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돌아오자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세계수의 낙엽은 귀하고 아름다운 행운의 상징이었다. 백 년에 한 번쯤 떨어지는 잎을 본 사람은 평생 복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벌써 열네 장이 떨어졌다.
“백 년치 행운이 한꺼번에 온 거예요!”
축제 진행자가 환호했다.
나는 머리를 감쌌다.
“행운이 아니라 건강검진 빨간불이라고!”
루루는 축제 안내문을 읽었다.
[특별 행사: 열다섯 번째 낙엽 맞이]
[참가자 전원에게 행운의 나뭇잎 쿠키 지급]
“쿠키는 좀 궁금한데요.”
“지금 쿠키가 문제야?”
“현장 조사에 필요한 보급품일 수도 있잖아요.”
이 정령은 진지하게 위험했다.
축제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다. 작은 아이들은 머리에 황금빛 잎사귀 모자를 쓰고 돌아다녔고, 상인들은 잎 모양 과자를 굽느라 분주했다. 광장 가운데는 커다란 소원나무 조형물이 놓여 있었다.
나는 한 아이가 소원 종이에 무엇을 적는지 엿봤다.
‘엄마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다른 아이는 ‘아빠가 먼 항구에서 돌아오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세상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걸 어른들만 느끼는 건 아니었다.
음유시인은 웃는 얼굴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황금 잎이 내리면 소원을 빌어요!”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그때 내 귀에 뭔가 낯선 소리가 들어왔다. 잎사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달랐다. 젖은 천을 억지로 찢는 소리.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세계수 가지의 검은 가장자리에서 보라색 가루가 떨어졌다. 작은 가루가 나무 난간에 닿자 나무가 순식간에 썩어 들어갔다.
“저건 보통 낙엽이 아니잖아.”
아르웬이 뒤에서 조용히 답했다.
“아뇨. 저런 부식은 기록에도 없습니다.”
루루는 손바닥만 한 접수함을 열어 주변 지역의 풍향을 확인했다. 불규칙한 바람이 낙엽을 광장 한복판으로 밀고 있었다.
“지금 대피를 시작하지 않으면…….”
루루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웃고 떠드는 가족들, 사진을 찍는 연인들, 따뜻한 음식을 나누는 노인들. 저 모두가 위험을 모른 채 기다리고 있었다.
“네. 승인부터 기다릴 때가 아닙니다.”
축제장은 세계수 중심 가지 아래 광장이었다. 곳곳에 리본이 매달리고, 음유시인들이 낙엽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위쪽 잎맥의 검은 선을 보고 있었다. 한 장의 끝이 이미 부서질 듯 갈라져 있었다.
“아르웬 소장님,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공식 재난 선포는 천계 승인 후 가능합니다.”
“그 승인 받는 데 얼마나 걸려요?”
“정상적으로는 사흘.”
“잎은 삼 분 뒤에 떨어질 것 같은데요.”
아르웬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도 알았다. 사흘 뒤에 도착하는 허가는 아무도 구하지 못한다.
“그래도 무단 대피 명령은……”
“소장님.”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규정은 사람을 지키라고 있는 거죠? 사람이 규정을 지키다가 죽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
그녀는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루루. 제칠 관리소 비상 통신망을 전부 열어 주세요.”
루루가 놀라 말했다.
“공식 경보 권한을 쓰시려고요? 승인 기록 없으면 소장님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어요!”
“그럼 박탈당한 뒤에 제가 항의하죠.”
아르웬이 말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많이 변했다.
통신나무마다 그녀의 목소리가 퍼졌다.
“여기는 제칠 관리소입니다. 광장 전역에 긴급 대피를 명령합니다. 상부 승인 전이지만 현장 위험이 확인됐습니다.”
축제 진행자가 당황하며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무슨 권한으로 행사를 중단합니까? 후원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낙엽이 떨어지면 다 날아갈 금액이겠죠.”
“당신 누구야!”
“민원 담당자입니다.”
나는 그의 마이크를 빌려 들었다.
“여러분! 축제 쿠키는 광장 밖에서 나눠준답니다!”
사람들이 움직였다.
루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그렇게 할 거예요?”
“해줘야지. 거짓말한 꼴이 되잖아.”
“아르웬 소장님! 쿠키 예산도 필요해요!”
“……전부 제 개인 지출로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그녀를 존경하게 됐다. 지갑까지 여는 상사라니. 드문 일이다.
우리는 광장의 네 출구를 나눠 맡았다. 아르웬은 동쪽 마법 계단의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었고, 루루는 작은 정령 수십 마리를 보내 사람들이 몰리지 않게 줄을 나눴다. 나는 진행자에게 무대 조명을 끄라고 했다.
“조명을 끄면 사람들이 더 당황하잖소!”
“빛나는 곳으로 몰리니까요. 광장 밖 출구만 켜 주세요.”
그가 투덜거리며 마법등의 빛을 옮겼다.
사람들이 출구로 향했다. 어린아이가 부모를 놓쳤다며 울자 나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울음 속에서 자기 이름을 겨우 말하던 아이는 광장 밖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고 힘껏 달려갔다.
이어서 장사꾼 하나가 천막을 챙기겠다고 돌아섰다. 나는 앞을 막았다.
“물건은 다시 살 수 있습니다!”
“저게 내 전 재산이오!”
“살아서 받으셔야죠. 영수증 대신 사망 진단서 가져오실 겁니까?”
그는 욕을 한마디 내뱉었지만 결국 몸을 돌렸다.
자꾸만 뒤를 보는 사람들을 보내느라 몇 분이 지나갔다. 위에서 잎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책상 앞에서는 내가 얼마나 말이 빠른지 중요했지만, 여기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뛰느냐가 중요했다.
마지막 인파가 출구를 통과하려던 순간, 광장 중앙에서 작은 비명이 들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동한 건 아니었다. 광장 한가운데 휠체어를 탄 노인이 있었고, 뒤에는 어린아이 셋이 따라오고 있었다. 위쪽 잎이 미세하게 떨렸다.
툭.
작은 검은 조각이 떨어졌다. 땅에 닿자 돌바닥이 부식됐다.
“로딘 님!”
내가 외쳤다.
하늘 위에서 붉은 비늘의 드래곤이 나타났다.
“또 온천에 문제라도 생겼느냐?”
“아니요! 사람들을 옮겨주세요!”
“내가 보육 용역이냐!”
“온천수 삼 년 무료 이용권!”
“내 온천인데?”
“정정합니다! 온천 진입로 확장 공사 지원!”
“계약 성립!”
로딘은 광장 한가운데 몸을 낮췄다. 노인과 아이들이 등에 올라타자 잎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위에서 거대한 황금빛 조각이 분리됐다. 햇빛이 가려졌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르웬이 두 팔을 뻗었다. 푸른 빛줄기가 그녀의 어깨에서 뻗어 거대한 잎을 잠깐 붙잡았다. 루루는 정령들을 모아 바람의 방향을 바꿨다.
“시온 님! 오래 못 버텨요!”
“로딘 님, 광장 밖으로!”
드래곤이 솟구쳤다. 등 위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자 로딘이 투덜거렸다.
“안 떨어뜨린다! 두 손으로 잡아라!”
마지막 사람이 광장을 벗어난 순간, 잎이 떨어졌다.
콰아아앙!
광장이 움푹 파였다. 분수대가 부서지고 리본이 사방으로 날렸다. 조금 전까지 축제에 서 있던 수백 명은 멀리 언덕 아래에서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살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루루가 내 어깨에 앉아 쿠키 하나를 내밀었다.
“약속한 쿠키예요.”
“언제 구했어?”
“대피할 때 챙겼어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 정령. 정말 마음에 든다.
곧 광장 아래에서 주민들이 몰려왔다. 누군가는 우리를 껴안았고, 누군가는 무너진 상점 때문에 울었다. 피해는 분명했다. 구한 사람도 분명했다.
“당신들 때문에 축제가 망했어!”
후원회장이 소리쳤다.
그러자 조금 전 구조된 노인이 휠체어에서 말했다.
“축제는 다시 열면 되지. 내 손주들 목숨도 다시 열 수 있나?”
주변이 조용해졌다.
아르웬이 내 곁에 섰다. 그녀의 장갑이 찢어져 손바닥에 피가 맺혀 있었다.
“승인 없이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후회합니까?”
“아니요.”
“그럼 됐죠.”
그때 루루의 통신구슬이 울렸다.
[천계 전력청 공지]
[제칠 관리소장 아르웬 직무 정지]
[재난 대리인 최시온 권한 재검토]
나는 코웃음을 쳤다.
“사람들을 구했더니 발이 빠르네.”
광장에 있던 주민들이 공문을 들여다봤다. 한두 명이 우리 곁으로 모였다. 조금 전 구한 아이의 어머니가 말했다.
“필요한 서류가 있나요?”
“뭐라고요?”
“우리를 구해준 게 잘못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서류요.”
사람들이 하나씩 손을 들었다. 가게 주인, 마부, 학생, 치료사. 루루의 눈이 반짝였다.
“증인 진술서를 받을 수 있어요! 공동 민원으로!”
나는 주변을 돌아봤다.
내가 평생 경험한 민원은 대개 혼자 화가 난 사람이 넣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민원을 넣고 있었다.
“좋아요.”
나는 새 종이를 펼쳤다.
“접수번호 001. 제칠 관리소 부당 직무 정지에 대한 공동 이의 신청.”
저 멀리 무너진 광장 너머에서 세계수 잎 한 장이 조용히 빛났다.
[고맙습니다.]
그 글자가 떠오른 곳은 내 책상이 아니었다.
사람들 모두가 볼 수 있는 광장 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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