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중계소의 첫 공식 청문회는 아침 아홉 시에 열렸다.
장소는 대합실이었다. 의자는 원래 다 있었고, 화이트보드는 없어도 됐다. 주변 전체가 하얗기 때문이다.
로딘은 출입구 밖에서 참관했다. 어제 서류 새떼를 보고 ‘이걸 태우면 불꽃놀이가 되겠다’고 했던 드래곤을 법정 안에 들일 순 없었다.
“왜 나는 들어가지 못하느냐!”
“건물이 좁습니다.”
“나는 몸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면 관람객이 아니라 신문 배달 고양이처럼 될 겁니다.”
“고양이가 무엇이냐?”
“여기선 설명하기가 복잡하네요.”
관할 재판관 마레인은 수정 통신으로 입회했다. 전력청 현장 담당 에일라, 중앙 기록국 파리스, 시설 안내원 세이, 그리고 안전 감독관 델리온이 각자의 자리에서 증언할 준비를 했다.
나는 고객센터 상담원 자격으로 나왔다. 법률가가 아니라고 세 번 확인했지만 아르웬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질문과 사실 확인만 하세요. 판단은 재판관이 합니다.”
“소장님.”
“왜요?”
“이런 자리에 자꾸 나가다 보니 법률 상담 수당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장 자문료부터 정산 받으세요.”
맞는 말이라 더욱 뼈아팠다.
마레인이 심리 범위를 읽었다.
“오늘은 백색 중계소의 미수령 통지를 ‘수취 완료’로 처리한 절차의 안전성과 증거 능력만 판단합니다. 문서 000 전체의 효력이나 400년 전 위임의 최종 책임은 오늘 정하지 않습니다.”
델리온이 손을 들었다.
“한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과거 통지의 확인 기록을 일괄 무효로 하면 정상적으로 받았던 주민들의 권리까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일부는 통지에 근거해 공급이나 보호를 신청했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그가 의외라는 듯 안경을 고쳐 썼다.
“동의한다고요?”
“네. 받지도 않은 편지를 받았다고 하는 게 문제지, 실제로 받은 편지까지 없애자는 건 아니니까요.”
마레인이 물었다.
“그 차이를 구분할 증거가 있습니까?”
“검사 대상 W-001에서는 근접 감지밖에 없었습니다. 별도 수령 의사나 전달 확인 기록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백색 중계소 자신에게 400년 전 보냈다는 운영 위임 통지 역시 발송 당시 본문이 비어 있었고, 본문은 사흘 뒤 등록됐다는 외부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파리스가 보전된 기록을 공유했다. 원본 봉인을 열지 않은 외부 경로 자료였고, 현장과 중앙 양쪽의 서명이 붙어 있었다.
“추가로 전체 기록의 표본을 살펴봤습니다. 수신자가 별도로 답한 건과 단순 근접 감지로 완료 처리된 건이 혼재합니다. 따라서 모든 통지가 무효라는 주장도, 모두 전달됐다는 주장도 현재 자료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정확합니다.”
내가 말했다.
“그러니 수령 기록을 두 부류로 분리하면 어떻겠습니까? 실제 확인이 있는 건 그대로 두고, 근접 감지만 있는 건 본인에게 다시 확인할 기회를 줍니다.”
델리온이 이마를 찌푸렸다.
“사백 년 치 자료를 전부 재통지한다면 부담이 큽니다.”
“한꺼번에 하지 않으면 되죠.”
“그럼 오래 기다리는 사람이 생깁니다.”
“지금도 오래 기다렸잖아요. 그동안 누가 자기 편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몰랐을 텐데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나는 기다렸다. 그 사람이 완전히 악당인 것 같지는 않았다. 아까 위험을 과장하거나 빼라고 한 적도 없고, 종선의 인수 검사에서 실제 실수를 찾아냈으니까.
“우선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과 위험도가 높은 통지부터 하죠. 나머지는 보전한 채 독립 계획을 세우고요.”
심리 중간에 작은 기술 시연도 이루어졌다. 테른은 아무 내용이 없는 시험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로딘의 비늘 하나를 한 걸음 떨어진 곳에 놓았다.
[관측자 감지]
[수취 완료 예정]
“비늘에도 배달 완료라고 뜹니까?”
델리온이 물었다.
“예. 현재 분류기 기준으로는 물건인지 살아 있는 대상인지 가리는 검사가 없습니다.”
나는 입꼬리를 눌렀다.
“고객님 비늘도 계약을 맺는 모양입니다.”
밖에서 로딘이 우렁차게 외쳤다.
“비늘이 내 허락 없이 계약을 맺었다고? 당장 소송이다!”
루루가 빵 터졌다. 아르웬도 펜을 든 채 잠깐 입술을 떨었다.
델리온은 웃지 않았다. 대신 시험 결과를 한 번 더 읽었다.
“그렇군요. 이건 오류 가능성 정도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수령인도 구별하지 못하는 결함입니다.”
“기록 방식의 결함은 분명해졌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과거 통지가 미수령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내 말을 들은 마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구별을 판결문에 명시하겠습니다.”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웃긴 시연이었지만, 쟁점이 제대로 기록됐다.
마레인은 세이를 불렀다.
“시설 측은 수신자 재확인에 동의합니까?”
세이가 일어났다. 종이 발이 바닥에 사각거렸다.
“저는 안내원 세이입니다. 지금까지 배달률이 백 퍼센트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의 보고는 실제 수령 확인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의 눈에 작은 접힘이 생겼다. 울고 있는 걸까. 종이로 만든 사람이 우는 법을 나는 아직 모른다.
“제가 잘못 보고했다면 바로잡겠습니다. 다만 이곳을 폐쇄하지는 말아 주세요. 새 방식으로 배달해 보고 싶습니다.”
마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바람을 심리 기록에 남기겠습니다. 다만 시설 운용 결정은 안전성과 당사자 권리를 함께 검토한 뒤 정해야 합니다.”
이어 벽 전체에서 낮은 종소리가 들렸다.
[백색 중계소 본체 — 직접 증언 요청]
나는 조용히 통신판을 눌렀다.
“직접 증언하시겠습니까? 공개 범위를 스스로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예]
[운영 위임 통지의 본문과 별개로, 수령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진술합니다]
[향후 운영 방식에 관한 선택권 요청]
델리온이 펜을 내려놓았다.
“시설 자체의 의사를 심리에 반영해야 한다는 거군요.”
“우선 사실관계의 한 증언으로 받으면 되겠죠.”
마레인의 결정은 신중했다.
[백색 중계소 긴급 결정]
[강제 일괄 발송 격리: 안전성 재검토까지 유지]
[재난 경보 및 일반 우편: 독립 감시하에 운용]
[근접 감지만으로 수취 완료된 기록: 단독 증거 사용 잠정 제한]
[정상 수령 기록과 미확인 기록: 구분 보전]
[수신자의 재확인·거절·보류 선택 절차: 소규모 시험 허용]
[운영 위임 계약의 최종 유효성: 본안 조사]
루루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시온 님, 이제 배달 성공률이 내려가도 괜찮아요?”
“괜찮은 게 아니라, 정확해지는 거야.”
델리온은 회의가 끝난 뒤 내게 다가왔다.
“당신 방식은 시간이 많이 듭니다.”
“그건 인정하죠.”
“그리고 조금 비효율적입니다.”
“그것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스템을 완전히 끄는 것보다 안전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칭찬은 아닙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아주 작게 웃었다.
“다음번에는 서류를 좀 덜 웃기게 쓰십시오. 긴급 상황 제목에 ‘편지 폭격 임박’이라니요.”
“실제로 폭격이었는데요.”
“그게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이 사람과는 오래 싸우게 될 것 같다. 다행히 예전처럼 상대를 미워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했다.
그날 오후, 반송 보관실 외벽의 압력이 처음으로 내려갔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래도 나는 조금 안심했다. 문을 열지 않고 누군가의 편지를 지킬 수 있다면, 그것도 실력 아닌가.
제8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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