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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34화
PAYLUA ORIGINAL · 제134화

134화. 난방탑은 신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382자

오프라인 책장
수동 방열 전환은 난방탑의 가장 오래된 기능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사용법을 몰랐다. 보통 오래된 기계에는 낡은 설명서라도 남기 마련인데, 도요 고원의 설명서는 누군가 중요한 부분에만 검은 잉크를 칠해 두었다. 윤재하가 손톱으로 벗겨 낸 자국은 깨진 얼음처럼 군데군데 번져 있었다. 단비의 목소리가 통신관에서 끊겼다가 다시 들렸다. “후연은 의식이 있어요. 다리 쪽이 장치에 끼었어요. 산소는 충분한데 문이 안 열려요.” “그냥 문을 부수면?” 카르도가 물었다. “문 뒤에 압력 배관이 있습니다. 충격 주면 뜨거운 증기가 아래로 들어갈 수 있어요.” 단비가 대답했다. 카르도는 문을 부수겠다는 말을 거두었다. 몇 달 전의 그였더라면 힘이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그는 직접 옮길 수 있는 모래주머니를 찾았다.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쪽에 자신의 힘을 쓰기 위해서였다. 세리아가 도면의 검은 부분을 투과 기록으로 분석했다. 오래된 서류에 도장을 찍고 수정한 흔적이 몇 겹이나 쌓여 있었다. 그중 가장 아래의 글씨는 간단했다. ‘주민 세 사람의 확인으로 수동 전환 가능.’ “관리신도 필요 없었네요.” 재하가 말했다. “처음에는 그랬겠죠.” 세리아가 답했다. “그 뒤에 중앙 관리 계약이 들어오면서 주민 확인란이 숨겨진 겁니다.” 재하는 장수와 단비를 불렀다. 단비는 아래에 있어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작업반의 또 다른 기술자와 마을 보건 담당자가 안전 수칙을 검토한 뒤 참여했다. 주민 세 사람은 자기가 이해한 내용을 각각 적었다. 누가 누구를 대신해서 서명하지 않았다. 전환 시 압력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떤 마을의 난방이 먼저 약해지며, 언제 다시 복구할 수 있는지 모르는 부분도 적었다. “모르는 걸 쓰는 데 왜 이렇게 시간을 들이느냐?” 장수가 물었다. “모르는 걸 아는 척했다가 여기까지 온 것 같아서요.” 재하가 답했다. 서명 세 장이 장치에 들어가자 우회관의 수동 손잡이가 열렸다. 중앙 경고창은 계속 ‘무권한 조작’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손잡이는 실제로 돌아갔다. 난방탑 위의 불꽃이 한 번 크게 흔들리더니 작고 안정된 모양으로 가라앉았다. 바닥에서 뜨거운 공기가 다시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단비의 통신관에도 숨소리가 돌아왔다. “좋아요. 출입문 잠금이 풀렸어요. 후연을 데리고 올라갈게요.” 마을 회관에 모였던 사람들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릴리는 구조가 끝나기 전까지 안심하지 말자며 들것과 담요를 준비했다. 카르도는 문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한쪽으로 이동시켜 통로를 확보했다. 재하는 출입문 바로 앞까지 갔다가 물러섰다. 자신이 거기에 서서 도움될 것은 없었다. 후연은 담요에 싸여 올라왔다. 다리가 다쳤지만 의식은 또렷했다. 그는 재하를 보자 첫마디로 말했다. “그 서류, 제 이름으로 고치지 마세요.” “무슨 서류요?” “제가 지원자로 등록됐다고요. 그건 거짓말입니다. 저는 배관을 보러 들어간 거예요. 누가 위험하다고 알려 주질 않아서요.”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후연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의료진이 먼저 그를 살피게 했다. 나중에 증언하겠다는 후연의 말을 기록하는 대신, 당장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을 전했다. 후연은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린 듯 눈을 감았다. 그날 밤 장수의 집에서는 아주 소박한 잔치가 열렸다. 특별한 음식은 없었다. 삶은 감자와 뜨거운 국물, 소금에 절인 잎채소가 전부였다. 재하는 감자 한 알을 받으면서 고원 마을 사람들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조금 이해했다. 이곳에서 잔치는 자신에게 무언가 더 달라는 행사가 아니라, 오늘 함께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에반은 감자를 두 개 먹었다가 장수에게 한마디 들었다. “네가 기계 만든 양반이라며? 감자값은 내고 먹어.” “아, 저 설계는 제가 일부—” “두 개 먹었잖아.” 장수는 감자 값을 동전으로 받으려다 손을 내저었다. “돈은 됐고, 네가 만든 설명서에 우리 말 좀 써 주게.” 에반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씀을요?” “너희들 용어로는 비상 수급 연속성이라는데, 우리는 그냥 따뜻한 물이라고 부르거든.” 그 말에 식탁이 웃음으로 흔들렸다. 단비는 이를 받아 적었다. 주민에게 읽히지 않는 설명서는 결국 원래 만든 기관에만 힘을 주는 문서였다. 릴리는 국그릇을 정리하며 오늘 발견한 수동 손잡이의 위치를 그림으로 표시했다. 노아라면 글자보다 그림을 먼저 알아볼 것이다. 단비는 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안내문이 어른에게도 더 낫겠다며 웃었다. 결국 에반은 접시를 치웠다. 그가 다른 세계에서 전쟁보다도 어려운 일이라고 느낀 것은 사용료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자기가 먹은 감자의 값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이튿날 단비는 고장 원인을 확인했다. 중앙 관리 장치가 실시간 온도보다 ‘지원 의무자 확보율’을 먼저 판단해, 충분한 열이 있어도 사람 수가 부족하면 경고를 발생시키는 구조였다. 장수는 그 말을 듣고 탁자를 쳤다. “이제 알겠네. 우리는 난방탑이 고장 난 줄 알고 사람을 더 불러 왔는데, 기계는 사람을 더 부르려고 난방탑을 고장 난 것처럼 보여 줬던 거야.”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일부 로그는 실제 온도와 경보가 서로 맞지 않습니다. 다만 누가 의도적으로 조작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재하는 그 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모든 고장이 누군가의 계획은 아닐 수 있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강제 배치 기능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주민들은 우선 수동 전환을 임시 운영 방식으로 채택하고, 외부 대리 배치에 의존하지 않는 겨울등 유지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단비는 겨울등을 고치는 일과 다음 겨울의 유지비를 따로 계산했다. 이번에 배관을 고쳐도 내년에는 점검할 사람이 필요했다. 장수는 수리비만 해결하고 평생 고장 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것이 과거의 실수라고 했다. 재하는 그 말을 듣고 신전 장부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적었다. 선물처럼 들어온 자원에도 관리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을 숨기면 결국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빚이 된다. 그날 회의록은 신전으로도 보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관리해야 할 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가시골의 수로와 우물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였다. 모과는 이 소식을 읽고 신전의 다음 점검일을 달력에 적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고장 난 압력관을 새로 만들려면 고원을 내려가야 했고, 일꾼도 필요했다. 카르도는 휘하 군수창의 남는 배관을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장수는 군수 물자가 공짜인 척 들어오지 않도록 제공 조건을 문서로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카르도는 웃지 않았다. 과거 자신이 물자를 빌려주고 사람을 데려간 일들이 있었다. 그는 이번에는 돌려받을 물건이 배관뿐이라는 조항을 직접 적었다. “신은 언제든 마음이 바뀔 수 있잖수.” 장수가 말했다. “그래서 조항이 필요하겠지.” 카르도가 답했다. 릴리는 치료소에서 후연과 대화했다. 그는 자신이 위험을 감수한 것을 영웅담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신고를 무시할까 두려워 세 번이나 보고한 결과를 남기고 싶었다. 릴리는 그의 허락을 받아 위험 신고 날짜와 접수 번호만 기록했다. 개인적인 가족 이야기는 적지 않았다. 재하는 고원에 머무는 동안 신전에서 연락을 받았다. 모과가 보낸 짧은 편지였다. ‘쉼터 운영 정상. 급식 인원 증가. 노아가 이제 글씨보다 계산을 잘함. 수리비 장부 계속 보관 중.’ 마지막 줄에 작은 낙서가 있었다. ‘신님, 돌아오실 때 못 좀 사 오세요.’ “제가 신으로서 가장 자주 듣는 부탁이 못 사 오라는 말이네요.” 재하가 중얼거렸다. “직업이 익숙해졌다는 뜻이죠.” 릴리가 웃었다. 정식 동결 신청을 하려 하자 경유실에서 반려 통지가 왔다. 사유는 ‘대체 보호자 명단 미제출’이었다. 재하는 서류를 끝까지 읽고 웃었다. 강제 보호자를 없애려면 새로운 보호자를 내놓으라는 뜻이었다. 기계는 여전히 사람 한 명의 이름이 있어야 안심하는 듯했다. 장수가 반려 통지를 뺏어 읽었다. “우리가 이미 교대조를 짜 놨잖나. 왜 그건 안 된대?” “한 명에게 책임을 몰아주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그럼 이걸 보내자.” 장수가 회의록을 내밀었다. “한 명을 못 믿겠으면 우리 전부의 약속을 읽어 보라고.” 회의록에는 주민 열여덟 명의 교대표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의 이름에도 평생 책임진다는 말은 없었다. 각자의 동의 기간과 그만두고 싶을 때의 절차가 적혀 있었다. 재하는 그 문서를 보며 신의 힘보다 긴 일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매일 해야 하는 일, 그리고 누군가 그만둔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과 다시 논의해야 하는 일 말이다. 그는 경유실에 새로운 신청서를 보냈다. 계약 전체의 난방 지원 의무는 유지하되, 사람을 자동 징발하는 조항만 분리해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대체 수단으로는 주민 공동 교대표와 수동 방열 시설, 점검 일정표를 첨부했다. 중앙에서는 여전히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밤늦게 후연이 재하를 불렀다. 다리의 붕대가 두꺼웠지만 표정은 단호했다. “제가 고장 신고를 시작한 사람이니까 제 이름을 써도 됩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꿀 수 있게 해 주세요. 제가 평생 이 탑만 지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요.” 재하가 대답했다. “그리고 원하지 않으면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후연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신인데 왜 이렇게 허락을 많이 구해요?” “허락 없이 시작한 계약 때문에 제가 지금 눈밭을 돌아다니거든요.”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때 경유실에서 긴급 회신이 도착했다. [도요 고원: 자동 대리 배치 일시 중지 승인] [난방 공급: 수동 운용으로 계속] [승인 기한: 10일 / 재점검 조건] 재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을 데려오는 장치는 멈췄고 불은 꺼지지 않았다. 영원한 해결은 아니었다. 열흘 뒤에는 주민들이 직접 운영 결과를 보여 주고 연장 여부를 다시 심의해야 했다. 그 정도 불완전함은 견딜 수 있었다. 열흘이라는 승인 기한을 들은 단비는 안도하면서도 곧바로 종이에 새로운 표를 그리기 시작했다. 자동 대리 배치를 멈췄다는 것은 기계가 더 이상 사람을 마음대로 데려오지 않는다는 뜻이지, 고장 난 난방탑을 혼자 고친다는 뜻은 아니었다. 마을은 새벽 점검과 저녁 점검을 나누고, 각 작업에 필요한 숙련도를 구분했다. 초보자는 반드시 숙련자와 짝을 이루도록 했고, 높은 곳에서 작업할 사람에게는 사다리 안전교육을 하기로 했다. 장수는 처음에는 그런 절차를 번거로워했다. 자신은 수십 년 동안 눈길에서 일했다고 했다. 하지만 단비가 오래된 사다리의 부러진 발판을 보여 주자 곧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이 위험을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신이 와서 우리한테 서류 만드는 법만 알려 준 거네.” 장수가 말했다. “제가 배웠다는 쪽이 맞죠.” 재하가 답했다. “제가 할 줄 아는 건 실패한 계약을 알아보는 것뿐이에요.” 단비가 웃었다. “그것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다만 다음에 오시면 압력계 읽는 법은 배우고 오세요.” 그날 저녁 주민들은 임시 운영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했다. 한 부유한 상인이 겨울등을 독점 관리하겠다며 배관 비용 전액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다음 겨울부터는 각 가구의 사용량을 마음대로 조정할 권리를 달라고 했다. 몇몇 사람은 돈이 필요하다며 찬성했다. 재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상인의 제안과 군수창의 자재 지원, 마을 공동 적립금을 나란히 놓고 장단점을 따졌다. 릴리는 마을 회관 한편에서 아이들이 장작을 옮기는 모습을 보았다. 어린아이까지 일을 시키는 일은 없었다. 아이들은 자기 키보다 짧은 나뭇가지를 세어 보며 놀이처럼 옮겼고, 어른들이 위험한 무게를 따로 처리했다. 노아가 가시골에서 했던 방식과 비슷했다. 그들은 겨울이 끝날 때까지 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 나눌 방법을 찾고 있었다. 결국 상인의 제안은 보류됐다. 주민들은 배관을 고치는 데 필요한 실제 견적을 먼저 받아 보기로 했고, 누구든 비용을 낼 수 있지만 사용 권한을 영구히 독점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적었다. 장수는 도장을 찍으며 말했다. “공짜에는 대가가 있었어. 이번에는 처음부터 대가를 읽어 보자고.” 그러나 승인 통지 아래에는 다른 문장이 있었다. [철비항 비상 대리인 배치 협약: 갱신 절차 가속] [잔여 시간: 02일 11:43:09] [동일 서명 기법 교차 검증 진행] “이쪽이 멈추자 저쪽이 빨라졌습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장수가 문 앞까지 나왔다. “다른 마을에도 이런 짓을 해?” “아직 확인할 게 많습니다.” 재하가 답했다. 노파는 모직장갑 한 켤레를 건넸다. “그럼 확인하고 와. 저기는 눈이 없을지 몰라도 손이 시릴 거야.” 재하는 장갑을 꼈다. 조금 컸다. 고원을 내려가는 동안 바람이 얼굴을 때렸지만 손은 따뜻했다. 그 따뜻함이 누구에게서 왔는지, 그가 거절해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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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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