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응답 검증실의 회의실에는 의자가 스물세 개 있었다.
그중 가운데 하나는 다른 의자보다 크고 높았다. 등받이에는 금박이 입혀져 있었고, 바닥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말라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의자에는 이름표가 없었다.
윤재하는 입구에서 그 의자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 기관 사람들은 의자를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에반이 속삭였다. “이름을 쓰면 책임져야 하니까.”
카르도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검증실 직원들은 그들을 노려봤다. 로헨이 먼저 들어갔다. 그는 감독관이었지만 오늘은 감사 청구인이기도 했다. 천계에서 이런 입장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관리한 시험들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회의실 바깥에는 여러 지역의 우편 보관인들이 연결된 통신석이 놓였다. 실라는 현 위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원격 증언에 동의했다. 모과와 도르는 실물 서류의 이동 기록을 보관했고 세리아는 감사 절차가 특정 신격을 편들지 않도록 증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릴리는 입구에서 재하에게 물었다.
“신님은 이 심리에서 무엇을 얻고 싶으세요?”
“우선 지구로 가는 편지가 완전히 멈췄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은요?”
재하는 잠깐 고민했다. “다른 사람도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규칙을 바꾸는 거요.”
“그리고 신님의 신격은요?”
“그건 제가 좀 더 생각해야겠어요. 지금 여기서 같이 결정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하는 그녀가 예전처럼 자신의 답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릴리는 자신이 직접 증언할 내용도 정리해 두었다. 신앙이 생겼다고 해서 누군가의 자유가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할 생각이었다.
심리가 시작되자 검증실 측 기록관은 먼저 윤재하의 신격 상태를 물었다.
“현재 신으로 활동하고 있습니까?”
“네.”
“신도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신앙 포인트를 받아 권능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기록관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배정된 신격의 이익을 이미 수령했습니다. 사후 추인으로 볼 여지가 있지 않습니까?”
재하는 의자를 한 번 고쳐 앉았다.
“그게 지금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제가 여기서 살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일이 제 처음 배정에 동의했다는 뜻이 되는지요.”
“실제로 혜택을 보셨잖습니까.”
“그렇다고 지구의 다른 사람에게까지 계약서를 보낼 근거는 아니죠.”
기록관은 다시 질문했다. “신격을 반납할 의사가 있습니까?”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 문제는 다른 심리에서 진행 중입니다. 지금은 동의하지 않은 사람에게 계약을 보내도 되는지 다루고 있습니다.”
누군가 헛기침을 했다. 에반은 미리 준비한 메모를 펼쳤다.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상품 가치부터 설명하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자기 손으로 쓴 문장을 보고 잠깐 웃었다.
실라가 증언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반송 감시인으로 일하던 시기에 배달을 거부한 편지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설명했다. 처음에는 대기 서랍으로 들어갔다. 수취인이 바뀌면 다시 확인했고, 수취인이 확실히 거절하면 발신인에게 돌려보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거절'을 '추가 설득이 필요한 잠재 응답'으로 바꿔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게 효율적이었습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숫자로 보면 그렇습니다. 반송률이 낮아졌으니까요. 사실은 보내지 말아야 할 편지가 더 오래 돌아다니게 된 거죠.”
“그 과정에서 개인이 의무를 떠안았다는 기록이 있습니까?”
“몇 건 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은 그중 세 건뿐입니다. 세 건 모두 별도 심사해야 합니다. 오늘 여기서 전체 피해 규모를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재하는 실라의 말투에서 신뢰를 느꼈다. 의심스러운 수치를 부풀려 큰 사건을 만들기보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나누고 있었다.
도르는 자신이 보낸 신격 인계 거절 통보를 보여 주었다. 그것은 부두의 원본 보관함에서 발견되었고, 정식 송달되지 않았다. 자신은 신격을 내려놓으며 후임자에게 의무를 떠넘기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윤재하 씨는 우연히 그 자리를 채운 것 아닙니까?” 기록관이 물었다.
도르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그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우연과 동의는 다릅니다. 내 자리가 빈 게 다른 사람에게 계약을 강요할 허가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회의실에 잠깐 침묵이 흘렀다. 재하는 도르가 그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고 있었다. 살아 있지만 장부에서는 사라진 사람으로 취급받았고, 자신의 거절 편지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그가 오늘 이곳에 나온 것은 옛 직함을 되찾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다음으로 릴리가 증언대에 섰다. 그녀는 자신이 신도 1명이 되었던 날을 이야기했다. 돈이 없어 다른 신전에서 쫓겨났고, 재하는 기적을 일으키기 전에 노아의 곁을 지켰다. 신앙 포인트 한 점을 얻었을 때 재하는 그것을 아이에게 사용했다. 릴리는 그날의 도움을 잊지 않았다.
“그러므로 재하 신의 신격 배정은 정당했습니까?” 기록관이 물었다.
릴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제가 증명할 수 없어요. 제가 증명할 수 있는 건 신님이 실제로 도왔다는 사실과, 제가 스스로 믿기로 했다는 사실뿐입니다.”
“신이 된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그 기적의 가치는 어떻게 됩니까?”
“누군가를 구한 일이 없어지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그 일을 핑계로 다른 사람의 삶을 정할 수도 없어요.”
기록관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릴리는 증언을 마친 뒤 방청석에 돌아와 조용히 앉았다. 에반은 그녀에게 작은 쪽지를 밀었다.
‘방금 말 정말 잘했어. 광고에 써도 돼?’
릴리는 쪽지를 돌려주었다.
‘아니.’
에반은 크게 웃을 뻔했지만 어깨만 들썩였다. 재하도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예전의 신도 0명인 신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로헨의 차례가 왔다. 그는 검증실의 시험이 처음에는 구조 사각지대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그 결과가 '응답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자동 수탁자로 지정해도 된다'는 주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라의 반송 규정이 화면에서 가려진 뒤, 현장 감독관들은 원본을 보지 못하고 결과값만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책임이 없습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로헨은 잠깐 눈을 감았다. “아닙니다. 저는 결과가 이상하다는 보고를 여러 번 받았습니다. 업무가 밀린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내린 부두 봉쇄 명령도 포함해 감사를 받겠다고 했다. 카르도가 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말하면 당신의 자리가 위험해질 텐데.”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말하는군.”
“누군가는 이 기관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적어야 하니까요.”
심리위원장은 잠시 쉬었다가 외부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단순한 방청객 의견이 아니라 실제로 우편망 중단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질문을 모으는 절차였다. 마을 주민회는 리안을 통해 서면 의견을 보냈다. 부두 수리를 위해 사용된 예비 전원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안전을 지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지역의 통신이 지연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에반은 그 문서를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세상의 기원을 다투는 재판에서 전기료를 청구한다고?”
“정당한 질문이지.” 재하가 대답했다. “누구에게나 오늘의 생활비는 중요하니까.”
리안은 원격 통신으로 발언했다. 부두의 오래된 통로를 열 때 예비 전력을 사용했으나 마을의 긴급 회선은 유지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비 부품 한 개가 손상되어 새로 구해야 했다. 그는 신전의 책임을 무조건 부정하지 않았지만, 비용을 주민들에게 몰래 넘길 수는 없다고 했다.
로헨은 계산서를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검증실이 처음부터 안전한 이의 신청 통로를 운영했다면 마을의 긴급 전력을 무리해서 끌어올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사고 원인이 검증실 절차였다는 점을 고려해 비용 분담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은 기록으로 남겨 주세요.” 리안이 말했다. “나중에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모르는 일이 되면 안 됩니다.”
그 말에 도르가 조용히 웃었다. 그는 자신이 낸 거절 통보가 담당자 없는 우편망에서 사라졌던 일을 떠올렸다. 오늘의 수리비 문제가 몇 세기 후에 또 다른 사람의 신격 문제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작은 결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부터 필요했다.
이어 무명도시의 보관인 하나가 원격 증언을 청했다. 그녀는 신을 믿지 않는 주민의 선택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 사람들이 강제 관리신 지정을 거부했던 경험을 설명하며, 자신들이 필요할 때 구조 도움을 요청한다는 사실이 영원히 신격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당신들은 신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습니까?” 기록관이 물었다.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신들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도움은 주고받을 수 있지만, 그때마다 소유권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하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대표하는 주민회의 허가 범위를 넘어서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심리위원장은 그녀의 제한을 인정했다. 재하는 이 모습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누군가 발언할 기회를 얻었다고 해서 자기 마을의 모든 비밀을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릴리는 그날 밤 노아에게 보낼 편지의 초안을 적었다. '신님은 오늘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 그러나 그 문장만으로는 부족했다. 사람의 말이 언제 계약이 되는지, 거절하는 사람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아이에게는 간단히 썼다.
'누가 도와줬다고 해서 네가 그 사람의 물건이 되는 건 아니야. 네가 남을 도와줬어도 그 사람이 네 물건이 되는 건 아니고.'
그녀는 편지를 접어 옷 주머니에 넣었다. 심리 결과가 나오면 그때 보내기로 했다.
릴리는 증언석 아래쪽에 놓인 마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모두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자기 동생의 병을 이유로 자신에게 어떤 선택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노아에게 쓴 편지를 만지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재하가 앞으로 신으로 남든 다른 삶을 택하든, 릴리 자신은 노아와 마을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 선택은 신앙 때문에 대신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몇 해 전이라면 감히 떠올리지 못했을 말이었다.
세리아는 증언 자료가 공개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이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동 서명의 생성 경로이지, 재하의 사고를 누가 일으켰는지는 아니었다. 재하도 같은 구분을 다시 증언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해서 사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면 안 되었다. 그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인 뒤 자료를 화면에 올렸다.
심리의 핵심 자료가 공개될 시간이 되었다. 세리아가 보여 준 것은 사고 31일 전의 서명 기록이었다. 재하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직접 서명이 아니었고, 시스템이 예측된 구조 행동을 근거로 작성한 것임이 확인되었다.
“예측된 미래 행동에 계약 효력을 부여할 수 있습니까?” 세리아가 물었다.
기록관은 법전을 뒤졌다. 현행 검증실 규정에는 그런 절차가 있었지만, 원본 반송 규정과 신격 승계의 기본 원칙에는 반대되는 조항이 있었다. 오래된 규정 중 일부가 폐기되었다는 표시만 있었지 정식 승인 기록은 없었다.
재하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처음 신이 됐을 때는 아무 힘도 없던 손이었다. 그 손으로 노아를 치료했고, 무상의 약속을 발동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손끝의 빛이 아니었다. 자신이 원치 않았다는 사실을 말할 용기였다.
“저는 그 서명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렷하게 말했다.
“지구의 누군가를 제 대신 계약자로 지정하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낼 권한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위험한 편지를 보내지 말아 주세요.”
심리위원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가운데의 빈 의자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기록관은 최종 인장이 없다며 결정을 미루려 했다. 그때 로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증실의 현 감독관 권한으로 사전 동의 결함을 인정합니다. 정식 판정 전까지 수신 전환 시험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합니다.”
세리아가 그 의견을 접수했다. 네 명의 독립 위원이 검토에 들어갔다. 회의실 뒤편의 오래된 시계는 보류 기한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구 측 시험지 보류 종료까지: 47분]
재하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이 정도면 회의가 빨리 끝나는 편이겠죠?”
에반이 대답했다. “천계 기준으론 기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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