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의 명패가 검게 변한 뒤, 배 안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녀를 의자에 앉히는 것이었다.
“왜요?”
소녀가 물었다.
“네가 무슨 일을 원하는지 듣게.”
“저는 화물 보호 견습이고…….”
“그건 직책이고. 네가 여기 남고 싶은지, 나가고 싶은지, 일단 자고 싶은지.”
모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도 돼요?”
“잠은 계약서 없이 자도 돼.”
“그런데 제 관리 등록에는 연속 대기 상태라고 되어 있어요.”
나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바를 봤다.
나바가 이마를 짚었다.
“제가 만든 규정은 아닙니다. 저 기록은 중앙에서 내려왔습니다. 모아가 원래는 선원 명부에 있었는데, 이번 자동 이관부터 화물 목록에 묶였어요.”
“등록 변경 통지가 왔습니까?”
“선장에게는 안 왔습니다.”
“본인에게는요?”
모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주 좋다. 이제 이 세계의 시스템은 당사자가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물건으로 바꾸는 경지에 이르렀다. 발전 방향이 참으로 감탄스럽다. 감탄할 부분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록을 확인했다.
[기존: 선원 — 독립 급여 및 거주권]
[변경: 운송 자산 — 조타 계통 부속 관리]
[변경 사유: 최초 운영 위임에 근거한 항목 자동 통합]
“한 줄 때문에 인생이 바뀌는군요.”
아르웬은 원본 대조를 요청했다. 테른은 선원 명부와 선체 부품 목록을 다른 수정판에 나누었다. 니아는 모아가 직접 말한 의사만 별도로 기록하기 위한 작은 종을 준비했다.
“모아, 네가 이 배의 선원이라는 증거가 있을까?”
“급여 장부는 있는데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민 장부에는 세월이 묻어 있었다. 나바가 매달 적은 식비, 휴식 시간, 작업 수당이 빽빽하게 쓰여 있었다. 모아의 이름 옆에는 몇 번이나 별표가 붙어 있었다.
“이 별표는 뭐야?”
“힘든 일을 잘 끝냈을 때 선장님이 주셨어요.”
“돈은?”
“아, 수당도 받았어요.”
나바가 항변하듯 말했다.
“별표로만 월급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행이네요. 방금까지 마음속으로 노동청에 신고하려고 했습니다.”
“노동청이 무엇이죠?”
“나중에 꼭 만들고 싶은 기관입니다.”
우리는 선원들과 차례대로 면담했다. 작은 항로 정령 둘은 선체에서 나오면 몸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까마귀 선원은 자유롭게 날고 싶지만 견과류 창고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반짝이는 등불의 모습을 한 조타사는 자기 직함을 ‘장치’로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좋아.”
나는 신청서를 정리했다.
[선원 12명: 물품 목록 포함에 이의 제기]
[거주 및 이동에 관한 별도 의사 확인]
[안전상 선체와 물리적 연결이 필요한 3명: 분리 시 대체 지원 요청]
모아가 내 옆에서 종이 장부를 꼼꼼히 넘겼다.
“시온 님.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까요?”
“해.”
“배를 떠나기는 싫어요. 하지만 배랑 같은 물건은 아니고 싶어요.”
나는 펜을 멈췄다.
“그 말을 맨 앞에 써 두자.”
조타실 문밖에서 로딘이 우렁차게 외쳤다.
“그렇다면 나도 등록하겠다!”
“뭘요?”
“나는 드래곤이지 이동 수단이 아니다!”
“예, 맞습니다. 그런데 왜 매번 자발적으로 우리 태워 줬어요?”
“친구이기 때문이다!”
복도가 잠깐 조용해졌다.
로딘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내가 생각해도 방금 말은 꽤 괜찮았다. 특히 자기가 한 말이라는 점이 그에게 놀라웠던 모양이다.
“……그럼 친구라고 적어 놓아라.”
“그건 장부에 안 적어도 됩니다.”
루루가 냉큼 끼어들었다.
“저는 적을래요! 로딘 님은 우리 친구!”
나는 말리지 않았다. 가끔은 서류에 없어도 존재하는 것이 있다.
모아는 마지막 서명을 하기 전에 펜을 내려놓았다.
“시온 님. 만약 나중에 제가 정말 배의 일부라고 밝혀지면 어떻게 해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때는 그 사실부터 다시 확인하자. 하지만 누군가가 네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이름을 지울 권리는 없어.”
“제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도요?”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까 물어보고 확인하는 거야. 네가 틀릴 수도 있고 기록이 틀릴 수도 있어. 둘 다 틀릴 수도 있고.”
모아가 킥킥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 제일 속상한 사람은 기록이겠네요.”
“기록은 속상해도 괜찮아. 너는 나중에 고칠 수 없는 사람이고, 기록은 고칠 수 있는 종이니까.”
나는 그 말을 하고 조금 놀랐다. 가끔 입에서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온다. 대개 그 직후에는 바보 같은 말을 해서 균형을 맞추지만.
면담이 끝나 갈 때, 제로에게서 연락이 왔다. 작은 수동 종이 간결하게 울렸다.
‘시온 님. 제0 회선에서 외부 요청을 감지했어요. 검은 배가 선원 명부를 분리하면, 오래된 기록 하나가 고립된다고 해요.’
“어떤 기록?”
‘보낸 질문은 없는데 답변만 있는 기록이요.’
나는 종에 시선을 고정했다.
“답변은 있는데 질문이 없다고?”
‘네. 그 기록에선 질문이 나중에 작성됐어요.’
그 말은 기분 나쁘게 익숙했다. 백색 중계소에서도 받았다는 도장이 내용보다 먼저 찍혔다.
“그럼 지금 그 답변을 읽을 수 있어?”
‘아니요. 원본 공개 허락이 없어요. 외부 표식만 확인할 수 있어요.’
“좋아. 그걸 보존해 줘.”
제로가 잠시 조용했다가 물었다.
‘제가 원래 지워졌던 이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나요?’
“응. 아주 많이.”
‘그럼 모아에게도 말해 주세요. 이름을 지키는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나는 모아에게 그대로 전했다.
소녀는 장부에 적힌 자기 이름을 손끝으로 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명패의 검은 점을 천으로 닦아 냈다.
검은 점은 지워지지 않았다.
대신 명패 아래 작은 새 글씨가 생겼다.
[분류 이의 신청 접수]
[당사자 진술: 나는 선원입니다]
이런 문구에 감동하면 안 되는데.
자꾸 감동하게 된다.
제9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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