 물을 빼면 당장의 압력은 낮출 수 있었다. 다만 나룻터는 개인 소유지였다. “집 주인이 누구죠?” “나야.” 우르센이 망치를 내려놓았다. “내 아내가 살던 집터다. 비워 둔 지 오래됐어.” “그 땅을 임시 배수로로 써도 되겠습니까?” 그는 강을 바라봤다. 눈이 젖었다. “아내가 살아 있었으면 사람부터 살리라고 했을 거다.” 그때 사제가 계약서를 들고 끼어들었다. “토지를 희생하실 필요 없습니다. 기적을 쓰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누구의 신앙을 희생하는지도 써야죠.” 재하의 말에 사제의 입가가 굳었다. 선택은 우르센에게 맡겼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몇몇은 계약에 찬성했다. 당장 물이 무서웠고, 일곱 해 뒤의 일보다 오늘 살아남는 일이 중요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시 신전의 장부에 이름을 묶는 것을 거절했다. 재하는 그 의견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부터 기록하게 했다. 어느 한쪽도 비겁하다고 부르지 않았다. 우르센은 마침내 판을 들었다. “먼저 나룻터를 열어 보자. 실패하면 다시 의논한다.” 사제는 계약을 접으며 차갑게 말했다. “모든 결과는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예.” 우르센이 답했다. “우리가 결정했으니까요.” 우르센이 판을 들기로 한 뒤에도 모두가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한 남자는 나룻터를 열면 마을 아래쪽의 밭이 잠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의 밭은 나룻터와 가까웠다. “우리 집 식량은 어쩌라고!” 재하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헤스가 배수 지도를 다시 펼쳤다. 물길이 어느 범위까지 번질지 추정선을 그렸지만, 밤에 강물이 더 불어나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가 생기면 누가 갚습니까?” 남자가 물었다. 우르센이 한숨을 쉬었다. “마을 공동 금고에서 먼저 지원하자. 나도 내 땅을 내놓으니 네 밭 피해는 나 혼자 외면하지 않겠다.” 여인 하나가 끼어들었다. “우리도 같이 정해야지. 우르센 할아버지 혼자 책임지면 다음에는 아무도 손을 안 내밀 거야.” 사람들은 급하게 회의를 했다. 밭이 잠기면 식량을 나눌 것, 홍수가 가라앉으면 함께 흙을 걷어낼 것, 공동 금고가 부족하면 자발적 모금으로 보충할 것. 서명하지 못한 사람의 몫까지 임의로 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재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계약이라는 말이 지긋지긋해졌지만, 지금 마을 사람들이 만드는 약속은 오히려 든든했다. 누가 무엇을 위험에 내놓는지 알 수 있었고,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몰래 책임을 얹지 않았다. “신전의 계약도 원래 이런 거였어야 하겠죠.” 세리아가 조용히 대답했다. “최소한 서로 들었다는 걸 확인하는 과정은 있어야겠죠.” 재하는 마지막으로 물길을 살폈다. 누구도 그가 선택의 정답을 알고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기 위험을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나룻터 울타리가 무너지고 물길이 바뀌자 강둑을 밀던 힘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흙탕물은 빈터를 덮었지만 주택가로 들어오지 않았다. 한밤중까지 수십 명이 돌을 나르며 약해진 구간을 고쳤다. 아무도 기적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새벽녘, 우르센은 젖은 외투를 벗고 재하 앞에 앉았다. “아까 부탁한 증언을 하겠다. 대신 이 말을 문서 첫 줄에 적어라. 우리 마을을 구한 건 신이 아니라 우리 손이다.” 재하는 웃었다. “그대로 적겠습니다.” 세리아가 원계약 존재 확인서에 우르센의 진술을 받아 적었다. 증인은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했고, 재하는 서명하지 않았다. 기록이 완성되자 누리가 보낸 종이 조각이 은은하게 빛났다. [원계약 열람권자 진술 확보] [담보청 원채권 심사 신청 요건 충족] 세리아는 확인서를 봉인한 즉시 감찰 통신으로 담보청과 중립 기록청 양쪽에 송부했다. 수신 확인 시각이 서로 다르게 찍혔고, 그녀는 두 번호를 모두 남겼다. 사흘 안에 원계약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제출했다는 사실만은 더 이상 지울 수 없게 된 셈이었다. 안도하던 순간, 강 건너 푸른 수레에서 사제가 마지막 서류를 찢었다. [긴급 구호 계약 미체결] [유리포 지역 신성 의료 지원: 우선심사에서 제외] 세리아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저렇게 불이익을 주는 건 부당합니다.” “규정상 신청은 가능합니다. 심사 우선순위 조정도 가능한데, 그걸 악용하는 거죠.” 릴리는 그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노아가 보낸 짧은 편지가 쥐여 있었다. 동생이 다시 열이 난다는 소식이었다. 재하는 편지를 보고 릴리의 안색을 살폈다. “돌아갑시다.” 릴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멀리 떠나는 리아넬 신전의 수레를 향해 있었다. 그 수레 안에는 어린아이도 치료할 수 있는 기적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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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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