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 선원 모아에게는 특이한 버릇이 있었다.
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 반사적으로 “수령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귀여운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아홉 번째쯤 들으니 농담이 아닌 걸 알았다.
“모아.”
“수령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물 좀 마시라고.”
“아. 그건 받겠습니다.”
모아는 컵을 받아 들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것도 기록해야 해요?”
나는 잠깐 멈췄다. 누군가에게 물 한 잔 받는 일조차 계약이 되는 세상에 오래 살면 저렇게 되나 보다.
“아니. 그냥 마셔. 나한테 부담되는 것도 아니야.”
물론 그 말은 조금 멋있었다. 내가 주인공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바로 다음 순간 내 컵이 비어 있어 멋이 반으로 줄었지만.
냉각함 둘째 칸에서 울린다는 소리를 확인하러 갔다. 배 안쪽은 검은 나무와 구리 관으로 이어져 있었고, 통로 밑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흘렀다. 벽에 붙은 수정들이 불규칙하게 빛났다.
니아가 내게 귀마개를 건넸다.
“선내 공명을 그대로 들으면 자신에게 온 답변이라고 착각할 수 있어요. 출처 확인 전에는 음성 필터를 끼세요.”
“그렇게 위험한데 왜 선원들은 괜찮죠?”
“모아와 나바 선장은 장시간 근무하면서 필터 훈련을 받았대요.”
“저는 하루 만에 출장을 끝내고 싶은데요.”
“그건 이번에도 어렵겠네요.”
잔인하다. 정령은 작고 예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현실 통보는 누구보다 빠르다.
냉각함 앞에서 모아가 손을 떨었다. 거대한 유리 상자 안에는 검은 봉투 하나가 떠 있었다. 봉투 모서리에는 은빛 나뭇잎 무늬가 찍혀 있었고, 봉인 아래에 ‘0-17’이라는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상자 바깥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울고 있는 것 같아요.”
모아가 말했다.
“화물 자체가 울 수 있어요?”
내 질문에 니아가 몸을 숙였다.
“안의 생명 반응은 확인되지 않아요. 대신 공명으로 냉각막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물이 생기고 있어요. 눈물이라고 단정할 순 없죠.”
“그럼 함부로 ‘슬프다’고 적지 맙시다.”
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기록지 제목을 ‘울고 있는 편지’에서 ‘표면 응결 발생’으로 고쳤다.
갑자기 감성이라는 게 대단히 실무적인 절차를 거쳐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조금 안심됐다. 슬픈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만,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상자 옆에는 모아가 손으로 적은 근무 일지가 걸려 있었다.
[3년 전: 첫 번째 외부 수령자 지정 요청 — 거절]
[2년 전: 선원 전원 수령 거부 재확인]
[1년 전: 자동 요청이 선장 허가 없이 가동]
[오늘: 외부 조사자·견습으로 수신자 변경 시도]
“이걸 혼자 다 적었어?”
“네. 누군가 나중에 정말로 이걸 받으러 오면, 제가 마음대로 주지 않았다고 설명하려고요.”
“좋은 습관이다.”
로딘이 뒤에서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진정한 보물은 찾는 자가 가지는 것이다!”
“고객님, 유실물 센터 직원 앞에서 그런 소리 하시면 안 됩니다.”
“나는 용이다!”
“네, 그래서 보관물 손대지 마시라고요.”
나바가 다가와 낮게 말했다.
“열일곱 해 전, 이 배는 마지막 우편을 받기 위해 정박했습니다. 보내는 쪽에서는 내용 대신 잠금 조건만 전달했고, 바로 다음 날 중앙 기록국에서 배를 폐선 처리했죠.”
“왜 폐선 처리를 했습니까?”
“정식 사유는 선박 노후화. 그런데 점검표에는 누락된 장치가 하나도 없습니다.”
“허위 점검표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 있습니다. 제가 증명할 수 있는 건 사고가 없었고, 폐선을 명령한 기관의 이름뿐입니다.”
그녀가 제복 안쪽에서 오래된 금속 명판을 꺼냈다.
[중앙 기록국 운항 폐지 인장]
[부속 명령: 화물 0-17의 존재를 민원 기록에서 삭제]
나는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폐선 처리보다 이게 핵심이네요.”
“네.”
“그런데 왜 그동안 신고하지 않았죠?”
나바가 입술을 깨물었다.
“신고한 적이 있습니다. 일곱 번.”
그녀는 서랍에서 봉인된 기록 일곱 장을 꺼냈다. 모두 발신과 내용이 보존되어 있었다. 하지만 받는 쪽의 서명은 없었다.
[처리 결과: 접수처 없음]
“등록할 곳이 없다고?”
“저희 존재가 삭제됐으니까요.”
세이가 백색 중계소에서 보내 온 짧은 원격 통신이 울렸다.
‘저도 한때 누가 편지를 못 받았다고 말하면 제 성적이 떨어진다고 배웠습니다.’
작은 종이인형의 목소리였다.
‘그래도 접수처는 있어야 합니다. 최시온 씨, 저희 중계소에 사건 번호를 새로 만들 수 있어요.’
나는 웃었다.
“세이, 네가 제일 멀쩡한 우체부다.”
‘감사합니다. 다만 종이인형의 정규 직함은 안내원입니다.’
“그것도 정확해.”
우리는 선장의 진술과 일지의 존재만 백색 중계소로 전송했다. 화물 0-17의 내용이나 주인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
접수번호가 발급되었다.
[연계 민원 023 — 검은 우편선의 소실된 운항 기록]
[보관물 임의 수령 지정에 관한 긴급 조사]
그때 배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선실 끝에서 둔탁한 금속음이 울렸다. 갑판 위의 그림자가 갑자기 길어졌다.
[중앙 기록국 운항 정리 명령 재개]
[검은 우편선 화물 자동 인수까지: 12시간]
“삼십육 시간이었잖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나바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우리가 신고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정말 질 나쁜 고객이다.
민원 넣었다고 처리 시간을 줄이다니.
제9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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