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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23화
PAYLUA ORIGINAL · 제123화

123화. 계단 아래 두 번째 문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143자

오프라인 책장
가시골 신전의 지하에는 계단이 하나뿐이었다. 윤재하는 처음부터 그렇게 믿었다. 처음 신이 되었을 때 먼지를 먹으며 쓰러졌던 바로 그 계단을 백 번 넘게 오르내렸다. 그래서 도르가 ‘제2접수실’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 “신전 구조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닌데, 접수실이 두 개나 있었다고요?” “예전에는 있었지. 바깥에서 실종된 사람의 편지를 맡아 주던 시절이었어. 다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아니라 장치가 일을 맡았고, 그 방은 폐쇄됐네.” 리안이 벽을 두드려 보았다. 소리가 울리는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의 차이가 분명했다. 오래된 벽 뒤에 빈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한때 수로를 지키던 구조물이어서 함부로 부수면 신전 아래의 흙이 무너질 수 있었다. “벽을 건드리기 전에 기둥부터 받쳐야 합니다.” 카르도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가 손만 대면 벽을 산산조각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는 요즘 가장 큰 힘을 쓰지 않아야 할 때를 배우고 있었다. “필요하면 내가 기둥을 들겠네.” “그건 도움이 됩니다. 대신 제가 지시할 때만요.” “전쟁신이 현장 기술자의 지시를 받는다니, 세상이 변했군.” “자재가 무너지는 건 신분을 가리지 않습니다.” 모과는 옛 장부에서 제2접수실 도면을 찾았다. 도면의 한쪽에는 출입 금지 표시가 겹쳐 찍혀 있었다. 첫 번째는 시설 손상으로 인한 봉쇄, 두 번째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봉쇄, 마지막은 ‘증거 이전 완료’라는 확인 문구였다. 그런데 증거 이전 목적지는 공란이었다. “이상하군요. 옮겼다면 어디로 옮겼는지 적어야 하는데.” 세리아는 도면의 출처부터 확인했다. 원본 잉크는 오래된 것이 맞았지만 마지막 봉쇄 도장은 그보다 수십 년 뒤에 찍혔다. 누군가 이미 폐쇄된 방에 다시 들어가, 증거를 옮겼다고 주장한 것이다. 당시 도르의 신격은 휴면 상태였고, 모과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여기 있었다는 기록도, 없어졌다는 기록도 서로 다른 시기에 남았네요.” 릴리가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것만 적겠습니다.” 세리아가 답했다. 작업은 오후 내내 이어졌다. 리안이 보강 기둥을 세우고 수로 쪽 누수를 막았다. 카르도는 무거운 돌을 받치는 일을 맡았지만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았다. 에반은 마을 사람들에게 신전이 무너질 것처럼 과장된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공지문을 수정했다. 재하는 자신이 무엇을 맡아야 할지 고민하다 장부에 작업 시작 시간과 비용을 기록했다. “신님은 이거라도 잘하시는군요.” 모과가 말했다. “회사 다닐 때 보고서만 수십 개 썼거든요.” “그렇게 쓰고도 승진은 못 하셨어요?” “사후 승진은 했죠. 신이 됐으니까.” 모과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건 좋은 승진이라고 보기 어렵네요.” 작업을 시작하기 전 리안은 땅에 실을 걸어 작은 경계선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신전의 바닥이 불안정하니 정해진 선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설명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지하를 구경하려 몰려들지 않도록 노아와 학교 교사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노아는 처음에 자신도 작업을 하고 싶다고 졸랐지만, 곧 어린 동생들을 학교 마당으로 데려가는 역할을 맡았다. “나도 중요한 일이 생겼네.” 아이가 말했다. “그렇지. 네가 아이들 눈을 잘 봐 줘.” 릴리가 답했다. 재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노아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이는 열에 들떠 자기 누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제는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위험한 곳에서 멀어지게 할 만큼 자랐다. 숫자로 세기 어려운 변화였다. 신성 창에 나타난 능력치와 달리 누군가 회복했다는 증거는 결국 그 사람이 자기 삶을 다시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지하 벽을 조사하던 리안은 물때의 방향을 확인했다. 오래전 지하 제2접수실이 사용되던 때, 이곳으로 들어온 물이 밖으로 빠져나간 흔적이었다. 벽의 일부만 새로 쌓여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비밀 보관실을 만들었다면 모든 벽이 같은 방식으로 마감됐을 텐데, 누군가 나중에 급히 공간을 막은 듯했다. “출입문이 원래 있었네요.” 리안이 말했다. “봉쇄 이유가 단순한 건물 안전 문제였는지는 더 확인해야 합니다.” 세리아는 옛 공사 기록과 대조했다. 신전이 휴면 처리된 직후, 외부 업체가 ‘수로 보강’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한 기록이 있었다. 실제로 수로에 보강된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제2접수실의 벽돌 색깔은 그때 쓰인 자재와 일치했다. “신전에서 받은 돈을 건물 유지에 쓴 줄 알았는데, 문을 감추는 데 썼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모과가 말했다. “가능성입니다.” 세리아가 강조했다. “공사를 한 사람이 당시 왜 그렇게 했는지 아직 모르니까요.” 모과는 투덜거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을 모르는지 말하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지난번 조사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누군가 오래된 계약서를 들고 왔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그 사람에게 묻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면 피해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한편 에반은 기계의 전력 사용 흔적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제2접수실이 폐쇄된 뒤 전력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에 한 번씩 급격히 늘어나는 구간이 있었다. 그 주기는 무작위가 아니었다. 후보 거절 보류가 만료되거나 자동 갱신될 시점과 겹쳤다. “설비가 단순히 살아 있었던 게 아닙니다.” 에반이 말했다. “거절이 끝나갈 때마다 스스로 다시 깨어났어요.” 재하는 마음이 불편했다. 누군가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오래 기다리면 다시 기회가 생긴다고 믿는 시스템이었다. 회사에서 주말에 퇴사 의사를 전했는데 다음 월요일부터 다시 출근하라는 문자가 오는 것과 비슷했다. 물론 이런 비유로 한 사람의 삶이 바뀔 위험을 가볍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익숙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르는 밖에서 오래된 기도문을 들고 들어왔다. 제2접수실 앞에서 자신이 직접 쓰던 주의 문구라고 했다. ‘사람의 이름을 전하기 전에 물어보시오. 답이 없으면 멈추시오.’ 그는 그 문구가 단순한 교훈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보니 실무 규칙이기도 했다. “내가 그 뜻을 잊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네.”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하지 못한 것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요. 다음에는 누군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요.” 그들은 문 앞에 경고 표식을 새로 붙였다. ‘안전 점검 가능, 개인 기록 열람 금지.’ 거친 나무판이었지만 모두가 그 문구를 이해했다. 카르도는 표식이 너무 작다며 크게 쓰자고 했고, 모과는 그에게 붓을 건넸다. 전쟁신이 긴 문장을 삐뚤빼뚤 적는 동안 사람들은 조금 웃었다. 도면을 보는 도중 카르도는 한 가지를 발견했다. 옛 제2접수실의 문턱에는 군대가 쓰던 봉쇄 자재와 비슷한 금속이 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알던 전쟁 장비가 민간 시설에 쓰였다는 사실에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전쟁이 끝난 뒤 남은 물건이 여기 팔려 왔을 수도 있겠군.” 세리아는 자재 생산 기록을 확인했다. 실제로 이 금속은 오래전 군 보급 창고에서 민간 업체로 매각된 종류였다. 다만 그 사실만으로 카르도가 직접 이 시설을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전쟁신은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곧 다시 고개를 숙였다.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기가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했던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아니었다. 리안은 금속의 녹슨 부분을 걷어내고 부식 상태를 기록했다. 필요하면 새 재료로 교체해야 했다. 신전의 비밀이란 종종 잊힌 약속이나 오래된 계약뿐 아니라,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나사 하나에도 숨어 있었다. 누군가의 개인 기록을 보기 전에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공사가 끝나기 전 세리아는 위험물 목록을 다시 작성했다. 오래된 우편기의 금속 부품, 열이 나는 관, 개인 기록이 담긴 봉투, 그리고 아직 정체를 모르는 접수 장치까지. 각각은 다른 방식으로 보호해야 했다. 봉투를 살펴보려면 동의와 권한이 필요했고, 열이 나는 관을 고치려면 기술과 안전 장비가 필요했다. 재하는 그 목록을 보고 자신이 처음 신이 된 날을 떠올렸다.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신앙 포인트 부족'이라는 문장으로 설명됐지만, 이제는 그런 단순한 답을 믿지 않았다. 사람의 병은 약과 돌봄이 필요했고, 위험한 건물은 보강이 필요했고, 거절을 무시한 계약은 정정이 필요했다. 서로 다른 문제를 하나의 기적으로 해결하려는 생각부터 위험할 수 있었다. 어두워질 즈음 벽 한쪽의 오래된 잠금장치가 드러났다. 손잡이에는 세 가지 도장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건물 관리자, 기록 보존 담당자, 그리고 기록의 당사자. 앞의 두 자리는 채울 수 있었다. 마지막 당사자는 후보 000001로 보였다. “그분이 여기 없는데 어떻게 열죠?” 릴리가 물었다. 세리아는 기록을 살폈다. 세 도장은 방 전체의 열람을 위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봉인 상태와 안전 위험을 확인하는 별도의 검침창은 두 도장으로도 열 수 있었다. 그 틈으로 개인 내용을 보지 않고 내부 온도, 수분, 보관물 수량만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부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겠군요.” 재하가 말했다. “알 필요가 없는 걸 알지 않는 것도 기술이에요.” 리안이 대꾸했다. 검침창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 안쪽에는 여러 칸의 서류함과 멈춘 전달 레일이 있었다. 문서 수량을 세는 작은 기계는 녹이 슬었지만 움직였다. 서류함은 비어 있지 않았다. 지구 측 거절 기록이 보관된 공간을 중심으로 일곱 개의 봉투가 있었다. [기록 7건] [개인 열람 제한 6건] [공용 운영 기록 1건] 재하는 공용 운영 기록만 목록에서 골랐다. 방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작성된 점검표였다. ‘대리 접수 기능을 정지할 것. 정지하지 못하면 빈 의자 표식을 제거할 것. 다른 세계의 응답을 신전의 소유로 전환하지 말 것.’ 서명은 도르였다. 재하가 놀라 돌아봤다. 도르는 한참 점검표를 바라봤다. “맞아. 내가 썼네. 하지만 저걸 남긴 뒤 누군가 정지 처리됐다고 보고했어.” “그 보고서는 어디 있습니까?” “내가 갖고 있던 서류에는 있어. 지금도 보관 중일 거야.” 모과가 가져온 파일 안에서 당시 정지 완료 통보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검침 장치가 보여 주는 상태는 달랐다. [대리 접수 기능: 일부 작동] [외부 후보 재호출: 예약] “정지된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일부 기능이 남아 있었다는 거군요.” 세리아가 말했다. “그럼 왜 지금까지 조용했죠?” 에반이 기계의 가장자리에서 작은 동력 계량판을 발견했다. 표면에 적힌 단어는 ‘미응답 재검토’였다. 거절 보류가 만료될 때마다 이 장치가 에너지를 받아 다시 후보를 호출하는 구조였다. 일반 신앙 포인트가 아니라 외부 세계에서 수집한 주의와 응답 흔적을 연료로 사용했다. “이 시스템은 거절당할수록 다시 일을 시작하는 거야.” 에반이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재방문 광고지.” 릴리가 조용히 말했다. “상대가 더는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기다렸다가 또 보내는 거네요.” 재하는 문 안쪽을 보았다. 개인 기록은 열 수 없었다. 그 제한 때문에 답답했지만, 그 제한이 있어야 그 사람이 다음에도 자신의 대답을 지킬 수 있었다. 그는 검침창을 닫으려 했다. 그때 안쪽 레일에서 종이 한 장이 미끄러져 나왔다. 봉투 밖으로 나온 것은 개인의 편지가 아니라 제2접수실의 자동 업무 통보였다. [기록 000001: 거절 처리 결과 송달 실패] [송달 실패 사유: 송달받을 기관이 신청자와 동일] 세리아는 서류를 다시 읽었다. 신청자가 자기 거절의 승인자까지 겸하는 모순된 계약 구조였다. 가시골 신전의 이름은 여기에 쓰였다. 그러나 신전은 당시 사람도 담당자도 없는 자동 접수처였다. “신전 명의가 얼마나 오래 도용됐는지 이제 알겠네요.” 재하가 말했다. 도르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가 제단을 내려놓으면서도 약속했던 것은 길 잃은 사람의 쉼터였다. 자동으로 타인의 삶을 골라 오는 장치가 아니었다. 그가 서류를 접어 넣으려는 순간, 벽 뒤에서 아주 약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가의 기억인 듯했지만 개인 음성 기록은 아니었다. 옛 경고 장치의 기계음이 반복되고 있었다. ‘등록된 거절을 승인하지 못했습니다. 새 담당자를 지정하십시오.’ 카르도가 검을 뽑지 않은 채 문 앞에 섰다. “새 담당자는 누가 되지?” 대답은 천장에 떠올랐다. [임시 접수 담당자 추천: 윤재하] [추천 근거: 현직 신격 보유자] 재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또 저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지난번처럼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이 계약 서명으로 둔갑하도록 둘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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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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