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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3화
PAYLUA ORIGINAL · 제13화

13화. 신을 믿지 않는 마을의 증언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254자

오프라인 책장
유리포에 도착하기 전까지 윤재하는 강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급류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뱃삯을 들은 순간 바뀌었다. “열두 닢이라고요?” 뱃사공은 태연하게 노를 걸었다. “사람 넷에 서류 상자 하나,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까요.” “신은 할인 없어요?” “신이시라면서 배를 왜 타십니까?” “좋은 질문이네요.” 에반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내가 분명히 이동형 구름 광고를 제안했잖아.” “광고와 운송을 혼동하지 마세요.” 릴리가 지갑을 꺼냈다. 재하가 손을 가로막자 릴리는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신님, 제가 내면 안 돼요?” “내도 되죠. 그런데 저는 비용을 같이 내기로 했잖아요. 누가 신인지와 상관없이 배는 모두를 태워 주니까요.” 도란이 보낸 철물 납품 대금 중 일부와 신전 공동 금고에서 빌린 돈을 합쳐 뱃삯을 냈다. 장부에는 목적과 상환일을 적었다. 누리에게 받은 문서는 작은 나무 상자에 넣었다. 상자를 꼭 끌어안은 세리아는 두 번이나 봉인을 확인했다. “조사관님도 같이 가는 겁니까?” 재하가 물었다. “제 이름이 조사 책임자로 등록됐으니까요. 무엇보다 현장 압류 명령은 제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무서워 보이진 않는데요.” “아주 무섭습니다. 다만 겁내는 동안에도 문서는 읽을 수 있죠.” 배가 강을 가르자 언덕에 붙은 포도밭과 낡은 수차들이 천천히 지나갔다. 얕은 강둑에는 봄비에 무너졌다가 다시 쌓은 돌담이 남아 있었다. 유리포는 그 끝, 강이 두 갈래로 나뉘는 곳에 자리한 마을이었다. 예전에는 강에 떠 있는 유리 모래가 반짝여서 그렇게 불렸다고 했다. 지금은 집마다 모래 대신 홍수의 흙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층 창문 높이까지 옅은 갈색 선이 이어졌고, 일부 담장은 새 벽돌과 오래된 벽돌이 눈에 띄게 달랐다. 마을 입구의 판자에는 굵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신전 모금 사절] [기적의 선불 예약 사절] [신도 모집 행위 금지] 에반이 중얼거렸다. “여긴 내 천직과 정면충돌이네.” “제 직업하고도 조금 충돌하네요.” 재하는 문 앞에 선 노인에게 인사했다. 낡은 방수 외투를 걸친 노인은 자기 이름을 우르센이라고 했다. 허리에는 배 밑을 수리할 때 쓰는 망치를 차고 있었다. “왜 왔지?” “삼백 년 전 이 마을 사람들이 서명한 기록을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 “지하 보관소의 종이 서기가요.” “이젠 종이도 말하는 세상이군.” “저도 아직 익숙하진 않습니다.” 우르센은 신전에서 온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문을 닫으려 했다. 재하는 문을 붙잡지 않았다. 다만 들고 온 문서를 바닥에 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읽고 싶으시면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안 보셔도 됩니다.” 노인은 문틈으로 그를 쳐다봤다. “신도 모으러 온 게 아니라고?” “오늘은 아닙니다.” “내일은?” “내일도 직접 물으셔야 합니다. 저는 남의 내일 마음을 예약하지 못하거든요.” 우르센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그들은 손님으로 환영받지는 못했다. 대신 마을 회관 바깥 벤치에 앉는 허락만 받았다. 그곳에서 두 시간 동안 기다리며 재하는 마을 사람들이 같은 밧줄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네 집이 무너지면 옆집에서 사다리를 들고 나왔다. 통나무를 옮길 때는 손이 남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일을 마치고는 각자 돌아갔다. 누구도 이름을 장부에 올리거나 복종 서약을 요구하지 않았다. 릴리가 말했다. “여긴 신전이 없는데 서로 정말 잘 도와요.” “신이 없어서 잘 돕는다고 말하면 우리가 좀 민망해지겠네요.” 재하가 대답하자 세리아가 옆에서 낮게 웃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어 재하는 먼저 마을의 일을 거들었다. 회관의 벽이 헐거워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어느 집 아이는 구멍을 막을 널빤지를 옮기고 있었고, 다른 아이는 두꺼운 짚을 말아 틈에 끼우고 있었다. “저도 들까요?” 아이 하나가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손님이잖아요.” “손님도 손은 있죠.” “신이시라며.” “그렇긴 한데, 지금은 손이 더 쓸모 있네요.” 아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널빤지 한쪽을 맡겼다. 재하는 망치질을 하려다가 자기 손등을 쳤다. 아이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 “신님은 못하는 게 참 많네요.” “이번 일주일 동안 그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럼 다른 신은 왜 우리를 안 도왔어요?” 재하는 망치를 내려놓았다. 그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저도 모릅니다. 제가 그 신들이었으면 어떻게 했을지도 자신할 수 없고요.” “신인데도 다른 신이 뭘 하는지 몰라요?” “서로 회사가 다르거든요.” “회사?” “음, 서로 다른 집이라고 생각해 줘요.” 아이는 다시 웃었다. 둘이 헐거운 틈을 막는 동안 회관 안쪽에서 손질된 의자들이 나왔다. 폭이 다른 의자는 키 작은 사람과 노인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마을은 돈이 많지 않았지만, 어쩌다 들어오는 손님이 앉을 자리는 남겨 두었다. 릴리는 마을 여인에게서 홍수 때 쓰던 이동 표식을 배웠다. 대피소로 가는 길은 파란 헝겊을, 강에 접근하면 안 되는 길은 붉은 헝겊을 묶는 방식이었다. 종교적인 그림 대신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표시였다. “왜 신전의 문장을 쓰지 않으세요?” 릴리가 물었다. 여인은 꿰매던 바늘을 잠시 멈췄다. “카르도를 믿는 집도 있고 리아넬을 믿는 집도 있었거든. 그 마크를 쓰면 어떤 집은 따라오지 않더라. 홍수 때는 누구네 신을 믿는지 따질 틈이 없어.” 릴리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지금껏 자기 손으로 신전 안내문을 써 왔지만, 잘못하면 안내문을 읽는 사람을 처음부터 나누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우리 신전에서도 이 색을 써도 될까요?” “써.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야. 원래 강가에서는 다 그렇게 하니까.” 에반은 근처의 시장으로 갔다가 부루퉁한 얼굴로 돌아왔다. 유리포에는 신상을 파는 장사꾼이 하나도 없었다. 강에서 건진 돌을 기념품으로 가공하는 노점만 있었고, 그 돌에도 신의 이름은 새기지 않았다. “엄청난 브랜드 공백이야.” “방금 그걸 기회라고 말하려던 건 아니죠?” 재하가 물었다. “어떤 사업가에게는 쓰러진 둑도 기회지. 물론 나는 지금 다른 일을 하는 중이지만.” “어떤 일인데요?” 에반은 가방에서 오래된 장부를 꺼냈다. 강 상류에서 수문을 수리한 날짜와, 그때마다 들어온 자재가 기록된 문서였다. “이 마을이 왜 불신이 심한지 조금 알겠어. 홍수 이후에도 몇몇 신전은 도움을 주긴 했어. 다만 각자 남긴 기록에는 자신들이 거의 모든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적혀 있더군.” “실제로는요?” “마을 사람들이 낸 돈과 자재가 대부분이야. 그런데 기적 몇 번을 사용한 비용이 압도적으로 크게 책정되어 있지.” 재하는 장부를 받아 들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따져 볼 근거로는 충분했지만, 액수만으로 부당함을 단정할 수는 없었다. 신성 자체의 공급 비용은 자신도 아직 잘 몰랐다. “조사해 볼 수는 있겠네요. 하지만 오늘은 마을 사람들이 왜 신전을 믿지 않게 됐는지 들으러 온 날이에요.” 에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엔 우리 설명보다 저 사람들 설명이 먼저겠지.” 마을의 한 아이가 물바가지 두 개를 들고 지나갔다. 릴리가 얼른 달려가 하나를 받아 들었다. 아이가 손을 빼자 릴리는 고맙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재하에게는 그 장면이 이상하게 귀했다.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에는 아무런 문장이 뜨지 않았다. 누가 신도로 등록됐다는 알림도 없었다. 그런데 조금 전보다 마을 전체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회관 앞에선 우르센이 망치를 든 채 새로 막은 벽 틈을 살폈다. 그는 재하가 엉성하게 박은 못을 발견했다. 망치를 두 번 휘둘러 바로잡고는 투덜거렸다. “손은 놀지 않았군.” “결과가 좋지는 않아서 죄송합니다.” “신이 못하면 사람이 고치면 되지.” 우르센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재하는 이상하게 그 짧은 말을 허락처럼 들었다. 완벽한 기적을 보여 주지 않아도 이 마을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허락. 마을 아이들은 회관 앞에 모여 작은 통을 두드렸다. 그것은 놀이라기보다 비상 훈련이었다. 세 번 치면 강 쪽에서 떨어지고, 길게 두 번 치면 동쪽 언덕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박자를 맞췄다. 재하가 물었다. “홍수가 자주 납니까?” “큰물은 몇 년에 한 번이야.” 가까이 있던 여인이 말했다. “그런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한 번 오면 다 잃어. 그래서 아무리 오래 평화로워도 종치는 법은 잊지 않게 하지.”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대신 종을 울리는 건가요?”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다만 종소리를 들은 사람은 바로 움직일 수 있잖아.”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그는 신이 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믿음뿐인지 자꾸 생각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사람들은 믿음만큼이나 준비하는 법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 옆에서 릴리는 아이들의 동작을 따라 했다. 첫 종이 울리면 책을 내려놓고, 둘째 종이 울리면 나이가 어린 사람의 손을 잡는다. 가장 마지막에는 회관 앞 명단과 비교해 빠진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다. 작은 습관들이 사람을 살리는 지식이었다. “우리 신전에도 이 방법을 알려 줄까요?” 릴리가 물었다. “좋죠. 다만 이 마을이 알려 줬다고 써야겠어요.” 재하가 답했다. “왜요?” “도움이 되는 걸 배웠으면 어디서 배웠는지도 기억해야죠.” 그 말에 여인이 미소 지었다. 그들은 처음으로 재하 일행에게 따뜻한 차를 가져다주었다. 늦은 오후, 우르센이 직접 그들을 불렀다. 회관 안에는 마을 대표 여섯 명이 앉아 있었다. 그중 한 여인은 오래된 나무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렸다. 안에는 물에 젖었다 말라붙은 기도문과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얇은 조각이 있었다. “우리는 신을 부르지 않는다.” 우르센이 말했다. “홍수 때 신전을 불렀지만 세 신전이 서로 누구 책임인지 싸웠다. 기적 사용료를 누가 낼 것인지, 보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다투는 동안 강이 마을로 들어왔지.” 여인은 구겨진 종이를 펼쳤다. “그때 우리는 우리끼리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로 했어. 누구를 살렸는지, 누구 손을 잡았는지 잊지 않으려고.” 재하는 종이를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놀랍게도 종이 가장자리에는 누리의 보관소에서 본 것과 같은 금빛 선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게 원계약의 연장 기록이군요.” 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에게 주지 않은 신뢰를 공동 기록으로 남긴 거예요. 지금은 금지된 방식입니다.” “금지라고?” 우르센이 탁자를 쳤다. “서로 믿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가?” “현행 신앙 등록법은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재하는 누리의 문서를 올렸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비석을 만든 사람이 오래전에 죽었어도, 비석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비슷했다. “증언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무엇을 위해?” “저한테 걸린 압류를 멈추기 위해서요. 그리고 여러분의 신뢰가 담보청 소유라고 기록된 이유를 묻기 위해서요.” “도와주면 당신에게 신도가 생기나?” “몰라요. 적어도 그걸 대가로 요구하진 않겠습니다.” 우르센이 노려보았다. “그 말이 쉽겠지. 도와준 뒤에 당신이 우릴 지켜 주겠다는 기적을 약속할 테니까.” “아뇨. 마을을 못 지킬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분보다 제가 더 약하니까요.” 탁자 저편에서 누군가 작게 웃었다. 우르센은 그 사람을 흘겨본 뒤 재하에게 물었다. “그럼 네가 줄 수 있는 게 뭔데?” “이 문서에 적힌 사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겠습니다. 이름을 지우지 않고요.” 그때 회관 문이 벌컥 열렸다. 제복을 입은 사람 세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미르켈의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문 앞에 붉은 종이를 붙였다. [유리포 공동 신뢰 계정 가압류] [체납 신앙 납부 기한: 일몰] [미납 시 강변 공동시설 보호 중단] 우르센은 한참 그 종이를 읽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물었다. “우리에게 신이 없는데, 무엇을 빼앗겠다는 거냐?” 회수관이 회관 천장을 가리켰다. “서로를 신뢰하면서 만들어 낸 미귀속 신앙입니다. 그 계정으로 유지되는 강둑의 보호를 회수합니다.” 강둑 바깥쪽에서 땅울림이 들렸다. 오래된 수문을 지탱하던 돌 이음새 사이로 시커먼 균열이 번졌다. “그건 우리가 직접 고친 둑이야.” 우르센이 망치를 꽉 쥐었다. “당신들 것은 돌 하나도 없어.” 회수관은 무표정하게 답했다. “공동시설의 물리적 소유권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시설을 지탱하는 신앙 보증의 효력은 회수됩니다.” 그 순간 강 건너에서 경고 종이 울렸다. 재하는 회수관을 바라봤다. “그런데 홍수는 계약서 읽는 동안 기다려 주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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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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