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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08화
PAYLUA ORIGINAL · 제108화

108화. 악마가 태우지 않은 장부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196자

오프라인 책장
에반이 진실을 숨길 때는 말이 많아졌다.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릴리였다. 가시골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예비심리 준비 회의 내내 에반은 차 종류, 의자 높이, 문서 글꼴, 참석 인원에 관해 쉼 없이 이야기했다. 정작 빈 의자 표식이 찍힌 원장의 작성자를 묻는 순간에는 대답이 짧아졌다. “모르겠어.” 재하는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내려놓았다. “진짜 몰라?” “전부는 몰라.” “그럼 아는 만큼만 말해 줘.” 에반은 물잔을 들었다 놓았다. 마치 뜨거운 잔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가락을 튕겼다. “내가 과거에 광고한 상품 중에 그런 게 있었어. 사용하지 않는 신성 자리를 회수하고 새로운 관리자를 연결해 준다는 서비스. 신들의 빈 자리를 찾는 사람한테 ‘다음 기회는 당신의 것’이라고 광고했지.” “그 정도는 말했잖아.” “광고만 했다고 말했지.”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 “실은 테스트 운영에도 참여했어.” 릴리가 고개를 들었다. 카르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하도 당장 소리치지 않았다. 누군가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아질 수 있지만, 질문을 너무 빨리 퍼부으면 중요한 사실부터 놓치기 쉬웠다. “어떤 테스트였는데?” 에반은 오래된 작업 기록을 꺼냈다. 가죽 표지가 해지고 가장자리에 끈끈한 자국이 남은 수첩이었다. 페이지 사이에는 작은 광고 도안들이 끼워져 있었다. 웃는 신 얼굴, 금빛 구름, 축복을 받으면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는 문구가 적힌 그림들이었다. “원래는 빈 신전에서 사람들이 남긴 물자를 보관하고 돌려주는 일이었어. 운영자가 부족하면 임시 대리인을 배정하려고 했지. 그런데 나중에 수익 부서에서 이런 제안을 했어. '임시 대리인이 신도가 많을수록 오래 근무하게 만들면 어떻겠냐'고.” “그리고?” “나도 찬성했어. 그때는 신성 공급이 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줄 알았거든. 하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신도를 늘리려면 도움을 받는 사람도 전부 신도로 세면 된다는 결론이 나왔어.” 그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나는 그 계산식의 위험을 알았어. 반대한 회의 기록도 남겼지. 그런데 계약을 완전히 멈추지는 못했어. 내 실적도 떨어질 테니까.” 카르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막지 못했다고만 말하면 편하겠지. 네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나?” 에반은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 일 년 동안 큰돈을 벌었어. 나도 권리를 팔았으니까.” 그는 천계 감사에 이미 제출한 수입 내역을 다시 내놓았다. 해당 시기의 회사 주식, 영업 성과급, 퇴직하면서 받은 보관료였다. 그중 일부는 지금도 에반 명의의 계정에 남아 있었다. 재하는 그 돈을 당장 달라고 하지 않았다. 피해 규모와 책임 범위가 확인돼야 어떤 배상이 가능한지 논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아직 내 옆에 있어?” 재하가 물었다. 에반은 웃으려다 실패했다. “너 처음 봤을 때 신도 0명이라서 돈이 될 줄 알았어. 정말 기초부터 브랜드를 만들면 좋은 사례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릴리 동생을 살린 뒤 남은 포인트가 0이 됐을 때, 네가 숫자를 아까워하지 않는 걸 보고 이상했어.” “그래서?” “내가 만든 계산식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으니까. 모든 신은 더 많은 포인트를 원하고, 모든 신도는 더 많은 기적을 원한다고 가정했어. 누군가 그냥 옆에 남아 주는 일을 계산할 수 없었지.” 릴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이제 그 계산을 바꿔야겠네요. 말뿐 아니라.” 에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회의에서 가져온 또 하나의 물건은 얇은 금속 원판이었다. 원판 앞면에는 빈 의자, 뒷면에는 숫자 세 개가 찍혀 있었다. [분류표 최초 버전: 1.0] [설명: 대리 업무와 신앙 자산의 분리] [작성자: 복수] “이걸 왜 지금까지 보관했지?” 세리아가 물었다. 에반은 한참 망설였다. “원본을 태우라는 명령을 받았거든. 폐기 확인서에도 내가 서명했어.” “그런데 안 태웠다고?” “그래. 겁이 나서. 언젠가 내가 잘못한 일을 증명해야 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세리아는 원판을 바로 가져가지 않았다. 먼저 에반에게 원본의 입수 경로, 보관 환경, 변형 여부를 적게 했다. 증거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을 쥔 사람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었다. 에반은 자신의 진술과 불리한 내용까지 포함한 목록을 작성했다. 금속 원판에 투명한 잉크를 발라 글씨를 드러내자 오래전 분류표가 나타났다. 원시 응답과 기도, 후원과 강제 헌납, 개인의 소망과 실제 계약을 구분하는 간단한 표였다. 그 아래에는 누군가 붉은 글씨로 지운 항목이 있었다. [지원 행위는 신앙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을 없애서 수많은 일을 거래로 만든 거군요.” 릴리가 말했다. “그 문장만 없앤 건 아니야.” 에반이 대답했다.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 명부도 지웠고, 승계 대상에게 동의를 확인하는 절차도 생략했어.” 재하는 빈 의자 표식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반복됐는지 조금 이해했다. 최초의 자리는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리를 관리하는 조직은 주인을 만들수록 돈을 벌 수 있었다. 빈 의자에 이름을 적으면 신을 만드는 상품이 되었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은 편지를 자기 계약으로 돌릴 수 있었다. 에반은 도서관의 옛 직장 동료에게도 연락했다. 그 사람은 오래전 계약 심사 부서에서 일했고, 지금은 시골에서 작은 목수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료는 자신이 갖고 있던 기록 일부를 보여 줄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개인의 편지와 주소가 포함돼 있어 공개 범위를 정해야 했다. “내가 직접 찾아갈게.” 에반이 말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다녀온 뒤에도 검증관이 따로 확인할 거야. 내가 너를 믿는다고 해서 서류가 진짜라는 뜻은 아니니까.” “알아. 그런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좀 안심되네.” “무슨 뜻인데?” “내가 한 번 실수했다고 무조건 믿지 않는 것도, 도와준다고 무조건 믿는 것도 아니잖아. 이번엔 제대로 확인받아 보고 싶어.” 에반은 며칠 뒤 옛 동료를 찾아갔다. 재하에게는 혼자 다녀오겠다고 했지만, 기록이 다시 왜곡되는 일을 막으려고 세리아가 승인한 독립 보관인이 동행했다. 방문지는 마른숲 남쪽의 작은 목수 작업장이었다. 나무 가루가 바람에 흩날리고, 안쪽에서는 손톱만 한 금속 장식들이 햇볕에 반짝였다. 옛 동료의 이름은 펠로였다. 펠로는 에반을 보자 반가워하기보다 망치를 내려놓았다. “돈 받으러 온 거면 돌아가. 이미 너희 회사는 없어졌잖아.” “돈 때문에 온 건 아니야.” “그럼 무슨 광고를 팔 건데?” 에반은 재하와 함께 작성한 조사 요청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기적 같은 성장’ 같은 문구가 하나도 없었다. 기록의 작성 시기, 보관 경로, 열람에 동의하는 범위,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내용뿐이었다. 펠로는 서류를 읽고 한참 뒤에야 문을 열어 주었다. “드디어 사람 말 같은 문서를 가져왔네.” 작업장 안쪽에는 옛 회사에서 사용하던 금속 인장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펠로는 자신의 개인 물건 외에는 임의로 가져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퇴사할 때 회계 담당자가 돌려준 물건만 갖고 왔기 때문이다. 에반은 그 출처 확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일을 밝히겠다며 남의 자료를 훔쳐 오면 조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펠로는 좁은 나무함을 열었다. 안에는 같은 문구가 다른 글씨로 찍힌 금속판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지원 행위는 신앙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지원 행위는 신앙과 같게 취급할 수 있다'였다. “이게 수정 회의 때 사용한 시안이야.” 펠로가 말했다. “둘 중 무엇이 최종 승인됐는지 난 모르지만, 수정안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건 증명할 수 있지.” 에반이 손을 떨었다. “내가 광고할 때는 두 번째 걸로만 설명했어.” “알아. 네 얼굴이 그때도 여기저기 붙어 있었으니까.” 펠로는 웃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불편한 기억도 이야기했다. 그때는 회사가 어떤 사람의 기도를 상품으로 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서류를 예쁘게 찍어 내는 일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작업장을 찾아온 여성이 자신의 아들이 동의하지 않은 계약에 등록됐다고 항의했다. 펠로는 그날 처음 문장이 누군가를 묶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난 그 뒤에 나왔어. 그런데 떠난다고 끝나진 않았지. 내가 찍은 금속판은 계속 쓰였으니까.” 그는 에반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너는 지금 뭘 하려고 왔냐? 나를 증인으로 써서 네 책임을 줄일 생각이냐?” 에반은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대답했다. “내가 만든 말들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하려고. 그 과정에서 내 책임도 늘어날 수 있다는 거 알아.” 펠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금속판을 빌려주지 않았다. 대신 독립 보관인 입회 아래 정해진 부분을 기록하고, 원본은 작업장에 보존하게 했다. 에반은 그 조건에 동의했다. 옛날의 그라면 '원본 독점 확보'라는 광고를 내걸고 돈을 벌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에반은 길가의 작은 가게에 들렀다. 숲에서 따온 열매로 만든 파이를 파는 곳이었다. 그는 가장 저렴한 파이 하나를 사서 동행한 보관인과 나눠 먹었다. 전에는 누군가와 일하면 꼭 거래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날은 그냥 배가 고팠다. “그렇게 보면 별일 아니네요.” 보관인이 말했다. “뭐가?” “함께 파이를 먹었을 뿐인데, 계약서를 쓸 필요는 없잖아요.” 에반은 파이를 씹다 멈칫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팔았던 상품들은 그런 평범한 일을 모두 숫자와 대가로 만들고 있었다. 가시골에 돌아왔을 때 세리아는 두 금속판의 문자 간격이 초기 원장과 일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작성자가 같은 사람인지까지 단정할 수는 없었다. 에반은 자신의 추측을 보고서와 분리했다. 어쩌면 그 사실을 아는 다른 사람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름을 함부로 적지 않았다. 그 뒤로 그는 상담을 요청한 피해자 가족의 편지에 직접 답장을 썼다. 자신의 과거 일을 설명하고 조사 절차를 알려 주되, 용서해 달라는 말은 넣지 않았다. 용서는 상대가 선택할 일이었다. 편지를 보낸 뒤 그는 한동안 통신석을 바라봤지만 아무 답도 오지 않았다. 재하는 그에게 물었다. “괜찮아?” “답장이 없으니까 좀 불안하지.” “그렇다고 답장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잖아.” “알아. 내가 남의 선택을 기다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겠지.” 에반은 창밖을 바라봤다. 가시골의 저녁은 조용했다. 누군가 피난소의 물통을 옮기고 있었고, 아이들은 임시 울타리 밖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그의 과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오늘은 문서를 훼손하지 않고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돌아온 에반은 펠로와 나눈 대화의 녹취 허용 부분만 세리아에게 넘겼다. 감정이 앞섰던 자신의 말 중 틀린 설명이 있으면 표시해 달라고 했다. 세리아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도 면책받거나 유죄로 확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반은 그 당연한 말을 듣고도 한동안 안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심하려고 서두르기보다 자료를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저녁 무렵 마티르가 가시골에 나타났다. 그의 이름이 오래된 계정 조작 시도와 연결됐다는 의심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독립 심리에 참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절차가 보장됐기 때문이다. “동의 절차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만들면 신성 공급이 부족해집니다.” 마티르가 말했다. 재하는 그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러면 실제 공급에 필요한 비용을 공개하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의 몫은 다른 방식으로 마련해야겠죠.”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럼 어디가 불가능한지부터 확인합시다.” 세리아는 독립적인 재정 분석을 제안했다. 누구도 자기 기관의 숫자만을 근거로 말하지 못하도록, 치료소와 수로 기술자도 자료를 제출하게 했다. 그날 밤 에반은 자신의 수첩 마지막 장을 펼쳤다. 한때 가장 자랑스러운 광고 문구였던 문장이 거기에 있었다. ‘당신의 믿음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듭니다.’ 에반은 펜으로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자기가 그런 말을 썼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아래에 새로운 문장을 덧붙였다. ‘누구도 당신의 믿음을 대신 팔 수 없습니다.’ 바로 그때 금속 원판의 뒤쪽에서 남은 목록 하나가 떠올랐다. [원본 분류표 설계 참여자] [관리 부서: 공백관리공사 설립 이전] [승계 요청 기록: 윤재하 — 지상 생활 시점] 에반은 숨을 멈췄다. 이 기록이 진짜라면 재하의 이름은 신이 된 뒤 임의로 덧붙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인간으로 살던 시기와 연결돼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사실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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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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