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지 않은 편지들의 부두에는 물이 없었다.
넓은 나무 데크 아래로 흐르는 것은 물 대신 빛이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전송된 문장들이 별빛 같은 입자가 되어 흘렀고, 멀리서는 철제 상자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상자에는 우편물이 실려 있었지만 종이의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각 편지에 담긴 마지막 대답의 무게가 저울에 표시되어 있었다.
재하는 그 저울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답장도 킬로그램으로 팝니까?”
에반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정확히는 반응 점수로. 예전에는 저울이 무거울수록 좋은 사업이라고 불렀지.”
“지금은?”
“저울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누가 눌려 있는지부터 봐야지.”
부두로 가는 길은 신전 보관소의 우편창을 통해 열린 짧은 연결 통로였다. 사람이 세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문은 아니었다. 반송 규정에 따라 임시 감사팀이 우편물 보관 구역에만 출입할 수 있었다. 재하와 세리아, 에반, 릴리, 도르, 모과가 참가했고 리안은 통신 장치가 끊기지 않도록 신전 쪽에서 대기했다. 카르도는 부두 입구를 지켰다. 그가 왜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느냐고 묻자 세리아가 답했다.
“전쟁신의 위력이 물류 보관 구역을 흔들 수 있어서요.”
“그럼 내 힘은 또 쓸모가 없다는 거군.”
“입구가 무너지면 통로를 떠받치는 일은 맡으셔야 합니다.”
카르도는 그것만으로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격의 크기보다 실제 필요한 일을 맡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부두에는 낡은 출입대장이 있었다. 도르는 자신의 마지막 편지 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라에게서 받은 원본 반송 규정을 대조하기로 했다. 세리아는 직원의 개인정보가 적힌 부분을 가리고, 특정 시기의 거절 통보가 실제로 전달되었는지만 감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걸 전부 읽으면 안 됩니까?” 에반이 물었다.
“안 됩니다. 이곳에는 우리가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도 있어요.” 릴리가 답했다.
“알아. 묻고 싶었어. 이번에는 내가 그 말을 해도 되는지 확인하려고.”
그들은 각자 허락된 구역을 나누어 맡았다. 재하는 보관함의 외부 표식을, 모과는 반송 날짜를, 도르는 자신이 보낸 문서의 특징을 기억하는 대로 확인했다. 세리아는 세 자료가 모이기 전까지 편지 내용에 접근하지 않았다.
첫 번째 문제는 부두의 바닥이었다. 발밑의 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사라졌다 돌아왔다. 원래는 우편 상자를 운반하는 장치가 작동하는 표시였지만, 낡은 설비가 뒤틀리면서 일부 바닥 판자가 기울고 있었다. 릴리가 밟은 널빤지가 한쪽으로 꺼지자 재하가 급히 손을 뻗었다.
“조심해!”
릴리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기대자 더 위험해졌다. 판자 아래의 빛이 빨라지며 둘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재하는 본능적으로 신성을 일으키려 했지만, 자신의 신격 창에는 경고가 떠올랐다.
[우편 보관 구역: 비인가 기적 사용 금지]
[위험성: 보관물 내용과 수취인 정보의 혼합]
그는 이를 악물었다. 단번에 판자를 들어 올릴 수 있더라도,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편지가 손상된다면 해결한 것이 아니었다.
“에반! 옆쪽 지지대!”
에반이 몸을 던져 쇠고리를 잡았다. 모과는 걸어 온 통로에서 밧줄을 가져왔고, 도르는 널빤지의 안전한 쪽을 확인해 발을 디디는 순서를 알려 줬다. 두 사람은 차례로 몸을 옮겨 나왔다. 릴리는 손목이 아팠지만 부러진 곳은 없었다. 곧바로 뒤따라오는 작업자를 멈춰 세웠다.
“이 구역은 막아야 해요. 방금 사람이 빠질 뻔했어요.”
부두의 오래된 안내 장치가 말했다.
“작업 효율을 위해 통로 봉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릴리가 소리쳤다. “사람이 떨어지는 것보다 효율이 중요합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안내 장치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안전 신고를 접수합니다.”
“그게 먼저예요.”
재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짧게 웃었다. 처음 만난 릴리는 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오래된 기계에게 안전 규정을 가르치고 있었다.
부두 안쪽에서는 네 건의 긴급 구조 신호가 지나가고 있었다. 구조 전용 통로는 일반 시험지와 분리되어 있었지만, 설비가 흔들리자 그중 하나가 옆으로 떨어졌다. 상자에는 내용 대신 급박한 구조 표시가 붙어 있었다.
[발신 지역: 남방 경계 마을]
[유형: 가옥 붕괴]
[긴급도: 상]
재하는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미 서명한 통로 감사팀의 권한에는 긴급 구조 상자를 열어 보는 일이 포함되지 않았다. 열지 않고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세리아가 물류 지도를 확인하더니 외쳤다.
“하단 이송 레일을 쓰세요. 상자를 열지 말고 원래 노선에 다시 올리면 됩니다!”
에반은 레일의 손잡이를 찾았다. 녹슨 손잡이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카르도에게 연락하자 그는 통로 바깥에서 무거운 축을 받쳐 줄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힘을 너무 많이 주면 레일 전체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얼마나 들어야 합니까?” 카르도가 물었다.
“손가락 두 마디만요.” 모과가 외쳤다.
“두 마디?”
“네, 딱 그만큼.”
전쟁신이 손가락 두 마디를 들어 올리기 위해 온 힘을 조절하는 모습은 기이했다. 에반은 그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다. 그러나 지금은 남의 위기를 홍보 영상으로 만들 때가 아니었다. 그는 손잡이를 돌리는 데 집중했다.
레일이 움직이자 상자가 원래 길로 돌아갔다. 곧 다른 지역의 구조본부에서 접수 확인이 왔다.
[긴급 구조 신호 1건: 수신 정상]
[현지 구조팀 출동 요청: 접수]
재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자신이 사는 세계 외에도 누군가 도움이 필요했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계약 서명이 아니라 요청을 받을 구조팀이었다.
그때 부두의 가장 안쪽에서 오래된 종이 한 장이 흔들렸다. 도르가 지목한 보관 날짜와 맞는 거절 통보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허용된 표제만 읽었다.
[신격 인계 거절 의사]
[발신: 도르]
[수신: 차기 담당자 결정 기관]
[상태: 미배달]
“여기 있었군.” 도르가 말했다.
그는 오래 바라봤다. 살아 있을 때도 신격을 버리는 일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다. 자기가 남긴 자리에 누가 억지로 들어오게 될까 봐 두려웠다. 거절 통보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분노보다 허탈함이 먼저 찾아왔다.
“내가 그때 서류를 다시 보냈어야 했을까?”
재하가 고개를 저었다. “한 번 거절한다고 밝혔으면 그걸 전달하는 게 담당자 일이죠. 계속 같은 말을 하게 만드는 건 이상한 겁니다.”
도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신격을 내려놓던 날 신전의 난로를 수리하다 생긴 상처라고 했다. 그는 그 손으로 원본을 만지지 않았다. 보관인에게 정식 반송 이력을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
발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그들에게는 잠깐의 여유가 있었다. 부두 안쪽의 환기구에서 소금기 비슷한 냄새가 올라왔고, 낡은 나무판은 주기적으로 울렸다. 빛으로 된 강 위에는 송장번호가 표기된 작은 상자들이 흐르고 있었다. 오래된 장치를 지키는 안내 기계는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배송 현황을 낭독했다. 그 목소리는 놀랍게도 친절했다.
“도착 예정 물품 스물일곱 건. 배송 지연 예측, 정상 범위.”
“정상 범위가 몇 분인데?” 재하가 물었다.
“수령 후 백 년 이내.”
에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계 서비스는 대단하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고객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겠어.”
“그걸 장점이라고 말하지 마.”
안내 기계는 자신이 잘못한 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르는 기계 옆으로 가서 오래된 기준표를 읽었다. 그곳에는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의 하루가 어떤 속도로 흐르는지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신계의 천 년과 지상의 하루를 단순히 숫자로 환산하는 계산식만 있었다.
“내 편지가 오랫동안 도착하지 않은 이유가 이거였구나.” 도르가 말했다. “수령까지 백 년이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든 장치였어.”
재하는 지구에서 야근하며 기다리던 친구의 답장을 떠올렸다. 며칠 늦은 답장에도 서운했던 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누군가의 거절이 백 년 동안 도착하지 않는 일을 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 그 거절을 기다렸어야 할 담당자들은 일을 계속했다. 결국 뒤에 오는 사람이 원치 않는 자리를 떠맡았다.
모과는 바닥에 앉아 도르의 편지 도착 기록을 대조했다. 도르가 보낸 날과 부두에 들어온 날은 거의 같았다. 문제는 부두에서 다음 단계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오래된 이송표에서 '불필요'라는 도장을 발견했다. 그것도 수취인 확인 전에 찍힌 도장이었다.
“배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사람이 있었어요.”
“누구?” 재하가 물었다.
“이송표에는 담당자 이름이 없어요. 승인 인장만 남았죠.”
에반은 인장에 남은 작은 흠집을 기록했다. 예전 같으면 성급하게 기관 이름을 써서 범인을 지목했겠지만, 이번에는 어느 시기 어떤 규칙으로 찍혔는지 조사하려 했다. 모든 기록이 익명 처리되어 있다는 사실과, 특정인이 실제로 책임을 졌다는 사실은 달랐다.
릴리는 부두 한쪽에 놓인 '도착하지 못한 편지의 기념벽'을 보았다. 누가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는 작은 판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늦어서 미안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여기에 있었다'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글은 닳아서 읽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나중에 이 문구를 사람들에게 전해도 되는지 모과에게 물었다. 모과는 작성자를 모르는 글은 동의 없이 홍보에 쓰지 말자고 했다. 릴리는 조금 아쉬웠지만 납득했다. 남의 사연을 고마운 교훈으로 만드는 일과, 그 사람의 말을 대신 세상에 알리는 일은 구별해야 했다.
도르는 기념벽 앞에서 오래 기다렸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보낸 거절이 그저 유언 같은 글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가 거절한 것은 지금도 살아 있는 자신의 의사였다. 편지가 제자리에 도착해야 그 거절도 제 몫을 할 수 있었다.
모과는 보관함 문턱의 높이를 재며 말했다. “사람의 말이 목적지까지 가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군요.”
“그러니까 그냥 자동으로 처리하고 싶었던 거겠지.” 재하가 답했다. “자동이라는 말로 책임까지 없앨 순 없는데.”
그 순간 낯선 발소리가 들렸다. 하얀 장갑을 낀 사람이 부두 위로 걸어왔다. 옷에는 외부 응답 검증실의 표식이 선명했다. 등 뒤로는 봉인용 상자 두 개가 떠 있었다.
“감사팀의 현장 조사를 종료합니다.” 그가 말했다.
세리아가 증명서를 요구하자 남자는 깔끔한 인장을 보여 주었다.
“현 감독관 로헨입니다. 잘못된 우편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지요.”
에반이 낮게 중얼거렸다. “대개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우편물을 제일 위험하게 만들던데.”
로헨은 웃지 않았다. 그는 도르의 미배달 거절 통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문서는 지금 회수해야 합니다. 장기간 미사용으로 내용이 무효가 되었으니까요.”
재하가 물었다. “무효라면 왜 회수합니까?”
“잘못된 사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잘못된 사용을 누가 했는지 조사해야겠네요.”
로헨은 시선을 좁혔다.
“윤재하 씨. 당신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닙니다. 검증실이 당신에게 두 번째 삶을 제공했으니까요.”
“두 번째 삶을 산다고 첫 번째 삶을 가져가도 된다는 허락을 한 건 아닙니다.”
로헨이 손가락을 튕겼다. 봉인용 상자가 열리며 은빛 띠가 바닥을 가로질렀다. 띠가 닿는 곳의 우편함들이 차례로 잠겼다. 부두의 표식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외부 응답 검증실: 증거 보전 명령 발령]
[현장 보관인 출입: 정지]
[기존 감사 기록: 회수 대기]
에반이 소리쳤다. “증거 보전이라면서 증거를 가져가겠다고?”
로헨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재하를 향해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신격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서명하세요. 그러면 지구로 갈 시험지를 영구 폐기하고 이곳의 다른 편지에도 손대지 않겠습니다.”
재하는 서류를 보지 않았다. 통로 쪽에서 다른 구조 신호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지금도 누군가의 목숨이 지나가는 길이었다.
“그 편지를 폐기하는 데 제 삶을 조건으로 걸지 마세요.”
“그러면 부두를 봉쇄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하는 세리아를 돌아봤다. 도르의 편지는 이제 발견됐다. 하지만 그 원본을 찾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도움 요청이 묶이게 할 수는 없었다.
“우선 구조 신호가 지나갈 길부터 지킵시다.”
카르도가 입구에서 대답했다.
“그 일이라면 내가 해낼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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