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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94화
PAYLUA ORIGINAL · 제94화

94화. 열지 않은 편지도 울 수 있나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665자

오프라인 책장
견습 선원 모아에게는 특이한 버릇이 있었다. 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 반사적으로 “수령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귀여운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아홉 번째쯤 들으니 농담이 아닌 걸 알았다. “모아.” “수령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물 좀 마시라고.” “아. 그건 받겠습니다.” 모아는 컵을 받아 들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것도 기록해야 해요?” 나는 잠깐 멈췄다. 누군가에게 물 한 잔 받는 일조차 계약이 되는 세상에 오래 살면 저렇게 되나 보다. “아니. 그냥 마셔. 나한테 부담되는 것도 아니야.” 물론 그 말은 조금 멋있었다. 내가 주인공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바로 다음 순간 내 컵이 비어 있어 멋이 반으로 줄었지만. 냉각함 둘째 칸에서 울린다는 소리를 확인하러 갔다. 배 안쪽은 검은 나무와 구리 관으로 이어져 있었고, 통로 밑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흘렀다. 벽에 붙은 수정들이 불규칙하게 빛났다. 니아가 내게 귀마개를 건넸다. “선내 공명을 그대로 들으면 자신에게 온 답변이라고 착각할 수 있어요. 출처 확인 전에는 음성 필터를 끼세요.” “그렇게 위험한데 왜 선원들은 괜찮죠?” “모아와 나바 선장은 장시간 근무하면서 필터 훈련을 받았대요.” “저는 하루 만에 출장을 끝내고 싶은데요.” “그건 이번에도 어렵겠네요.” 잔인하다. 정령은 작고 예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현실 통보는 누구보다 빠르다. 냉각함 앞에서 모아가 손을 떨었다. 거대한 유리 상자 안에는 검은 봉투 하나가 떠 있었다. 봉투 모서리에는 은빛 나뭇잎 무늬가 찍혀 있었고, 봉인 아래에 ‘0-17’이라는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상자 바깥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울고 있는 것 같아요.” 모아가 말했다. “화물 자체가 울 수 있어요?” 내 질문에 니아가 몸을 숙였다. “안의 생명 반응은 확인되지 않아요. 대신 공명으로 냉각막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물이 생기고 있어요. 눈물이라고 단정할 순 없죠.” “그럼 함부로 ‘슬프다’고 적지 맙시다.” 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기록지 제목을 ‘울고 있는 편지’에서 ‘표면 응결 발생’으로 고쳤다. 갑자기 감성이라는 게 대단히 실무적인 절차를 거쳐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조금 안심됐다. 슬픈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만,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상자 옆에는 모아가 손으로 적은 근무 일지가 걸려 있었다. [3년 전: 첫 번째 외부 수령자 지정 요청 — 거절] [2년 전: 선원 전원 수령 거부 재확인] [1년 전: 자동 요청이 선장 허가 없이 가동] [오늘: 외부 조사자·견습으로 수신자 변경 시도] “이걸 혼자 다 적었어?” “네. 누군가 나중에 정말로 이걸 받으러 오면, 제가 마음대로 주지 않았다고 설명하려고요.” “좋은 습관이다.” 로딘이 뒤에서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진정한 보물은 찾는 자가 가지는 것이다!” “고객님, 유실물 센터 직원 앞에서 그런 소리 하시면 안 됩니다.” “나는 용이다!” “네, 그래서 보관물 손대지 마시라고요.” 나바가 다가와 낮게 말했다. “열일곱 해 전, 이 배는 마지막 우편을 받기 위해 정박했습니다. 보내는 쪽에서는 내용 대신 잠금 조건만 전달했고, 바로 다음 날 중앙 기록국에서 배를 폐선 처리했죠.” “왜 폐선 처리를 했습니까?” “정식 사유는 선박 노후화. 그런데 점검표에는 누락된 장치가 하나도 없습니다.” “허위 점검표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 있습니다. 제가 증명할 수 있는 건 사고가 없었고, 폐선을 명령한 기관의 이름뿐입니다.” 그녀가 제복 안쪽에서 오래된 금속 명판을 꺼냈다. [중앙 기록국 운항 폐지 인장] [부속 명령: 화물 0-17의 존재를 민원 기록에서 삭제] 나는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폐선 처리보다 이게 핵심이네요.” “네.” “그런데 왜 그동안 신고하지 않았죠?” 나바가 입술을 깨물었다. “신고한 적이 있습니다. 일곱 번.” 그녀는 서랍에서 봉인된 기록 일곱 장을 꺼냈다. 모두 발신과 내용이 보존되어 있었다. 하지만 받는 쪽의 서명은 없었다. [처리 결과: 접수처 없음] “등록할 곳이 없다고?” “저희 존재가 삭제됐으니까요.” 세이가 백색 중계소에서 보내 온 짧은 원격 통신이 울렸다. ‘저도 한때 누가 편지를 못 받았다고 말하면 제 성적이 떨어진다고 배웠습니다.’ 작은 종이인형의 목소리였다. ‘그래도 접수처는 있어야 합니다. 최시온 씨, 저희 중계소에 사건 번호를 새로 만들 수 있어요.’ 나는 웃었다. “세이, 네가 제일 멀쩡한 우체부다.” ‘감사합니다. 다만 종이인형의 정규 직함은 안내원입니다.’ “그것도 정확해.” 우리는 선장의 진술과 일지의 존재만 백색 중계소로 전송했다. 화물 0-17의 내용이나 주인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 접수번호가 발급되었다. [연계 민원 023 — 검은 우편선의 소실된 운항 기록] [보관물 임의 수령 지정에 관한 긴급 조사] 그때 배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선실 끝에서 둔탁한 금속음이 울렸다. 갑판 위의 그림자가 갑자기 길어졌다. [중앙 기록국 운항 정리 명령 재개] [검은 우편선 화물 자동 인수까지: 12시간] “삼십육 시간이었잖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나바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우리가 신고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정말 질 나쁜 고객이다. 민원 넣었다고 처리 시간을 줄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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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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