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19화
PAYLUA ORIGINAL · 제119화

119화. 반송 판정까지 남은 2분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164자

오프라인 책장
검증실의 시계가 46분을 가리켰다. 심리위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각자의 기록을 확인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원본 반송 규정을 찾았고, 다른 사람은 로헨의 감독 명령에 적힌 범위를 검토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지구로 향하는 편지의 주소를 열람하지 않고서도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는지 논쟁했다. 윤재하는 시간을 볼 때마다 심장이 조금씩 빨라졌다.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기다렸던 것은 퇴근 시간이었다. 지금은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누군가가 우편함을 열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걱정돼?” 에반이 물었다. “그 사람이 어디 사는지 알 필요가 없으니까 더 걱정되지.” “설명해 줘. 너는 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재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에반이 들고 있는 옛 광고 수첩을 가리켰다. “누군가 내 대신 생각하고, 내 대신 동의하고, 내 대신 계약한 결과가 지금 나야. 또 다른 사람한테 같은 일이 생기면 안 되잖아.” 에반은 수첩을 덮었다. 자신도 그 과정에 일부 관여한 적이 있었다. 무엇을 광고하면 사람들이 더 빠르게 행동할지 계산했을 뿐, 그 행동이 삶을 묶는 계약으로 바뀌는 걸 막지 못했다. 아니, 때로는 알면서도 눈을 감았다. “이번 일이 끝나면 광고 일을 그만둘까?” 에반이 물었다. “왜?” “사람들에게 무언가 알리면 결국 마음을 움직이게 되잖아. 그게 잘못된 거라면…” “알리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 마음을 움직였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선택까지 네 소유라고 생각한 게 잘못된 거야.” 에반은 오랫동안 그 말을 생각했다. 그는 릴리에게 받은 작은 쪽지를 꺼냈다. '아니.' 딱 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는 종이를 찢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해도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편 세리아는 심리위원들이 자료를 검토하는 동안 로헨과 면담했다. 본래 그에게는 검증실 감독 권한이 있었다. 그러나 위험한 시험지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 권한은 기관 전체의 서명 규칙에 묶여 있었다. 감독관의 의견만으로 영구 폐기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 “최종 책임자석이 비어 있으면 누구도 결정할 수 없는 겁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로헨이 답했다. “그러면 결정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자동 승인으로 이어지는 규정도 있습니까?” 로헨은 서류를 뒤졌다. 그는 어제 부두를 봉쇄할 때도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검증실에는 '미처리 시험지의 원래 일정 유지'라는 규칙이 있었다. 결정을 미루면 배송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구조였다.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도 결정하지 않는 것은 중립이 아니군요.” 로헨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세리아는 공식 회의록에 그 사실을 적었다. 의사 결정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가 발생한다면, 결정을 유예하는 구조 자체도 감사 대상이 되어야 했다. 심리위원 중 한 사람이 재하를 불렀다. “당신은 이 세계에 도착한 뒤 신격을 사용했습니까?” “네. 첫 신도 릴리의 동생을 치료했습니다.” “그 결과 신격으로서 얻은 이익은 없습니까?” “많은 사람을 만났고, 도움을 받을 기회도 생겼습니다. 그걸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럼 지금도 신으로 남기를 원합니까?” 재하는 조금 멈췄다. 그는 노아를 치료한 날을 떠올렸다. 릴리가 울면서 자신의 손을 잡았고, 첫 신앙 포인트가 생겼을 때 그걸 쓰는 일이 아깝지 않았다. 폐허 신전에서 시작한 삶이 이렇게 멀리 올 줄 몰랐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걸 결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구의 누군가를 위험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격 문제와 편지 문제를 분리하겠다는 뜻입니까?” “예.” 위원은 기록을 남겼다. 그제야 재하는 이번 심리에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맞는 질문을 받은 것 같았다. 누군가 강제로 예, 아니오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지 않았다. 회의실 한편에서는 릴리가 실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실라는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통신석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오래전에 반송 규정을 지키려다 직무가 정지된 뒤에도, 수신 거부가 무시된 기록을 조금씩 모았다고 했다. 다만 모든 기록을 몰래 복사한 것은 아니었다. 보관 규정에 따라 자신이 접근할 수 있던 발송 번호와 정정 요청만 남겼다. “왜 그만두지 않으셨어요?” 릴리가 물었다. “그만둔 적이 많아요. 두려울 때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죠. 그런데 한 번 접수한 서류가 남아 있다는 생각에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릴리는 그 대답이 마음에 남았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노아를 돌보는 것 말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작은 신전에서 시작한 일이 지금의 증언으로 이어졌다. 누구에게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시간이 다가오자 위원 사이의 의견 충돌도 분명해졌다. 한 위원은 원본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험지를 보관하면 누군가 다시 꺼내 써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였다. 다른 위원은 폐기하면 위조 서명과 검증실의 잘못된 절차를 입증할 방법이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세리아는 두 의견을 모두 기록했다. 어느 쪽도 억지로 웃어넘길 질문은 아니었다. 재하는 잠시 생각하다 세 번째 방법을 제안했다. 계약 효력이 있는 우편물로 취급하지 않고, 안전한 증거 보관 물품으로만 남기자는 것이었다. 내용을 보는 사람과 이동시키는 사람의 권한을 나누면 재사용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면 검사할 때마다 또 누가 그 내용을 읽겠죠.” 한 위원이 지적했다. “필요한 검사마다 그 이유를 남기면 됩니다. 누가 어떤 부분을 봤는지도요. 주소는 계속 가리고요.” “그 과정은 느리고 비용이 듭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래서 다른 방법보다 낫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잘못을 확인하려고 피해자 정보를 또 공개하는 방식은 피하고 싶습니다.” 로헨은 보관함 관리에 대한 실무 의견을 냈다. 증거 보전함은 이중 열쇠로 잠글 수 있으며 검증실 직원 한 명이 혼자 열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그는 현장 보관인과 독립 감사관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바꾸자고 했다. 자신이 더 이상 유일한 열쇠를 쥐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에반은 그 제안을 듣고 조금 놀랐다. 옛날의 자신이라면 중요한 열쇠를 독점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열쇠를 가지고 있는 자가 사람들에게 이용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헨은 자신이 가진 권한을 나누려 했다. “그렇게 하면 당신 영향력이 줄어드는데요.” 에반이 말했다. 로헨은 조용히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걸지도 모르죠.” 심리위원장은 외부 응답망이 왜 시험을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로헨은 과거 많은 지역이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 사건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응답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찾았다. 그러나 사람을 찾아두는 일이 그 사람을 강제로 수탁자로 만드는 일로 변질되었다고 인정했다. “결국 원래 목적은 사람을 도우려는 것이었군요.” 릴리가 말했다. “그 목적을 내세워 무리한 일을 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로헨이 답했다. 재하는 자신이 지구에서 구조 행동을 했을 때도 비슷했다고 생각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그 순간의 선의를 뒷사람의 자유를 묶는 계약으로 만들 수는 없다. 구조를 지속시키려면 책임을 나누고 안전한 제도를 만드는 편이 낫다. 가시골의 리안은 공개 통신에 짧은 의견을 보냈다. 우편망을 수리할 때 필요한 것은 영웅이 아니라 교체 부품 목록과 정비 시간표라는 말이었다. 심리위원 중 한 사람은 웃었고, 다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하는 그 말이 이번 사건의 요점을 잘 보여 준다고 생각했다. “누가 강제로 신이 되어야만 굴러가는 구조라면, 구조부터 잘못된 거겠죠.” 도르는 손에 든 거절 통보를 한 번 더 바라봤다. 자기가 빠진 자리를 다른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믿게 만드는 규정이 얼마나 오랫동안 남아 있었는지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웠다. 하지만 오늘은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를 지정할 수 없다는 문장을 실제 판정에 남길 기회가 있었다. 방청석 맨 뒤에서 에반은 오늘의 판정이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을 바꾸지 못하는지 종이에 나누어 적었다. 문제의 시험지는 지금 멈출 수 있었다. 위조 서명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재하가 신으로 남을지, 지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위험을 겪었는지, 도르의 거절 통보를 누가 묻었는지까지 이 자리에서 모두 판정할 수는 없었다. 에반은 전에는 이런 불완전한 결과를 실패라고 불렀다. 지금은 잘못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고 광고하는 편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재하는 에반이 정리한 종이를 받아 들었다. 몇 항목에는 물음표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그는 그 물음표를 지우지 않았다. 알아야 할 일을 남겨 놓는 것도 다음 사람이 움직일 길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계가 28분을 가리킬 때, 심리위원들이 첫 번째 의견을 발표했다. “윤재하 후보의 사전 서명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거나 승인한 것이 아니며, 예상 구조 행동을 근거로 생성되었음을 인정합니다.” 방청석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재하는 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이름이 허락 없이 쓰였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적혔다. 두 번째 의견은 더욱 중요했다.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윤재하 후보의 신격 유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해당 문제는 별도 승계 심리에서 다룹니다.” 도르가 눈을 감았다. 자기 거절 통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디어 인정받았고, 그것이 후임자의 의사를 대신할 수 없다는 원칙도 검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지막 의견에는 반대가 있었다. 위험한 시험지를 영구 폐기할지, 반송 보관을 계속할지였다. 일부 위원은 발신인의 원본 소유권을 이유로 즉시 폐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위원은 수신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물건을 영원히 보관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재하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지금 당장 종이를 태워 버리자는 게 아닙니다. 위조 서명과 잘못된 시험 과정을 조사할 증거는 남겨야 해요. 다만 그 종이가 지구로 가서 누군가에게 의무를 떠넘겨선 안 됩니다.” 릴리도 손을 들었다. “보관하고 조사하는 일과 실제 배송은 다르잖아요.” 로헨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감독 인장을 내려놓았다. “시험 자료로 분류된 우편물을 일반 거주자에게 배달할 권한은 본래부터 없었습니다. 제가 그 구분을 무시했습니다.” 에반이 작게 말했다. “드디어 물건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군.” 시계는 11분을 가리켰다. 그때 첫 번째 판정이 나왔다. [지구 측 수신 전환 시험지: 일반 배송 자격 없음] [원본: 증거 보전함 이관] [대체 수신인 자동 지정: 무효] 재하는 눈을 감았다. 누군지 모르는 현 거주자는 이제 자신 때문에 생긴 위험한 편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의무를 이어받는 일은, 적어도 이번에는 막았다. 그런데 회의실 뒤편에서 새로운 종이 울렸다. 누군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었다. [외부 응답 검증실 본부 이의 신청] [이유: 실험 목적의 훼손] [집행정지 요청: 즉시] 세리아는 이미 판정이 효력을 발생했는지 확인했다. 판정 자체는 유효했지만, 원본을 보전함으로 옮기기 전에 누군가 집행정지 명령을 밀어 넣으면 우편물이 다시 배송 대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었다. 재하가 물었다. “또 빈 의자입니까?” 답은 곧 나타났다. [이의 신청인: 외부 응답망 중앙 관리 권한] [담당자명: 비공개] 카르도가 손을 쥐었다 폈다. “이번엔 의자를 부숴도 되나?”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요.” 로헨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그러더니 이전과 달리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부의 이의 신청이 들어왔더라도, 현장 감독관으로서 안전 판정 집행을 진행하겠습니다. 무효 판정이 나기 전까지는 제 책임으로 보관하겠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보관 책임자: 로헨] 그리고 문제의 시험지는 일반 배송망에서 분리됐다. 남은 시간은 2분이었다. 재하는 로헨을 바라봤다. 큰 일이 끝난 것 같았지만 새 문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누군가는 원본을 되찾으려고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다른 시험의 피해도 드러날 것이다. “이제부터는 누가 책임지는지 볼 수 있겠네요.” 그가 말했다. 로헨은 대답했다. “그러기를 바랍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1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1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