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에서 가장 싫어하는 순간은 배가 흔들리는 순간이다.
그다음으로 싫어하는 순간은 누가 ‘이 흔들림은 정상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지금 나바가 정확히 그 말을 하고 있었다.
“역상 항로의 조류 변화입니다. 정상이에요.”
“방금 컵이 벽을 타고 올라갔는데요?”
“그것도 역상 항로에서는 정상입니다.”
“그럼 정상의 범위를 좀 좁혀 주세요!”
갑판 너머에서 구름이 아래로 떨어졌다. 정확히는 배가 옆으로 기울면서 구름이 낭떠러지처럼 보인 것이다. 바람다리 아래에 매달린 마을 지붕들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니아가 조타실의 수정판을 조사했다.
“배의 화물 잠금과 방향 제어가 같이 묶인 장치에 외부 명령이 들어오고 있어요. 선장의 명령이 우선권을 잃고 있습니다.”
“수동으로 조종할 수 없나요?”
“가능하지만 화물봉인이 동시에 풀릴 위험이 있소.”
테른이 답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 세계의 개발자는 왜 제어장치와 금고를 같은 전원선에 꽂는 겁니까?”
아르웬이 침착하게 말했다.
“설계 당시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어요.”
“그 효율적인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고객 문의를 받고 있는지 알면 좋겠네요.”
나바가 조타륜을 붙들고 외쳤다.
“하부 종선이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저걸 쓰면 마을에 경고할 수 있어요!”
“먼저 보내요!”
문득 선체 아래를 내려다봤다. 마을의 창문마다 노란 불빛이 켜져 있었다. 저 밑에는 우리가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이 산다. 누군가는 저녁을 먹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아이를 재우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사건 번호 023이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하늘에서 배가 떨어지는 재앙이 된다.
“경보 먼저.”
나는 다시 말했다.
나바가 지체 없이 종줄을 잡았다.
종을 세 번 울리자 아래쪽 구름에 푸른 파문이 퍼졌다. 해 아래편에 매달린 작은 마을로 신호가 전달됐다.
[역상 항로 선박 긴급 접근]
[주민 대피 권고]
[낙하 화물 위험: 예방 조치 중]
종이새들이 방해하려 들었지만, 백색 중계소에서 독립시킨 공공 경보 경로는 그대로 작동했다. 세이의 작은 목소리가 통신으로 들렸다.
‘경보 송달 완료. 각 마을에서 수신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훌륭해, 세이.”
‘이제 배송 성공률이 아니라 실제 확인 횟수를 세고 있어요.’
이보다 반가운 보고는 없었다.
로딘은 날개를 펴고 하부 마을과 배 사이를 돌았다. 평소라면 입에서 불을 뿜으며 장엄한 구호를 외쳤을 텐데, 이번엔 조심스럽게 커다란 몸을 위치시켰다.
“내가 낙하를 막겠다!”
“불 쓰지 마세요!”
“알고 있다!”
이 드래곤, 정말 성장했다.
선원 대피를 준비하던 모아가 달려왔다.
“시온 님, 화물함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봉인 번호가 모두 ‘회수 완료’로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 이동은요?”
“아직요. 글씨만 바뀌어요.”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아, 이 끔찍하게 익숙한 오류.
눈앞에서는 아무도 받지 않았는데, 장부에만 ‘처리 완료’라고 찍히는 것. 배를 흔들고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면서까지 도장을 찍으려 한다.
“니아. 지금 안전하게 분리할 수 있는 건?”
“공공 경보와 선원 생명 유지 선은 독립돼 있어요. 화물 잠금과 조타만 위험합니다. 하지만 두 개를 한 번에 분리하면 배가 길을 잃을 수 있어요.”
“그럼 선장이 조타를 선택할 시간을 벌어야겠네요.”
테른이 작은 동력원을 꺼냈다.
“단기 수동 보조 장치가 있소. 선체 전체가 아니라 조타륜의 회전만 안정시키는 용도요. 지속 시간은 짧소.”
“얼마나 짧은데요?”
“약 열두 분.”
나는 시계를 봤다. 외부 강제 회수까지 세 시간 반 남아 있었다.
“열두 분짜리 기계로 세 시간짜리 일을 하라고요?”
“세 시간 버티라는 뜻이 아니오. 그 사이에 위험한 명령이 실제로 조타를 빼앗는지 확인하고, 안전 정지 조건을 성립시키라는 뜻이오.”
“아.”
이런 걸 전문성이라고 한다. 설명하는 말투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나바는 선체의 직접 선택 장치에 손바닥을 올렸다.
“저는 화물을 버리고 탈출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선원들이 원한다면 떠날 수 있습니다. 우선 조타를 붙들겠습니다.”
모아가 고개를 들었다.
“저도 남을게요. 다만 선장님이 명령해서가 아니라 제가 원해서요.”
“그렇다면 안전줄부터 묶어.”
나는 말했다.
루루가 작은 손을 펼쳤다.
“시온 님도 안전줄!”
“나도?”
“당연하죠! 제일 자주 뛰어내리시잖아요!”
“사람이 난관에 부딪히면 가끔 몸부터 움직일 수도 있지.”
“그건 난간이에요!”
말장난이냐고? 맞다. 지금 웃지 않으면 토할 것 같으니까.
우리는 세 갈래의 기록을 분리했다. 선장의 실제 조타 선택, 외부 명령이 빼앗으려 한 지시, 선내 봉인에 표시된 가짜 완료 도장. 동시에 모아를 비롯한 선원의 안전 상태를 각자 확인했다.
니아가 외쳤다.
“강제 명령 실행 시 선박이 민가 방향으로 추락할 위험을 확인했어요!”
“증거 봉인!”
아르웬이 서류에 긴급 서명을 했다. 독립 감시관 마레인에게 제출하자 답신이 돌아왔다.
[실제 안전 위해 가능성 확인]
[선박 조타 및 화물 잠금의 강제 동시 이관: 긴급 중지]
[중앙 기록국 이관 명령 자체의 적법성: 본안 심리 계속]
[기존 보호 봉인 및 경보 경로: 유지]
“됐다!”
내가 소리쳤다.
테른이 수동 보조 장치를 작동했다. 나바가 조타륜을 돌렸다. 배가 낮은 구름 사이에서 서서히 수평을 되찾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화물 0-17의 봉인 위에서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답을 받게 해 달라고 한 게 아니에요.’
우리는 일제히 몸을 굳혔다.
모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봉인을 연 적은 없어요. 외부 보호 문구만 들린 거예요.”
다음 문장이 이어졌다.
‘질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어요.’
니아의 수정판에 새 표식이 나타났다.
[음성 출처: 화물 본문이 아닌 외부 보호 기록]
[기록 생성: 17년 전]
[기록 등록자: 라에]
나는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실종된 정령의 흔적이, 도장이 아니라 목소리로 나타난 것이다.
제9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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