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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107화
PAYLUA ORIGINAL · 제107화

107화. 신격은 반품할 수 있습니까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17자

오프라인 책장
윤재하가 신격 반환에 관한 공개 질의서를 내자, 천계에는 하루 만에 세 종류의 소문이 퍼졌다. 첫째, 그가 모든 신을 인간으로 만들 계획이라는 소문. 둘째, 그가 신도에게 재산을 나눠 주고 은퇴한다는 소문. 셋째, 그가 비밀리에 천계의 왕이 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는 소문이었다. “세 번째가 제일 인기 있더라.” 에반이 말했다. “뭐가 마음에 드는데?” “왕이 되면 홍보비가 많이 나오잖아.” “계속 그러면 이번 보고서에 네 지출 내역을 전부 실을 거야.” “이미 전부 공개 중인데?” “그럼 과거 지출까지.” “갑자기 평생을 반성하게 되네.” 두 사람은 가시골 임시 회관의 긴 탁자에 마주 앉았다. 나무판 위에는 도르의 진술서, 세리아의 감사 요청, 모과가 제출한 건물 관리 기록, 그리고 재하 앞으로 온 수십 통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어떤 편지는 그가 신격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편지는 신의 이름으로 끼어들지 말고 사람들의 일에 맡겨 달라고 했다. 또 어떤 편지는 단지 폐허 신전 앞 돌담을 언제 고칠 것인지 물었다. “이것도 신앙 포인트로 계산되나요?” 릴리가 편지 한 장을 가리켰다. “안 되게 해 달라고 요구해야죠.” 재하가 대답했다. 그는 편지를 읽기 전 발신자의 공개 범위부터 확인했다. 신님에게 보냈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읽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열람을 허락한 편지만 에반과 공유했고, 나머지는 봉투째 보관했다. 천계 감사국에서는 심리관 세리아가 내려왔다. 그녀는 두꺼운 파일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렸다. 신격을 보유한 사람이 그 신격을 반납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존 규정들이었다. 첫 장부터 모순이었다. 어떤 규정은 신격을 천계의 공적 직무로 보았고, 어떤 규정은 신 개인의 절대 소유물로 보았다. 그 아래에는 신격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조항까지 붙어 있었다. “신격이 직무라면 사임할 수 있어야 하고, 재산이라면 양도할 수 있어야 하겠군요.” 재하가 말했다. “하지만 둘 중 무엇인지 확정된 적이 없습니다. 사임과 양도, 책임의 승계가 한 조항에 뒤섞여 있어요.” 세리아가 답했다. 도르가 쓴 진술서에는 단순한 문장이 있었다. ‘내가 그 자리를 떠난 것은 내 존재를 없애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릴리는 문장을 읽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릴리로서 신을 믿는다는 사실과, 신전의 성녀가 되어 모든 일에 복종해야 한다는 뜻이 다르다는 걸 비로소 분명히 설명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상인 연합에서 특사가 왔다. 매끈한 구두를 신은 남자는 은색 상자를 들고 있었다. 인사도 길었다. 그는 자신이 공백관리공사와 공식적 관계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반이 그 말을 듣더니 귀를 쫑긋 세웠다. “대개 관계가 없는 사람은 관계가 없다는 말을 세 번씩 하지 않거든.” 특사는 웃음을 지으며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깨끗한 계약서 한 장과 작은 신성석이 들어 있었다. “신격 양도를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모든 미응답 기도를 인수하겠습니다. 신님은 합당한 보상을 받으시고, 신도들에게는 일정 기간 무료 치료 서비스를 보장하겠습니다.” 재하는 계약서를 받았다. 첫 장은 꽤 그럴듯했다. 신격을 반납하더라도 신도의 혜택을 유지한다는 약속이었다. 다만 뒷장에는 보상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세부 규정이 있었다. [향후 기도 발생에 대한 우선 수익권] [수신자 반대 표시가 없는 경우 동의로 간주] [비신도 보호 사업 비용의 신도 부담 전환] “이건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 아닌가요?” 재하가 물었다. “반대할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신청하면 됩니다.” 특사가 말했다. 릴리가 즉시 되물었다. “반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요?”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입니다.” “읽지 못하는 사람은요?” “대리인이 대신 신청하면 됩니다.” “대리인이 없는 사람은요?” 특사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에반은 어색한 미소로 찻잔을 돌렸다. 오래전 자신이라면 비슷한 질문을 피할 수 있는 광고 문구를 만들었을 것이다. 특사는 서둘러 계약서를 덮었다. “신님께서 지금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기한이 지나면 천계가 모든 비용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재하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당신 회사가 그 기한을 정한 건 아니죠?” “그렇습니다.” “그럼 그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겠습니다. 계약은 보류하죠.” 특사는 은색 상자를 닫았다. 문밖으로 나가며 남긴 마지막 말이 이상했다. “정작 신님은 자기 신격을 계속 가지고 싶으신 겁니까?” 재하는 즉시 답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몇 번이나 했던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빼앗길까 두려웠고, 그다음에는 이 힘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으니 잃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그보다 더 복잡했다. 신격을 계속 가진다는 것이 무엇을 책임지는지, 그 책임을 누구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알지 못했다. 그 주 저녁에는 신전 운영비를 따로 계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에반이 처음 회계장부를 펼쳤을 때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옛 광고 업자가 회계 담당이 됐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에반은 정색했다. “이건 천계 역사상 가장 정직한 장부일 수도 있습니다. 저를 못 믿겠으면 검증관을 더 부르세요.” 다렌은 신전의 벽 보수 비용을 적었고, 치료소 운영자는 한 달 동안 필요한 약과 붕대를 계산했다. 수로 기술자들은 우회관을 언제 교체해야 하는지, 식량 담당자는 구호소가 며칠 동안 사람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 주었다. 어느 숫자도 기도 횟수와 비례하지 않았다. 재하는 계산서를 읽다 이마를 짚었다.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드네요.” 에반이 속삭였다. “이래서 다들 신앙으로 결제하고 싶어 하는 거야.” “그렇다고 그러면 안 되지.” “알아. 그래서 오늘은 숫자로 설득할 거야.” 그는 사람들의 선택지를 세 가지로 나누었다. 자발적 후원, 공개적인 서비스 이용료, 그리고 일반 재정에서 지원받는 공공 구호비였다. 각 방식에는 장점과 문제점이 있었다. 후원에만 기대면 금액이 불안정했고, 이용료를 받으면 가난한 사람이 치료를 포기할 수 있었다. 공공 구호비는 누가 부담할지 합의가 필요했다. 결론을 하루 만에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리안이 물었다. “그럼 신님이 처음부터 비용을 댔으면 쉬웠던 거 아니에요?” 재하는 솔직히 말했다.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한 번 쓰고 사라지는 기적보다 매일 돌아가는 수도가 더 중요하잖아요. 제가 없을 때도 작동할 돈과 사람이 필요합니다.” 모과가 팔짱을 꼈다. “그렇다고 주민에게 다 부담하라는 소리는 아니지?” “아닙니다. 그 비용을 왜 지금까지 신격 계약에만 묶어 뒀는지 천계에도 따질 겁니다. 기존 계약의 책임을 정산하지 않고 주민에게 떠넘길 순 없어요.” 치료소 대표는 한 가지 제안을 냈다. 당장 필요한 약품은 천계의 긴급 보전 명령으로 공급받고, 장기 운영 계획은 주민과 치료소가 공동으로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성급한 독립 선언보다 나은 방법이었다. 카르도는 군의 보급 회선 중 공개된 부분에서 구호 물자를 지원할 수 있다고 했지만, 군 예산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은 아니므로 독립적인 승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반은 그 말을 듣고 장부 한쪽에 '군 보급 지원 검토'라고 적었다. 재하는 '확정'이라고 쓰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회의 중간에 노아가 짧은 편지를 보냈다. 아이는 왜 신님이 신도를 늘리려다 갑자기 숫자를 줄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재하는 웃으며 릴리에게 답장을 불러 주었다. “신도 수를 줄이려는 건 아니야. 누가 나를 믿는지 정확히 알고 싶을 뿐이야. 밥 먹었다고 신도가 되고, 붕대 받았다고 신도가 되는 건 이상하잖아.” 노아는 돌아온 답장에 작은 그림을 그려 보냈다. 신전 앞에는 줄을 선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쪽에는 '기도하는 줄', 다른 쪽에는 '물 받는 줄'이라고 적혀 있었다. 두 줄은 따로 이어지다가 한곳에서 만났다. 그 앞에는 재하가 아니라 물통이 놓여 있었다. “그림이 제일 정확하네요.” 릴리가 말했다. 도르는 그림을 오래 바라봤다. 그가 떠나던 시절에는 이런 구분을 유지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민이 직접 운영 계획을 만들고, 천계 법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생기고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길이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다. 다음 날에는 신격 반환 질의에 대한 공개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장은 마을회관보다 컸지만 참석자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일부 신들은 신격 양도를 허용하면 자신들이 가진 힘이 하루아침에 거래 대상이 될까 두려워했다. 일부는 사임권이 생기면 불합리한 계약을 고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신도들은 신이 떠날 경우 자신이 의지하던 공동체까지 사라질까 걱정했다. 재하는 앞에 나가 ‘신격을 반환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대신 ‘강제로 배정된 신격의 진위를 심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말은 선동적인 구호보다 덜 화려했지만 정확했다. 그의 신격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 채 반환할 권리만 주장하면, 또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넘길 수도 있었다. 한 신이 항의했다. “너만 특혜를 받으려는 것 아닌가? 신은 그 지위를 얻은 이상 책임져야 한다.” 재하는 대답했다. “책임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미 받은 도움을 없던 일로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책임을 지는 방식도 서로 동의하고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신은 당장 수긍하지 않았다. 세리아는 반대 의견까지 회의록에 남겼다. 어느 누구도 말 한마디에 갑자기 변하는 대신,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채 같은 문서를 읽어야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재하는 그 장면을 보고 조금 안도했다. 자신이 아직 결론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신이 된 뒤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말은 '모르겠습니다'였다. 인간이었을 때도 잘 하지 못하던 말이었다. 마을 저녁 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모과는 축대 수리 비용을 물었고, 다렌은 신전이 앞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정기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료소 대표는 재하가 신격을 포기하면 공급 계약이 끊어지는지 걱정했다. 재하는 ‘그렇지 않다’고 쉽게 약속할 수 없었다. 도르의 사례를 본 뒤였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당장 잃을 수 있는 것부터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재하가 말했다. “제가 신으로 남는지와 물이 나오고 약을 받는 일은 분리되어야 하니까요.” 청년 하나가 항의했다. “우리는 신님의 결심을 응원하러 온 게 아니에요. 내일도 물이 나오는지 알고 싶어서 왔죠.” “맞아요.” 재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공급은 계속됩니다. 현재 저장량은 다렌이 확인했고, 치료소의 약은 다음 배송까지 확보했습니다. 그 뒤의 계약은 보전 심리가 필요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다른 의견도 나왔다. 신전의 물자를 기꺼이 후원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 이름이 신도 명부에 오르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릴리는 그 의견들을 각각 적었다. 모과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래서 넌 뭘 원하니?” 재하는 잔을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자리를 원해요. 제가 남을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사람들의 약속까지 파는 건 싫습니다.” 에반이 그 말을 기록했다. 홍보 문구로 쓰기에는 너무 길고 수익성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 했다. 회의가 끝나기 직전 하늘에서 작은 심리 소환장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공백관리공사 명의가 아니라 오래된 원시 규칙 자체가 발신자였다. [신격 반환 권리 심리] [원장 0번 임시 수탁자 윤재하] [동의가 없는 승계는 유효한가?] [참석 자격: 본인 및 영향을 받는 사람] 재하는 마지막 줄을 읽으며 미소 지었다. “이번에는 저 혼자 설명할 필요가 없겠네.” 그때 소환장 아래에 작은 단서가 나타났다. [주의: 과거 승계 원장에서 삭제된 동의 기록을 복구하는 경우, 현재 신격 연결이 변경될 수 있음] 재하는 자신도 모르게 릴리를 바라봤다. 그녀가 노아를 위해 처음 빌었던 기적과 자신의 신격은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기록 하나를 고치면 그날의 도움까지 사라질 수 있을까. 도르가 조용히 말했다. “바꿀 수 있는 것과 지워선 안 되는 것을 나누는 일부터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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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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