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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8화
PAYLUA ORIGINAL · 제8화

8화. 천계에는 반품 창구가 없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684자

오프라인 책장
천계로 가는 길은 놀랍게도 엘리베이터였다. 문제는 층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었다. “현재 위치, 지상 1층. 목적지, 천계 999층.” 루루가 안내판을 읽었다. “오르는 데 얼마나 걸려요?” “정상 운행 시 네 시간.” “하루 안에 서류 제출하라면서 이동에만 여덟 시간?” 에델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천계에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거기서 효율적으로 쓰지 말고 엘리베이터부터 고치세요.” 로딘은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했다. 정확히는 타려다 건물 한쪽을 뜯어냈다. 결국 그는 우리보다 먼저 날아 올라가겠다고 했다. “출입증은 있으세요?” “날개가 있다.” “대답이 아닌데요.” “그들이 나를 막을 수 있다면 막아 보라지.” 참 든든하면서도 위험한 동행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르웬은 줄곧 서류를 점검했다. 루루는 바깥 풍경에 눈을 붙였다. 구름 아래 대륙이 작아질수록 세계수의 검게 변한 잎들이 더 잘 보였다. 숲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병의 크기를 알 수 있었다. “계약 사본, 현장 사진, 추출량 기록. 다 있죠?” “네.”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소장님.” “네?” “지금 열 번째 확인입니다.” “열한 번 확인해도 부족합니다.” 나는 웃으려다 그만뒀다. 아르웬의 눈 밑에 밤새운 흔적이 있었다. “할머니께서 보셨다면 좋아하셨겠네요.” 아르웬이 종이를 내려다봤다. “제가 그분을 이해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을 것 같아요.” “늦게 이해해도 이해한 건 이해한 겁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건 어느 규정에 있나요?” “제 마음속 업무 규정이요.” 아르웬이 결국 피식 웃었다. 천계 999층 문이 열렸다. 하얀 대리석 바닥, 끝없는 구름 기둥, 고급스러운 금빛 글씨. 눈이 부셨다. 나는 벽의 표어를 읽었다. [모든 빛은 공정하게 흐릅니다.] “빛은 그렇겠죠. 요금은 모르겠지만.” 천계의 도시도 아래 세상과 다르지 않았다. 구름 위를 달리는 마차들이 정류장마다 멈췄고, 큰 창 안쪽에서는 사무원들이 가벼운 간식을 먹으며 서류를 넘겼다. 길가에는 주머니를 움켜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한 노인이 내 옆에서 번호표를 접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어르신,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우리 마을 결계 요금이 세 배가 됐어. 사람들은 약을 사야 하는데…… 이의 신청을 하러 왔지.”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내 손자가 태어날 때 왔는데, 이젠 그 손자가 손자를 봤다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옆줄에서는 깃털을 잔뜩 잃은 천사가 고용 계약서를 흔들고 있었다. 퇴직금을 받으려면 천계 시민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시민권 갱신료를 못 내서 신청이 반려됐다고 했다. “당신은 뭘 하러 왔소?” 노인이 내게 물었다. “나무 한 그루가 죽어간다고 민원을 넣었습니다.” “한 그루?” “좀 큽니다. 나라 몇 개를 가릴 정도로.” 그가 웃었다. “이왕 온 김에 우리 마을 요금도 좀 내려 주게.” “제가 전력청 직원은 아니라서요.” “그럼 누구요?” “민원 담당자입니다.” 노인이 잠시 생각하더니 내 손을 꽉 잡았다. “그럼 여기 줄 선 사람들 말도 좀 들어 주게. 여기 직원들은 줄만 보지 사람은 안 보더라고.” 나는 그의 번호표 뒷면에 이름과 마을을 적었다. 루루가 아르웬에게 슬쩍 속삭였다. “시온 님, 또 일을 늘리셨어요.” “알아요.” 아르웬이 대답했다. “그 사람은 늘 그렇게 하죠.” 어쩐지 칭찬처럼 들렸다. 천계 기록 반송국 대기실에는 긴 줄이 있었다. 구름을 몸에 두른 노인, 투구 쓴 발키리, 깃털을 떨구는 천사. 모두 번호표를 들고 있었다. [현재 대기: 18,204명] [예상 처리 기간: 3세기] 나는 번호표를 뽑으려는 루루의 손을 잡았다. “특별 제출 창구가 있어야 해.” “없대요.” “없으면 공식 문서가 허위인 건데?” 에델이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 부서 안내문이 문제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피감사자 동행 창구로 오십시오.” 그는 우리를 옆문으로 안내했다. 좁은 복도 끝에는 수많은 회수 장치의 도면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복도 너머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멈추십시오.” 검은 제복을 입은 관리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그 가운데 키가 큰 남자가 있었다. 얼굴은 온화했지만 웃는 눈에 온기가 없었다. “벨리안 본부장입니다.” 에델이 소개했다. 벨리안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최시온 씨. 지상의 민원 전문가라지요?” “그렇게 불러주신 분이 계시긴 합니다.” “무슨 재주로 세계수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는지 궁금하군요.” “저도 궁금합니다. 본부장님들은 왜 그 말을 못 듣게 만들었는지.” 벨리안의 미소가 옅어졌다. “말을 조심하시오. 천계의 전력은 수백만의 생존을 책임집니다.” “그러면 더 꼼꼼히 관리해야죠.” “당신이 모르는 균형이 있습니다. 설비를 멈추면 천계 병원과 지상 방어 결계가 꺼집니다. 당신이 살린 그 아이와 비슷한 아이 수천 명이 위험해집니다.” 처음으로 그가 싫어할 수만은 없는 말을 했다. 베르나에서 만난 미로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럼 다른 공급원을 만드는 건 어떻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왜요?” “불가능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십이 년간 가장 많이 들은 설명이군요.” 벨리안이 에델을 돌아봤다. “감사관. 이들의 제출을 반려하시오. 기한 초과 사유를 적용하면 됩니다.” “기한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서류를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나?” 에델의 턱이 굳었다. “현행 규정상 접수 시점 기준입니다.” “규정은 해석하는 자가 따로 있소.” “그건 위법한 지시입니다.” 복도에 얼음이 내려앉은 듯 조용해졌다. 벨리안은 에델을 오래 바라보다가 웃었다. “좋습니다. 정식으로 받으시지요. 단, 현장 증거가 없는 서류는 소각 규정에 따라 처리됩니다.” 그가 돌아섰다. 우리는 가까스로 기록 보관실에 들어갔다. 넓은 방에는 에너지가 오가는 수정관들이 벽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곳곳에 도시 이름이 적힌 계량기가 매달려 있었다. “이게 전부 천계 전력망입니다.” 에델이 말했다. [성채 병원] [동부 결계] [기상 조절탑] [상급자 전용 별장] 벽의 계량기는 밝기와 생존 등급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이었다. 치료소와 마을 결계는 파란색, 도시 조명은 노란색, 상급자 별장은 붉은색이었다. 공급이 부족해지면 아래 등급부터 차례로 끊긴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왜 병원이 우선 대상이 아니죠?” 바스가 등장하기 전, 에델이 먼저 답했다. “천계 공급 안정 규정에 따라 상급 공급선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급 공급선이 뭔데요?” “중단 시 경제적 손실이 큰 계약입니다.” “사람 목숨보다 계약 위약금이 우선이라는 거군요.” 에델은 자신이 읽은 문장을 다시 떠올리는 표정이었다. “……규정상 그렇습니다.” 아르웬은 작은 수첩에 계량기의 비율을 적었다. 별장과 장식용 분수들이 원천 공급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고 있었다. 반면 베르나 치료소는 요금이 밀렸다는 이유로 공급이 제한돼 있었다. “전부 끊지 않아도 되는 곳부터 조절할 수 있겠어요.” “그렇죠. 우선순위를 바꾸면 됩니다.” 루루가 화가 난 얼굴로 팔짱을 꼈다. “천계 사람들은 자신들의 수영장에 불이 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봐요.” “루루, 수영장은 물이 있는 곳이고 불은 위험하지.” “화났으니까 비유 좀 못할 수도 있죠!” “맞아. 그건 인정.” 우리는 도면을 더 들여다봤다.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는 보조 회로가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철거됐다고 적혀 있었다. 바로 그 부분에서 누군가의 손글씨가 지워진 흔적이 보였다. ‘우회 급전 가능.’ 그 짧은 단어가 나중에 우리의 첫 번째 실마리가 됐다. 나는 마지막 계량기를 두 번 확인했다. “별장?” 아르웬도 고개를 들었다. “이곳 사용량이 베르나 분지 전체의 열 배예요.” “저는 해당 항목을 본 적이 없습니다.” 에델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단순한 생명줄을 끊는 게 아니라, 누가 생명줄에 몰래 자기 목욕탕을 연결해 놓았는지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전력망을 전부 끊지 말고, 불필요한 지출부터 멈추면 안 되나요?” 그때 구석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하려고 삼백 년을 기다렸소.” 늙은 정비 천사가 선반 뒤에서 나왔다. 등에는 한쪽 날개만 남아 있었고, 작업복에는 기름때가 잔뜩 묻어 있었다. “바스라고 하오. 전력망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삼백 년째 고치는 사람이오.” “그럼 방법이 있어요?” “임시 우회로는 만들 수 있소. 다만 한 고리씩만. 갑자기 다 끊으면 병원도 같이 죽거든.” 나는 손뼉을 쳤다. “됐다! 드디어 기술자다운 대답이다!” 바스가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쉿. 그 말을 하고 실직한 사람이 벌써 스물둘이오.” 그가 지도를 꺼내 펼쳤다. 열세 개의 추출 고리가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아래, 열세 고리의 가운데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원형 공간이 있었다. “여기가 제0 근부요. 첫 고리를 끊으려면 이곳에서 원천 동의를 받아야 하오.” “그럼 가죠.” “그리고 하나 더.” 바스가 내게 작은 황동 열쇠를 건넸다. “거기에는 사백 년 동안 아무도 쓰지 않은 문이 있소. 그 문이 열리면 전력청은 당신을 적으로 인정할 거요.” 나는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미 악성 민원인 취급받고 있는데요.” 바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악성 민원인은 기록에서 지울 수 있지. 하지만 소유주는 그럴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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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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