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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91화
PAYLUA ORIGINAL · 제91화

91화. 우편선을 찾는데 항공권이 필요합니까?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843자

오프라인 책장
백색 중계소에서 맞은 마지막 아침은 평화로웠다. 세이가 직접 우린 차는 온도가 정확했고, 루루는 식탁 위에 오늘 일정표를 펼쳤으며, 로딘은 건물 바깥에서 산 하나만큼 커다란 하품을 했다. 아침부터 드래곤의 목젖을 관찰하는 생활이라니. 한국에서 콜센터 상담원으로 십이 년 일하면서 상상한 해외 근무와는 조금 달랐다. “오늘은 복귀죠?” 나는 제일 중요한 질문부터 던졌다. 아르웬은 차를 내려놓았다. “백색 중계소의 긴급 조치는 마무리됐습니다. 다만 검은 우편선과 연결되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연결되는 기록은 늘 남습니다. 그걸 다 따라가면 월급날도 못 따라갑니다.” 루루가 의기양양하게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그래서 출장 연장 신청서를 준비했어요!” “그걸 왜 네가 준비해?” “시온 님이 도망가실까 봐요.” 도망이 아니라 적법한 퇴근이라고 말하려던 순간, 세이의 종이 귀가 파르르 떨렸다. “수신했습니다. 발신자가 없는 운항 통지입니다.” 그는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평범한 검은 봉투였다. 다만 봉투가 내 그림자 위에서만 보였다. 햇빛 쪽으로 옮기면 종이 자체가 사라졌다. “검은 우편선의 노선표입니까?” 니아가 공명을 측정했다. “원본을 열지 않고도 외부 인장만 볼 수 있어요. 운항일은 오늘, 입항 시각은 해 질 무렵입니다. 항로는 ‘하늘 아래편’이라고 되어 있네요.” “하늘 아래편?” 로딘이 창밖에서 코를 들이밀었다. “역상 항로다! 사백 년 전 우편 배들이 다니던 길이지. 위에서 내려다보면 구름에 가리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배 그림자만 비치는 곳이다!” “그럼 어느 쪽에서 봐야 배가 보입니까?” “옆에서.” “……아.” 이 드래곤은 가끔 너무 쉬운 답을 너무 장엄하게 한다. 세이는 다른 기록도 가져왔다. 검은 우편선에 실린 화물의 종류가 이상했다. [운송 품목: 미수령 답변] [발신 문서와 연결: 일부 확인 불가] [마지막 정상 입항: 17년 전] [운항 상태: 확인 요청 거부] “미수령 편지도 아니고 미수령 답변이라고?” 나는 차를 내려놓았다. 질문에 답을 해도 받지 못한 사람은 있겠지. 하지만 그 답변이 왜 우편선에서 떠돌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아르웬이 통지 하단을 가리켰다. [보관 증언 보호 요청 — 선내 화물의 임의 개봉을 금합니다] [안전 확인 가능 인원: 제한된 조사단] “그럼 선장 쪽에서 도움을 요청한 겁니까?” “요청이라고 단정할 순 없어요.” 아르웬은 말을 고쳤다. “선내 기록 중 하나가 보호를 원한다고 표시한 것뿐입니다. 누가 보냈는지도 확인해야 해요.” 이 여자는 늘 정확하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거짓말하기가 아주 힘들다. 특히 나처럼 대충 ‘대박’이라고 부르며 사건을 넘기고 싶은 사람은 더 그렇다. 테른이 비접촉 보관함의 압력계를 확인했다. “중계소에서 회수한 시험 봉투가 운항 통지와 같은 주파수로 울립니다. 누군가 실제로 응답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소.” “함정일 수도 있죠.” “그렇소. 그래서 확인하려는 것이오.” 나는 손가락으로 세이의 진술서를 두드렸다. “배에 들어갈 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따라가면 불법 침입입니다. 먼저 확인 요청서를 보내죠.” 세이는 잠깐 망설이다 검은 봉투의 빈 곳에 글씨를 적었다. [현장 조사 가능 여부 문의] [응답 범위: 위치 확인, 외부 안전 점검, 선장 면담] [화물 본문 열람: 요청하지 않음] 봉투가 검게 접혔다가 저절로 펼쳐졌다. 안쪽에는 짤막한 답변이 있었다. [외부 접근: 허용] [선내 입장: 선장 직접 결정] [주의: 우리를 도둑이라 부르지 마십시오] 나는 그 마지막 줄에서 멈췄다. “누가 저 말을 먼저 했대?” 로딘이 불쾌한 소리를 냈다. “검은 우편선이라면 원래 도둑 배로 유명하지!” “고객님.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고 그렇게 부르면 명예훼손 소지가 있습니다.” “배에도 명예가 있느냐!” “건물도 증언했는데 배라고 못 하겠습니까.” 세이가 내게 작은 명패를 내밀었다. [현장 방문자 — 화물 본문 열람 권한 없음] 명패가 마음에 들었다. 요즘 이 세계에서 제일 든든한 권한은 아무것도 멋대로 보지 못한다는 권한이다. 점심 전에 나는 고객센터 본관으로 복귀한다는 결재를 일단 보류했다. 대신 아르웬에게 출장 범위를 분명히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문제의 우편선은 우리가 가기 싫다고 사라지는 종류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곳의 모든 비밀을 파헤치겠다고 나설 필요도 없었다. “외부 위험 확인, 선내 입장 여부는 현지 승인, 본문 열람 금지.” 내가 읽자 아르웬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표현이 정확해졌네요.” “감사합니다. 이런 걸 취업 면접에서 했으면 붙었을까요?” “서류 담당자로는 고려해 보겠습니다.” “상담원은요?” “이미 하고 계시잖아요.” 틀린 말이 없다. 내가 여기서 승진하려면 다른 세계로 한 번 더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날 오후 우리는 중계소 아래의 바람다리로 향했다. 구름 밑은 밝았지만, 다리 난간 아래로는 검은 물결 같은 그림자가 흘렀다. 처음에는 바람이 만드는 착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자 가운데 돛대가 솟아 있었다. “정말 배네.” 루루가 내 어깨 위로 올라왔다. “시온 님, 타러 가요?” “일단 선장을 만나고. 안전 확인하고. 승선 서류 쓰고.” “모험에 절차가 너무 많아요.” “절차 없는 모험을 우리는 사고라고 불러.” 그때 검은 돛에 흰 글씨가 떠올랐다. [배달하지 못한 답변을 싣고 있습니다] [승선 전에 묻겠습니다] [당신은 정말 답변을 받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아뇨.” 내 입에서 즉답이 나왔다. 그러자 선체 아래에서 작은 글씨가 한 줄 더 번졌다. [정상 응답 확인. 접안 준비를 시작합니다.] 어이없게도 그 배는 거절을 알아듣는 첫 번째 우편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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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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