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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26화
PAYLUA ORIGINAL · 제126화

126화. 회수인 노엘의 방문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17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정오, 가시골로 낯선 마차가 들어왔다. 말 대신 발굽 달린 자동 장치가 끌고 있는 마차였다. 천계에서는 오래된 우편 기관이 쓰던 물건이라고 했다. 옆면에는 빈 의자 표식이 있었지만, 누군가 그 위에 붉은 선을 그어 놓았다.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젊은 관리관처럼 보이는 여자였다. 검은 장갑을 꼈고 손에는 두꺼운 관을 들고 있었다. 자신을 회수인 노엘이라고 소개한 그는 신전 계단 앞에서 먼저 신분증을 펼쳤다. “공용 주소 대리 발신 기능을 종료하러 왔습니다.” “그럼 우리랑 같은 목적이네요.” 윤재하가 말했다. 노엘이 고개를 저었다. “종료는 맞지만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기능을 회수하는 사람이지, 이곳 기록을 보호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세리아가 곧바로 문서를 받았다. 회수 명령서에는 두 작업이 함께 적혀 있었다. 무인 자동 접수처의 자격 종료와, 자격 종료 시 미결 기록의 자동 이관. 이관 대상은 외부망 중앙 회수소였다. 후보 000001의 보류 중인 거절도 포함돼 있었다. “기능을 끄면서 문제의 원본까지 옮기는군요.” 세리아가 말했다. 노엘은 숨기지 않았다. “그게 제가 받은 지시입니다. 원본을 여기에 남겨 둘 권한은 제게 없습니다.” 릴리가 물었다. “옮긴 뒤에는 누가 그분의 거절을 지켜 주죠?” “중앙 회수소의 분류 담당자가 판단합니다.” “그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다시 호출되면요?” 노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차가 도착한 이유는 기록의 이동을 빨리 끝내는 것이었고, 한 사람의 거절이 새 기관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까지 살피라는 명령은 없었다. 카르도가 천천히 앞에 섰다. “내가 한때라면 이 마차를 뒤집었겠네.” 노엘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하셔도 기록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본부에는 사본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뒤집지 않겠다는 거네.” “아주 다행이군요.” 재하는 마차를 둘러봤다. 노엘은 적이 아니라 어떤 절차의 수행자였다. 그러나 절차가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에도 아무 조치 없이 수행한다면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노엘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질문을 했다. “회수 과정에서 기존 거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안전 조항이 있습니까?” “독립 보존 명령이 있다면요. 하지만 그 명령을 낼 사람은 공석입니다.” “그 말을 너무 자주 듣네요.” 노엘도 희미하게 웃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리안은 노엘의 회수 관을 살폈다. 마차에 달린 장치는 낡은 신전의 배달 레일을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한 번에 끌어내면 부식된 레일이 우물 근처의 받침 구조물을 같이 흔들 수 있었다. “바로 작동시키면 안 됩니다. 최소한 지하 지지대 상태를 살펴야 해요.” “안전 점검을 거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노엘이 말했다. “다만 명령서상 완료 기한은 오늘 자정입니다.” “그럼 오늘 자정까지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를 제출하죠.” 재하는 리안의 단호한 말에 새삼 감탄했다. 마을 수로 기술자는 신에게 기도하거나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 도면과 자재와 시간을 보고 자기 일을 이야기했다. 세계를 구하는 방법이 꼭 금빛 기적일 필요는 없었다. 노엘은 신전 안에서 예전 장치를 직접 확인했다. 그도 놀랐다. 공용 주소의 자동 승인 프로그램은 폐쇄된 적이 없었고, 오랫동안 돌아가면서 외부 세계의 사람을 새 후보로 등록할 수 있었다. 회수인들은 이 프로그램이 이미 종료됐다고 보고받았기 때문이다. “누가 거짓으로 종료를 보고했는지 찾아야겠습니다.” 노엘이 말했다. “그 전에 후보가 다시 불려오지 않게 해야 합니다.” 릴리가 말했다. 노엘은 잠시 생각하다 본인의 임시 정지 권한을 꺼냈다. 회수 명령 전체를 멈출 권한은 없었지만, 안전 위험이 있을 때 장치의 동력을 제한할 수 있었다. 그는 리안이 제시한 우물 위험 보고서를 공식 기록에 붙였다. [안전 문제 확인] [회수 장치 가동 보류: 6시간] “여섯 시간이라.” 재하가 중얼거렸다. “제가 줄 수 있는 최대한입니다. 연장하려면 상부 확인이 필요합니다.” 에반이 한쪽에서 손을 들었다. “제안 하나 해도 돼요? 중앙 회수소 담당자를 기다리지 말고, 회수 전에 원본의 보존 범위를 별도 봉인하면 어떨까요. 후보의 이름이나 주소가 아니라 거절 상태와 조작 이력만 남기는 거죠.” 세리아는 바로 검토를 시작했다. 원본을 전부 옮기면 보호가 어려웠고, 원본을 무턱대고 복사하면 프라이버시 침해가 됐다. 필요한 것은 거절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을 뒤집은 관리자의 행위가 구별되는 증거였다. 릴리는 봉인된 증거함 앞에서 문득 물었다. “그런데 노엘님은 왜 마차에 빈 의자 표식을 지우셨나요?” 노엘은 놀란 듯 자기 마차를 바라봤다. “전에는 그 표식이 빈 자리를 대신 책임진다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날 사람이 실제로 거절하는 걸 봤어요. 그 거절이 주소 오류로 분류되어 취소됐죠. 그 뒤로 표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의를 제기하셨어요?” “하지 못했습니다.” 그 대답은 조용했다. 노엘은 자신이 잘한 척할 생각이 없었다. 오늘 그가 지시서를 그대로 따르려 한 이유도 두려움 때문이었다. 명령을 거부하면 자기 자리까지 잃을 수 있었다. 재하는 말했다. “지금이라도 증언할 수 있어요. 다만 이 마을 사람들의 선택을 대신하진 마세요.” 노엘은 한참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노엘의 마차는 우물에서 조금 떨어진 빈터에 세워졌다. 아이들이 기계 말의 발굽을 만져 보려 모여들었지만 그는 낮은 울타리부터 세웠다. 기계 말은 아무 힘도 쓰지 않고 있었으나 오래된 동력이 갑자기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엘은 아이들에게 위험하다고만 하지 않고, 만지지 않아야 할 부분을 짧게 설명했다. “회수인은 원래 이런 것도 하는 겁니까?” 재하가 물었다. “절차서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치게 할 수도 있는 물건을 가져왔잖습니까.” 그 말이 재하에게 오래 남았다. 직무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눈앞의 위험을 외면하면 그 규정이 누군가를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 반대로 규정 밖의 선의를 내세워 다른 사람의 권한을 빼앗아도 안 됐다. 노엘의 울타리는 작았지만 분명 자기 책임으로 할 수 있는 조치였다. 도르는 그에게 따뜻한 차를 권했다. 노엘은 처음에는 회수 대상 시설의 제공물을 받을 수 없다며 사양했다. 이해관계가 생기면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도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돌려주었다. 노엘이 가져온 물통에서 직접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억지로 권하지 않았다. 재하는 이 작은 장면에서도 상대의 거절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안전 점검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리안은 마차의 관이 닿는 벽면에 분필로 번호를 매기고, 각 번호마다 흔들림을 측정했다. 노엘이 회수 장치의 예상 힘을 알려 주면 리안은 지하 보강 상태와 비교했다. 일부 숫자는 노엘에게 익숙했지만 리안에게 낯설었다. 두 사람은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른 단위로 말하고 있었다. “이 기계의 최대 힘은 천계 기준으로 스물다섯 단위입니다.” “여기 기둥이 버티는 힘과 단위가 달라요. 변환표를 봐야 합니다.” “변환표는 본부에 있습니다.” “그럼 본부에서 표가 오기 전에는 가동할 수 없어요.” 카르도가 옆에서 혀를 찼다. “힘이 너무 크면 부서지는 건 당연하지 않나?” “큰 힘인지 작은 힘인지조차 모른다는 게 문제예요.” 리안이 답했다. 결국 기술자들은 별도 저울과 시험 받침을 사용해 대략적인 위험 범위를 측정했다. 회수 장치가 천천히 움직일 때는 무리가 없었지만 긴급 회수 기능이 작동하면 우물 벽을 밀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는 현장에서 두 번 확인됐다. 노엘도 자신이 알지 못했던 위험을 인정했다. “이런 보고를 본부에 올리면 돌아오는 답은 늘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절차대로 하라.’ 그런데 절차대로만 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물어보자는 거죠.” 재하가 답했다. 릴리는 위험 목록을 정리하면서 노엘이 쓴 문서에 ‘대상자 안전’이 빠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을 주민의 안전뿐 아니라 멀리 있는 후보 000001의 선택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노엘은 그 문장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 보고서가 업무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반려될 수 있었다. “반려되면 뭐가 남습니까?” “반려되었다는 기록이 남죠.” 릴리가 말했다. “아무도 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기록보다는 낫습니다.” 노엘은 마침내 문장을 추가했다. 그의 이름 아래 처음으로 ‘대상자 의사 보존’이라는 말이 적혔다. 작은 수정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히 시설을 거두는 것 이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워졌다. 리안은 마을 아이들을 빈 창고로 데려가 임시 대피 훈련을 했다. 갑자기 신전의 벽이 움직일 경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우물이 흙탕물로 변하면 어느 물통을 써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노아는 아이들을 두 줄로 세우는 일을 맡았다. 작은 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뜨리자 릴리는 옆에 앉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쉽게 말하지 않았다. 위험하니 준비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설명했다. 재하는 훈련을 바라보며 자신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모든 걸 혼자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신이니까 사람들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보지 못할 수 있었다. 리안은 기술을 알고 있었고, 릴리는 사람의 마음을 살폈고, 노아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어린아이들을 도왔다. 잠시 뒤 노엘은 마을 전체의 위험을 표시한 도면을 받았다. 그는 처음으로 회수 명령서에 없는 항목을 직접 써 넣었다. ‘작업 중지 및 주민 대피 기준’. 본부에서 이런 문구를 싫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 뒤 누가 책임질 거냐고 다투는 것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멈추는 기준을 만드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재하에게 말했다. “제가 회수할 수 있는 건 장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가져온 장치가 다른 사람의 하루를 흔들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장치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그 결과를 누가 감당하느냐가 중요할 때가 있죠.” 재하가 답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마차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노엘은 여전히 기한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본부로 보내려던 업무 완료표가 들려 있었다. 이제 그 표에는 완료 도장을 찍을 수 없었다. 그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안전 문제로 중지’라고 써 넣었다. “누군가 나중에 왜 늦었느냐고 묻겠지요.” 재하는 말했다. “그때 오늘 확인한 걸 보여 주면 돼요. 늦어진 이유를 숨기지 않았으니까요.” 노엘은 미소를 짓지 않았다. 상부가 그 이유를 받아들이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리안도 자기가 만든 위험 도면에 서명했다. 만약 측정이 잘못됐다면 다시 확인해야 할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마을에서는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쓰는 화덕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우물 옆에는 여전히 접근 금지선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 선을 넘어와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위험한 곳에 들어가서 영웅처럼 행동하는 사람보다, 안전한 곳에서 서로 기다리는 사람이 필요했다. 노엘은 식사 전에 손을 씻고 자기 마차를 다시 점검했다. 작은 장치 하나가 마을의 밤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가볍지 않았다. 그는 자기 명령서의 맨 아래에 작은 칸을 하나 더 그렸다. '현장 주민에게 설명한 사항.' 다음 회수인도 그 칸을 채우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작은 칸은 예상보다 무거운 약속이었다. 밤이 되기 전에 마차의 관 아래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지시킨 장치의 잔여 열 때문에 레일 외벽이 팽창한 것이다. 리안이 다급하게 사람들을 불렀다. 제2접수실의 레일이 움직이며 공동 우물의 벽돌 일부를 밀고 있었다. 카르도가 무거운 받침을 들었고, 마을 사람들이 모래주머니를 옮겼다. 재하는 우물 위에서 주민들이 안전하게 물러나는지 확인했다. 한참 뒤 누수는 멎었다. 그런데 레일에서 떨어진 녹슨 금속 조각 안에 작은 금속표가 하나 박혀 있었다. [최초 설치자: 가시골 신전 외부 계약팀] [현장 서명: 에반]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에반에게 향했다. 에반은 표식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한 일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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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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