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뒤 며칠 동안, 백색 중계소는 작은 수령 확인 시험을 진행했다. 오래된 기록을 함부로 꺼내지 않고 신청한 사람부터 답을 받았다. 내 일은 담당자가 보내는 보고서를 읽고, 현장 안전 검사를 돕고, 뻔히 잘못된 안내 문구가 있으면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지난주 이맘때를 떠올렸다.
일주일 전의 나는 백색 중계소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지금의 나는 그곳 안내원 세이의 식사 취향까지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종이인형은 음식을 먹지 않지만, 따뜻한 차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김이 닿으면 종이 귀 끝이 살짝 말렸다 펴졌다.
“차 한 잔 더?”
내가 묻자 세이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저는 따뜻한 냄새가 좋습니다.”
“루루는?”
“저는 따뜻한 빵이 좋아요!”
“그럴 줄 알았다.”
백색 중계소 대합실의 풍경은 며칠 전과 달라져 있었다. 입구에 커다란 숫자 하나가 붙었다.
[오늘의 배송 완료율: 61%]
그 아래에는 더 중요한 문장이 있었다.
[미확인: 28%]
[수신자 거절·보류: 11%]
세이는 처음에는 이 숫자를 보고 거의 울 뻔했다. 이제는 매 시간 숫자를 확인하면서 웃었다.
“실패가 늘어나도 괜찮다고 하셨죠?”
“실패라는 말부터 바꿔 보자. 보류나 거절은 수신자가 자기 뜻을 표시한 거잖아.”
“그럼…… 선택이 늘어난 건가요?”
“그렇지.”
이 숫자는 중계소 전체 통계가 아니라 임시 허가를 받은 소규모 시험 대상의 결과였다. 마레인이 허용한 대상자들 중 실제로 회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연락했다. 오래된 수신자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주소는 함부로 열지 않고 보관했다.
“그러면 오늘 첫 번째 실제 배달을 시작하겠습니다.”
세이가 말했다.
“수신자에게 내용을 열람할지 먼저 물어보는 거죠?”
“맞아. 그리고 받지 않겠다고 하면 그 사실만 남겨.”
그날의 첫 수신자는 화산 아래 마을에서 양봉을 하는 노파였다. 이름은 티라. 편지가 도착한 날부터 삼십 년 동안 그녀는 자신이 벌통 관리 계약에 동의한 것으로 등록돼 있었다. 정작 그녀는 그런 편지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연결된 작은 수정에서 티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약서? 내 벌들이 계약이라도 했대?”
“그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답했다.
“왜 확인도 안 했는데 서류에는 수취 완료라고 돼 있는 거야?”
“오늘 그 부분을 바로잡으려고 연락드렸습니다. 내용을 열어 보실지, 일단 보류하실지 선택하실 수 있어요.”
“안 볼래.”
“알겠습니다.”
“그게 끝이야?”
“네. 나중에 생각이 바뀌시면 따로 요청하실 수 있고요.”
티라는 한참 말이 없었다.
“……처음이네.”
“무엇이요?”
“싫다고 했더니 정말로 그만두는 사람이.”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럼 벌통에 붙은 이용 요금도 없어지나?”
“그건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 편지 하나로 어르신이 요금에 동의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좋아. 그러면 나중에 벌꿀이나 보내 줄게.”
“감사합니다.”
“돈은 받아.”
“……네?”
“공짜로 보내면 네가 또 다른 계약이라도 만든 줄 알 거 아니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원칙을 이렇게 건전하게 써먹을 수 있다니.
두 번째 수신자는 실제로 편지를 받고 동의한 젊은 나무 정령이었다. 그녀는 예전 계약에 따라 치료소에 물을 보내고 있었다. 근접 감지 외에 직접 회답한 원본이 확인됐으므로, 기존 선택은 그대로 유지됐다.
“진짜 받은 건 살리고, 가짜로 받은 척한 건 다시 묻는다.”
루루가 기록판을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시온 님, 이렇게 적어도 돼요?”
“‘가짜’보다는 ‘확인되지 않은’이라고 쓰자. 우리가 아직 모든 사정을 안 건 아니니까.”
“네! 확인되지 않은 수취는 확인한다!”
“좋은 구호야. 다만 현수막은 만들지 마.”
루루가 뒤에 숨겨 둔 긴 종이를 천천히 접었다. 이미 만든 모양이다.
점심 무렵 에일라와 테른이 마지막 현장 점검을 마쳤다. 공공 경보 우회 종선은 안정적으로 작동했고, 계약 통지선 격리도 유지됐다. 원본 보관실의 압력은 위험 범위 아래로 내려갔다. 세이의 보고에는 처음으로 ‘배송 실패’ 항목이 생겼다.
[미수령 통지: 확인 후 보류 17건]
[실제 수령 확인: 36건]
[수신자 선택 거절: 7건]
[원본 보관실 무단 열람: 0건]
나는 마지막 숫자에 별표를 쳤다.
“잘했네.”
세이가 뿌듯하게 몸을 폈다.
“아직 반송 보관실 안의 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지면 조사하면 돼. 지금은 아무도 허락하지 않은 문을 안 열었다는 게 중요해.”
그때 건물 전체에서 낮은 종소리가 울렸다.
[백색 중계소 본체 — 발신]
니아가 조용히 말했다.
“직접 선택으로 오는 신호예요. 자동 발송은 아닙니다.”
나는 답신 화면을 열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받지 않은 계약서의 행방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백 년 전 본문은 내가 수령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누가 내 이름으로 수령했다고 주장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맞습니다. 그 부분은 조사가 남아 있습니다.”
잠시 뒤 새 문장이 떴다.
[추가 자료 1건의 존재를 알립니다]
[자료명: 반송 목적지 이전 기록]
[공개 범위: 경로 표지에 한정]
[열람 의사: 직접 선택]
나는 니아와 아르웬의 입회 아래 공개된 표지만 확인했다. 본문은 열지 않았다. 기록에는 하얀 골짜기에서 북쪽 하늘을 가로지르는 낡은 항로가 그려져 있었다.
[17년 전 반송 목적지 변경]
[기존 목적지: 백색 중계소 보관실]
[변경 목적지: 검은 우편선]
[이전 명령 발신권: A-0 계열]
[원본 회답 보존 상태: 미확인]
“검은 우편선?”
루루가 소리 내 읽었다.
로딘이 출입구 밖에서 목을 쭉 내밀었다.
“그 배라면 들어 본 적 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정말요?”
“구름이 없는 밤에만 북쪽을 지나는 검은 배다. 항구에 닿지 않고, 어떤 용도 그 아래로 날지 않는다고 하지.”
“왜요?”
“위에서 보면 배가 보이지만, 아래서 올려다보면 하늘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루루가 숨을 들이켰다.
“유령선이요?”
로딘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드디어 내가 아는 무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군!”
“잠깐요, 고객님. 그 배의 위치는 실제로 확인하신 겁니까?”
“소문이다!”
“……그러면 조사부터 해야겠네요.”
아르웬이 보고서의 마지막 칸을 채웠다.
[민원 022 — 백색 중계소 미수령 통지 사건]
[긴급 위험: 일시 해소]
[수령 확인 방식: 시범 개선]
[운영 위임과 과거 이관 책임: 조사 계속]
[연계 단서: 검은 우편선]
이번 사건이 끝난 건 아니다. 그러나 세이는 이제 받지 않은 편지를 받았다고 보고하지 않는다. 중계소는 자기 목소리로 질문할 수 있게 됐다. 적어도 몇몇 사람은 사백 년 묵은 도장 앞에서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꽤 잘한 하루였다.
“그럼 이제 퇴근하자.”
내가 말하자 루루가 입을 벌렸다.
“여기서요? 아직 정산서가 남았는데요!”
“정산서는 내일 처리해도 되잖아.”
“그러면 정말 이틀 연속 정시 퇴근인가요?”
“그 정도는 아니야. 오늘은 출장지니까.”
“그럼 성공 아닌가요?”
“숙박비가 나와야 성공이지.”
그때 세이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출장 숙박 확인서 — 백색 중계소]
[숙박 제공: 가능]
[숙박비: 무료]
나는 잠깐 감동했다.
“너 정말 좋은 안내원이구나.”
세이가 웃었다.
“다만 이용자 수령 확인이 필요합니다.”
“…….”
루루가 나를 봤다.
아르웬도 나를 봤다.
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세이.”
“네?”
“그거, 선택해서 받을 수 있는 거지?”
“물론입니다.”
“그럼 받을게.”
창밖에서 로딘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백색 중계소의 창문이 덜덜 떨렸다.
오늘도 세계는 멀쩡히 돌아가고 있었다.
종이봉투 하나를 두려워해야 하는 세계였지만, 어쨌든.
그리고 북쪽의 구름 너머 어딘가에서는, 아직 배달되지 않은 답변들이 검은 배에 실려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새로운 출장 신청서의 제목을 떠올리다가 그만두었다.
내일 쓰자.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내가 직접 선택한 휴식을 누릴 생각이었으니까.
제9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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